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절망으로 완전히 무감각해진 나는 그 모든 일을 멀리 떨어진 쓸쓸한 행성에서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늘 그랬던 것처럼 분노와 혐오감을 머릿속의 밀폐된 방에 가둬버렸다는 사실을 그때는 미처 몰랐다. 그 방을 열게 된 건 한참 후, 비로소 제대로 기능하는 인간이 되었을 때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무감각은 무력감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다. 공포를 목격하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니까. 자신에게조차 그것을 설명할 언어가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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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한 여자가 그런 힘을 휘두를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었다. 나는 당시에도, 그 폭풍 한가운데에서도 그걸 알고 있었다. 그녀가 조용해지자 사람들은 하던 일로 돌아갔다. 나는 진이 다 빠져서 계단에 앉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안도감이 들었다. 그때 오빠가 홀연히 나타나 내 옆에 앉았다. 침묵이 제3의 인물처럼, 사랑받는 친구처럼 우리 사이에 앉았다.
갑자기,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오빠가 말했다. "소리지르는 게 꼭 〈엑소시스트〉에 나오는 사람 같지 않아?"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우리가 집에서 겪고 있는 일을 스스로나 서로에게 처음으로 인정한 순간이었다.
"언제 다시 볼지 모르겠다. 난 다시는 집에 안 올 거야."
"그럼 어떻게 할 건데? 어떻게 살 거야?"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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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라는 세계
이종태 지음 / 복있는사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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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구체적으로 말해 보자면, 키츠가 슬퍼했던 것은 사람들이 더는 자연을 "더 큰 실재를 가리키는 표징"a sign of a greater reality으로 보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전 시대 사람들에게 자연은 자연 너머의 실재(초월)을 가리켜 주는 사인sign이었습니다. 그래서 의미심장한sign-ificant 것이었습니다. 무엇이 의미심장하다, 의미롭다는 것은 그것이 다른 무언가를 가리켜 주는 표징 역할을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 다시 말해, 경이는 단순한 미적 체험이 아니라 존재론적 함의를 가진 체험이었습니다. 키츠에게 경이는 ‘우리가 다 알아버릴 수 없는 더 큰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경험이었습니다. 초월의 암시로서의 경이였습니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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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할머니, 개, 그리고 죽도록 쓰기
앤 패칫 지음, 정소영 옮김 / 복복서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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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패칫 열병 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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