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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책 미스터리
제프리 디버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김원희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스타일의 책 미스터리를 모았다! 세상의 모든 책 미스터리
매년 연말이 되면 북스피어 출판사에서 만들어온다는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시리즈. 올해로 4년째인 이 시리즈의 신작! 『세상의 모든 책 미스터리』를 읽었다. 뉴욕에서 미스터리 전문 서점을 운영하는 주인이 매해 크리스마스마다 주제를 정해 작가들에게 원고를 부탁해 매년 만든다는 미스터리 앤솔러지 시리즈. 시리즈 첫번째 책부터 매년 출간되는 이 시리즈 책들을 재미있게 읽고 있었기에 이번 책도 기대가 한가득이었다. 게다가, 이번 책의 주제는 '책 미스터리'였으니 더욱 더!
책을 소재로 한 책들을 워낙 좋아해 그런 종류의 책들을 많이 읽어왔다. 추리 소설도 좋아하기 때문에 책과 미스터리를 합친 이야기도 즐겨 읽었다. 그 이야기들은 '책'이 주는 이미지가 녹아든 듯한 미스터리가 대부분이었다. 이야기에서 냄새를 맡을 수 있다면 오래된 종이 냄새가 날 것 같은 이야기. 책장에 빼곡히 글자가 적혀 있는 이미지가 떠오르는 이야기 같은 느낌.
그런데 하드보일드 스타일을 마주할 줄이야. 소재를 활용해 이야기를 만드는 것엔 한계란 없다는 걸 보여주듯, 신선함을 계속 느끼게 한 『세상의 모든 책 미스터리』였다.
"시간이 흐르면 책도 숨을 쉬어야 합니다. 걔네는 너무 오랫동안 기다려요. 갇힌 채로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겁니다. 딱 봐도 아주 오랫동안 아무도 걔들을 읽어주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읽기는커녕 펼쳐 보지도 않았다는 걸." (p.33)
이번 책은 총 8편의 단편을 담았다.
첫번째 단편, '세상의 모든 책들'.『세상의 모든 책 미스터리』를 읽기 전까지 가졌었던 책 미스터리에 관한 이미지에 가장 부합했던 이야기다. 서점에서 책이 자꾸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범인을 찾아내는 이야기.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범인의 거처 묘사가 선명한 이미지를 새긴다.
바로 이어진 두번째 단편 '모든 것은 책 속에'가 하드보일드 스타일이라 강렬한 충격을 준다. 이 스타일 때문에, 범죄와 얽힌 '책'의 정체가 밝혀지는 마지막 반전이 효과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세번째 단편인 '용인할 만한 희생'은 읽으면서 책 속 특정 등장인물에 대해 계속 재평가를 하게 되었고, 네번째 단편 '제3국의 프롱혼'은 배경이 주는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다섯번째 단편 '유령의 책'은 거짓말이 진실이 되어버린 아이러니, 우연의 이야기였고, 여섯번째 '죽음은 책갈피를 남긴다'는 익숙한 느낌의 추리물이었다.
일곱번째 단편 '망자들의 기나긴 소나타'는 제목이 연상시키는 음울한 분위기가 작품 전반에 내려앉아 있었고, 마지막 '이방인을 태우다'는 누군가의 삶, 그의 인생의 선택, 가지 않은 길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내용이었다.
역자 후기에서는 '뜻밖의 발견'으로 이야기가 끝이 난다고 했는데, 이 이야기에 동의한다. 각각 반전을 품고 있었다. 단편이니만큼 이야기를 천천히 쌓아올리기보다는, 반전이 녹아든 스토리가 어울린다.
책을 제각각의 관점으로, 방법으로 아끼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애정과 집착이 만들어낸 사건들, 수수께끼들, 비극들.
역시, 책을 소재로 한 책은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