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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의 숨소리가 그립다 - 물고기가 사라진 강의 부활에 인생을 건 남자 이야기
야마사키 미쓰아키 지음, 이정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강과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 강물의 숨소리가 그립다
자연은 항상 잃어버린 후에야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자연을 그대로 되찾는 데는 잃어버리는 과정에서 걸린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노력이 필요하고, 관심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일상 속에서 그런 것들을 인식하며 살아가는 건 쉽지가 않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그런 생각들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연이 필연이 되는 순간. 그건 그 우연을 맞닥뜨린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결정된다. 이 책의 저자 야마사키 미쓰아키는 죽음의 문턱에서 어릴적 자신이 놀던 공간인 다마강의 풍경을 보게 된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이후, 그는 어쩌면 그것이 일종의 계시일지 모른다고 생각했고, '죽음의 강'이라 불리게 되어버린 다마강을 살리는 일에 매진하게 된다.
다마강을 살리기 위한 저자의 노력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그가 환경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된 계기 또한 다마강에서 낚시를 하며 지냈던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강에서 누릴 수 있는 기쁨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마강을 살리는 데 보다 힘을 쏟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경험이란 것은 중요했다. 때문에 그가 더욱 강과 함께 하는 체험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모른다.
책에서 소개되는, 강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제안들이 흥미롭다. 단순히 강을 깨끗히 하는 것을 넘어서서, 그 강을 삶의 터전으로 되돌리는 것이 저자의 목표이다. 지역 속으로 강이 자연스레 스며들게 하는 것. 때문에 그는 환경적으로 깨끗하게 하는 것 뿐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 속에 강에 대한 친근함을 심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더렵혀진 자연을 깨끗하게 되살리는 것만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삶 속에 자연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책 속에서 저자는 이야기했다. 그가 어릴적에도 다마강은 깨끗하지 않았었지만, 그 안에서 물놀이를 했고, 그곳에서 낚시해 물고기를 잡아 요리를 해서 먹었었다고. 다마강은 그런 추억들을 그에게 선사했고, 그는 그런 추억들을 많은 사람들이 쌓아가며 다마강의 소중함을 느끼길 바랐던 것이다.
자연은 생각보다 우리에게 주는 게 참 많다. 더러워지고 엉망이 되어가면서도, 계속해서 무언가를 건넨다. 그렇기 때문에, 뭔가 어긋났다는 것을 쉽게 눈치채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세제나 비누에서 나는 향기가 의외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 향기는 물고기 살에 배어서 먹을 때 불편한 느낌을 준다고 한다. 세정작용과는 관계 없는 향기. 물론 빨래를 하거나, 씻은 후 좋은 향기를 맡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책을 읽으면서 다음부터는 향기가 없는 무첨가 세제와 비누를 찾아서 쓰는 노력을 해야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한 사람의 노력이 얼마나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지,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물론,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 실행되지 못한 노력들이 많이 남아있지만, 이제까지 실현해온 것만으로도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그는 그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강을 지역 주민들 곁으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언젠가, 그게 성공적으로 되었다는 소식을 기사를 통해 접할 수 있기를 바라며 책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