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를 써야 작가가 되지
정명섭 지음 / 깊은나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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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지망생을 위한 정보를 담은 책, 계약서를 써야 작가가 되지


출판계는 어렵다고 하는데 작가를 꿈꾸는 이들은 많아진 현재. 수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책 출간을 꿈꾸며 여러 플랫폼에서 글을 쓴다. 그 경쟁률을 뚫고 출간 계약이라는 바늘 구멍을 통과했다고 마음을 놓기에는 이르다. '계약'은 어느 분야에서든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계약서를 써야 작가가 되지』는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정보, 계약서 쓰는 것을 주제로 삼았다.


첫장을 넘기면 긴 도서목록이 나온다. 글쓴이가 2006년 첫 책을 출간한 후 2020년 초반까지 세상에 나온 책들이다. 15년 동안 약 100여권. 분야도 다양하다. 추리소설, 좀비소설에서 시작해 청소년 소설과 동화, 역사소설까지. 문학이 아닌 인문서도 있다. 장편, 단편 길이를 가리지 않았다. 다작으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 같은 작가가 우리 나라에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을 낼 때마다 계약서를 썼다고 한다. 수많은 계약서를 쓴 경험을 이 책에 담았을테니, 신뢰감을 더해주는 목록이다.


하지만 글쓰기는 하나하나가 다른 세계관을 지닌 우주라고 할 수 있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도전해 성공했기 때문에 그 경험과 지식이 다음 주자에게 정답이 될 수는 없다. 교육이든, 필사든, 습작이든 말이다. 다만, 나의 성향과 사상에 맞는 방식으로 글쓰기를 연습해야 한다. (p.50)


처음부터 바로 계약 이야기를 하진 않는다.

출간을 하려면 작품이 있어야 한다. 그러니 시작은 창작, 글쓰기와 관련된 내용이다.

다양한 '병'에 관한 내용이 흥미롭다. 다양한 사례 중 두 가지에 눈이 갔다. 글을 쓰지 않고 설정만 주구장창 쓰는 병인 '설정병'. 세상에 완벽한 설정은 없는데, 자신이 없어 계속 설정만 짜게 되는 경우가 있다. 글을 쓰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중간에 포기해 버리는 '포기병'. 이 포기병이 위험한 건 습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야기를 시작했다면 완결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썼다. 한때 소설 쓰기를 꿈꿨으나 설정병, 포기병에 걸려 지금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을 접어둔 상태다. 머릿속을 맴도는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풀어쓰지 못할 것 같아서. 일단 써보는 게 중요한 걸까? 고민이 움튼다.

두번째 챕터에서 본 주제 등장! 계약서에서 확인해야 하는 것들을 알려준다. 저자의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들이다. 왜 계약서를 꼼꼼하게 봐야하는지, 각 요소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고 일반적인 기준이 어떠한지. 계약과 관련한 기타 다양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도 담았다.

마지막 챕터는 계약 후 작가로서 어떤 태도를 가지고 활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을 담았다.

계약서. 딱딱할 수 있는 주제인데 상당히 가독성이 좋은 책이다. 많은 글을 쓴 작가이기 때문에 매끄럽게 글을 쓸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좋은 가독성이 책의 큰 장점이기도 하다. 정보를 전달하는 책은 부담없이 쉽게 읽을 수 있으면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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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탐정 이상 5 - 거울방 환시기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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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이상, 숙적과의 마지막 대결! 경성 탐정 이상 5 거울방 환시기


김재희 작가의 '경성 탐정 이상 시리즈'의 마지막 권, 『경성 탐정 이상 5 거울방 환시기』가 출간되었다.

'경성 탐정 이상 시리즈'는 1권이 나왔을 때부터 읽을지 말지 고민했던 시리즈였다.

이상이란 실존 인물을 토대로 한 픽션이라는 점에 망설였다. 이번에 완결 소식을 듣고 읽어보기로 했다.

표지의 인물 뒷 배경의 조각난 이미지가 부제에 쓰인 단어, '거울방'의 이미지를 짐작케 한다.


교동도라는 섬에 지어진 독일계 기숙학교, 슈하트. 그곳에 재학중이던 여학생이 사라졌다.

사건에 대해 조사해달라는 의뢰를 받은 이상은 구보와 함께 인천으로 향하는 기차를 탄다.

그 기차 안에는 각기 다른 이유로 슈하트로 향하는 인물들이 몇 타고 있었고, 그 중 하나가 살해된 채 발견되고 한 남자는 사라진다.

예상치 못했던 사건을 뒤로 하고 도착하게 된 슈하트.

관계자들을 만나던 이상과 구보는 슈하트에서 징벌의 목적으로 학생을 '거울방'이라는 곳에 가두었고, 사라진 여학생 역시 거울방에 들어간 후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거울 방은 어떤 데죠?"

상은 가장 궁금해하던 주제로 돌아왔다.

"거울방은 사면이 아니라 여덟 면이 거울이에요. 팔각형 거울벽이 하나하나 다양한 각으로 조각나 있어 얼굴은 수십 개 심지어 수백 개가 보이죠. 면과 면이 반사돼서……."

구소진이 잠시 멈추고 손을 가볍게 떨었다. 구보가 물을 건넸다.

"바닥에 하얀 자갈이 깔려 있어요……. 차가운 자갈을 맨발로 밟고 작은 의자에 앉아서 나를 봐요. 아무도 없어요. 거울만이 내 얼굴, 옆모습, 앞모습, 가슴과 팔, 다리, 발가락까지 비춰요. 그걸 모두 봐야 해요. 지옥이죠……."

구소진 눈이 공포로 물들었다. (p.109)


조사를 이어나가던 중 이상은 행방불명되고, 이튿날 거울방에서 정신을 잃고 손에는 피묻은 칼을 쥔 채 발견된다.

사라졌던 여학생의 시체와 함께.

이 모든 사건을 계획한 것은 이상의 숙적, 류 다마치 자작이었는데... 이상은 그의 최종 목적을 저지할 수 있을까.


장편이라 읽는 데 조금 애를 먹었다. 근현대 시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는 점도 어려움을 더했다.

하지만 이상과 구보, 이 콤비가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숙적이라 할 수 있는 류 다마치 자작의 존재까지 있으니 '셜록 홈스 시리즈'가 떠오르기도 했다. 특히 류 다마치가 스스로를 '설계자'라고 하는 걸 보니 '그'의 그림자가 담긴 듯하다.


"이상. 난 말이지. 날 때부터 속한 곳이 없는 자야. 중도연합도 슈하트도 내 이상향을 건설하는 도구이고, 난 설계자이지. 이 모든 걸 지휘하는. 자네도 나처럼 목적을 위해 다른 모든 걸 수단으로 생각하고 살아봐. 다시는 정신착란을 겪는 일 따위는 없을걸세." (p.264)


'거울방'이라는 소재가 인상적이다. 이상의 시에서도 '거울'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게 있기 때문인지 이 작품 속에서 이상의 작품이 언급되는 부분이 있다. 초판 한정 부록으로 '경성 탐정 이상 시리즈'에서 소개되고 영향을 준 이상 작품을 모은 것이 있으니 참고하면서 읽으면 좋을 것이다. '거울방'을 묘사하는 내용을 처음 읽었을 때 어쩐지 '에도가와 란포'가 떠올랐다. 거울을 소재로 한 작품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작품을 읽었을 때의 기괴했던 느낌이 떠올라 '거울방'의 공포스러울 듯한 정경을 연상할 수 있었다.

거울이란 참 묘한 존재다. 거울에 비치는 상은 같은 모습인 것 같지만 사실 모든 것이 반대다. 선함과 악함의 마주봄. 또다른 자아. 그런 거울의 이미지를 경성 탐정 이상의 마지막 이야기에 겹겹이 채워냈다.

이상과 구보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진다. 교과서에서만 배우던 모습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으로서의 모습. 유명하지 않은 작품들이 하는 이야기. 누군가에 의해 해석되고 풀이된 형태가 아니라, 아무 선입견 없이 내용만을 보며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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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센스 노벨
스티븐 리콕 지음, 허선영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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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난센스를 담은 단편집, 난센스 노벨


책소개에 따르면 이 소설은 '북미식 유머의 정수'를 담고 있다고 한다. 북미식 유머는 어떨까 호기심에 읽게 되었다.

오랜만에 문화의 벽을 느꼈다. 곳곳에서 난해함과 어색함을 느꼈다. 제목대로, 『난센스 노벨』은 난센스한 소설이었다.

난센스. 국어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이치에 맞지 아니하거나 평범하지 아니한 말 또는 일'이라고 한다.

책에 실린 8편의 단편 모두 난센스한 내용을 담고 있다.


1화는 보물을 독차지하기 위해 같은 배에 탄 선원들을 한 명씩 제거하는 선장과 그의 공범이 되는 항해사의 이야기이다. 요약해놓으니 평범해보이는 스릴러같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스릴러가 아니다.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가 언어유희 같은 면이 있어선지 가벼운 분위기로 흘러간다.

2화는 블랙유머 스타일의 이야기다. 주인공이 선하게 살려고 했을 때는 모두 외면하고 냉정하게 대했는데, 잔혹하게 범죄를 저지르자 관심을 받고 그를 바탕으로 성공의 단계를 밟아가게 되는 내용이다.

3화는 주인공 여인이 너무나 어리석은 것이 너무 뻔히 보이는 내용이다.

4화는 무인도에 남녀 둘만 표류된 줄 알았는데, 사실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반전까지 있다.

5화는 가문간의 오래된 악연을 배경으로 하는 내용인데, 현재 일어나는 상황은 사실 그다지 낭만적이진 않다.

6화는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내려는 기자의 이야기이다. 단서를 다 찾아놓고서는 범인을 잡아내진 못했다.

7화는 크리스마스 배경에 딱 어울리는 타입의 이야기였다.

8화는 암울한 미래를 보여주는 내용이었는데, '석면' 때문에 계속 몰입감이 떨어졌다. 석면은 몸에 해롭다는 생각이 계속 떠오르는 바람에.


언어유희, 반어법, 때로는 앞에서 언급한 내용을 대놓고 부정하는 내용도 있다. 그런 난센스함으로 가득한 이야기들이다.

8편은 모두 난센스를 담고 있지만 각기 다른 난센스함을 보여준다. 장르와 분위기가 다르다.

이야기는 독특함이 있었지만, '유머'라고 생각하던 이미지와 거리가 있었다. 유머는 '웃음'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러기에 뭔가 애매했다. 선하지 않은 인물, 어리석은 인물들이 주인공인 이야기라 등장인물들에 호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북미식 유머는 비판을 가득 담은 풍자에 가까운 내용들을 다루는 게 아닌가 싶다. 냉소보다는 따뜻한 웃음을 원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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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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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임에 곁들이고 싶은 독서 에세이, 다정한 매일매일


이 책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책이구나, 읽지 않았을 때부터 직감했다.

이유가 세 가지나 있었다.

하나. 작가의 소설집을 인상깊게 읽은 기억이 있다. 한국 작가의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 아니지만, 가끔 읽고 '좋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책들이 있다. 백수린 작가의 소설집을 읽으며 글의 분위기에 끌렸었다. 글의 분위기는 문체가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이 에세이도 기대될 수밖에.

둘. 표지부터 마음에 든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화사한 색감. 복숭아 빛 같은 연한 다홍색은 책 표지에 쓰인 건 처음 본다. 그 신선한 색감이 깔끔한 디자인과 제목 글씨체, 중간에 보이는 표지 일러스트와 잘 어울렸다. 실제 책을 만졌을 때는 보들보들한 촉감까지 마음에 들었다! 표지는 책의 '이미지'를 형성해주는 가장 처음의 요소. 두근두근하고 따뜻한, 설렘을 담은 이미지를 주었다.

마지막. 소재도 좋았다. 에세이인 것도 좋았는데, 알고보니 독서 에세이였다! 책을 소개하는 책은 언제나 마음이 향한다. 거기에 빵과 함께 소개한다니, 둘의 조합을 기대했다.


『다정한 매일매일』은 '책 굽는 오븐'이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책을 소개하기 위해 연재했던 짧은 원고들을 묶어낸 책이다.

하나의 이야기마다 한 종류의 빵과 한 권의 책을 연관지었다. 여기서 빵은 책 내용 속에 등장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작가의 개인적인 감상에 의해 선택된 경우이기도 하다. 빵과 책은 서로를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덕분에 먹어 보고 싶은 빵도 많이 생기고, 읽고 싶은 책도 가득 생겼다.

표지에 그려진 일러스트처럼, 홍차 한 잔과 가벼운 티푸드와 함께 이 책을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소설가로서 나는 언제나 서사의 매끄럽지 않은 부분, 커다란 구멍으로 남아 설명되지 않는 부분에 마음을 주는 사람이다. 소설에서도, 그리고 인생에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부분은 그런 지점들이 아닐까? 우리는 삶과 세계를 하나의 매끄럽고 완결된 서사로 재구성하려 애써 노력하지만, 사실은 끝끝내 하나가 될 수 없는 단편적인 서사들을 성글게 엮으며 살아갈 뿐이니까. 그리고 바로 거기, 언어로 설명할 수 없고 때로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도 없는, 서사와 서사 사이의 결락 지점. 그런 지점이야말로 문학적인 것의 자리일 거라고 나는 믿고 있다. (p.89)


이 독서 에세이는 현재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가 쓴 글이어서인지, 소설가의 관점에서 바라본 감상들이 있다. 삶과 이야기의 비슷한 점에 대해 표현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소개한 책들 중에는 읽어본 책도 있고, 들어본 책도 있고, 처음 알게 된 책도 있다.

이미 알던 책이어도 『다정한 매일매일』에서 소개하는 글을 읽으며 미처 생각치 못했던 감상과 매력을 느끼게 되기도 했다.

다른 독서 에세이를 통해 접했던 책이 또 있어서 신기하기도 했다. 좋은 책은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건가 싶었다.

그런 책이 캐서린 맨스필드의 『가든파티』,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 앨리스 먼로의 『디어 라이프』. 이 중 『디어 라이프』는 읽었던 책이고 다른 두 책은 언젠가 꼭 읽어봐야지 하던 책이라 이렇게 만나니 반가운 느낌이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은 이 좋아하는 마음을 어떻게 글로 담아내야할지 모르겠어서 항상 서평 쓰는 게 힘들다.

이 책도 그렇다. 책을 읽으면서 줄곧 느꼈던 그 행복한 두근거림을 이거다, 싶게 쓸 수 없어서 아쉽다.

책은 아쉽지 않은데 내 필력이 아쉬울 따름이다.

어린 시절 나를 무섭게 만드는 것은 비현실의 세계였다. 귀신이나 지옥처럼, 누구도 명료하게 그 존재에 대해 설명할 수 없는 것들.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너무나 명료한 것들이 더 두려울 때가 있다. 이를테면 칼로 벤 자국처럼 선명한 말이나 확신에 찬 주장 같은 것들. 자신이 틀렸을 수도 있음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이상한 신념들. - P54

이 대목을 읽을 때마다 나를 어떤 단어로도 포착할 수 없으나 분명 거기에 존재하는 감정에 대해서 생각하곤 한다. 때로는 우리를 압도하고, 송두리째 다른 사람으로 변모시키기까지 하는데도 타인에게는 결코 말로 설명할 수는 없는 감정에 대해서. - P94

사람들은 쉽게 타인의 인생을 실패나 성공으로 요약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좋은 문학 작품은 언제나, 어떤 인생에 대해서도 실패나 성공으로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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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책 미스터리
제프리 디버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김원희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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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스타일의 책 미스터리를 모았다! 세상의 모든 책 미스터리


매년 연말이 되면 북스피어 출판사에서 만들어온다는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시리즈. 올해로 4년째인 이 시리즈의 신작! 『세상의 모든 책 미스터리』를 읽었다. 뉴욕에서 미스터리 전문 서점을 운영하는 주인이 매해 크리스마스마다 주제를 정해 작가들에게 원고를 부탁해 매년 만든다는 미스터리 앤솔러지 시리즈. 시리즈 첫번째 책부터 매년 출간되는 이 시리즈 책들을 재미있게 읽고 있었기에 이번 책도 기대가 한가득이었다. 게다가, 이번 책의 주제는 '책 미스터리'였으니 더욱 더!

 

책을 소재로 한 책들을 워낙 좋아해 그런 종류의 책들을 많이 읽어왔다. 추리 소설도 좋아하기 때문에 책과 미스터리를 합친 이야기도 즐겨 읽었다. 그 이야기들은 '책'이 주는 이미지가 녹아든 듯한 미스터리가 대부분이었다. 이야기에서 냄새를 맡을 수 있다면 오래된 종이 냄새가 날 것 같은 이야기. 책장에 빼곡히 글자가 적혀 있는 이미지가 떠오르는 이야기 같은 느낌.

그런데 하드보일드 스타일을 마주할 줄이야. 소재를 활용해 이야기를 만드는 것엔 한계란 없다는 걸 보여주듯, 신선함을 계속 느끼게 한 『세상의 모든 책 미스터리』였다.


"시간이 흐르면 책도 숨을 쉬어야 합니다. 걔네는 너무 오랫동안 기다려요. 갇힌 채로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겁니다. 딱 봐도 아주 오랫동안 아무도 걔들을 읽어주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읽기는커녕 펼쳐 보지도 않았다는 걸." (p.33)


이번 책은 총 8편의 단편을 담았다.

첫번째 단편, '세상의 모든 책들'.『세상의 모든 책 미스터리』를 읽기 전까지 가졌었던 책 미스터리에 관한 이미지에 가장 부합했던 이야기다. 서점에서 책이 자꾸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범인을 찾아내는 이야기.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범인의 거처 묘사가 선명한 이미지를 새긴다.

바로 이어진 두번째 단편 '모든 것은 책 속에'가 하드보일드 스타일이라 강렬한 충격을 준다. 이 스타일 때문에, 범죄와 얽힌 '책'의 정체가 밝혀지는 마지막 반전이 효과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세번째 단편인 '용인할 만한 희생'은 읽으면서 책 속 특정 등장인물에 대해 계속 재평가를 하게 되었고, 네번째 단편 '제3국의 프롱혼'은 배경이 주는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다섯번째 단편 '유령의 책'은 거짓말이 진실이 되어버린 아이러니, 우연의 이야기였고, 여섯번째 '죽음은 책갈피를 남긴다'는 익숙한 느낌의 추리물이었다.

일곱번째 단편 '망자들의 기나긴 소나타'는 제목이 연상시키는 음울한 분위기가 작품 전반에 내려앉아 있었고, 마지막 '이방인을 태우다'는 누군가의 삶, 그의 인생의 선택, 가지 않은 길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내용이었다.


역자 후기에서는 '뜻밖의 발견'으로 이야기가 끝이 난다고 했는데, 이 이야기에 동의한다. 각각 반전을 품고 있었다. 단편이니만큼 이야기를 천천히 쌓아올리기보다는, 반전이 녹아든 스토리가 어울린다.

책을 제각각의 관점으로, 방법으로 아끼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애정과 집착이 만들어낸 사건들, 수수께끼들, 비극들.

역시, 책을 소재로 한 책은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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