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후 급하게 밥해서 아들 차려주고 정신없이 나온게 화근이었나 보다.
배우러 간다는 사람이 가방도 못가져오고 옷만 달랑 갈아 입고 헐레벌떡 왔는데 밤 열시 넘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딸래미 배고프다고 기절직전이라며 플리즈~~~ 피자를 외친다.
이럴땐 평소의 내 생활 습관이 한 몫하는 순간이다.
내가 입다 벗어둔 바지의 호주머니엔 여기저기 뒤지면 최소한 오천원은 나온다.
손을 찔러보니 여지없이 뭔가 잡힌다. 지폐의 감촉 흠 ~~~만원짜린가 부다. 호호호 것두 두장!!!
평소는 반대편 피자가겔 가는데 뺑돌아 가기가 귀찮아서 딱 한번 사봤던 가게로 가서 치즈피자 한판을 주문하고 주머니에서 돈을 꺼냈는데...
응 이거 뭐야? 나의 손 지폐 감각이 무뎌졌나? 아님 지폐가 그동안 바껴?????
달랑 천원짜리 두장이다....망신!!! 급하게 피자 준비 중지시켰다.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면서..
근데 아주머니 환하게 웃으시며 괜찮다고 나중에 들러 주면된다고...이러신다.
피자를 외상으로???그것도 단골도 아닌 한참 떨어진 곳에서...머리속을 휘휘 돌리다 그래 이관심도 좋은거지 받자...네!!!!
이렇게해서 아주머니 배려로 우리딸은 피자를 무사히 먹게 (?) 생겼다.
피자를 기다리며 죄송한 마음에 이거저거 얘기를 했다. 평소 같으면 얌전히 피자 될때까지 기다렸겠지만
아주머닌 교회를 열심히 다니시는 분인데 지금까지 자기 가족 특히 자식을 해서만 기도를 하셨단다.
주위에서 누군가 다른이를 위해 하는기도 모임에 여러번 청하셨는데 그때마다 마음이 안가서 바쁘다고 거절했는데 오늘은 끌려나가다시피 기도모임에 참석하셨단다.
다른이를위해 기도하고 봉사하고 온 나의 하루가 얼마나 기쁜지...십수년간 다닌 교회에서조차 맛보지 못한 성령충만한 마음이 오늘 하루종일이라며 나보고도 교회도 다니고 봉사도 하고 남을 위해 열심히 기도도 하라고 하신다.
살다보면 바쁘고 이런 가게 하시면 더 바쁘실테고 ...바빠서 못하신건데 어쩌겠어요?
나의 어줍잖은 위로 말씀에
만약에 낼 아침 열시 정각에 천국문을 열테니 그시간까지 들어오너라 하신다면 어쩌겠냐고 바빠서 저 못가요 할 사람이 있겠느냐고 밤을 새워 할일을 해 놓고 기다리지 않겠느냐고...
아주머니 그 말씀에 정신이 확~~~~정말 움찔했다.
천국에 정말 바빠서 못간다 할 사람이 있을까?
나도 성당다닌지 수년이건만....이러고 있구나. 맨날 해주세요지 제가 하겠습니다가 과연 몇번이었을까?
아주머니 그 말씀에 정말 부끄러웠다.
피자들고 집에 오면서 내내... 그래 이참에 성모꽃마을에 애들이랑 놀토라도 다녀야겠다. 피자가게에 들른 것도 아주머니를 통해 들은 말씀도 다 초대의 방법이라시든데....또 못 알아듣는 귀 가진 사람으로 남지는 말아야지 .
호주머니에 이천원 밖에 없었던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근데 이틀지나도록 피자가게 쪽으로 돌아오지를 못했다. 오늘은 퇴근 할 때 꼭 돌아서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