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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귀한 나무, 십자나무

생명과 죽음이 더욱 깊어지는 사순 제3주간입니다.
사랑의 증거가 된 십자나무를 바라보노라면
선택과 만남 그리고 인연이라는 단어가 연상됩니다.
그 많은 나무 가운데 십자가의 운명을 맞이한 나무,
잘리고 잘려서 십자가 형틀이 됩니다.
창조주 하느님,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피를 온몸에 받아들인
아름다운 십자가가 된 그 나무는 얼마나 축복을 받았는지요.

삶에서 저의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저 아름다운 십자나무가 그저 부럽기만 합니다.
제 자신 정말 아름다운 십자가가 될 수 있다면...
그리고는 다시 마음을 곧추 세워봅니다.

어느 날 밤 수녀원 옥상에 올라가 서울의 야경을 보다가
문득 붉은색의 십자가가 셀 수조차 없을 만큼 많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그 수만큼이나 우리는 십자가의 삶을 살고 있는 걸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성금요일 성무일도 찬미가중 일부를 회원님과 나누며
깊어 가는 은총의 시기에 다시 한 번 십자가의 삶을 기억하고 살아보렵니다.

..(중략)
성실하다 십자나무 가장귀한 나무로다
아무숲도 이런잎과 이런꽃을 못내리라
귀한나무 귀한못들 귀한짐이 달렸도다

귀한나무 여려져라 속을풀고 가지굽혀
타고났던 거칠음을 부드럽게 만든후에
부드러운 줄기위에 높은임금 모셨어라

너만홀로 합당하게 세상희생 모셨으니
세상파선 피해가는 배들위한 항구로다
어린양의 흘린피로 너만홀로 물들었다
..(중략)


바오로딸 홈지기수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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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 2011-03-30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퇴근 거리가 5배는 멀어졌다고...
마음까지 멀어지는거 같아서...
잘못했습니다.주님!!
저를 용서하시고 저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요,,,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우리는 나약한 인간이기에 죽음을 두려워하고 슬퍼합니다.
죽음은 우리에게 곧 눈에 보이는 이별이기 때문일 겁니다.
더 이상은 만날 수 없고,
더 이상 인간적인 것을 함께 할 수 없기에
슬픔이 먼저 찾아오는지도 모릅니다.

죽음을 생각하면 언제나 제 가슴에 네 명의 청년들이 있습니다.
본당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만났던 주일학교 선배가
어느 날 갑작스레 하느님 곁으로 간 것을 시작으로
청년 연합회와 주일학교 교사회를 함께 했던 선배도
암으로 고통을 받다가 주님 곁으로 갔습니다.

착하디착한 후배가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던 날
그전날 밤 제 꿈에는 그 후배가 화려한 꽃마차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며
“누나~ 먼저 간다!”며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그리곤 주일학교에서 가르쳤던 아주 듬직한 제자를
하느님께 돌려드려야 했습니다.
참으로 이 네 명 모두 너무나 선한 마음으로 살았던 청년들이었습니다.

내가 알고 있고 함께 했던 사람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로 머리로 이해했던 죽음에 대한 신앙이
이들의 죽음 앞에선 무력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 제게 이 네 명의 청년들은
저를 지켜봐주는 아주 소중한 삶의 파수꾼이 되었습니다.

제가 때때로 힘겨움을 느끼고 흔들릴라 치면,
그 네 명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우리가 이렇게 응원해 주고 있는데...’라며
그들의 착하디착한 응원의 소리가 들립니다.
‘그들의 몫까지 더 열심히 살라고 불러주셨는데, 정신 차려야지!’하며
제 마음 다시 곧추 세워봅니다.

성 베네딕토는 수도승들에게 날마다 죽음을 생각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그것은 죽음으로 불안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삶이 무엇인지를 언제나 새롭게 생각하도록 초대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죽은 후에는 무엇이 오는가?] 중에서

11월, 가졌던 모든 것을 놓게 하는 계절의 한 가운데에 있습니다.
참으로 우리는 많은 것을 가졌고,
죽음에 이르러서는 이 모든 것을 놓고 가야합니다.
그러나 살면서 이것들을 놓을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죽음을 생각하며 삶을 보다 깊이 있게 맞이할 수 있는 이 가을,
죽은 이들이 영원한 생명을 얻도록 기도하며
새로이 부활의 삶을 사실 수 있는 시간이 되시길 빕니다.


바오로딸 홈지기수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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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11-16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령성월에 어울리는 좋은 글이네요.
저도 멘토이자 사랑하는 선배님을 하늘나라로 보내드렸는데,
힘들때면 저를 지켜주는 파수꾼이 되셨습니다.
아 눈물날것 같아요.
가끔 선배님이 사무치게 그리울때면 그저 하늘보며 눈물 떨어뜨립니다.
보고싶네요....
님 넘 슬퍼하지 않는 위령성월 되시길. 아멘!
 

제게는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기도가 필요한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몸따로 마음따로...기도까지도...  

주님! 정말이지 요즘의 제가 마음에 드는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습니다.    

 

 
어릴 때 집안의 대소사를 앞두고는 언제나
어머니와 함께 성모상 앞에 촛불을 켜고 묵주기도를 했었습니다.
1남 3녀인 저의 형제들 중에서도 유일하게
어머니와 묵주기도를 하거나 연도를 하는 사람은 저였습니다.
뭐 특별히 신심이 남달라서가 아니라
그저 어머니와 함께 이런저런 일들, 이야기를 나누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인지 제게 연도는 가장 아름다운 노래가 되었고,
묵주의 9일기도는 대단히 중요한 기도가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성모님께 기도해서 안 들어주신 일은
없었다고 말씀하십니다.
혹 내가 원하는 바대로 되지 않았어도
성모님의 뜻에 따르면 그것은 언제나
가장 큰 행복으로 이어졌다고 하십니다.

저희 집에는 어릴 때부터 모셨던 야광의 성모상이 있습니다.
너무 오래되어 색은 바랬고,
거무틱틱한 빛이 그 동안의 세월을 말해줍니다.
지금은 구할래야 구할 수도 없는 성모상이지만
우리 집 성모상에는 어릴 적 우리의 기도와 어머니의
모든 기도가 담겨있습니다.
아마도 슬프고 힘든 일이 있던 그대로
성모님의 가슴에도 커다랗게 구멍이 나 있을 듯싶습니다.

요즘은 참 아름다운 성모상이 많습니다.
색상도 곱고, 종류도 다양합니다.
언젠가 서원에서 성모상을 구입하시려는 분께
이런 말씀을 들었습니다.
‘이 성모님은 너무 뚱뚱해요’, ‘이 성모님은 너무 없어 보여요.’
‘우리 집 성모님이 너무 오래되셔서 바꾸려고요.’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었지만,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성모상을 하나의 장식품으로 여긴다는 것을요.
내 기도가 담긴 소중한 묵주나,
우리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한 성상이 아니라
너무 오래된 물건 중에 하나로 그래서 새로 바꾸어야할
물건으로 생각한다는 것을요.

가끔은 태교 음악을 추천해달라는 문의도 받습니다.
그러면 저는 두말할 것도 없이 성모님 노래를 추천합니다.
가만 생각해 보면 성모님만큼 태교하는 데
도움을 주실 분이 또 어디 계실까요?
가장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느님의 아들을 낳으셨고,
가장 거룩한 몸이며 영혼이셨던 성모님이야말로
좋은 태교의 모범이실 겁니다.

오늘 제 기도에 회원님의 여러 상황의 어려움과 기쁨을 담습니다.
우리의 아름다우신 성모님께서 받아 주님께 올려주시리라 믿으며
성모님과 함께 이 한 주간을 시작합니다.
Ave Maria!


바오로딸 홈지기수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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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0 1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0-08-10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왜 이 글을 읽으때마다 님이 보여질까요. 님 글로 착각해요^*^
방학이라 좀 여유로우신가요?

구절초 2010-08-12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무지 반갑습니다. 잘지내시지요?
그러게요 저두 님처럼 가끔은 이곳에서 뵙고 싶은 분이 계시지요~~~.
그러다 이렇게 보면 반갑구요

꼭대기 석줄이 바로 제마음입니다.
한번씩 보내져오는 수녀님 글이 제맘을 유난히 아프게 합니다.
세실리아자매님처럼 살아야 되는데~~^^*

제 아이들도 방학마치고 돌아가니...이젠 금방 개학이..
덥고 힘든 여름이었네요...

막바지 더위에 건강들 챙기시면서 잘들보내세요 두분!
샬롬~~!!
 

마음이 문제였습니다.

재활용품을 모아 놓는 수녀원 쓰레기장 쪽으로 가다보면
나무토막이 징검다리처럼 놓여있습니다.
비가 온 날에 질퍽한 땅을 밟지 않도록
그리고 산책길처럼 갈 수 있도록 해 놓은 배려입니다.

그런데 그 길을 걸을 때마다 자꾸만 투덜거리게 됩니다.
나무가 놓인 간격이 제 보폭과 맞지 않아서
뭔가 어설픈 걸음을 걸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나씩 밟기에는 너무 가깝고 두 개씩 건너뛰자니
또 너무 멀기만 합니다.

그래서 그 길을 걸을 때면 처음 그 곳을
공사하신 분들 흉을 보게 됩니다.
깔아놓고 한 번도 밟아보지 않았거나
사람들의 보폭에 대한 관찰을 하지 않았거나
그냥 대충 간격 맞추어 자리 잡았다고 말입니다.

좀 덥다 싶은 그날도 쓰레기 정리를 하러 갔더랬습니다.
같이 갔던 수녀님과 분리수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며 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날과 다르게 뭔가가 편안합니다.
분명 제 보폭과는 맞지 않던 나무 발판인데
엇박자가 아닌 제박자로 또박 또박 밟히고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일까 싶어 찬찬히 보니
마음이 여유를 부리고 있습니다.
늘 급하던 마음이 속도를 늦추니 걸음도 차분해집니다.
조금 여유 있게 옆에 있는 나무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다보니
제 걸음에 딱 맞는 자리에 나무 발판이 놓여있습니다.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 길을 걸을 때면 급한 마음 늦추고
짧은 시간이지만 여유를 가져보길 바랐던 누군가의 마음을
너무 헤아리지 못했다 싶습니다.
늘 성급했던 저의 마음 때문에 여기 저기 사람들 마음이
상처를 받지 않았을까 걱정도 됩니다. 

 =  ====== = 

너무 바쁘게 지내다가 정작 해야 할 것들을 놓치고 부딪히는 것 같아 걱정되는 요즘입니다. 

마침 주신 이글로 오늘 하루를 잘 견뎌 보고 싶습니다. 

 바오로 홈피 수녀님께 감사를~~~...  샬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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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6-15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샬롬^*^
저도 덕분에 차분한 마음 가져봅니다
 


요즘 반성 많이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언제쯤인가부터 귀가 잘 들리지 않아서
병원에도 다니고 약도 먹었습니다.
그런데 괜찮다 싶다가도 잊을만하면 다시 귀가 먹먹해집니다.

꼭 높은 산에 올랐을 때처럼 먹먹해지면
주변의 소리들이 선명하지도 않고 아주 답답합니다.
그럴 때마다 짜증도 내고 성질도 부리지만
그렇다고 별반 나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보기에는 멀쩡하니 속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이유를 알 수 없어 당황스럽기만 하고
제 못된 성질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문만 날뿐입니다.

어느 날은 성당에 앉아 있으려니 물속에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모두 숨죽여 조용히 기도하다 보니 큰 소음은 없고
작은 소음은 저의 귀 덕분에 들리지 않으니
꼭 물속 같았습니다.

그 물 속에서, 마치 고래 뱃속에 앉아 있던 요나처럼 기도하다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반성을 하게 된 것입니다.

조금 피곤하다 싶거나 귀찮은 마음이 들면
제일 먼저 남의 말을 잘 듣지 않습니다.
그저 그냥 건성으로 듣거나 무시해 버립니다.
그리고는 입을 꾹 다물어 버립니다.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지 않음을 몸으로 확실하게 말합니다.
그 다음은 사람의 소리가 없는 곳으로 피해 다니며
말 많은 사람들의 지치지 않음을 판단했더랬습니다.

그래서 지금 벌을 받고 있는 중인가 봅니다.
제가 귀담아 듣지 않고 흘려버린 말들이
제게 따끔하게 야단을 치는 중인가 봅니다.
남의 것, 눈에 보이지 않는 말이라고 하찮게 여기고
버려버린 무책임함을 자꾸만 떠 올려줍니다.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는 것은 그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임을
정말 깊이 있게 배우는 시간입니다.
귀를 닫아버리고 듣지 않으려 거절했던 마음들에게 미안해집니다.

이제 6월, 예수성심성월입니다.
사랑한다고 늘 우리를 향해 고백하시는 예수님의 말을
이대로 가다가는 하나도 못 알아들을 듯싶습니다.

귀를 닫아 버리는 못된 버릇 고치면
사라졌던 소리들이 다시 들릴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경청은 곧 받아들임이라는 것을 마음에 깊이 새깁니다.


바오로딸 홈지기수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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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6-02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 대구 출장 세미나가 생각나네요.
서울에서 성취도 평가 꼴찌인 전문계고 여선생님이 학습부진아 사례 발표를 하면서 "이 아이들은 내가 그동안 인문계고에서 한 두명씩 무관심하게 흘리고 다닌 아이들에 대한 벌로 이렇게 한 곳에 모아두고 가르치게 했다"는 말씀이 생각납니다.
님 행복한 6월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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