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질량
설재인 지음 / 시공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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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들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된 소설, 『우리의 질량』


이 책 정보를 처음 접한 건 인스타에서였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이 다시 한 번 삶을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

이 세계에 오게 된 이들은 모두 목 뒤에 매듭을 짓고 있는데, 그 매듭을 다 풀어내야 떠날 수 있다.

매력적인 설정이라 생각해 읽고 싶었다.


책을 받고 더 매력을 느꼈다.

물 속으로 빠지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

사진에서는 무지갯빛이 짙게 나타났지만, 실제로 보면 은은한 감도로 빛을 반사하는 부분.

흩어지는 듯한 부분이 있는 제목은 이미지 위가 아니고, 옆 부분에 올려져 있어 좋았다.

책을 읽기 전, 소개를 읽으며 상상했던 느낌과 통하는 것 같았다.

부유하는 듯한 느낌, 약간의 공허함.


이곳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세계다.

사는 게 버거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만이 이 세계에 떨어져 또 꾸역꾸역 살아가야 한다. 살아가기보단 견디며 건너야 한다고 표현해야 더 맞을까. (p.8~9)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세계. 모든 것이 동일하게 주어지기에 그곳에 머무는 이들은 오로지 '인간 관계'에 집중한다. '일정 농도'의 '긍정적인' 신체 접촉을 통해 자신의 목에 매인 매듭을 풀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관계에 집착하는 모습에 거부감을 느끼고 접촉을 피하던 서진은, 과거에 사귀었던 건웅을 발견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하던 남편 장준성도 발견한다.

서진과 건웅의 시점을 번갈아 가며, 그들의 과거 이야기가 풀려나온다.

둘 중 누구의 시선을 따라 가느냐에 따라, 그들이 살았던 세계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과거, 그리고 현재. 현재의 세계에서 떠돌던 서진과 건웅은 우연히 만난 선형과 지내다가 그의 죽음이 장준성 때문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 내막이 정말 충격적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싶은 마음이 든다. 건웅이 초반에 언급했듯이, '세상엔 미친 놈이 너무 많았다. 필요할 땐 언제든지 제정신인 척 할 수 있는 미친놈이.(p.36)'

마침내 서진은 장준성과의 악연을 끝내기 위해 다른 이들과 함께 행동에 나선다...


설정이 독특해 읽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낼 수는 없는 거였다.

처음부터 강렬하게 감정을 건드리는 부분은 없었는데, 이상하게 읽기 힘겨웠다.

이야기 자체는 환상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현실의 문제를 품고 있었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
점점 답답함이, 먹먹함이, 공허함이, 그들의 슬픔이 스르르 밀려온다.
그런 느낌들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책을 읽는 어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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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온 미술관 - 길 위에서 만나는 예술
손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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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만나는 공공미술, 『거리로 나온 미술관』


『거리로 나온 미술관』은 공공미술에 관한 책이다.

미술관 안에 고고하게 전시된 작품들이 아니라, 거리에서 길을 걷다가 마주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형태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각 작품에 담긴 예술적 의미 뿐 아니라, 그 공공예술 작품들이 어떤 배경을 가지고 만들어졌는지도 함께 담았다.

프롤로그에서 거리의 조형물이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정부 주도의 기념 조형물ㄹ, 문화예술 진흥법에서 건축비의 1%를 미술품에 쓰도록 한 내용에 따라 설치된 미술품, 서울시가 공공미술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하는 '서울은 미술관'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제작한 미술품, 기업들이 건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설치한 사례.

이 중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에 의해 생겨난 게 가장 많은데, 의무 사항이기 때문에 작품이 품은 가능성은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크게 4가지로 나누어 작품들을 소개했다. 1장에서는 익숙한 곳에 있는 공공미술 작품들. 2장에서는 건축물들. 3장에서는 근현대사의 영향을 받은 공공미술 작품들. 4장에서는 관점을 바꾸고 경계를 허문, 새로운 공공미술. 우리나라에 그만큼 다양한 공공미술 작품들이 만들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책을 읽으며 한번 직접 보고 싶다고 생각한 작품이 몇 있다.

한국 프레스센터에 있는 이우환 작가의 '관계항 연작'. 예전에 꽤 자주 지나다니던 곳이었는데 그곳에 공공미술 작품이 있었다는 건 전혀 몰랐다. 저자가 언급했듯 그 앞에 놓인 간판 때문이었을 것이다. 함께 실린 사진을 보니 작품이 매력적이다. 간판에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인지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함께 소개한 다른 관계항 연작 작품도 멋졌다.

성북동에 있다는 시민문화유산1호 '최순우 옛집'도 궁금한 작품. 2장에서 '건축'에 대해 담았는데, 여기 포함된 건축물 모두 매력있어 보였지만 최순우 옛집은 한옥이라는 매력도 있고, 복원에 얽힌 이야기까지 흥미로워 방문해보고 싶었다.

서울로7017 끝자락에 있다는 '윤슬'도 꼭 직접 보고 싶다. 햇빛을 반사해 물결처럼 일렁이며 반짝이는 모습이 매력적일 것 같다.

서대문 유진상가에서 볼 수 있다는 '홍제유연'도 궁금한 작품. '빛'을 이용한 작품인 것 같은데 책에 실린 사진들이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숨길>이 궁금하다. 숲그림자가 아른거리는 가운데 소리와 음악이 분위기를 잡아주는 길을 걸어보고 싶다.


주로 그림으로 채워진 미술관과 달리, 야외에 설치되는 공공미술은 조형물이 많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그저 바라보는 것 이상의 '체험'도 이 장르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책의 뒷부분으로 가면서 관객들이 '체험'할 수 있는 요소를 담은 공공미술 작품들을 소개하는데, 그런 부분들이 확실히 마음을 끌리게 했다. 책으로만 읽는데 그치는게 아니라, 직접 찾아가 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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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인 러브
레이철 기브니 지음, 황금진 옮김 / 해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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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이야기는 매력적이다, 『제인 인 러브』


로맨스 소설인 『오만과 편견』으로 유명한 제인 오스틴.

그녀는 평생 결혼하지 않은 채 책을 썼다. 그런데 어떻게 사랑에 관한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제인 인 러브』는 제인 오스틴이 21세기로 시간 여행을 했다는 가정에서 이어지는 로맨스 소설이다.

그녀가 21세기까지 와서 찾아낸 '하나뿐인 진정한 사랑'은 어떤 형태일까.


"하나뿐인 너의 진정한 사랑이 그 남자들 중에 없었던 거야. 그 남자를 찾으려면 넌 여행을 해야 돼." (p.66)


1803년 영국 바스. 글쓰기를 좋아하는 제인 오스틴은 미혼 여성이라는 이유로 주변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러다 마법처럼, 21세기로 넘어오게 되었다. 자신의 작품이 고이 모셔져 있는 것을 본다. 제인이 살던 18세기와는 전혀 다른 생활 방식들을 보고 경험한다. 이 시간에서 만난 영화배우 소피아와 교류하고,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제인이 21세기에 남고 싶어하자 점점 과거의 기록이 사라져 가고, 사랑과 예술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제인은 슬픔에 빠지겠죠. 그런데 바로 그게 제인을 작가로 성공하게 만들 거예요." (p.499)


제인 오스틴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신기하게도 제인 오스틴의 소설의 느낌들이 잘 묻어난다. 그만큼 제인 오스틴의 이야기들이 보편적인 감성을 담아내서인 걸까. 아니면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는 마음이 잘 녹아 있어서 공감력이 높아지는 걸까.

『제인 인 러브』를 읽으면서 제인 오스틴 소설 전집을 읽으며 마주했던 작품 속 시대의 생활 모습들,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

직접 쓴 소설들도, 제인 오스틴 자신을 소재로 한 이야기도 언제나 매력적인 작가. 제인 오스틴은 좋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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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바늘 수세미 원데이 클래스 - 만들며 즐겁고 선물하며 행복한 사계절 수세미 시간순삭 원데이 클래스 3
이서진 지음 / 길벗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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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초부터 차근차근 수세미 뜨기! 『코바늘 수세미 원데이 클래스』


대바늘로 하는 뜨개질은 오래전 해본 적이 있는데, 코바늘 뜨기는 좀처럼 할 일이 없었다.

코바늘로 뜬 도일리 등을 보며 예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만들어 보고 싶다'까지는 나아가지 않았다.

그러다 코로나 시대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고, 자급자족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코바늘로 수세미를 떠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지인에게 잠시 배웠지만, 익숙해지지 않고 시간이 흘렀다.

세상엔 해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고, 코바늘 뜨기에서 다른 것들을 미룰만큼 매력을 느끼진 못했다.

실력이 지지부진한 채로 있었는데, 사이사이 코바늘 뜨기 도안은 또 찾아 읽었다.

『코바늘 수세미 원데이 클래스』도 귀여워 보이는 도안이 많아 읽어보고 싶었다.


사진 속 수세미는 직접 만든 것은 아니고, 가족이 책의 도안을 보고 만들었는데, 약 30분 가량 걸린 듯하다.

책 속의 도안들이 쉬운 편이라 했다. 그러니 나 같은 초보에게 딱 좋은 책이 아닐까.

코바늘 뜨기를 할 때 필요한 재료, 실과 바늘을 잡는 법, 기초 뜨기 방법, 뜨개질 기호부터 차근차근 나아간다.

예전에 배웠던 기억도 조금씩 되살아났다.

전 과정을 영상으로 볼 수 있는 QR코드도 있어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영상을 보면서 조금씩 따라할 수도 있다.

처음 시작하거나, 아직 능숙하지 않은 초보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납작한 모양의 수세미 도안들에 병솔로 적합한 수세미 도안들도 있었다.

책에 실린 여러 도안들을 차근차근 따라하며 코바늘 뜨기에 익숙해진다면 '나만의 도안'도 언젠가 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아직 멀기만 한 일이지만, 언젠가 닿을 날이 오리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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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를 마시며 와인을 듣다 예서의시 14
박용재 지음 / 예서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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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느낌을 담아낸 시집, 『재즈를 마시며 와인을 듣다』


제목이 매력적이었다.

'여행 시'라는 독특한 장르 구분도 흥미를 돋웠다.

재즈를 듣고 와인을 마시며 읽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프라푸치노를 마시며 카페에 흐르는 재즈를 들으며 읽었다.


여행 시라는 장르가 낯설다 생각했는데, 그냥 시처럼, 여행 글을 읽는 것처럼 읽을 수 있다.

여행의 이야기를 담은 시.

1987년 첫 해외 여행지 홍콩을 시작으로 2019년 인도까지 무려 30년간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그 순간, 느꼈던 것들을 다듬어 쓴 시.

함축적이어서, 간결해서 좋았다.

불필요한 꾸밈이 없는 정경, 생각, 감정을 마주했다.

공백이, 여백이 있어 상상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시간 순서대로가 아니고 뒤섞인 것도 좋다.


몇몇 시들은 연작처럼 제목 뒤에 숫자가 붙었다.

표제작인 '재즈를 마시며 와인을 듣다'도 그러했다.

부제로 재즈 곡을 썼는데, 소개한 재즈 곡들이 듣고 싶어진다.

표제작 아홉번째 시였던 '오버 더 레인보우' 편이 좋았다.

주디 갈란드, 엘라 피츠제럴드, 아레사 프랭클린, 사라 본, 코니 탈봇이 노래했던 곡.

'오버 더 레인보우'를 불렀던 이들의 이름과, 가사 내용이 교차한다.

무지개 너머를, 언젠가 들어본 이야기를, 파랑새가 날아다니는 곳을, 별에게 소원을 빌면, 꿈꾸는 일들이 이뤄진다고.

'오버 더 레인보우'는 영화 오즈의 마법사를 보기도 했고 노래 자체도 아주 유명해서 어느새 속으로 노래를 부르며 읽었다.

가사가 영어라 가사 의미에 대해서 생각할 일이 없었는데 이 시를 읽으며 가사 해석도 찾아 읽었다.

음도, 의미도 매력적인 곡이다.

세상의 꿈들이 노래한다

우린 날아갈 수 있을거야. (p.49, '재즈를 마시며 와인을 듣다9-오버 더 레인보우' 에서)


제목과 비슷한 연작 시로 '바흐를 마시며 맥주를 듣다'도 있었다.

음악을 들으며 무언가를 마시는 것. 무언가를 들으며 음악을 마시는 것.

서술어만 바꾸었는데도 신선한 느낌을 준다.

다른 시들도 이국적인 느낌이 녹아 있어서 여행의 매력을 전해주고 있다.

끝에는 인터뷰가 있어서 작가가 생각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도 짚어볼 수 있다.

우연히 읽은 시집인데,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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