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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 (체험판)
레이 얼 지음, 공보경 엮음 / 애플북스 / 2014년 11월
평점 :
간만에 읽은 10대의 다이어리,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
간만에 태블릿으로 전자도서관에서 신간 들어온 e-book을 보다가 눈에 띄어 읽게 된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 몇 년 전에 10대의 다이어리 형식 책을 몇 권 읽었었는데, 오랜만에 그 때 그 느낌을 되살려 보고 싶어 읽게 되었다. 또 다이어리의 경우 짧게 끊어 읽기 좋기 때문에 e-book으로 읽기 좋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알고보니 이 책은 영국 인기 드라마의 원작이었다! 꽤 유명한 인기 드라마인데 요즘 10대가 나오는 해외 드라마를 보지 않기 때문에 몰랐던 것이었다. 책 내용을 읽기 전에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막상 책을 읽고 나니 책 속의 인물들이 영상에서 어떻게 형상화되었을지 너무 궁금해졌다... 그런데 드라마를 실제로 볼지는 미지수. 내용을 찾아봤더니 또 확 끌리지 않는 느낌이 들어서.
어쨌든 지금은 책 리뷰를 쓰는 것이니 책 내용에 집중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책은 전형적인 10대의 다이어리다. 예전에 읽었던 <프린세스 다이어리>라던가, <나는 조지아의 미친 고양이>가 주었던 느낌과 비슷한 것 같은? 가벼우면서도 가끔은 진지한 고민이 담겨있다. 10대의 일기란 그런 걸까? 문득 내가 10대 시절엔 어떤 일기를 썼었을까 궁금해졌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화자이자 일기를 쓴 당사자인 주인공 레이. 그녀는 꽤 뚱뚱한 편이다. 그래서 그녀의 감정을 주변 사람들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내가 몸무게를 주체 못한다는 건 나도 잘 안다. 이런 내가 좋지도, 자랑스럽지도 않다. 하지만 늘 웃고 무심히 넘기는 것 같으니까 사람들은 뚱뚱하다느니 살집이 좋다느니 하는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뱉어낸다. (2월7일 일기에서)
사람들은 가끔 너무 잔인하다. 그것을 알고 그러는 사람도 있지만 모르고 그러는 사람들도 많다. 상대를 잘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말을 하기 때문에 상처를 주는 것이다. 가끔 그런 것 때문에 그녀는 살을 빼겠다는 생각도 하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항상 실패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예를 들면 이런 부분.
오늘도 난 운동을 하지 않았다. 운동을 한다고 당장 내 몸이 날씬해지는 것도 아니고 바로 남자친구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일단은 피자에 얼굴을 묻자. 운동은 월요일부터 시작이다. 이번엔 진심이다. (2월3일 일기에서)
초반부터 뒷부분까지, 몇 번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계기가 되는 사건들이 생기지만 결국 실행되는 일은 거의 없다. 사실 나로서는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물론 맛있는 음식의 유혹을 뿌리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그런 것으로 인해 생겨나는 문제들이 전체적인 만족감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번 그 시도가 성공하면 그 다음에는 더 쉬워진다. 하지만 겉으로만 보고 판단할 수는 없는 것도 같다. 일기를 계속 읽어보다보면 레이가 먹는 것을 주체 못하게 된 어떤 계기가 있는 듯 암시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일기 속에서 그 부분을 다 털어놓고 있지는 않지만 말이다. 결국 이 문제에 대한 나의 관점은, 공감은 할 수 없지만, 이해는 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나 할까.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레이는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 해에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 내용을 보니 이 이야기가 꽤 오래전 이야기라는 것이 실감이 나기도 했었다. 이 이야기가 또 기억나는 이유는, 그 소식을 알리는 레이의 일기의 뒷부분 때문이었다.
오랜 세월 유지되어온 현상이라 해도 결국 바뀔 수 있다고. 그렇다면 나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나만의 벽을 무너뜨리고 사람들을 안으로 들일 수 있지 않을까. (11월13일 일기에서)
전혀 바뀌지 않을 것 같았던 세상이 바뀌는 것을 보고, 약간의 희망을 품어보는 레이. 사실 레이의 진짜 문제는 뚱뚱한 것이 아니라 낮은 자존감이다. 주변에 벽을 둘러싸고 있는 것. 자신의 세계에 갇혀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꽤 보인다. 물론 줄곧 레이의 관점에서 일기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너무 가혹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또 다를 수 있다. 핀이 그랬던 것처럼. 레이는 그를 거만한 운동선수로 봤지만, 알고보면 좋은 아이였다. 그런 것처럼, 레이가 편견으로 인해 미처 파악하지 못한 주변 친구들의 속내가 있을지도 모른다.
요즘도 내 머리와 싸우고 있다. 일 년 전처럼 심하지는 않지만 아직 증상은 남아 있다. 머릿속에 온갖 끔찍한 생각들이 들어 있고 난 그걸 조절할 수가 있다. 그런 생각들을 머리에 떠올렸으니 스스로에게 벌을 주기 위해 여전히 자해도 한다. 비이성적이고 소름끼치는 생각들.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절대로 이해할 수가 없다. 하지만 난 낙천주의자다. 그리고 지난 일 년 동안 내 인생에서 경이적인 변화를 이뤄냈다. (12월12일 일기에서)
12월, 1년간 레이가 스스로 변화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고보니 그녀는 초반에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그러나 일기 속 그녀의 모습에서 그런 부분을 적게 느껴서, 이런 내용을 잘 떠올리지 않았던 것 같다. 레이가 생각하는 비이성적이고 소름끼치는 생각들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은 평범한 사람들도 가끔 떠올릴 지도 모른다. 하지만 레이가 그랬듯이, 낙천적인 생각들로 그 생각들을 흩어버리고 꽁꽁 묻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레이는 점차 나아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1년간의 일기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된다. 1년의 마지막 날, 어쩐지 두근거리게 하는 일이 레이에게 생기고 끝이 난다. 닫힌 결말이 아니라서 좀 아쉬웠지만, 이 책은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여진 글이다. 그러니까 열린 결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이야기는 대부분 열린 결말이니까.
책을 읽을 때는 잘 몰랐는데, 리뷰를 쓰다 보니까 의외의 부분에서 생각할 거리들이 있었던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이전에 읽었던 비슷한 장르의 책과는 다르다.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