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정리 중..
두 권씩 있는 책들이 꽤 된다. 아마 사연 있어서 남겨뒀을 텐데(남얘기?) 그래도 이참엔 추려봐야지. 책 사인회라는 걸 처음 갔던 걸로 기억하는데(그 후로도 별로 없는 듯했는데..아.. 정희진 선생님께 작년, 재작년 받았다)가서 작가님한테 흰소리하고 이불킥했던 기억이 생생하고.. 다시 읽지도 않으면서 볼 때마다 얼굴만 붉힐 바에야 책 정리할까.
매번 정리할까말까 고민하는 짐 중에 초등학교 때 일기장 칠십권 정도 있다. 그땐 일기 검사하며 에이, 에이플러스 점수 매기는 시절이었고 어른들 눈에 들려고 아등바등하는 어린이 있어서 못 봐주겠다. 전에는 어쩌다 웃긴 것도 있었던 거 같은데 이번에 열어본 장들은 영.. 칭찬의 해로움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이번에도 들고 갈 것이냐.
좋아했던 카페에 아이 입학하고는 통 못 가봐서 이사 가기 전에 한번이라도 들르고 싶은데 시간이 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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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7-20 1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김연수 작가님 필체 엄청 좋으시네요!!!

유수 2023-07-20 14:42   좋아요 0 | URL
저도 이번에 펴보고 같은 생각을 했어요ㅎㅎㅎ

은오 2023-07-20 15:30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 저 글씨 짱잘쓰는데 이거 어필 되나요?!

다락방 2023-07-20 16:21   좋아요 2 | URL
뭐라고요? 😱😱 저 글씨 잘 쓰는 사람한테 매력 느낍니다!!! 대박!! 글씨 잘 쓰는 젊은이라니!! 😱

반유행열반인 2023-07-20 14: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내가 사서 꽂아두고 안 읽은 김연수 책 한 권 바로 저것...저는 2017년에 샀는데 여태 안 봤어요 ㅋㅋㅋ 내 맘대로 커플템 임명... 일기나 편지는 버리는 순간 망각할 수 있더라구요. 나 기억력 좋다 했는데 어려서 주고 받은 편지 이사하면서 싹 버리니 그 시절 샥- 일기도 뭐 잊고 싶음 보내주고 나중에라도 써먹으려면(?어디? 유수 전집 제1권??) 남기구... 이사 준비 홧팅임다

유수 2023-07-20 14:44   좋아요 1 | URL
ㅋㅋ저 책만 안 읽고 다 읽으셨다구요? 저는 요즘 걸 거의 못 읽어봤는데. 크로스!!
보내주고가 스리슬쩍 ㅋㅋㅋㅋ 끼워져있어서 한참 웃어요 ㅋㅋ 홧팅 고맙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7-20 14:57   좋아요 1 | URL
아니에요 ㅋㅋㅋ김연수는
유령,백기행,미래,산문집 소설가의 일 이렇게 꼴랑 네개요 ㅎㅎㅎ‘산 것’중에 쟤 안 봄 ㅋㅋㅋ

유수 2023-07-21 10:08   좋아요 1 | URL
저는 스무살, 선영아, 세계의끝, 밤은 돌아온다.. 저도 꼴랑 다섯!! 똑같아!!

반유행열반인 2023-07-21 10:09   좋아요 1 | URL
근데 어째서인지
한 권듀 안 겹치고 저 책 소장만 겹쳐!!! 역시 커플템으로...나만 읽으면 이제 하나 겹친다... ㅋㅋㅋ

유수 2023-07-21 10:10   좋아요 1 | URL
저도 읽어야 됨. 사인만 받고 안 읽은 것인지 기억이 안나요 ㅜㅜ 엉엉 ㅜㅜ 이러면 또 읽다가 나 읽었나?? 갈팡질팡 난리되더라고요.

반유행열반인 2023-07-21 10:24   좋아요 1 | URL
읽은 지 십 년 되면 안 읽은 책인데 저거 벌써 십오년 키야 스무살 애기 유수라니... 나는 저때 김연수는 커녕 김성모 성매매촌 만화 이딴 시리즈 몇 십권씩 읽고 공부 안 해서 임고 떨어짐... ㅋㅋㅋㅋ

유수 2023-07-21 10:33   좋아요 1 | URL
ㅋㅋㅋ 떨어질 때조차 뭘 읽고 있었다는 게 킬포

은오 2023-07-20 15: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책 볼때마다 부끄럽고 이불킥 할정도의 흰소리가 뭘지 궁금합니다 ㅋㅋㅋㅋ 유수님 이사하시는군요. 이사 글자만 봐도 힘들다... 댓글에 응원 담고갑니다!!ㅋㅋㅋ

유수 2023-07-21 10:05   좋아요 1 | URL
깔끄미 은오님 이사랑 제 이사랑 비할 바가 안되겠지만 고마워요 ㅋㅋ 흰소리는 만나면 말해드림..

비로그인 2023-07-21 0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꺄아...2007년이네요? ㅋㅋ 재밌다...작가님께 뭐라하셨는지 궁금..😆

유수 2023-07-21 14:29   좋아요 0 | URL
2007년에 뭐하셨나요?(딴소리 겸 제소리) 저도 오후님 예전이 궁금…

서곡 2023-07-21 0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더운데 고생 많으시겠네요 벌써 금요일이네요 오늘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유수 2023-07-21 10:07   좋아요 1 | URL
그쵸 서곡님. 그날만 덜 더워라.. 별 소용없는 소망을 가지고 있어요. 서곡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용!
 

책 초반 범죄 프로파일링(행동과학부) 이전 시절 이야기. 당연한 것과 말도 안되는 것의 위치가 뒤바뀌어 있고 불과 얼마 전인지를 생각하면 놀라울 따름이다.

스프링그로브 주립병원의 여성 환자들이 한 사건을 구성하는 두 측면으로 피해자와 가해자를 모두 봐야 할 필요성을 알려주었다면, 남성 환자들은 (나중에서야 깨닫게 된 것이지만) ‘통제’가 얼마나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지 알려주었다. 통제, 더 정확하게는 ‘자신에게 통제력이 없다는 느낌’은 성범죄를 신고하고 트라우마를 입밖으로 꺼내는 여성이 너무 적은 한 가지 이유였다. 또한 이것은 강간이 여성의 옷차림 때문에, 혹은 여성이 강간 환상을 가지고 있어서 생긴다는 성범죄에 관한 정신분석학적 관점이 전혀 말이 되지 않는데도 수십 년간 도전받지 않고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통제는 낙인으로 이어졌고 낙인은 문제 전체가 드러나지 못하고 숨겨져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어쨌거나 아무도 피해자의 생각을 묻지 않았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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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식동물 2023-07-17 1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애나 번스의 소설 밀크맨을 남자들은 어렵다고 느낀다고 읽었던 적이 있는데... 이... 이 알못들이 이번에도,,,!!!!! 떼잉,,,

유수 2023-07-17 16:35   좋아요 0 | URL
모를 수도 있지.. 암.. 생각했던 적이 있었죠 ㅋㅋ지금은 모를 수 있는 안일함에 퉤퉤!!
밀크맨 안그래도 책장에 고이 꽂혀있는데 아직 못 읽어봤거든요. 밀크맨 재밌어요 기고님?
 

이 도시에 존재하는 사람이 딸과 나 두 사람뿐일 리 없었다.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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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쓸모 -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들
박산호 지음 / ㅁ(미음)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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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쓸모는 나도 잘 안다고 생각한다. 쓸모를 논할 일도 아니고, 없어도 상관 없다는 걸 안다. 한 시절을 나게 해주었던 가슴 속 소설 한 권이라면, 그 이상 말이 필요할까. 
이걸 제목으로 한 데는 이유가 있을 테다. 어디서든 효율, 동선, 능률, 가성비와 최적화를 찾는 세태라서 그럴지 작가가 이 독후 에세이에서 얘기하는 소설의 쓸모는 남다르게 다가온다. 

저자는 스릴러를 전문으로 번역하시는 분인데 나는 저자가 번역한 책 중 스릴러는 아닌, <자기만의 산책>을 재밌게 읽고 나서 이 번역가님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아직 목록에만 올려 둔 <토니와 수잔>도 좋아했던 영화의 원작이 된 책인 줄 여기서 알았네.) 코르셋과 치마 입고 하루 종일 걷고 산을 오르던 빅토리아 시대 여자들의 발자취를 좇아가는 그 책을 읽는 게 그렇게 짜릿했고 그 덕에 번역가의 다른 책들도 따라 다녔다. 지금은 연재를 쉬고 계신 (듯한) 모 포탈의 연재 콘텐츠도 재밌게 읽었고, 여러가지 이유로 이 책 나왔을 때 반갑게 집어들었다. 

즐겁게 책 읽어 본지가 언제인지. 
물론 요즘의 나도 좋은 책들, 가슴과 머리를 열어주는 책을 보려고 노력한다. 그치만 책을 처음 펼치는 마음이 일견 비장한데다 읽다 보면 자주 신경을 곤두세우는 일이 생긴다. 활자와 멀어지는 일상에 대한 보복심리로 겨우 몸을 일으켜 책을 어기적어기적 고르는 상황이라 즐거운 읽기와는 다소 멀다. 그런 내가 예전엔 책을 어떤 마음으로 봤더라..하는 게 이 책을 읽을수록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 소개하는 책들 중 읽지 못한 소설에까지 공명하게 된다. 소개하는 책이 재밌을 거 같아서, 좋은 리뷰라서, 혹은 소설의 쓸모 때문이기도 하지만 소설 읽는 독자의 재미 자체에 이입하게 되기에. 

읽는 동안 시간이 얼마 흐른지도 모르다가 고개를 들고서야 목이 뻐근하다는 걸 안다. 읽으면서 이런 사람, 저런 사람 구경하고 조금씩 그를 알아가며 어떨 때는 아주 속을 모를 사람 누구를 닮았다는 생각이 머리를 들기도 하고. 실제로는 마주칠 일 없는 사람일지라도 소설에서 만나면 내키지 않아도 이이를 따라간다. 그 시절엔 이렇게 살아도 됐다고? 무해하고 결백한(ㅋㅋ) 편견과 사생활 침해를 통해 다른 이를 이해할 구석, 나 역시 이해받을 구석을 하나씩 마련해 갔던 읽기. 읽는 이 각자가 생각하는 소설의 쓸모를 겹쳐보게 하는 에세이다. 

AI가 대체할 직업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게 번역가라지만, 글쎄.. AI가 독자마저 대체할 게 아니라면야.(다 해처먹??!!) 어떤 번역가들은 대체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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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3-07-14 10: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수님의 번역가(편애라도) 찐사랑....소설 찐사랑... 나는 소설 사랑한다면서 바깥으로 나도는 나쁜 독자... 읽어도 꼭 도망칠 소설만 읽고 내상으로 피토하는 독자... 나두 이렇게 맑고 가만하게 독후감 쓰고 싶지만 이번 생은 어렵겠음...(자꾸 순화하게 되네요 성지라 댓글마저 ㅋㅋㅋ)

유수 2023-07-14 10:55   좋아요 2 | URL
사드 읽으심??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7-14 11:01   좋아요 2 | URL
네 권을 끝으로 만나서 더러웠고 다시 보지 말자... 근데 마저 읽을 게 칠조어론이라 그놈이 그놈...

유수 2023-07-14 11:13   좋아요 2 | URL
으샤샤 반님 올해는 치우는 해인가 봅니다. 체하지 마소서…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7-14 11:45   좋아요 2 | URL
알라딘이 적립금 너무 안 뽑아줘서(리뷰 월17편 썼음 참가상이라도 좀 주라구) 우씨 이달엔 책 거의 안 살거야(거의 는 보험으로 붙이는...) 이러고 집에 쌓인 거나 치우자! 하는데 자꾸 고전 명작 명저 냅두고 그래버렸네요... ㅋㅋㅋ

난티나무 2023-07-14 16: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제 사지….

유수 2023-07-15 10:48   좋아요 0 | URL
전자책도 중고도 기약이 없어보이죠? 세일즈포인트 슬펐음.

서곡 2023-07-14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분의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그 에세이 잘 읽었답니다 ‘자기만의 산책‘ 재미 있어 보이네요 기억해둬야겠어요 굿나잇요!

유수 2023-07-15 10:46   좋아요 1 | URL
제가 그 책 재밌다고 한마디도 적은 적이 없더라고요. 페이퍼 기원! 셀프 기원!
 

한 줄도 읽기 힘든 날은 얇은 책 아무거나 집어 한 페이지를 사진 찍기로 한다. 그러면 그 문단, 그 꼭지. 조금은 읽게 되네. 찍고 공유만 할 거야, 같은 생각도 유용해지게.

쌤소나이트 가방에서 꺼낸 웨딩드레스는 의외로 멀쩡했다. 변색된 부분도 없었고 구김도 심하지 않았다. 청담동의 어느 웨딩 부자재 가게에서 구입한 가장자리에 레이스를 돌린 3단 베일도 함께 들어 있었다. 나는 어디서 본 건있어서 이 드레스를 사진으로 남긴 다음 작별 인사를 고한뒤 비닐에 싸서 다른 버릴 물건들과 100리터짜리 종량제쓰레기봉투에 담았다. 아이를 갖지 않았으니 대를 이어 물줄 일도 없다. 딸을 가졌다고 해도 물려주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은 아이에게 물려줄 것보다 물려주지 말아야 할 것으로 가득한 것 같다. 깨끗하고 검소하고 상냥한 신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 부지런하고 현명하며 맑은 피부와 적당한 몸매를 유지하는 아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 나아가 당당하고 진취적인 여성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까지도. 마흔두 살의 봄, 스물넷의 웨딩드레스와 함께 나는 이 모든 것을 차곡차곡 봉투에 담아 폐기했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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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3-07-12 21: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봐!!! 당근마켓이 있다규!!!! 지구를
사랑한다는 그짓말

유수 2023-07-12 21:13   좋아요 2 | URL
그래서 당근마켓 나오는 챕터도 있어욬ㅋㅋㅋ 도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