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티타임에 곁들이고 싶은 독서 에세이, 다정한 매일매일


이 책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책이구나, 읽지 않았을 때부터 직감했다.

이유가 세 가지나 있었다.

하나. 작가의 소설집을 인상깊게 읽은 기억이 있다. 한국 작가의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 아니지만, 가끔 읽고 '좋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책들이 있다. 백수린 작가의 소설집을 읽으며 글의 분위기에 끌렸었다. 글의 분위기는 문체가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이 에세이도 기대될 수밖에.

둘. 표지부터 마음에 든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화사한 색감. 복숭아 빛 같은 연한 다홍색은 책 표지에 쓰인 건 처음 본다. 그 신선한 색감이 깔끔한 디자인과 제목 글씨체, 중간에 보이는 표지 일러스트와 잘 어울렸다. 실제 책을 만졌을 때는 보들보들한 촉감까지 마음에 들었다! 표지는 책의 '이미지'를 형성해주는 가장 처음의 요소. 두근두근하고 따뜻한, 설렘을 담은 이미지를 주었다.

마지막. 소재도 좋았다. 에세이인 것도 좋았는데, 알고보니 독서 에세이였다! 책을 소개하는 책은 언제나 마음이 향한다. 거기에 빵과 함께 소개한다니, 둘의 조합을 기대했다.


『다정한 매일매일』은 '책 굽는 오븐'이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책을 소개하기 위해 연재했던 짧은 원고들을 묶어낸 책이다.

하나의 이야기마다 한 종류의 빵과 한 권의 책을 연관지었다. 여기서 빵은 책 내용 속에 등장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작가의 개인적인 감상에 의해 선택된 경우이기도 하다. 빵과 책은 서로를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덕분에 먹어 보고 싶은 빵도 많이 생기고, 읽고 싶은 책도 가득 생겼다.

표지에 그려진 일러스트처럼, 홍차 한 잔과 가벼운 티푸드와 함께 이 책을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소설가로서 나는 언제나 서사의 매끄럽지 않은 부분, 커다란 구멍으로 남아 설명되지 않는 부분에 마음을 주는 사람이다. 소설에서도, 그리고 인생에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부분은 그런 지점들이 아닐까? 우리는 삶과 세계를 하나의 매끄럽고 완결된 서사로 재구성하려 애써 노력하지만, 사실은 끝끝내 하나가 될 수 없는 단편적인 서사들을 성글게 엮으며 살아갈 뿐이니까. 그리고 바로 거기, 언어로 설명할 수 없고 때로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도 없는, 서사와 서사 사이의 결락 지점. 그런 지점이야말로 문학적인 것의 자리일 거라고 나는 믿고 있다. (p.89)


이 독서 에세이는 현재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가 쓴 글이어서인지, 소설가의 관점에서 바라본 감상들이 있다. 삶과 이야기의 비슷한 점에 대해 표현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소개한 책들 중에는 읽어본 책도 있고, 들어본 책도 있고, 처음 알게 된 책도 있다.

이미 알던 책이어도 『다정한 매일매일』에서 소개하는 글을 읽으며 미처 생각치 못했던 감상과 매력을 느끼게 되기도 했다.

다른 독서 에세이를 통해 접했던 책이 또 있어서 신기하기도 했다. 좋은 책은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건가 싶었다.

그런 책이 캐서린 맨스필드의 『가든파티』,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 앨리스 먼로의 『디어 라이프』. 이 중 『디어 라이프』는 읽었던 책이고 다른 두 책은 언젠가 꼭 읽어봐야지 하던 책이라 이렇게 만나니 반가운 느낌이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은 이 좋아하는 마음을 어떻게 글로 담아내야할지 모르겠어서 항상 서평 쓰는 게 힘들다.

이 책도 그렇다. 책을 읽으면서 줄곧 느꼈던 그 행복한 두근거림을 이거다, 싶게 쓸 수 없어서 아쉽다.

책은 아쉽지 않은데 내 필력이 아쉬울 따름이다.

어린 시절 나를 무섭게 만드는 것은 비현실의 세계였다. 귀신이나 지옥처럼, 누구도 명료하게 그 존재에 대해 설명할 수 없는 것들.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너무나 명료한 것들이 더 두려울 때가 있다. 이를테면 칼로 벤 자국처럼 선명한 말이나 확신에 찬 주장 같은 것들. 자신이 틀렸을 수도 있음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이상한 신념들. - P54

이 대목을 읽을 때마다 나를 어떤 단어로도 포착할 수 없으나 분명 거기에 존재하는 감정에 대해서 생각하곤 한다. 때로는 우리를 압도하고, 송두리째 다른 사람으로 변모시키기까지 하는데도 타인에게는 결코 말로 설명할 수는 없는 감정에 대해서. - P94

사람들은 쉽게 타인의 인생을 실패나 성공으로 요약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좋은 문학 작품은 언제나, 어떤 인생에 대해서도 실패나 성공으로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 P2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