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문제였습니다.

재활용품을 모아 놓는 수녀원 쓰레기장 쪽으로 가다보면
나무토막이 징검다리처럼 놓여있습니다.
비가 온 날에 질퍽한 땅을 밟지 않도록
그리고 산책길처럼 갈 수 있도록 해 놓은 배려입니다.

그런데 그 길을 걸을 때마다 자꾸만 투덜거리게 됩니다.
나무가 놓인 간격이 제 보폭과 맞지 않아서
뭔가 어설픈 걸음을 걸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나씩 밟기에는 너무 가깝고 두 개씩 건너뛰자니
또 너무 멀기만 합니다.

그래서 그 길을 걸을 때면 처음 그 곳을
공사하신 분들 흉을 보게 됩니다.
깔아놓고 한 번도 밟아보지 않았거나
사람들의 보폭에 대한 관찰을 하지 않았거나
그냥 대충 간격 맞추어 자리 잡았다고 말입니다.

좀 덥다 싶은 그날도 쓰레기 정리를 하러 갔더랬습니다.
같이 갔던 수녀님과 분리수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며 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날과 다르게 뭔가가 편안합니다.
분명 제 보폭과는 맞지 않던 나무 발판인데
엇박자가 아닌 제박자로 또박 또박 밟히고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일까 싶어 찬찬히 보니
마음이 여유를 부리고 있습니다.
늘 급하던 마음이 속도를 늦추니 걸음도 차분해집니다.
조금 여유 있게 옆에 있는 나무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다보니
제 걸음에 딱 맞는 자리에 나무 발판이 놓여있습니다.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 길을 걸을 때면 급한 마음 늦추고
짧은 시간이지만 여유를 가져보길 바랐던 누군가의 마음을
너무 헤아리지 못했다 싶습니다.
늘 성급했던 저의 마음 때문에 여기 저기 사람들 마음이
상처를 받지 않았을까 걱정도 됩니다. 

 =  ====== = 

너무 바쁘게 지내다가 정작 해야 할 것들을 놓치고 부딪히는 것 같아 걱정되는 요즘입니다. 

마침 주신 이글로 오늘 하루를 잘 견뎌 보고 싶습니다. 

 바오로 홈피 수녀님께 감사를~~~...  샬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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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6-15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샬롬^*^
저도 덕분에 차분한 마음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