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미터 문학과지성 시인선 478
허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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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별들은 세상의 모든 것이 됐을까. 어떻게별들은 전부 이야기가 됐을까. 별의 이야기가 눈물로 바뀔 때, 수천 개의 별이 죽어가는 이곳에서도 깨닫지 못한다면 우리는 별의 일부였을까. 별에서 살았던 것일까.
-날짜 변경선 중 - P16

신은 추억을 선물했고 우리는 근본이 불분명한 젤리를 씹으며 참 많은 것을 용서했다 가끔씩 어떤 끔찍함이 탄환처럼 빠르게 삶을 관통하고 지나갔지만뜨거움은 그때뿐이었다
-FILM2 중 - P33

수십만 년 동안 같은 모양의 눈송이는 한 번도 내린 적이 없었다 밤새 눈은 연옥을 덮고 있었다
-FILM2 중 - P33

사십구재


사람들은
옆집으로 이사 가듯 죽었다
해가 길어졌고
깨어진 기왓장 틈새로
마지막 햇살이 잔인하게 빛났다
구원을 위해 몰려왔던 자들은
짐을 벗지 못한 채
다시 산을 내려간다
길고양이의 절뚝거림이
여기가 속계(界)임을 알려주고
너무나 가까워서 멀었다. 죽음


다음 세상으로 삶 말고
또 무엇을 데려갈 것인가


개복숭아꽃이
은총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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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림과 울림 - 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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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가 보는 세상은 우리 일반인들이 보는 세상과 생각도 많이 다를거라는 걸 알기에 부러운 마음까지 든다.
아무나 물리학자가 될 수 없기에.

살다 보면 남과 다툴일이 있다. 여기에는 자기가 옳고 남은틀리다는 생각이 깔린 경우가 많다. 지구에서 보는 우주만이 옳은것이 아니라 달에서 본 우주도 옳다.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것이아니라 우리가 달 위에 정지해 있는지도 모른다. 다투기 전, 달에한번 갔다 오는 것은 어떨까. - P142

전하가 있으면 그 주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전기장이 펼쳐진다. 중력도 마찬가지다. 질량을 가진 물체 주위에는 중력장이 펼쳐진다. 전기장을 흔들면 전자기파가 생기듯, 중력장을 흔들면 중력파가 발생한다. 우주에 빈 공간은 없다. 존재가 있으면 그 주변은 장으로 충만해진다. 존재가 진동하면 주변에는 장의 파동이 만들어지며, 존재의 떨림을 우주 구석구석까지 빛의 속도로 전달한다. 이렇게 온 우주는 서로 연결되어 속삭임을 주고받는다.
이렇게 힘은 관계가 된다. - P172

오늘날 물리학자의 이해방식은 다음과 같다. 기본적으로 세상은 텅 빈 공간이다. 빈 공간 안에서 물체가 움직인다. 중요한 것은 물체와 움직임, 두 가지다. 태양, 자동차, 스마트폰, 인간과 같은 모든 것이 물체에 해당하며 이들은 아주 작은 원자들의 모임으로 되어 있다. 원자를 ‘레고‘블록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거다. 그러면 세상 모든 것은 빈 공간에 놓인 레고블록의 조립물이라는 말이다. 이런 관점은 당연하지 않다. 물체가 존재하고 운동하는배경이 되는 빈 공간, 그러니까 ‘진공‘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한때수많은 과학자와 철학자들은 반대했다.
태양과 자동차의 운동, 스마트폰의 진동은 모두 물체의 움직임에 해당한다. 사람들이 대화하는 것도 운동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말하는 사람의 목이 진동하여 ‘소리‘라 불리는 주변 공기의 진동을만든다. 이것이 상대방 귀 속의 달팽이관에 들어 있는 내부 액체를진동시킨다. 이를 세포가 감지하여 전기신호를 일으키고 이것이뇌로 전달된다. 전기신호란 것도 세포막을 통해 이동하는 나트륨,
칼륨 같은 이온의 운동에서 오는 것이다. 물리학자는 이처럼 세상을 ‘운동‘으로 이해한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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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 존재의 목소리 배반인문학
김석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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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대한 기본 개념과 이론을 심리와 철학으로 잘 조합해 놓은 책이다.
좀더 깊이 있는 내용을 원했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책이다.

자아는 단순한 관계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 직결되는 관계다. 인간이란 하나의 유한과 무한의 종합, 시간적인 것과 영원한 것의 종합, 자유와 필연의 종합, 요컨대 하나의 종합이다. 종합이란 두 개의 첫 사이의 관계다. 이런식으로 본다면 이른바 인간이란 아직 자기는 아니다." (키르케고르) - P77

자아가 불안을 느끼는 것은 도덕 형태로 강요되는 초자아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동시에 이드의 강력한 욕망에도 어느 정도 끌리고 동조하기 때문이다. 보통 신경증불안을 이드의 충동을 잘 조절하지 못해 처벌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해석하지만 자아의 무의식적 욕망 때문에발생한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프로이트에 따르면자아는 이드로부터 발생한 것이며, 이드를 통제하고 억압하기보다는 이드에 무의식적으로 동조하고 도와주는 속성을 갖는다. 신경증불안은 초자아로부터 처벌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라기보다는 이드에 동조하는 자아가 초자아에 대해 갖는 죄책가이나 이와 연관된 복합적 심리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드와 자아의 욕망을 부추기면서도 그것에 죄책감을 주는 초자아가 무엇인지 규명해야 신경증불안의 원인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초자아는 양심처럼 억제하고 처벌하는 인격의 부분이며서 부, 명예, 권력 등 자아가 좆는 사회적 이상을 대변하는 모든 것이다. - P94

나 자신을 이해하고 나와 관계를 맺는 것은 내 욕망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라캉에 따르면 욕망은 탐욕이 아니라 존재를 향한 순수정념passion이다. 주체적 치료란 소외된 욕망에서 벗어나 내 욕망을 찾는 것이다. 자존감의강조는 자칫 자신의 욕망에 이르는 길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가치에 맞춘 이상화된 자아를 원하는 소외된 욕망으로변질될 수 있다.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보고 욕망을 배우기 때문에, 자기 욕망의 의미를 알려면 타인의 인정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가 타자에게 매달릴수록 타자의 욕망은 우리를 억압하고 소외시키기 쉽다."
진정한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나 사회에 맞추지 않고나의 고유한 존재being를 찾고, 그것과 관계를 잘 맺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내 존재가 본래 실체가 아니라 완벽히 채워지지 않는 무nothing이자 순수한 가능성으로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수용해야 한다. 욕망이란 존재의 텅 비어있음을 받아들이고 지금 이 존재에 충실하려는 윤리적 태도이기에 괴로움을 동반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능동적인 자세 전환이 필요하며 내 욕망의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 주체는 불안에서 그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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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 대로
수산나 타마로 지음, 최정화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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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이가 들어서야 운명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구나. 네 나이에는 아무도 운명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지. 모든일들이 자기 의지대로 된다고 믿으니까. 마치 자신이 가야 할 길을 혼자 닦아나가는 일꾼처럼 스스로를생각하는거지.먼훗날에야 길은 원래부터 있었고, 누군가 나를 위해 흔적까지 남겨 두었다는 걸 알게 될 테지. 우리에게 남은 건 오직 앞으로나아가는 일뿐임을 말이다.
대게 사십 대쯤이 되면 세상에 나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일이란 없음을 깨닫게 되지. 이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야.
많은 사람들이 아주 폐쇄적인 운명론에 빠지게 되거든. 하지만 운명의 실체를 완전히 알기 위해서는 좀 더 세월이 흘러야 한단다. 육십 대쯤 되면 걸어온 길이 앞으로 걸어가야 할길보다 더 길어지지. 그럼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걸 볼수있어. 지금껏 걸어온 길이 직선도로가 아니었다는 것, 끊임없는 갈림길과 매 걸음마다 새로운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판들이 있었다는 것을. 이쪽에는 오솔길이 갈라져 나가고, 저쪽에는 풀로 덮인 작은 길이 숲을 향해 가다 사라져 버리지 우리는 미처 다른 길이 있다는 걸 깨닫지도 못한 채 단 한 길만을 택해 온 거야. 지나 온 길이 우리를 어디로 인도할지, 더좋은 곳으로 데려가 줄지, 더 나쁜 곳으로 이끌어 갈지도 모르는 채 말이다. 몰랐다고 해도 후회는 남아서 우리를 괴롭히지.
- P75

가장 기본적인 진실들이 오히려 가장 이해하기 어렵다는 걸 아니? 그때 내가 진짜 사랑은 "강인함"이라는 걸 알았더라면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강해지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스스로에 대해 잘 알아야 하지. 남들이 전혀 모르는깊숙한 비밀까지도 하지만 삶은 온갖 사건들의 연속이고, 평범한 사람들은 거기에 질질 끌려 다닐 수밖에 없어. 그런데어떻게 자신을 사랑할 수 있고 강해질 수 있다는 걸까.
아주 특별한 사람들은 처음부터 이 과정을 잘 밟아 나가지. 하지만 네 엄마나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은 죽은 나뭇가지나 플라스틱 통 같은 운명에 자신을 맡겨 버린단다. 누군가가 그런 우리를 강물에 집어던지면 가벼워서 물에 뜨게 되지. 우린 이겼다 생각하고 신나게 헤엄치기 시작해. 물결에따라 어디론가 흘러가 버리기도 하고, 나무뿌리나 바위에 걸려 멈춰서기도 하겠지. 물살이 잔잔한 곳에서는 둥둥 떠다닐수 있지만, 급류를 지날 때는 가라앉겠지. 우리는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고, 심지어 그걸 궁금해하지도 않아. 아주 고요한 곳에 이르면 풍경과 강둑과 풀숲도 구경할 수 있겠지. 그모양과 색상들을 좀 더 세밀하게 관찰하면서 말이야. 또 다른 걸 보기 위해 더 빨리 가려고도 하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수 킬로미터를 흘러가면 강둑이 낮아지고 강이 넓어지지
"여전히 강에 있긴 하지만 여기가 도대체 어딘지 궁금해져그러다 어느 순간 바다에 이르는 거야.
- P91

그 앤 너무나 엄격하게 머리로만 살려고 한 나머지, 마음의목소리를 억누르고 만거야. 언젠가 그 애와 ‘마음(heart)‘이라는 단어 때문에 다툰 적이 있었단다. 그때의 상처가 너무쓰라려 이 단어를 입에 올리기조차 겁나는구나. 그 애가 십대였을 때 나는 이런 말을 해 주었지.
- 영혼의 핵심은 ‘마음‘이란다. - P104

육신이 있기 때문에 그림자도 생기게 되는 겁니다. 우린 개구리 같은 양서류하고 비슷하죠. 한쪽은 물속에 있으면서도 다른 한쪽은 늘 육지를 그리워해요. 산다는건그저이사실을 알아 가는 거죠. 그러면서 어두운 그림자가 빛을 다 가려 버리지 않도록 투쟁하는 게 바로 삶이에요. 완벽한 사람들, 스스로 답을 가지고 있다는 사람들을 믿지 마세요. 당신마음이 말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믿지 마세요.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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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철학의 거장들
박찬국 지음 / 이학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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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 키르케고르, 니체, 하이데거, 하버마스, 푸코, 비트겐슈타인, 포퍼.
이러한 현대철학자들의 철학을 이해하기 쉽고 깔끔하게 정리한 책이다.
이제 쪼금 깊은 내용을 공부하고 싶게 하는 책이다.

맑스는 인류의 역사가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에 따라서 변화한다고 본다. 맑스에게 있어서 생산력의 발전은 단순히 경제적인 물량의 증대란 차원을 넘어서 인간의 본질적인 능력의 창조적 실현을의미하며, 따라서 노동은 단순히 생존 수단의 확보라는 의미를 넘어서 인간의 창조적인 자기실현을 의미한다. 아울러 맑스에 따르면 인간은 이러한 자신의 본질적 능력을 항상 특정한 역사적 사회관계하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귀족과 노예, 봉건영주와 농노,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계급 대립에 의해 규정되는 사회적 생산관계하에서 실현해나간다. <맑스 -자본주의의 혁명적인 변혁>
- P37

인간이 본질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문제 삼는 존재라는 것은 인간에게 가장 최대의 문제가 되는 것이 자기 자신의 삶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인간 개개인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인간이 가장 소중하게여기는것이자기자신이며 자기 자신의 삶이라는 사실은 인간이 이기적인 존재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면서 악착같이 자신의 물질적인 안락만을 추구하는 사람은 사실은 자신의 삶을 가장 저질스럽고 값싸게 만드는 자이며 자신의 삶에 가장 해독을 끼치는 자일수 있다. 오히려 인간은 이러한 이기적인 삶에 대해서는 만족할 수도 긍정할 수도 없으며 궁극적으로는 공허감과 우울함에 사로잡힐수밖에 없다.
HAPP우리 인간은 자신이 그 누구에 의해서도 대체될 수 없는 소중하고고귀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과연 이러한 생각에 걸맞게 자신의 삶을 소중하고 고귀한 형태로 살고 있는가? 우리는 우선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삶을 이런 방식으로 살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가 우리 자신의 삶에 대해서 보통 느끼는 기분은 역겨움이나 죄책감 등의 부정적인 기분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기분은 단순한 기분을넘어서 우리가 우리의 본래적인 존재에 걸맞게 제대로 살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드러내주는 개시적인 차원을 갖는다. 
<키르케고르 - 실존의 도약> - P69

그러나 피안에 대한 그리고 유토피아적인 미래에 대한 희망을 통하여 니힐리즘으로부터 도피하는 것을 금할 경우에 니힐리즘으로부터 우리가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어디에 존재할 것인가?
이러한 길이 피안이나 미래 등의 인간의 외부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인간의 내부에 존재할 수밖에 없다. 니힐리즘의 극복은인간의 자기 강화, 인격의 강화에서 비롯된다. 인간이 자신의 내적인 힘을 강화해야만 이러한 니힐리즘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 이러한 내적인 힘이 약할 경우에 인간은 항상 피안 세계나 미래의 이상 세계 등의 신기루를 만들고 거기서 구원을 찾으려 한다. 이 현실의 무상함과 고통을 진정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은 그러한 환상들이 아니고, 그러힐 무상함과 고통을 긍정하고 오히려 그것들을 자신을 강화하고 자신의 힘을 즐기 수 있는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이다. 이러한 정신력을 니체는 "힘에의 의지"라고 부르고 있다. 니체에게 존재하는 유일한 현실은 이러한 힘에의 의지이다.
<니체 - 니힐리즘의 극복> - P125

이러한 능동적 니힐리즘은 모든 가치의 전환die Umwertung allerWerte을 목표로 한다. 니체가 말하는 모든 가치의 전환이란 기존의가치들 대신에 새로운 가치들을 정립한다는 것이 아니라 가치들의본질에 대한 규정이 변화된다는 것, 다시 말해 가치 정립의 원리가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이제 더 이상 형이상학적인 가치정립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의미한다. 그것은 가치를 기투하되 오직 ‘지금 여기의‘ 이 지상의 세계만을 현실로 인정하면서 가치를 기부하려고 한다. 새로운 가치 정립은 지상의 모든 존재자의 본래의 성격인 힘에의 의지를 억압하고 경멸하는 것을 통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철저히 긍정하는 것을 통해서 이루어지지 않으면안 된다.
<니체 - 니힐리즘의 극복> - P134

그러나 우리는 죽음을 목전에 두지 않고서라도 어느 순간 삶에 대한 무상감에 강하게 사로잡힐 때가 있다. 이 순간에는 우리가 그동안 소중하게 생각해온 모든 것이 무가치해지고 그러한 것들에 집착해온 삶 전체가 무의미하고 공허해진다. 이러한 무상감은 우리가 느끼고 싶어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우리를 찾아와서우리의 삶과 세계를 전적으로 다르게 드러내는 기분이다. 하이데거는 이러한 기분을 불안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리고 하이데거는 불안이야말로 죽음이 우리에게 나타나는 본래적인 방식이라고 본다.
불안이란 기분을 통해서 우리가 그동안 안주해온 일상적인 세계는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하이데거는 이러한 사태를 불안이란 기분에서 일상적인 세계가 무화에 떨어지게nichtig werden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동안의 친숙한 세계가 이렇게 의미를 잃고 무너질 때, 우리는 고독한 단독자로서 자신 앞에 서게 된다. 우리는 그 어디에서도 자신의 존재 의미를 구할 수 없는 자기, 다시 말해 그 이전에 친숙했던 세계가 제시하는 어떠한 가능성에도 의지할 데 없는 자기를 발견한다.
<하이데거 - 존재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 P181

존재는 이른바 보편적 이성의 입장을 잠칭하는 세상 사람으로서의 우리가 아니라 세상사람의 지배로부터 벗어난 단독자인 우리 각자에게 자신을 고지해온다. 존재 자체는 탄생과 죽음에서 벗어나 있는 이른바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이성을 통해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탄생과 죽음에 던져져 있고 죽음 앞에서 전율하는 ‘철저하게 시간적인 존재‘인 구체적인 인간을 통해서 개현되는 것이다. 존재 자체는 이렇게 철저하게유한하고 시간적인 존재인 구체적인 각자의 인간을 통해서 개현하기 때문에 전통 형이상학이 생각한 것처럼 ‘시간의 흐름과 무관하게불변적으로 존속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적이고 역사적으로 자신을개현하는 것‘이다.
<하이데거 - 존재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 P188

하버마스 역시 근대의 두드러진 현상이 이러한 목적 합리성의 과도한 지배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하버마스는 근대에는 그러한목적 합리성만이 발전해온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는 근대에는또 다른 이성적 능력, 즉 의사소통 합리성이 발전되어왔다고 생각한다. 목적 합리성이 자연뿐 아니라 인간마저도 지배 대상으로 관찰하고 이용하는 이성이라면 의사소통적 합리성은 인간들이 서로를 자율적이고 이성적이며 절대적인 가치를 갖는 인격으로 보면서 서로대화하는 능력이다. 의사소통적 이성이란 다시 말해서 어떤 상황에 함께 참여하는 사람들이 어떠한 외부로부터의 강제 없이 자유로운 토론으로 합의에 도달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이성이다.
<하버마스- 의사소통적 이성의 회복> - P208

인간의 인식과 이성 자체의 관심을 구성하는 것은 이러한 해방적관심이다. 해방적인 관심은 이성의 자기실현에 대한 관심이며 자연과학과 정신과학을 포함한 모든 인식 행위를 주도하는 관심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는 기술적 관심과 실천적 관심은 해방적 관심의 구체적인 두 계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해방은 첫째로 자연의 지배로부터의 해방이다. 인류는 노동을 통해서 자연재해, 질병등을 비롯하여 자연이 인간에게 가하는 억압으로부터 해방을 성취해나간다. 다른 한편 인류의 해방은 제2의 자연으로서의 사회적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인류는 부당한 권력의 지배에 대한 투쟁을통해 지배 없는 의사소통 관계를 성취해나간다.
<하버마스- 의사소통적 이성의 회복>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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