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열람실 서가에서 정말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들 조합을 만나 반갑게 책을 뽑았다. 원제는 표지의 두 인물 이름 해리 앤 호퍼인데 어떤 의미에서 번역서 제목은 적절하면서도 깊어졌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상실을 겪은 본인만이 할 수 있을 말. (바라건대) 애도의 시간이 지난 후에 언젠가 뱉게 되는 말. 해리와 호퍼 둘의 우정 뿐 아니라 그들의 이별 후를 존중하는 양육자에게도 시선이 간다. 그림책 마지막장을 덮고 나면 타인의 슬픔을 바라보는 것에조차 박한 곳이 여기라는 현실감에 유독 저리는 것.
재출간..!
속초 동아서점. 강원도 여행 중에 컨디션 안좋은 어린이와 함께 갔다. 내가 가본 지역 서점 중 가장 시간을 오래 보내고 싶은(못했지만) 곳이었다. 역시 재밌는 그림책을 기똥차게 골라내는 어린이. 사전 정보가 없는데 어떻게 그러지 매번 묘해.
이 그림책을 사랑할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다. 명주부인의 노블리스 오블리주(새삼 낡고 오래된 말처럼 느껴지네;;), 공동체의 가치를 아름답게 그려낸다. 근데 적으면서 넘 아득해…. 어리고 가난하고 오갈 데 없는 “흙수저” 예술가로서의 쪽매와, 그의 작품의 가치를 알아보고 존중한 명주부인의 우정(쪽매를 결국 거둬 키웠지만 둘의 관계를 우정이라 표현하고 싶음)에 주목해 읽는 재미도 있겠고. 책의 메시지가 바느질과 길쌈이라는 책의 소재와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그 중에서도, 나는 왜 좋아할까 굳이 꼽아본다면 스스로가 투덜이라 쪽매가 좋고 부러운 거지 싶다. 부당하고 억울한 상황에서도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는 모습에 반해 버리는… 나의 헤프고 뻔한 버튼 중 하나를 누른다고 할까 ㅋㅋ(하지만 함께 읽는 내 아이가 저도 그런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말릴 것ㅋ) 아이는 바늘 부인을 악인으로 받아들이는 듯한데, 이 역시 여러가지로 대화거리가 되리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종종 읽고 이야기하고 싶은 그림책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