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할 지도
김성주 사진.글 / 카멜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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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를 읽는 이유, 어쩌면 _할 지도

 

<어쩌면 _할 지도>는 일주일 간 하루에 한 도시씩 배를 타고 여행하며 마주했던 공간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사진들,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이야기, 저자의 내면 이야기가 어우러져 있다.

제목이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빈칸이 들어간 제목이라니.

그 빈칸을 채워줄 단어들은 책 안에 담겨 있었다.

여행을 통해 막연했던 것이 채워진다는 의미였던 게 아닐까,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여행지에 관한 이야기, 여행지에서 만났던 사람들 이야기, 고민했던 이야기, 그리고 방향을 찾아낸 이야기가 이어진다.

 

여행 에세이를 읽다보면 비슷비슷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 떄가 있다.

<어쩌면 _할 지도>의 저자도 책 속에서 말했다.

무작정 사표를 던지도 여행을 떠난 회사원읭 이야기. 그것이 당사자, 내 인생에선 무척 특별한 일이었지만 세상에선 더이상 매력적인 이야깃거리가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TV와 책, 블로그, SNS에서 그런 소재는 너무 흔해졌으니까. (p.57)

이 글을 보고, 여행 에세이가 비슷한데 왜 새로운 책을 계속 찾아 읽고 있는 걸까, 생각했다.

결론은, 비슷하지만 분명히 다른 부분이 있으니까.

여행지의 매력적인 요소들을 알고 싶다면 여행 에세이보다는 여행 안내서를 읽었을 것이다.

굳이 여행 에세이를 찾는건, 감정적인 요소가 필요했던 것이리라.

누군가와의 만남, 여행지에서 느끼는 것들은 소소하게나마 다르다.

약간씩의 차이에서 느껴지는 '낯섦'이 계속해서 새로운 여행 에세이를 읽게 하는지도.

다만 그 약간의 차이를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게 안타깝다.

이 책도 그렇다.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는데 그걸 표현할 수가 없다. 역시 사전이라도 사다 보면서 표현력을 키워야 하는건가.

 

<어쩌면 _할 지도>는 도시별로 에피소드가 나뉘어 있어 한 편씩 읽기 좋다.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의 글이라 좋았다.

제목을 생각하며 그 빈칸에 무슨 말을 넣어보면 좋을까 떠올려보는 것도 좋겠다.

어쩌면, 저자가 미처 채워넣지 못한 매력적인 이야기를 발견할 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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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를 권하는 사회 - 주눅 들지 않고 나를 지키면서 두려움 없이 타인을 생각하는 심리학 공부
모니크 드 케르마덱 지음, 김진주 옮김 / 생각의길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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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관계의 심리학, 혼자를 권하는 사회

 

<혼자를 권하는 사회>는 '고독'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하고 있는 심리학 책이다.

현대 사회에서 '고독'을 느끼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고독'에 대한 의미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고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관계를 맺어가야하는지, 관련 심리학을 설명하고 있다.

책의 시작은 '아델린'이라는 인물의 편지들이다. 저자에게 상담을 받았던 인물들은 편지를 쓰기도 했는데, 아델린의 편지가 저자의 마음을 흔든 것이다. 이렇게 실제로 누군가가 쓴 편지로 글을 시작하니, 더 '현실적인 문제'로 인식하게 된다. 아델린은 자신의 감정과 고통을 솔직하고 명확하게 표현했기 때문에 '고독'이 가져다주는 고통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그려진다.

 

그들은 자신의 혼란과 고통을 숨기고 괴로움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법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인간관계와 감정이 텅 비었다는 느낌에 사로잡혀 있었다. 날이 갈수록 자신을 파괴하는 그 감정은 타인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말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 그래서 그들의 진짜 모습이 사랑받지 못하는 데서 기인하는 것이었다. (p.24)

 

영재들의 고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영재에 국한한 내용은 아닌 듯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 놓여있지 않을까 한다.

'진짜 나'를 상대에게 보여주는 건 두려운 일이다. 멀쩡해 보이는 것들로 겉을 둘러싼 채 인간관계를 맺는다. 괜찮은 척 하면서 진짜 감정을 숨긴다.

그렇게 살다가 문득, 내가 뭐 하는거지... 하고 공허함을 느끼는 거다.

책 내용 전반에 걸쳐서 이런 내용이 많이 나온다. 겉으로는 고독해보이지 않을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고독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들.

 

바로 객관적으로 봤을 때 주위에 얼마나 많은 대인관계를 맺고 있든 고독은 이와 상관없다는 것이었다. 자신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혼자'라고 묘사한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은 수적으로 충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그 관계들에 만족하지 못하고 실망하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p.128)

 

이렇게 고독에 대한 의미 탐구들이 좋았다.

이 책에서는 고독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 사회 구조가 고독한 이들을 만들어내기도 한다고 말한다.

'영재'의 고독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들도 있었는데, 일반인이 보긴 애매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밖에 책 제목이 <혼자를 권하는 사회>인 만큼, 고독을 끌어내는 다양한 사회 요소들이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은 고독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될 조언 파트로 끝나는 구성이 나쁘지 않다.

생각보다 전문적인 책이라 가볍게 읽겠다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다면 어려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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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열심히 살고 있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나는 거니?
송정림 지음, 채소 그림 / 꼼지락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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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필요할 때 읽을 책, 나 열심히 살고 있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나는 거니? 

 

제목에 끌렸다.

<나, 열심히 살고 있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나는 거니?>.

그리고 표지.

버스정류장에 혼자 앉아 있는 여자가 있다. 입은 꾹 다물어 일자를 하고 있다. 주변엔 아무도 없다. 비둘기 몇 마리 뿐.

나도 그런적 있었지, 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마음이 허전할 때, 공허함이 느껴질 때.

이 책을 읽으면 그 비워진 부분이 조금 채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내 삶이 완전히 정전돼버리는 것 같은 순간,

더 이상 난로도 작동하지 않고

더 이상 등불도 없어서

마치 전기가 나가버린 터널 속처럼

깜깜해지는 순간이 살다보면 온다.

 

그러다가 마음에 등불이 탁, 하고 켜지는 순간,

마음 방송국에 ON-AIR 불이 켜지는 순간이

또 다가와 준다. (p.31)

 

이런 에세이들을 읽다보면, SNS에서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읽으며 생각한다.

나만 그런게 아니었어.

그럴 때면 조금 위로받는 느낌이 든다. 자책하던 마음이 사그라진다.

뻔하디 뻔한 이야기,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그런 이야기라는 게 위로가 된다.

어쨌든 다들 견뎌냈다는 거니까. 그럼 나도 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드니까.

 

위로는 손을 잡고

그 추운 영혼 위에

이불을 덮어주는 일

그리고 그 따뜻한 이불이

내 영혼도 덮어주는 일. (p.38)

 

공감이 얼마나 사람에게 필요한 것인지 생각했다.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는 것 같은 복잡한 마음.

열심히 뭔가 해보는데 나아가는 것 같지 않아.

겉으로는 괜찮은 척 하지만 속은 점점 어두워지는 것 같을 때.

이 책의 글들을 읽어보며 잠깐, 한숨 돌려보는 것도 좋겠다.

게다가 이 책은 색감도 마음에 드니까.

중간중간 글씨색에 그라데이션이 들어간 부분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글도, 색감도, 글씨체도 편안한 쉼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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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3
공자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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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님의 말씀을 읽어보자! 논어

 

새해가 되면 항상 하는 독서계획. 올해는 동양 고전도 읽어보기로 했다.

동양 고전하면 역시 공자왈 맹자왈 아니겠는가. 공자님 말씀이 담긴 <논어>가 올해 첫번째 만난 동양 고전이 되었다.

현대지성 출판사는 예전에 동화 전집으로 만났었다. <피터 래빗 전집>과 <그림형제 동화 전집>.

동서양 가리지 않고 그야말로 '클래식'한 책을 번역해 소개하고 있는 곳이 아닌가 한다.

<논어>는 저자가 공자이지만, 공자님 말씀만 담긴 것은 아니었다. 읽지 않았다면 몰랐을 사실.

공자님의 말씀이 대부분이다만, 뒷부분에 가면 공자 사후 그의 유지를 이은 제자들이 한 말도 있다.

마지막 부분인 '요왈'편에는 중국의 요임금, 순임금, 우임금으로 이어지는 왕위 선양 과정도 담았다.

그러니까 <논어>는 단순한 말모음이 아니고 공자의 사상의 내용 뿐 아니라, 그 사상이 구축된 토대와 후대에 끼친 영향까지 품어낸 글인 것이다.

<논어>에 담긴 공자님의 말씀의 형태는 다양하다. 단순히 공자님이 말씀하신 내용을 담은 구절도 있으며, 제자나 정치가들의 물음에 답한 내용도 있다.

이렇게 '말'을 모아낸 구성, 어딘가 익숙하다. 서양의 철학가가 떠오른다. 소크라테스. 그도 대화를 통해 자신의 철학을 전파해 나가지 않았던가. 게다가 따로 저서를 남기지 않고 사후에 제자들이 스승의 말을 모아 책을 편찬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옛 역사나 고전들을 읽다보면 이렇게 동양과 서양의 비슷한 부분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는게 하나의 재미다.

 

<논어>는 총 스무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이, 위정, 팔일, 이인, 공야자아, 옹야, 술이, 태백, 자한, 향당, 선진, 안연, 자로, 헌문, 위령공, 계씨, 양화, 미자, 자장, 요왈.

이 편명들은 각 편 제 1장의 앞 두세 글자의 한자어로 명명했다고 한다. 그러니 이름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는 듯하다.

<논어>는 공자님의 말씀을 모아놓은 책이기 때문에, 하나씩 곱씹어 보기 좋을 듯하다.

이번에 읽었을 때 가장 기억에 남겨두고 싶은 구절이라고 생각한 것은 15편 23장의 이 구절이다.

 

子貢問曰: 有一言而可以終身行之者乎. 子曰: 其恕乎, 己所不慾, 勿施於人.

(자공문왈: 유일언어이가이종신행지자호. 자왈: 기서호, 기소불욕, 물시어인.)

자공이 "하나의 말로써 종신토록 행할 만한 것이 있습니까?"하고 묻자, 공자가 말했다. "서恕로다.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남에게 강제하지 말라."(p.304)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은 남에게 시키지 말라는 '서'의 정신. 서양에서도 '황금률'이라는 비슷한 내용이 있는데, 언제 봐도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구절을 보니 학창시절 공자 사상을 배울 때의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논어>는 간결한 말의 모음들이라 쉽게 읽히는 책이지만, 단순하기 때문에 독자가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오래전 선비들은 한 권의 책을 몇 번이고 읽었다던데. <논어>를 쭉 읽어보니 그럴법도 하다, 싶다.

이번에 읽은 현대지성 출판사에서 나온 <논어>에는 해석이 달려 있었는데, 다른 해석이 있다는 추가 '해설'이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만큼 시각에 따라, 자신 안에 쌓인 공부의 양에 따라 의미가 새롭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논어>는 한 번만 읽고 '이해했다'고 할 수 없는 책이라, 계속 읽으며 생각을 거듭할 필요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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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약 - 미술치료전문가의 셀프치유프로그램
하애희 지음, 조은비 그림 / 디자인이곶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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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추억이 주는 치유의 힘, 보는약

 

<보는약>은 컬러링을 통한 치유프로그램북이다.

책 제목 위에 '미술치료전문가의 셀프치유프로그램'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표지를 넘기면 이 책 내용은 특허까지 받은 전문적인 프로그램이라는 설명이 보인다.

신뢰감이 더해진다.

 

책과 함께 배송받은 색연필을 꺼내 색칠할 준비 완료!

본격적인 컬러링 이미지가 나오기 전에 책 사용설명서가 있다.

아무래도 특허를 받아 미술치료에도 활용되는 책이니만큼 설명이 꽤 자세한 편이다.

책에 있는 이미지를 활용하는 사례도 다양하게 제시했다.

색연필로 칠하는 것 뿐 아니라 콜라주 기법을 활용하는 등 다른 방식들도 소개했다.

 

주제가 세 가지다. 가족, 놀이, 그리운 이야기.

주제마다 포함된 이미지를 살펴보면, 현재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미지가 대부분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추억'을 떠올리는 것이 중요한 요소이니만큼, 그런 부분은 아쉬웠다.

 

세 주제 중에서는 '가족'이 그나마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이미지가 많이 있었다.

그 중 봉숭아물 들이는 모습을 골라 색칠해보았다.

어린시절에는 종종 들였던 봉숭아물.

첫눈이 올 때까지 그 색이 남아 있다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했었는데.

초록색 이파리를 손톱 위에 올리고 꽁꽁 묶어둔 뒤, 시간이 지나 풀어보면 손톱에 곱게 내려앉아 있던 꽃물을 떠올린다.

이 이미지 한 켠에 손 모양을 그리고 그 때의 봉숭아 꽃물 든 손톱을 색칠해봐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에 그려진 이미지가 추억과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색칠하면서 기억을 점점 확장시킬 수 있었다.

컬러링하는 부분 뒤에는 이 프로그램에 관한 설명이 더 있다.

추억을 떠올리며 색칠하는 것이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되는지에 관한 내용이 있다.

추억의 내용들을 살폈을 때 시기적으로 청소년기나 성인기 초반의 사건들을 특히 잘 기억하는데 그것을 '회고 절정'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했다는 것.

내용적으로 감정이 중요하다고 표시해 둔 일은 기억도 잘 된다는 '각인'과 관련된 설명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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