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의 심리학 - 온전한 나로 살기 위한
박선웅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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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Life is C betweenBand D"라고 했는데 여기서 C는 선택choice, B는 탄생birth, 그리고 D는 죽음 death을 가리킨다. 삶이란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내리는 결정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철학은 정체성이라는 개념과 가깝게 맞닿아 있다. 실존주의 철학을 대표하는 말이
"실존은 본질에 선행한다"인데, 이는 누군가 살아 있다(실존)고 해서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본질)가 저절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자신이 누구인지는, 즉 자신의 정체성은 스스로 찾지 않으면 찾을 수 없다. - P100

자존감은 패러독스이다.
자존감이 필요한 사람은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고,
자존감을 가진 사람은 그것이 필요하지 않다.
•리처드 라이언과 커크 브라운

그렇기 때문에 자기수용은 자존감에 논리적으로 선행한다. 보다정확하게 말하자면, 튼튼한 자존감을 갖기 위해서는 성공적인 자기수용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연약한 자존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를 자신의 내부에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부정적인 상황에서 그들의 자존감이 흔들리는 것이다. 하지만, 자존감이 튼튼한 사람들은 자기수용의 과정을통해 내부에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였기 때문에 외적 상황의 좋고나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결국 튼튼한 자존감과 연약한 자존감이구분되는 결정적인 차이는 자신의 가치를 내부에서 찾을 수 있느냐없느냐에서 비롯된다. - P161

같은 그림에 대해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이렇게 다르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그런데 정말 놀라운 것은 단순히 상상해낸 이야기의 내용이 다르다는 것이 아니다. 이 상상력의 차이가 우울 정도의차이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우울에 관한 많은 연구에 의하면, 우울한 사람은 현실을 부정적으로 왜곡하여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내가 했던 다른 연구에서 참여자들은 자신의 성격에 대해서 친구들이 어떻게 평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답변하였다. 그리고 참여자의 친구들이 같은 문항을 이용해참여자의 성격을 평가하였다. 두 답변을 비교한 결과, 우울한 사람들의 예상은 친구들이 실제로 평가한 것보다 더 부정적이었다. 친구들은자신의 성격을 나쁘게 평가하지 않는데, 안 좋게 평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현실을 부정적으로 왜곡하는 경향이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로 풀어낼 때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개인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자기 자신에 과한 이야기이든 모호한 자극에 대한 이야기이든 분명 화자에 대해 중요한 무언가를 드러낸다.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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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어떻게 자존감을 설계하는가 -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한 뇌과학자의 자기감 수업
김학진 지음 / 갈매나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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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존하기 위해 환경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자기감"일라고 한다. 이 문장을 "환경" 대신 사회적 환경, 즉 "타인"으로 바꿔 읽으면 그게 바로 "자존감"의 개념이다. 내가 자존감을높이기 위해 환경을 바꾸려 하거나 세상에 거는 기대를 조정하듯이,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타인을 바꾸려 하거나 타인에 거는 기대를 조정한다. 조정이 적정하여 적절한 결과를 얻는다면 자존감은 안정, 즉 균형 상태를 이룰 것이다. 하지만 조정이 미흡하거나 과도하면 자존감은 불균형 상태에 빠질 것이다. 자존감에 불균형이 오면 내가 타인을 무리하게 바꾸려는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내가 타인의 기대를 너무 부정적으로 추정하여 스스로 우울증이나 불안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자존감이 형성되고 발달하는 과정, 또 불균형에 빠지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자 뇌의 알로스테시스allostasis 기능을소개한다. 알로스테시스는 항상성 homeostasis 의 불균형을 더 효율적으로 예측하고 예방하기 위해 끊임없이 외부 환경을 활용하는 생체 기능이다. 신체 기관의 불균형이 감지되면 비로소 그 원인을 확인해 복구하는 수동적 메커니즘의 항상성과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개념이 아주 다르다. 지극히 미래 지향적인 알로스테시스는 유기체 전체의 궁극적 목표인 생존을 존속하기 위해 항상성 유지에 필요한 생물학적자원을 분배하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끊임없이 효율성을 추구한다.
- P8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자기는 신체와 환경 혹은 나와 타인 간의관계를 통해서만 규정될 수 있다. 또한 자기라는 개념은 고정된 것이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신체 상태와 외부 환경 간의 최적의 조합을 찾아가는 유동적인 과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일생 동안 내 모든 행동은 신체를 세상이라는 외부 환경에 끼워 맞추는 과정의 반복이며, 자기는 이 과정을 통해 생성되고 변화한다. 이 자기를 규정하는 과정에서 외부 환경의 제약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내부 신체의 요구 신호가 과도할 때 불균형은 발생한다.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강한 욕구와 인정받기 어려운 조건이 만났을 때, 안정된 균형점으로부터 멀어진 이러한 순간이 자존감 불균형 상태인 셈이다. - P114

스트레스를 경험할 때 이에 대처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있다. 첫 번째 방식은 앞서 든 트램펄린 예시에서 주변의 작은 공들까지 끌어모아 웅덩이를 점점 더 키워가는 것이다. 이런 식의 대처를 자기 의식 self-consciousness 이라 한다. 두 번째 방식은 트램펄린 예시에서 무거운 쇠공을 어떻게든 빼내듯이 처음엔 힘겹더라도 다시 균형점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런 식의 대처를 자기 인식 self-awareness 이라한다. 자기 인식은 많은 노력을 요구하지만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이를 해소해주는 근본적 해결책을 제공해줄 수 있다. 반면에 자기 의식은 불균형의 근본적인 해결 없이 다른 대상으로 원인을 돌려 스트레스와 불균형을 오히려 점점 더 키워가는 대처 방식이다. 이 과정이 장기적으로 반복되면 더 이상 불균형 해소가 어려운 상태로 빠질 수 있다. - P156

자기 의식이란 언젠가는 파도가 몰려와 힘없이 허물어버릴 모래성을 간신히 버티면서 아슬아슬하게 쌓아가는, 마치 묘기를 시연하는 것처럼 불안해하면서 하루하루 근근이 자존감 불균형을 해소해가는 방식이다. 반면 자기 인식이란 자신이 처한 상황의 불안정성을 명확히 알아차리고 좀 더 단단한 기반에서 더 내구성 좋은 재료들을 하나씩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 튼튼한 성을 만들어가는 자존감 불균형해소 방식이다. 지금까지 만든 모래성이 아까운 마음은 누구에게나동일하겠지만, 이 성을 차마 허물지 못하고 새롭게 출발하지 못한다면 나중에 파도가 몰려올 때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충격을 경험할 것이다. 자기 인식이 주는 순간의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과거의 나를 정리하고 새로운 나를 찾아간다면, 느리지만 훨씬 오래먼 여정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 P157

여러 유사한 개념을 하나로 묶어 범주화하는 능력은 용량이 제한된 뇌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주었다. 실제로 인간은 범주화를 통해 이론적으로 거의 무한에 가까운 정보들을 저장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범주화 능력은 필연적으로 정보의 차별화를 초래한다. 범주에 가까운 정보와 먼 정보를 동등하게 보지 못하게 한다는 말이다. 범주를가장 잘 대표하는 사례에 가까울수록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멀어질수록 낮은 가치를 부여하는 셈이다. 뇌의 범주화 기능은 다양한 사회적 정보들을 개념화하고 이렇게 분류한 정보들에 가치를 차등적으로부여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수많은 고정관념과 편견은 바로범주화 능력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 P171

일생 동안 끊임없이 익숙함과 새로움 간의 균형을 추구하며 가치를 학습해온 우리 뇌는 자연스럽게 신체와 환경의 변화에 크게 영향받지 않는, 생존을 위한 핵심적 가치들을 점차 터득하게 된다. 바로직관이 형성되는 과정이다.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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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 카드를 그리는 밤 시작시인선 185
이운진 지음 / 천년의시작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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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환생

몽골에서는 기르던 개가 죽으면 꼬리를 자르고 묻어 준단다
다음 생에서는 사람으로 태어나라고,

사람으로 태어난 나는 궁금하다
내 꼬리를 잘라 준 주인은 어떤 기도와 함께 나를 묻었을까가만히 꼬리뼈를 만져 본다
나는 꼬리를 잃고 사람의 무엇을 얻었나
거짓말할 때의 표정 같은 거
개보다 훨씬 길게 슬픔과 싸워야 할 시간 같은 거
개였을 때 나는 이것을 원했을까
사람이 된 나는 궁금하다
지평선 아래로 지는 붉은 태양과
그 자리에 떠오르는 은하수
양 떼를 몰고 초원을 달리던 바람의 속도를 잊고
또 고비사막의 밤을 잊고
그 밤보다 더 외로운 인생을 정말 바랐을까
꼬리가 있던 흔적을 더듬으며
모래언덕에 뒹굴고 있을 나의 꼬리를 생각한다
꼬리를 자른 주인의 슬픈 축복으로
나는 적어도 허무를 얻었으나
내 개의 꼬리는 어떡할까 생각한다. - P13

타로 카드를 그리는 밤


타로카드 한장을 뒤집었을 때
무표정한 점술사는 내게
슬픔의 바위를 밀어 올리는 시시포스와 같다고
영원히 나의 바위를 향해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아름다운 계절이
동쪽에서 왔다가 서쪽으로 가고
새들이 남쪽과 북쪽으로 집을 옮겨 다녀도
바위는 나의 운명보다 강할 거라고,

그때 나는
별조차 아무런 이유 없이 떨어지는 곳
내가 불시착한 이생에서
슬픔의 대문자로 이름을 썼다

슬픔은 마음에서만큼이나 가슴에서
몸에서만큼이나 삶에서
나를 베는 연장이 되어

구르는 바위와 나 사이
무엇을 세워도 슬픔을 이기는 튼튼한 벽이 되지 않았다

웃고 그리워하고 싶은 보잘것없는 저녁과
내가 그렇게까지 사랑하고 있는 줄 몰랐던 하루를
내게서 영원히 가져간 건 누구인지

내가 가고 싶지 않은 곳에서 나를 기다리는 바위에게로
돌아가고 돌아가고 또 돌아가게 하는 건 무엇인지

눈물 하나하나가 바위처럼 굴러 떨어지는 밤

신의 유머 같은 내 운명의 타로 카드에
나는 슬픔을 섞지 않은 빛깔로 몆 번이고 덧칠을 했다. - P23

아름다운 복수

신도 자신의 지옥을 가지고 있다는 말,
사람에 대한 사랑이 바로 그의 지옥이라는 말,


올해의 마지막 벚꽃이 지는 나무 아래서 생각한다
이 봄과 이 나무 사이만큼의 밀어도 없이
꽃잎처럼 훨훨 날려 본
가벼운 웃음도 없이
봄을 보내는 하루
뼈를 겉으로 입은 듯
부끄럽고 아픈 하루를 보내는 봄날
서럽고 사무쳐
꽃잎을 줍다가 생각한다
내년에도 신은 또
봄의 모래시계를 다시 거꾸로 세워 줄 것이다
새 벚꽃은 피고
지고
나는 똑같은 봄을
모래시계 속의 모래처럼 흘러내리겠지만
그다음 해에도 신은 또,
- P49

모두 옛말

부처의 제자 중 한 사람은 마당을 비질하는 일로써 깨달음을 얻었다는데,

봄에는 꽃잎을 쓸고
여름에는 빗물을 쓸고
가을에는 낙엽을 쓸고
겨울에는 눈을 쓸어 낸다

꽃잎은 봄의 쓰레기
빗물은 여름의 쓰레기
낙엽은 가을의
흰 눈은 겨울의 쓰레기

일년 내내 아파트 단지를 쓰는 경비 아저씨는
빗자루처럼 기대 쉴 낡은 벽이 없다
깨달음은 모두 옛말, - P97

욕을 먹다

사람들은 쉽게 욕을 한다
짐승 같은 놈
짐승만도 못한 놈, 이라고

그 순간 초원의 한복판
사자와 가젤이 달려간다
가젤 한 마리를 뒤쫓는 사자와 사자로부터 도망가가젤이
몇 번째인지 모를 생을 헤아리며 달린다
사자나 가젤이나
먼먼 조상을 원망하지 않고
신이 편들지 않는 게임에서
서로의 운명을 팽팽히 당기며
짐승의 삶을 지킨다

빌딩 숲에서 나는 달린다
사자가 결코 부러워하지 않을
행복을 얻기 위해 발톱을 세우고
가젤보다 위험하게
사자보다 숨차게 검은 밤을 헤맨다
사람 같은 놈, 이라고
사자에게 욕먹는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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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그라피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2
비톨트 곰브로비치 지음, 임미경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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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독특한 소설이라니.
찝찝하지만 계속 읽어가게 하는 힘은 뭘까.
어른들의 욕망에 이끌려 다니는 것 같지만 아이들은 다 알고 있었다.

우리, 나이가 너무 들어버린 우리에게는 이것이 그들에게 색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니 그들을 이 죄악으로 밀어 넣어야 한다! 그들이 우리와 더불어 죄악에 몸을 담그게 되면, 그때는 기대할 수 있다. 우리와 그들이 뒤섞이게 되리라고. 그들과 우리가 한 몸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이치를 나는 이해했다. 또한 이 죄악으로 인해 그들이 추악해지는 게 아니라는 걸, 그들의 젊음, 그 싱싱함은, 비록 죄의 빛깔을 띠게 될지라도, 우리의 시든 손에 이끌려 타락으로 인도될지라도, 그리하여 우리와 뒤섞여 혼탁해질지라도, 그 죄악으로 인해 오히려 더욱 풍요하고 충만해지리라는 것도 나는알고 있었다. 아무렴! 나는 알고 있었다! 온순하게 말 잘듣는, 그저 귀엽기만 한 젊음 따위가 무슨 재미가 있는가!
중요한 건 그런 젊음을 재료로 또 다른 젊음. 우리 어른들과 비극적으로 얽힌 젊음을 제조해 내는 일이었다.
열광! 이런 생각으로 나는 열광했다. 어떻게 그렇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이미 온갖 아름다움과는 무관한, 반짝이는 유혹의 그물을 쳐보는 일 따윈 엄두도 내지 못할 나이였다. 매력 없는, 누군가를 매혹하기란 어려운, 자연의 본성과는 거리가 먼 나이..... 아, 비록 감탄할 능력은 여전히 갖고 있다 해도, 나는 모르지 않았다. 내 감탄은 더 이상 누군가를 감탄하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제 내게 허용된 삶이란 두들겨 맞은 개, 비루먹은 개 꼴로 살아가는 삶 그 이상도 아니었다. 바로 이런 나이에, 성적 타락의 대가로라도 새삼 자신을 꽃피울 기회, 젊음으로 돌아갈 기회가 온다면, 추함이 여전히 아름다움에 의해 이용되고 흡수될 가능성이 보인다면, 그렇다면.... 이건 모드 장애물들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저항할 수 없는 유회이었다! 그렇지, 열광, 아니 그보다는 광기, 숨이 막혀오는.....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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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2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3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들녘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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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리우스처럼 다르게 사는 삶도 가능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아직은 그런 선택이 두렵다.

움직이는 기차에서처럼, 내 안에 사는 나. 내가 원해서 탄 기차가 아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아직 목적지조차 모른다. 먼 옛날 언젠가 이 기차 칸에서 잠이 깼고,
바퀴 소리를 들었다. 난 흥분했다. 덜컥거리는 바퀴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머리를 내밀어 바람을 맞으며 사물들이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속도감을 즐겼다. 기차가 멋지않기를 바랐다. 영원히 멈추어 버리지 말기를, 절대 그런일이 없기를. - P232

그레고리우스는 그들에게 삶이 만족스러운지 물었다.
베른의 고전문헌학자인 문두스가 세상의 끝에서 갈리시아의 어부들에게 삶에 대한 견해를 묻고 있었다…………. 그는이 상황을 즐겼다. 불합리함과 피로, 과장된 쾌감과 경계를 넘어서는지금까지 모르던 해방감이 섞인 이 상황을 그는 한껏 즐겼다.
어부들이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그는 더듬거리는에스파냐어로 두 번 더 물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한 명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만족하냐고? 다른 삶은 모르는 걸!" - P262

그레고리우스는 기꺼이 쓰기 시작했다. 태초에 말씀이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곧 하나님이시니라. 그가 태초에 하나님과 함께 계셨고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 그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이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라.‘
실우베이라는 성서를 가지고 와서 요한복음의 첫 구절들을 읽었다.
"그러니까 언어가 사람들의 빛이로군. 사물은 말로 표현되고서야 비로소 존재하기 시작한 거군."
실우베이라가 말했다.
"그리고 그 말에는 리듬이 있어야 하지. 여기 이 요한복음에서 볼 수 있듯이."
그레고리우스가 덧붙였다.
"말은 시(詩)가 되고 나서야 진정으로 사물에 빛을 비출수가 있어. 변화하는 말의 빛 속에서는 같은 사물도 아주다르게 보이지." - P286

우리 인생은 바람이 만들었다가 다음 바람이 쓸어갈 덧없는 모래알, 완전히 만들어지기도 전에 사라지는 헛된 형상. - P293

내가 사랑하는 자기기만의 대가(大家). 우리는 우리 자신의 소망과 생각들을 스스로도 모를 때가 많고, 다른 사람들이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때도 있소. 이와 다르게생각한 사람이 있을까?
없소. 다른 사람과 함께 살며 숨 쉬고 있는 사람이라면모두 이렇게 생각하오. 우리는 서로 육체도, 말의 아주 미세한 떨림까지도 잘 알고 있소.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가알고 있는 것을 알려고 하지 않을 때가 많지. 특히 우리가 보는 것과 상대방이 생각하는 것의 사이가 견딜 수 없을만큼 클 때 더더욱 그렇소. 정말 솔직하게 살기 위해서는 엄청난 용기와 강인함이 필요하오. 우리 스스로에 대해서도 이 정도는 알고 있소. 이 말이 독선일 이유는 없소. - P321

어두워지는 길을 운전하여 병원으로 가는 동안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인생은 우리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상상하는 그것이다. 프라두가 썼던 글이었다. - P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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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모모 2024-06-26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장들이 좋네요. 읽어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몽이엉덩이 2024-06-26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지루할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