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탐정 이상 5 - 거울방 환시기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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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탐정 이상, 숙적과의 마지막 대결! 경성 탐정 이상 5 거울방 환시기


김재희 작가의 '경성 탐정 이상 시리즈'의 마지막 권, 『경성 탐정 이상 5 거울방 환시기』가 출간되었다.

'경성 탐정 이상 시리즈'는 1권이 나왔을 때부터 읽을지 말지 고민했던 시리즈였다.

이상이란 실존 인물을 토대로 한 픽션이라는 점에 망설였다. 이번에 완결 소식을 듣고 읽어보기로 했다.

표지의 인물 뒷 배경의 조각난 이미지가 부제에 쓰인 단어, '거울방'의 이미지를 짐작케 한다.


교동도라는 섬에 지어진 독일계 기숙학교, 슈하트. 그곳에 재학중이던 여학생이 사라졌다.

사건에 대해 조사해달라는 의뢰를 받은 이상은 구보와 함께 인천으로 향하는 기차를 탄다.

그 기차 안에는 각기 다른 이유로 슈하트로 향하는 인물들이 몇 타고 있었고, 그 중 하나가 살해된 채 발견되고 한 남자는 사라진다.

예상치 못했던 사건을 뒤로 하고 도착하게 된 슈하트.

관계자들을 만나던 이상과 구보는 슈하트에서 징벌의 목적으로 학생을 '거울방'이라는 곳에 가두었고, 사라진 여학생 역시 거울방에 들어간 후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거울 방은 어떤 데죠?"

상은 가장 궁금해하던 주제로 돌아왔다.

"거울방은 사면이 아니라 여덟 면이 거울이에요. 팔각형 거울벽이 하나하나 다양한 각으로 조각나 있어 얼굴은 수십 개 심지어 수백 개가 보이죠. 면과 면이 반사돼서……."

구소진이 잠시 멈추고 손을 가볍게 떨었다. 구보가 물을 건넸다.

"바닥에 하얀 자갈이 깔려 있어요……. 차가운 자갈을 맨발로 밟고 작은 의자에 앉아서 나를 봐요. 아무도 없어요. 거울만이 내 얼굴, 옆모습, 앞모습, 가슴과 팔, 다리, 발가락까지 비춰요. 그걸 모두 봐야 해요. 지옥이죠……."

구소진 눈이 공포로 물들었다. (p.109)


조사를 이어나가던 중 이상은 행방불명되고, 이튿날 거울방에서 정신을 잃고 손에는 피묻은 칼을 쥔 채 발견된다.

사라졌던 여학생의 시체와 함께.

이 모든 사건을 계획한 것은 이상의 숙적, 류 다마치 자작이었는데... 이상은 그의 최종 목적을 저지할 수 있을까.


장편이라 읽는 데 조금 애를 먹었다. 근현대 시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는 점도 어려움을 더했다.

하지만 이상과 구보, 이 콤비가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숙적이라 할 수 있는 류 다마치 자작의 존재까지 있으니 '셜록 홈스 시리즈'가 떠오르기도 했다. 특히 류 다마치가 스스로를 '설계자'라고 하는 걸 보니 '그'의 그림자가 담긴 듯하다.


"이상. 난 말이지. 날 때부터 속한 곳이 없는 자야. 중도연합도 슈하트도 내 이상향을 건설하는 도구이고, 난 설계자이지. 이 모든 걸 지휘하는. 자네도 나처럼 목적을 위해 다른 모든 걸 수단으로 생각하고 살아봐. 다시는 정신착란을 겪는 일 따위는 없을걸세." (p.264)


'거울방'이라는 소재가 인상적이다. 이상의 시에서도 '거울'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게 있기 때문인지 이 작품 속에서 이상의 작품이 언급되는 부분이 있다. 초판 한정 부록으로 '경성 탐정 이상 시리즈'에서 소개되고 영향을 준 이상 작품을 모은 것이 있으니 참고하면서 읽으면 좋을 것이다. '거울방'을 묘사하는 내용을 처음 읽었을 때 어쩐지 '에도가와 란포'가 떠올랐다. 거울을 소재로 한 작품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작품을 읽었을 때의 기괴했던 느낌이 떠올라 '거울방'의 공포스러울 듯한 정경을 연상할 수 있었다.

거울이란 참 묘한 존재다. 거울에 비치는 상은 같은 모습인 것 같지만 사실 모든 것이 반대다. 선함과 악함의 마주봄. 또다른 자아. 그런 거울의 이미지를 경성 탐정 이상의 마지막 이야기에 겹겹이 채워냈다.

이상과 구보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진다. 교과서에서만 배우던 모습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으로서의 모습. 유명하지 않은 작품들이 하는 이야기. 누군가에 의해 해석되고 풀이된 형태가 아니라, 아무 선입견 없이 내용만을 보며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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