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나약한 인간이기에 죽음을 두려워하고 슬퍼합니다.
죽음은 우리에게 곧 눈에 보이는 이별이기 때문일 겁니다.
더 이상은 만날 수 없고,
더 이상 인간적인 것을 함께 할 수 없기에
슬픔이 먼저 찾아오는지도 모릅니다.

죽음을 생각하면 언제나 제 가슴에 네 명의 청년들이 있습니다.
본당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만났던 주일학교 선배가
어느 날 갑작스레 하느님 곁으로 간 것을 시작으로
청년 연합회와 주일학교 교사회를 함께 했던 선배도
암으로 고통을 받다가 주님 곁으로 갔습니다.

착하디착한 후배가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던 날
그전날 밤 제 꿈에는 그 후배가 화려한 꽃마차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며
“누나~ 먼저 간다!”며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그리곤 주일학교에서 가르쳤던 아주 듬직한 제자를
하느님께 돌려드려야 했습니다.
참으로 이 네 명 모두 너무나 선한 마음으로 살았던 청년들이었습니다.

내가 알고 있고 함께 했던 사람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로 머리로 이해했던 죽음에 대한 신앙이
이들의 죽음 앞에선 무력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 제게 이 네 명의 청년들은
저를 지켜봐주는 아주 소중한 삶의 파수꾼이 되었습니다.

제가 때때로 힘겨움을 느끼고 흔들릴라 치면,
그 네 명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우리가 이렇게 응원해 주고 있는데...’라며
그들의 착하디착한 응원의 소리가 들립니다.
‘그들의 몫까지 더 열심히 살라고 불러주셨는데, 정신 차려야지!’하며
제 마음 다시 곧추 세워봅니다.

성 베네딕토는 수도승들에게 날마다 죽음을 생각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그것은 죽음으로 불안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삶이 무엇인지를 언제나 새롭게 생각하도록 초대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죽은 후에는 무엇이 오는가?] 중에서

11월, 가졌던 모든 것을 놓게 하는 계절의 한 가운데에 있습니다.
참으로 우리는 많은 것을 가졌고,
죽음에 이르러서는 이 모든 것을 놓고 가야합니다.
그러나 살면서 이것들을 놓을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죽음을 생각하며 삶을 보다 깊이 있게 맞이할 수 있는 이 가을,
죽은 이들이 영원한 생명을 얻도록 기도하며
새로이 부활의 삶을 사실 수 있는 시간이 되시길 빕니다.


바오로딸 홈지기수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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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11-16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령성월에 어울리는 좋은 글이네요.
저도 멘토이자 사랑하는 선배님을 하늘나라로 보내드렸는데,
힘들때면 저를 지켜주는 파수꾼이 되셨습니다.
아 눈물날것 같아요.
가끔 선배님이 사무치게 그리울때면 그저 하늘보며 눈물 떨어뜨립니다.
보고싶네요....
님 넘 슬퍼하지 않는 위령성월 되시길.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