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 - 혼술에서 중독까지, 결핍과 갈망을 품은 술의 맨얼굴
캐럴라인 냅 지음, 고정아 옮김 / 나무처럼(알펍)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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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과 결핍은 어째서 한 덩어리일까. 갈 곳 없는 욕구가 분출하고 불안이 그 틈을 삐져나오면서 자아가 부서지고 꺾인다. 그 ‘바닥’을 대면하고 해체한 후, 내면을 봉합해가는 여정. 중독 대신 의존(증)이라는 말로 내 상태를 은폐해도 되겠나. 냅의 명징한 렌즈에 읽는 내내 내 낯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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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4-01-02 1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제 술을 안 마시는 사람이 되었는데(치킨 먹을 때 무알콜은 맛으로다 ㅋㅋ) 조금은 더 행복해졌나 봅니다. 유수님도 덜(?) 안(?) 마시게 되었다면 조금은 더 행복해졌을지도?!?!?!

유수 2024-01-02 19:52   좋아요 2 | URL
성실..절제.. 안 갖춘 미덕이 있으십니까. 사기캐..

반유행열반인 2024-01-02 19:57   좋아요 1 | URL
원래 제가 반님 비행기라고 비행기 전문가였는데 유수님이 이렇게 태워주시니 역지사지(?)되고…쑥스럽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수 2024-01-02 20:00   좋아요 2 | URL
역지사지인지 미덕의 번영일지 ㅋㅋㅋ 훈내를 뒤로하고 저는 설거지하러 🛩️🛩️

은오 2024-01-02 2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냅 언니 미쳤죠?! ㅠㅠ 제가 냅 언니가 너무 좋아서 먼길로돌아갈까까지 찾아 읽었단말입니다!!! 엉엉ㅠㅠㅠㅠㅠ
유수님 이제 욕구들이랑 명랑한 은둔자까지 쭉쭉...💕

유수 2024-01-02 23:53   좋아요 0 | URL
냅언니 유명하셔서 좋을 줄은 알았거든요. 근데 이 책 읽으니 제 언니라기보단 우리가 사랑하는 작가..로 ㅎㅎ 비교할 일은 아닌데 전 게일 캘드웰이 좋아요. 무던한 척하는 문장들 ㅎㅎ 언젠가 함 달려볼게요 냅로드
 

그렇다면 사유의 외출은 혹시 잘못 결합된 말이 아닐까? 사유는 바깥이 아니라 안에서 하는 것 아니낙? 바깥으로 쏘다니는 사람은 오히려 사유할 여유가 없지 않은가? 맞는 말이다. 끊임없이 자극에 노출된 사람은 사유할 수 없다. 사유는 돌아와서 자극을 되새기고 정리하면서 사는 것이다. 그런 시간을 갖지 않는 사람은 사유할 수 없다. 그러나 되새기고 정리해야 할 자극이 없다면 내용 있는 사유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사유의 외출이란 다른 생각, 새로운 경험, 낯선 스타일의 자극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이다.
내가 사유의 외출을 강조하는 이유는 … 그런 경험과 자극은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경험과 자극에 개방되지 않는 사고는 창백하거나 고집스럽다.
혹 답답하거든, 그 답답함의 정체가 사유의 외출이 부족한데서 기인한 것일 수 있다. 사유에게도 외출을 시키자.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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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 - 혼술에서 중독까지, 결핍과 갈망을 품은 술의 맨얼굴
캐럴라인 냅 지음, 고정아 옮김 / 나무처럼(알펍)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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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지독한 자기 혐오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모르겠다. 하지 만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는 심리치료실에서 그 감정을 분석 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그 분석 내용을 토대로 행동할 만한 새로운 버전의 나를 형성할 기력이 없었다. 그래서 계속 그렇게 마 비된 상태로 지냈다. 나 자신의 무가치성의 뼈저린 인식 때문에 줄 리안의 어깨너머로 반 벌거숭이 여자들의 사진을 보며 계속 고개 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로 말미암아 신년 파티에서 라이크라 미니 드레스의 치맛단을 붙들고 쩔쩔고, 그로 말미암아 밤마다 술병을 집어 들었다.
그 무렵 나는 술보다 줄리안에게 더 중독되었다. 내 세계는 점 점 작아졌다. 줄리안이 내 정신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다른 일에는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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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1-02 0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술을 안 마셔요. 처음엔 종교적인 이유였고 나중에는 뭐, 그냥 그렇게 되어 버렸거든요.
술 안 마시는 제가 읽은 책입니다, 이 책이 ㅋㅋㅋ 냅이 얼마나 좋으면 이 책까지 읽었을까요? ㅎㅎ

유수 2024-01-02 11:13   좋아요 1 | URL
앗! 이 책으로 냅의 저서는 저 처음인데 말이에요 ㅎㅎ 다음책 읽으려면 한참 걸릴 거 같아요. 이 책도 펼치기까지 오래 걸렸거든요. 아파서 ㅜㅜ 술 안 마시는 단발님의 드링킹 리뷰를 보러 가야겠습니다. 총총.

공쟝쟝 2024-01-04 11:44   좋아요 2 | URL
저는 이 책을 읽고 알콜의존증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책의존으로…)
 

들리지 않는 한쪽 귀에 대해서 길게 썼다가 지웠다. 적다보니 쭉쭉 늘어나는데 누가 그렇게까지 읽고 싶을까. 오래되고 사적인, 그런 건 사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날들의 기억. 오감 중 어떤 걸 포기할 수 있으려나, 문명 없고 편리 없는 자연 속에서 인간의 감응체계란 어떻게 달라질까, 감각의 내력과 진화를 쫓은 이 책을 읽으면 아무래도 그런 생각이 든다. 















한데.. 책의 일부를 재밌게 읽고 전자책으로 소장(구판)해두었던 책인데 다시 읽으니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흥미롭지 않은 건 아니다. 인간의 감각이라는 우주를 조각조각 맞추어 가는 글, 그래서일까 몽환적으로 느껴지는 문체는 매력적이다. 그때는 분명 재밌었는데? 처음부터 읽어나가려니 조향사와의 인터뷰에 이르러 진기하고 호화스러운 향기 묘사를 읽으려니 책은 덮어두게 되었다. 


9월부터 본격 뜀박질을 시작하고 인적이 드문 시간에 다니게 되면서 주변에서 내게 많이 해준 얘기가 무릎 조심하라는 것과 ‘몸조심’이었다. 둘 다 조심은 해보겠는데 그게 내 역량 안에서 가능한 건지 감사한 마음으로 끄덕거렸다. 무릎은 어떻게 조심하는 건지 방법을 몰랐던 걸로 판명나고 겨우 백일 남짓 되었는데 나간 거 같다. 일상 생활할 때 오른쪽 무릎이 뒤로 젖혀지는 느낌이 나서 겸사겸사 좀 쉬고 있는 차에, 할 만한가 시험삼아 며칠 나다녀 보았더니 이제 왼쪽 무릎이 아프다. 돌아와요 도가니.. 병원에 가보고 무릎 조심하는 방법을 깨우치면 슬슬 달래서 컨디션 복귀할 수 있겠지, 무릎은 나가리되어도 낙망하지 않으며 지낸다. 몸조심은 글쎄.. 내가 나가고 싶은 시간대를 단념하고 가 보고 싶은 곳을 끊어야할테지. 여름에 뒷산에 다니면서는 훤한 대낮이어도 멀리서 낫을 휘휘 들고 걸어오는 남자(아마 산림 관리 근로자)만 보고도 조심이란 건 내 몸뚱아리를 겨냥하는 말이란 걸 실감하지 않았던가. 가로등이 환히 밝히는 수변을 새벽에 지나칠 때 매번 다리 너머 불 꺼진 길에 대한 궁금증을 접곤 했다. 내가 누릴 수 없는 고요. 경계심 없이 어둠으로 입장하는 것에 대한 동경. 빛 한 점 없는 세계에서의 감각은 어떨지. 조심에 관한 한, 깨달음은 없고 체념만 있을 뿐이다. 


책얘기.. 올리버 색스는 박물관을 이렇게 예찬한 바 있다.















“책에는 아쉽게도 실물이 없고 단어만 존재하지만, 박물관은 실물을 조목조목 배열함으로써 ‘자연의 책book of nature’이라는 경이로운 메타포를 구현한다.

그러나 내가 과학박물관에서 진정한 현현epiphany을 경험한 것은 열 살 때였다. 나는 과학박물관 5층에서 주기율표를 발견했는데, 그것은 독자들이 알고 있는 끔찍하리만큼 세련되고 현대적인 스타일의 주기율표가 아니라, 벽 전체를 뒤덮고 있는 견고한 직육면체 블록들이었다. …주기율표 속에 해당 원소가 실제로 들어 있다고 생각하니, 그 원소들이 우주의 기본적인 빌딩 블록이라는 게 실감이 나고, 전 우주가 사우스켄싱턴에 소우주 형태로 존재한다는 느낌이 절로 들었다. 주기율표를 보았을 때 나는 ‘진리는 곧 아름다움’이라는 느낌에 압도되었다. ”


박물관은 이렇게 우리를 매혹한다. 비물질/물질에서부터 존재하는(했던) 것들을 모두 망라하는 구현. 박물학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감각의 박물학> 저자 다이앤 에커먼이 쓰고자 하는 바에 대해서 나는 색스의 이 박물관 예찬의 연장선에서 생각하고 읽었던 것 같다. 다만 요즘의 나는, 어떤 것들이 기록되고 남았는지, 선별과 범주화에서 누락되는 것들이 더 궁금하다. 

얼마전 새로 나온 에피소드에서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자 작가인 트레버 노아는 “백인들은 박물관 참 좋아하죠.” 박물관 가보면 백인들이 ‘우리가 여기다 이것도 지었지, 저것도 했지, 좋은 시절이었지’ 뒷짐지고 다닌다며 “혹시 박물관에서 백인 못 보신 분 있나요?”하며 너스레를 떤다. ‘기록하기’로부터 배제된 범주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좌절되고 폄하된 것들, 개인적이고 사소해서 꺼내지도 않았던 경험들, 그것도 감각에 대해서라면 더 많은 그물망이 펼쳐지지 않을지. 그렇게 책은 일기에도 한번도 써보지 않은 조각 난 기억을 상기하게 하고 덮은 책은 어느 때보다 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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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12-31 14: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달리기 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길인데, 시간이 조금만 늦어져도 무서울 것 같긴 해요^^ 무릎 쾌유바랍니다.

유수 2024-01-01 10:15   좋아요 2 | URL
정말 그런 길입니다. 아파트 따라 조성된 수변길만 다니고 두번째 사진의 길은 말씀대로 무섭습니다^^ 고맙습니다 얄라님도 새해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게 읽고 써 주세요☺️

반유행열반인 2023-12-31 17: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감각의 박물관 나만 착해서 다 읽고 유수님은 오 다시 읽으니 별로네? 했어!!!! ㅋㅋㅋㅋ 자라나라 무릎무릎 어디서든 어떻게든 행복하길 유수님!!!

유수 2024-01-01 10:17   좋아요 1 | URL
반님이 착한 건 사실.. 고맙습니다. 반님도 올해 건승합시다…!!!

단발머리 2023-12-31 20: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달리기를 그렇게 잘했습니다. 고등학교 때도 반대표하라는 걸 억지로 안 했다는 ㅋㅋㅋㅋㅋ 체육 수업의 모든 활동을 다 못했는데 달리기만 잘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30년 전 일이 되었구요.

어떤 것을 기록하고 기록하지 않을까에 대해서 저도 요즘 생각하거든요. 전 올해 그 어떤 해보다 ‘사건‘ ‘사고‘가 많았어요. 제가 19년만에 직장에 들어갔잖아요. 물론 지지난주에 계약 만료되었지만 말입니다. 아주 간단한 메모 이외에는 아무 것도 쓰지 않았습니다. 이제서야... 이제서야 뭘 써볼까 노트를 펼쳐보고요.

기록하기’로부터 배제된 범주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유수님의 이 문장에 기대어서 저도 다시 뭔가를 시작해볼까 싶어요. 같이 갑시다, 유수님!!

유수 2024-01-01 10:21   좋아요 1 | URL
그렇게 잘하셨을 거 같다!!! 저는 단거리는 잘해본 적이 없어서 그렇게 대표 거절하시고 그런(?!!) 마냥 멋지네요 ㅋㅋㅋㅋ

메모나 노트 생활화되신 분일 거 같은데 그만큼 지난해의 변화가 크셨을까 짐작만 해봐요 ㅎㅎㅎ저도 매번 기댑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서곡 2023-12-31 2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올 하반기에 나름 큰 결심하고 헬스장 끊고 몇 번 가지도 않았는데 발뒤꿈치에 염증이 와서리 ㅎㅎㅎ 웃픕니다요 살살 달래가며 또 뜀박질해야겠지요 오늘 밤 편안히 보내시기 바랍니다!

유수 2024-01-01 10:22   좋아요 1 | URL
으앗.. 저랑 같으시네요 ㅋㅋ 함께 건강체크하면서 오래 뵈어요 서곡님.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루피닷 2024-01-01 01: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유수 2024-01-01 10:22   좋아요 1 | URL
루피닷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흠결 없는 파편들의 사회 - 한국 2060 여성들의 일 경험과 모험
김현미 지음 / 봄알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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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풀이. 신자유주의와 플랫폼 자본주의가 가부장의 자리를 대체했을 때 여성들은 어떻게 파편화되는가, “흠결 없으라”는 능력주의의 주문은 어떻게 일터에서의 우리를 갉아먹는가. 가장 생생하고 실증적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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