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정말 거창하게 느껴진다. 느슨한 리스트라고 알고 있으니까 나 좋은 거 뽑기로.. 부족하게 읽은 것, 마음만 앞서는 것도 내리고 했더니 그게 다시 새로운 리스트가 된다. 신기하게 빼고 넣고 반복해도 열한권에서 안 줄어들고 도루묵되는?!
내게 없는 줄 알았던 감각도 끄집어 내는 게 책이라면. 만감을 출현시키는 책이었다.
머리 처박고 소설 읽기. 덕분에 중동 살 때 라마단 기간을 버텼다. 덮은 후에도 재밌었다. 왜 재밌게 읽은 거지? 왜 시간이 훌쩍 갔지?
집에는 <두 친구>라는 판본으로 있다. 어렸을 때 처음 읽고 충격을 받았다. 충격은 지금에나 할 수 있는 표현이고, 그 때 느낌으로는 머리도 가슴도 꽈광하는데 이게 뭐지 싶었다. 21세기에 원제 그대로 재출간되어서 이 목록에 껴넣는다. 2호선에서 머리를 처박고 읽다 도착할 때쯤 책을 덮었다. 내려서 돌아오던 길거리, 내게 말 걸던 사람, 역 앞 건널목에 늘어선 리믹스테이프 수레들, 모락모락 연기 피우던 노점상들, 눈 앞의 이 모든 정경과 분리된 머릿속, 미국 농장이라는 곳, 레니와 조지, 책 읽기에 대한 내 원형적 기억이 되었다.
읽고 싶게 하고, 쓰고 싶게(까지) 하는 올리비아 랭
20대를 지배한 시집 재출간. 지금은 그렇게 읽을 수 없다는 것조차 21세기의 상황.
이미지들의 정체. 당도한 언어.
내게서 먼 이야기조차 실은 가까웠다는 것을 절감하게 한 책. 내 한 챕터의 시작.
내년에도 이 책 읽을 나를 상상하며. 내후년도, 그 다음 해도.
서경식을 읽으면 언제나 같은 화두로 되돌아온다. 행언일치의 과업. 나는 얼마나 어리석은지, 비겁한지, ‘아름다움’과 나는 얼마나 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