너의 마음이 안녕하기를 - 때로는 빛나고 가끔은 쓸쓸하지만
김재연 지음, 김효정 사진 / 인디고(글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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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따라 읽어보는 감성 가득한 에세이, 너의 마음이 안녕하기를




표지부터 딱! 요즘 같은 날씨의 봄에 어울리는 에세이라는 느낌을 받게 되었던 책. 잔잔한 초록빛에서 서서히 따스한 노란빛으로 번져가는 빛이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리고 세로로 한 줄 한 줄 이야기하는 단어들, 거기에 이어지는 제목. 너의 마음이 안녕하기를. 어쩐지 혼란스러운 마음도 안정되게 만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저자 김재연 작가님은 라디오 작가를 하고 계신 분이라고 한다. 그전에도 다양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작가로 오랫동안 활동하셨다. 이 책의 내용도 라디오 프로그램인 <김C의 뮤직쇼>의 '생각없는 생각'이라는 데일리 코너를 통해 전해졌던 이야기들을 다듬고 더한 것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라디오의 감성이 책 안의 글에서 잘 느껴졌다. 사진을 찍은 분은 밤삼킨별 김효정님. 이전에 다른 책을 통해 몇 번 접했던 분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그녀의 사진이 글의 감성을 더욱 잘 전해준다.

처음에 표지의 재질이 다소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사진이 들어간 부분이 꽤 미끄러운 재질이어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기도 했다. 글이 쓰여있는 하얀 부분의 재질이 더 마음에 들었다. 아무래도 감성이 담긴 에세이다보니, 촉각적인 부분도 더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지금 리뷰를 쓰면서 다시 생각해보니 어쩌면 사진 부분이기 때문에 미끄러운 재질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기는 한다. 책 속 내용의 글씨체라던가, 속지 재질은 마음에 들었었다.

책 뒤편에는 이 책에 대한 추천사가 간단하게 적혀있다. 여행 에세이로 유명하신 이병률 시인, 저자가 작가였던 프로그램의 DJ들인 윤상, 김C, 이현우의 추천사가 이어진다. 그리고 표지 뒤편에 있는 것보다 더 길게, 안에 추천사가 적혀있다.


다른 책들과 비교해봤을 때, 책의 크기가 다소 작은 편이다. 그래서 더 좋았다. 자그맣지만 은은한 색을 품고 있어서 더욱 매력적이고 감성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읽었던 다른 인디고에서 출판한 에세이들의 크기와 비교했다면 비슷했을 것 같다. 함께 놓고 비교한 다른 책들이 대부분 미스터리인데다가 크기가 크고 분량이 많은 책들이라서 사이에 끼여 갸날프고 애처로운 느낌을 더욱 자아내는 듯 하기도 하다.


첫장을 넘기면 구름이 깔려있는 초록빛 하늘이 나타난다. 평소 보던 푸른빛이 아니지만, 그래서 몽환적이면서도 은은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봄에 서서히 들어가는 느낌. 감성적인 세계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차례와 추천의 글을 읽어간 뒤 작가의 말도 꼼꼼히 읽어본다. 그녀는 오래전 누군가가 자신에게 '라디오 작가'가 하는 일에 대해 물었다고 이야기하고, 답을 찾지 못하다가 우연히 이런 생각이 들었다며 말했다.


라디오 작가가 하는 일은 이런 것.

세상에 퍼져 있는 이야기에 관심 갖기.

누군가와 함께 기억하고 싶은 좋은 이야기 골라내기.

그걸 다시 세상에 잘 퍼뜨리기.


라디오를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은 늘 그거였다.

우리가 서로 힘이 되어주면 조금은 더 살 만한 곳이 될 거예요. (p.16)


라디오란 참 매력적인 매체다. 오직 소리로 소통하는 것. 누군가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듣는다. TV와 같이 세상의 이야기를 방 안에서 접할 수 있지만, 라디오는 좀더 개인적인 사연이 많다. 그래서 더 친근하게 느껴지고 감성적이다. 저자가 이야기했듯이, 라디오 속의 이야기로 위로받는 경우는 참, 많다.

그렇게 많은 세상의 이야기를 담아왔던 작가이기 때문인지, 책 속 이야기들이 마치 누군가가 보낸 라디오의 사연을 듣는 것 같았다. 잔잔하고, 포근하고, 공감되는 그런 이야기.


책을 끝까지 읽고 나니, 처음부터 끝까지 전반적인 이야기 흐름이 잘 짜여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아마 첫 이야기와 마지막 이야기 때문일 것이다. 첫 이야기는 꽃샘추위를 보내고 봄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였다. 봄이 오면 항상 겪게 되는 꽃샘추위가 인생에도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서, 시작하는 봄을 떠올리게 했다.

반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야기는 겨울 준비에 관한 이야기였다.


쇼윈도에 걸린 겨울옷만 보면 자꾸 사고 싶고

카페를 가면 자꾸 따뜻한 라테를 시키게 되고,

서점에 가면 자꾸 다정한 제목의 수필집이 끌린다.


강아지는 어느새 내 옆구리를 찾고

오래된 연인들은 안 잡던 손을 잡고

애인이 없는 친구는 갑자기 적극적으로

주변의 괜찮은 사람을 찾는다. (p.278)


이렇게 사례를 제시하며 우리가 부지런히 겨울 맞을 채비, 따뜻해질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그렇게 이야기가 끝나다보니, 봄부터 가을까지, 따뜻한 시간을 책 속에서 그려낸 듯한 느낌을 받았다. 중간에 소개된 이야기가 모두 계절감을 품고 있었던 것만은 아닌데도 말이다. 그래서 구성이 참 잘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의도적인 배치였을까? 그건 모르겠다.


한편 이런 에세이를 읽고나면 항상 수많은 글귀들을 적어두게 되곤 한다. 공감가는 글귀들, 기억해두고 싶은 글귀들이 참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계속 페이지 수를 적어두었다. 나중에 다 읽은 후, 다시 그 페이지로 돌아가 글귀들을 찾기 위해서. 마치 라디오 사연을 듣듯이, 잔잔한 흐름을 보여주던 이야기 속에서 건져올린 글귀들. 하나씩 적어보고 있다.


책의 전반적인 디자인, 구성, 내용 이 셋이 잘 어우러지는 좋은 에세이였다. 가볍고 작은데다가 이야기가 짧게 나뉘어 있는 에세이이기 때문에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김C가 추천사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가만히 따라 읽어보고 싶은 글들이 가득한 책이다. 아무튼, 처음에도 이야기했지만 역시 봄과 참 잘 어울리는 에세이라는 느낌이 든다!


☆ 나즈마의 소중한 생각이 담긴 게시물입니다 ★


- 글담 서포터즈 2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이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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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 이야기 살림지식총서 488
이형철 외 지음 / 살림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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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결하게 별자리에 관해 알고 싶다면, 별자리 이야기


생각해보니 별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지난 몇년 간 별에 대한 책들은 읽지 않았다는 점이 떠올랐다. 그래서 오랜만에 읽게 된 별 관련 책... 오랜만이니까 가볍게, 살림지식총서에 속한 책으로 골라보았다. 살림지식총서는 작고, 얇지만 나름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고, 이번에도 그 기대는 만족되었다.


책은 크게 다섯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북쪽하늘의 별자리로, 북쪽 하늘에 있어 북반구에 위치한 우리나라에서 1년 내내 볼 수 있는 별자리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어지는 제2부부터 제5부까지는 계절에 따른 별자리가 차례로 소개되어 있는데, 특이하게 겨울-봄-여름-가을의 순서로 소개하고 있어 흥미로웠다. 이렇게 별자리의 소개가 끝난 다음에는, 부록이 세 가지 있었는데, 월별 밤하늘에서 찾을 수 있는 별자리를 그린 것과, 유명한 유성우 목록, 밝은 별 목록이었다. 이 세 가지 중에서는 유명한 유성우 목록을 제일 관심있게 보았다. 이전에는 유성우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었는데, 그동안 잘 알아보지 않았던 부분이기 때문에 더욱 끌렸던게 아닐까 싶다.


책의 구성은 각 챕터에서 관련된 대략적인 설명을 한 후 이어 몇 개의 별자리가 소개되는데, 각각의 별자리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찾는 방법, 별자리 속에 담겨있는 별들의 특이한 특성 등이 언급되고 마지막으로 별자리에 얽힌 신화를 소개하고 있다.

가장 먼저 소개되는 북쪽 하늘의 별자리는 북두칠성을 내부에 포함하고 있는 큰곰자리, 북쪽 밤하늘의 중심이 되는 작은곰자리, 커다란 용자리, W 모양으로 유명한 카이오페이아자리, 신화 속에서 카이오페이아의 남편으로 등장하는 케페우스자리가 소개되고 있었다. 아무래도 대부분 1년 내내 볼 수 있는 별자리다 보니 꽤 많이 접했던 부분이 있었다. 물론 도시의 불빛의 방해로 실제로 본 적은 거의 없다고 해야하지만 말이다. 1부 내용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그나마 생소했던 별자리였던 케페우스자리였는데, 여기에 속한 델타별이 변광성이라는 사실을 알아서 더 흥미로웠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변광성에 대해 공부할 때 케페우스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것도 같았다. 새삼 기억을 떠올리니 다시 천문학에 대한 관심이 샘솟게 되었다.


다음으로는 계절별 별자리들이 소개되고 있다.

가장 먼저 겨울철 별자리를 소개하는데, 그 이유를 겨울철에 별자리를 보다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정말 그런 것이 겨울에는 추운 날씨 때문에 맑은 날이 많아 별을 보기가 좋다. 별에 대한 책을 읽지 않은지는 꽤 되었지만 그래도 가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볼 때가 많은데, 겨울에는 나름 별자리를 찾을 때도 있다. 그때 항상 보게 되는 것이 오리온자리. 오리온자리는 가운데의 별들을 쉽게 찾을 수 있어서 발견하곤 했던 것 같다. 다른 별자리들도 찾고 싶었지만 별자리의 모양을 잘 모르는데다가 별이 모두가 밝은 것이 아니라 찾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겨울철 별자리에서 소개되는 것은 오리온자리, 황소자리, 마차부자리,쌍둥이자리,작은개자리, 큰개자리였는데 이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차부자리였다. 여기서도 특이한 별에 대한 소개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식변광성이라는 것이다. 케페우스자리의 변광성과 달리 이것은 작은 별이 큰 별의 주위를 공전하면서 큰 별을 자리는 정도에 따라 밝기가 변하는 별이다. 이 식변광성으로는 별의 질량을 추정할 수 있다고 하니 꽤나 흥미로운 별이다. 또 큰개자리의 밝은 별인 시리우스의 고유운동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그러고보면 별자리 이야기를 읽고 있었지만 별자리보다는 별자리를 구성하는 별들의 특성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이어지는 봄철 별자리는 사자자리, 게자리, 처녀자리, 목동자리가 포함되어 있었다. 봄의 별자리도 특이했지만, 역시 특이한 별에 대한 설명이 없다보니까 매끄럽게 읽고 넘어갔다.

그리고 여름철 별자리가 등장한다. 백조자리, 거문고자리, 독수리자리, 전갈자리, 궁수자리가 소개된다. 이중 백조자리의 경우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의외로 제대로 찾지 못하게 되는 별자리였다. 이번에 이 책을 읽고 찾는 방법을 확실히 기억해 두었으니 올해 여름에는 밤하늘에서 꼭 찾아볼 것이다. 또 여름철 별자리에서 흥미로웠던 것이 흔히 알고 있는 직녀성과 견우성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거문고자리의 알파가 직녀성인건 맞지만, 천상열차분야지도에서는 독수리자리의 알파별 알타이르가 아닌 그 아래 염소자리의 베타별 다비흐가 견우성이라고 표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덕흥리 고분벽화와 조선시대 천문서적에도 견우성은 다비흐라고 되어있다고 한다. 동양에서 알타이르는 견우성이 아니라 하고성에 해당하며 은하수가 넘치는 것을 경고하는 북이나 견우와 직녀의 만남을 감시하는 장군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이제까지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아니라니, 더욱 별에 흥미를 가지게 되는 계기였다. 한편 전갈자리의 중심에 있는 알파별 안타레스에 관한 설명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안타레스는 짙은 붉은색이어서 악마의 별로 불리며, 이름 자체가 화성과 맞설 만큼 붉고 위협적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 근처에 구상성단인 M4가 가까이 있어서 천체 사진가들의 주된 촬영 대상이기도 하다고 한다. 뭔가 독을 품은 전갈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가을철의 별자리는 페가수스자리, 페르세우스자리, 안드로메다 자리를 소개하고 있다. 가장 처음 가을철의 별자리를 소개하는 부분에서 안드로메다자리에 위치한 안드로메다 은하에 대해 언급하는데, 이 은하는 4등성 정도이기 때문에 날씨가 좋으면 맨눈으로도 충분히 볼 수 있다고 해서 흥미로웠다. 물론 아무리 좋은 망원경으로 봐도 사진상으로 보는 만큼 화려한 모습을 볼 수는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 은하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좋은 것 같다. 한편 페르세우스자리의 페르세우스 이중성단은 산개성단으로 구상성단이나 은하와 달리 작은 망원경이나 쌍안경으로 봐도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니, 미리 작은 망원경을 준비해 가을이 되면 꼭 관찰해봐야할것 같다. 또한 페르세우스자리에는 변광성 알골이 포함되어 있는데, 알골의 의미는 '악마의 빛'이라는 뜻으로 메두사의 머리를 상징한다고 한다. 이 별은 약 3일을 주기로 밝기가 변하는 식변광성이라고 하는데, 책에서는 그것을 '마치 메두사의 눈이 반짝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p.132)'고 표현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뭔가 섬뜩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살림지식총서는 확실히 관심 분야에 대해 워밍업 하기 좋은 책인 거 같다. 별자리 이야기를 읽으면서 관련된 별의 특성에 관한 이야기까지 알아갈 수 있어서 좋았다. 그 흥미를 더욱 끌어올려주어 다른 천문학 책들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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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요리
하시모토 쓰무구 지음, 권남희 외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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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와 함께한 에피소드식 단편집, 오늘의 요리


요즘 책을 어렵게 읽은 부분이 많아서 가볍게 머리 식힐 겸 읽을 수 있는 책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이 책이 떠올랐다. 그래서 오랜만에 다시 또 집어든 책. 거의 1년만에 읽는 듯 하다.

여전히 편안하고, 포근한 에피소드로 가득했다. 각 에피소드의 등장인물들은 거의 연결고리가 없어 보인다. 서로 연결된 두 개의 에피소드를 제외하고는. 그 점이 더욱 깔끔한 느낌을 준다. 또한 읽어갈 때는 잘 모르는데 다 읽고 나서야 느끼는 것은 여기에 차례로 소개된 이야기 속 내용이 24절기와 연관된 것이 많다는 점이다. 이것도 이 책의 매력 중 하나라고나 할까.

디자인도 좋아한다. 사실 책 표지는 껍데기(?)를 벗긴 안의 민트색 색상이 더욱 마음에 드는 편이다. 표지의 재질도 마음에 드는 편이고 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은 각 이야기의 시작 부분.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요리의 제목, 재료, 일러스트가 세로로 늘어서 있는 게 참 간결해보이고 좋다.


각 이야기는 디자인과 어울리는 간결한 느낌의 이야기들이다. 호감을 가진 상대에게 두근두근 마음을 전하게 되는 이야기도 있고, 과거의 슬픔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다. 과거의 상처를 덤덤히 극복해가는 내용도 있다. 가지각색. 사람사는 이야기들. 소개되는 요리들도 그렇다. 평범한 음식들도 있고, 향토색이 담긴 음식도 있다. 다소 복잡하고 손이 가는 요리들도 있지만 정말 간단한 요리들도 있다.

그렇게 책을 읽으면서, 요리에 담긴 추억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어떤 요리를 먹으면 떠오르는 사람, 함께한 기억들. 가금은 가슴아프고, 때로는 행복한 기억.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에 대한 생각. 이런 내용을 떠올리게 하는 걸 보면 이 책은 우울할 것 같기도 한데 절대 우울하지 않은 책이다. 그건 아마도 각 이야기가 짧게 끝나고, 이어지는 내용이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책 속에 소개된 요리들은 생선살 달걀말이, 이세식 떡국, 볶은 콩, 얼렁뚱땅 까르보나라, 아구탕, 벚꽃놀이 도시락, 김 도시락, 우동, 토마토 스튜, 콩조림, 오이 쓰케모노, 포토퍼, 오레키어테 파스타, 크로크마담, 오코노미야키, 국수, 미소즈케, 라따뚜이, 커피, 경단, 코코넛밀크 카레, 샴페인, 로스트 치킨. 이 중 해보고 싶은 것은 해설에서도 추천하고 있었던 얼렁뚱땅 까르보나라와, 코코넛밀크 카레. 그러고보니 이런 요리 관련 책을 보면 항상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해보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듯도 하다. 그래도, 꼭 해보도록 해야지. 마침 집에 코코넛밀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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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 (체험판)
레이 얼 지음, 공보경 엮음 / 애플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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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읽은 10대의 다이어리,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


간만에 태블릿으로 전자도서관에서 신간 들어온 e-book을 보다가 눈에 띄어 읽게 된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 몇 년 전에 10대의 다이어리 형식 책을 몇 권 읽었었는데, 오랜만에 그 때 그 느낌을 되살려 보고 싶어 읽게 되었다. 또 다이어리의 경우 짧게 끊어 읽기 좋기 때문에 e-book으로 읽기 좋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알고보니 이 책은 영국 인기 드라마의 원작이었다! 꽤 유명한 인기 드라마인데 요즘 10대가 나오는 해외 드라마를 보지 않기 때문에 몰랐던 것이었다. 책 내용을 읽기 전에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막상 책을 읽고 나니 책 속의 인물들이 영상에서 어떻게 형상화되었을지 너무 궁금해졌다... 그런데 드라마를 실제로 볼지는 미지수. 내용을 찾아봤더니 또 확 끌리지 않는 느낌이 들어서.


어쨌든 지금은 책 리뷰를 쓰는 것이니 책 내용에 집중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책은 전형적인 10대의 다이어리다. 예전에 읽었던 <프린세스 다이어리>라던가, <나는 조지아의 미친 고양이>가 주었던 느낌과 비슷한 것 같은? 가벼우면서도 가끔은 진지한 고민이 담겨있다. 10대의 일기란 그런 걸까? 문득 내가 10대 시절엔 어떤 일기를 썼었을까 궁금해졌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화자이자 일기를 쓴 당사자인 주인공 레이. 그녀는 꽤 뚱뚱한 편이다. 그래서 그녀의 감정을 주변 사람들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내가 몸무게를 주체 못한다는 건 나도 잘 안다. 이런 내가 좋지도, 자랑스럽지도 않다. 하지만 늘 웃고 무심히 넘기는 것 같으니까 사람들은 뚱뚱하다느니 살집이 좋다느니 하는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뱉어낸다. (2월7일 일기에서)


사람들은 가끔 너무 잔인하다. 그것을 알고 그러는 사람도 있지만 모르고 그러는 사람들도 많다. 상대를 잘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말을 하기 때문에 상처를 주는 것이다. 가끔 그런 것 때문에 그녀는 살을 빼겠다는 생각도 하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항상 실패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예를 들면 이런 부분.


오늘도 난 운동을 하지 않았다. 운동을 한다고 당장 내 몸이 날씬해지는 것도 아니고 바로 남자친구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일단은 피자에 얼굴을 묻자. 운동은 월요일부터 시작이다. 이번엔 진심이다. (2월3일 일기에서)


초반부터 뒷부분까지, 몇 번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계기가 되는 사건들이 생기지만 결국 실행되는 일은 거의 없다. 사실 나로서는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물론 맛있는 음식의 유혹을 뿌리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그런 것으로 인해 생겨나는 문제들이 전체적인 만족감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번 그 시도가 성공하면 그 다음에는 더 쉬워진다. 하지만 겉으로만 보고 판단할 수는 없는 것도 같다. 일기를 계속 읽어보다보면 레이가 먹는 것을 주체 못하게 된 어떤 계기가 있는 듯 암시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일기 속에서 그 부분을 다 털어놓고 있지는 않지만 말이다. 결국 이 문제에 대한 나의 관점은, 공감은 할 수 없지만, 이해는 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나 할까.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레이는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 해에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 내용을 보니 이 이야기가 꽤 오래전 이야기라는 것이 실감이 나기도 했었다. 이 이야기가 또 기억나는 이유는, 그 소식을 알리는 레이의 일기의 뒷부분 때문이었다.


오랜 세월 유지되어온 현상이라 해도 결국 바뀔 수 있다고. 그렇다면 나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나만의 벽을 무너뜨리고 사람들을 안으로 들일 수 있지 않을까. (11월13일 일기에서)


전혀 바뀌지 않을 것 같았던 세상이 바뀌는 것을 보고, 약간의 희망을 품어보는 레이. 사실 레이의 진짜 문제는 뚱뚱한 것이 아니라 낮은 자존감이다. 주변에 벽을 둘러싸고 있는 것. 자신의 세계에 갇혀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꽤 보인다. 물론 줄곧 레이의 관점에서 일기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너무 가혹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또 다를 수 있다. 핀이 그랬던 것처럼. 레이는 그를 거만한 운동선수로 봤지만, 알고보면 좋은 아이였다. 그런 것처럼, 레이가 편견으로 인해 미처 파악하지 못한 주변 친구들의 속내가 있을지도 모른다.


요즘도 내 머리와 싸우고 있다. 일 년 전처럼 심하지는 않지만 아직 증상은 남아 있다. 머릿속에 온갖 끔찍한 생각들이 들어 있고 난 그걸 조절할 수가 있다. 그런 생각들을 머리에 떠올렸으니 스스로에게 벌을 주기 위해 여전히 자해도 한다. 비이성적이고 소름끼치는 생각들.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절대로 이해할 수가 없다. 하지만 난 낙천주의자다. 그리고 지난 일 년 동안 내 인생에서 경이적인 변화를 이뤄냈다. (12월12일 일기에서)


12월, 1년간 레이가 스스로 변화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고보니 그녀는 초반에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그러나 일기 속 그녀의 모습에서 그런 부분을 적게 느껴서, 이런 내용을 잘 떠올리지 않았던 것 같다. 레이가 생각하는 비이성적이고 소름끼치는 생각들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은 평범한 사람들도 가끔 떠올릴 지도 모른다. 하지만 레이가 그랬듯이, 낙천적인 생각들로 그 생각들을 흩어버리고 꽁꽁 묻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레이는 점차 나아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1년간의 일기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된다. 1년의 마지막 날, 어쩐지 두근거리게 하는 일이 레이에게 생기고 끝이 난다. 닫힌 결말이 아니라서 좀 아쉬웠지만, 이 책은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여진 글이다. 그러니까 열린 결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이야기는 대부분 열린 결말이니까.


책을 읽을 때는 잘 몰랐는데, 리뷰를 쓰다 보니까 의외의 부분에서 생각할 거리들이 있었던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이전에 읽었던 비슷한 장르의 책과는 다르다.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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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의 숨소리가 그립다 - 물고기가 사라진 강의 부활에 인생을 건 남자 이야기
야마사키 미쓰아키 지음, 이정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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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강과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 강물의 숨소리가 그립다


자연은 항상 잃어버린 후에야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자연을 그대로 되찾는 데는 잃어버리는 과정에서 걸린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노력이 필요하고, 관심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일상 속에서 그런 것들을 인식하며 살아가는 건 쉽지가 않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그런 생각들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연이 필연이 되는 순간. 그건 그 우연을 맞닥뜨린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결정된다. 이 책의 저자 야마사키 미쓰아키는 죽음의 문턱에서 어릴적 자신이 놀던 공간인 다마강의 풍경을 보게 된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이후, 그는 어쩌면 그것이 일종의 계시일지 모른다고 생각했고, '죽음의 강'이라 불리게 되어버린 다마강을 살리는 일에 매진하게 된다.

다마강을 살리기 위한 저자의 노력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그가 환경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된 계기 또한 다마강에서 낚시를 하며 지냈던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강에서 누릴 수 있는 기쁨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마강을 살리는 데 보다 힘을 쏟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경험이란 것은 중요했다. 때문에 그가 더욱 강과 함께 하는 체험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모른다.


책에서 소개되는, 강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제안들이 흥미롭다. 단순히 강을 깨끗히 하는 것을 넘어서서, 그 강을 삶의 터전으로 되돌리는 것이 저자의 목표이다. 지역 속으로 강이 자연스레 스며들게 하는 것. 때문에 그는 환경적으로 깨끗하게 하는 것 뿐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 속에 강에 대한 친근함을 심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더렵혀진 자연을 깨끗하게 되살리는 것만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삶 속에 자연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책 속에서 저자는 이야기했다. 그가 어릴적에도 다마강은 깨끗하지 않았었지만, 그 안에서 물놀이를 했고, 그곳에서 낚시해 물고기를 잡아 요리를 해서 먹었었다고. 다마강은 그런 추억들을 그에게 선사했고, 그는 그런 추억들을 많은 사람들이 쌓아가며 다마강의 소중함을 느끼길 바랐던 것이다.

자연은 생각보다 우리에게 주는 게 참 많다. 더러워지고 엉망이 되어가면서도, 계속해서 무언가를 건넨다. 그렇기 때문에, 뭔가 어긋났다는 것을 쉽게 눈치채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세제나 비누에서 나는 향기가 의외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 향기는 물고기 살에 배어서 먹을 때 불편한 느낌을 준다고 한다. 세정작용과는 관계 없는 향기. 물론 빨래를 하거나, 씻은 후 좋은 향기를 맡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책을 읽으면서 다음부터는 향기가 없는 무첨가 세제와 비누를 찾아서 쓰는 노력을 해야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한 사람의 노력이 얼마나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지,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물론,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 실행되지 못한 노력들이 많이 남아있지만, 이제까지 실현해온 것만으로도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그는 그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강을 지역 주민들 곁으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언젠가, 그게 성공적으로 되었다는 소식을 기사를 통해 접할 수 있기를 바라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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