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코너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1
존 치버 지음, 박영원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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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마치셨나요? 주문마치셨어요?" 패러것은 간이침대에 누운 채 다가을 아침과 그에게 닥칠지도 모를 죽음을 떠올리면서, 갇힌 자에 비하면 죽은 자에게 이점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죽은 자에게는 최소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추억과 후회가 있을 것이다. 반면 지금처럼 갇혀 있는 그에게는 풀냄새나 구두 가죽 냄새 혹은 샤워기 파이프에서 나오는 물냄새를 맡을 때에만 간헐적으로 옛 기억이 떠오를뿐, 밝게 빛나는 저세상에 대한 추억은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추억이라고 할 만한 일들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갈수록 희미해지면서 잘 떠오르지 않았다. 아침을 맞을 때마다 현실을 버티게 해줄 한마디 말이나상징, 촉감 또는 냄새를 기대하며 필사적으로 찾아 헤맸으나 그때마다메타돈 아니면 통제되지 않는 자신의 몸만 발견할 뿐이었다. 감옥에 있는 그는 마치 여행자처럼 보였는데, 실제로 그는 극심한 소외감이 그리낯설지 않을 만큼 과거에 이미 낯선 나라들을 충분히 돌아다닌 터였다.
낯설음이란 새벽녘 여행지에서 잠을 깰 때마다, 방금 꿨던 꿈부터 시작해 모든 것들이 생경하게 느껴지는 감각이었다. 그곳에서는 낯선 언어로 꿈을 꿨고 낯선 침대보의 촉감과 냄새를 느끼며 눈을 떴다. 창문으로는 낯선 연료의 낯선 냄새가 기어들어왔다. 녹물로 하는 목욕은 낯설었고, 거칠고 낯선 화장지로 항문을 닦았으며, 낯선 계단을 걸어 내려오면 낯설고 역겨운 아침식사가 그를 기다렸다. 그게 여행이었다. 감옥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그가 보고 만지고 냄새 맡고 또 꿈꾸었던 모든것들이 잔인할 정도로 낯설었다. 그러나 그가 남은 생애를 전부 보내게될지도 모를 이 대륙 혹은 이 나라에는 그 어떤 국기도 국가도, 군주도, 대통령도, 세금도, 경계선도, 무덤도 존재하지 않았다. - P62

창가에는 아직도 약간의 햇빛이 남아 있었다. 랜섬의 라디오에서는댄스 음악이 흘러나왔고 복도 끝에 설치된 텔레비전에서는 곤란한 지경에 빠진 사람들이 화면에 등장했다. 과거에 취해 헤어나지 못하는 노인, 미래를 생각하느라 여념이 없는 청년, 연인들과 갈등을 겪는 젊은여자 그리고 술병들을 모자 상자와 냉장고와 책상 서랍에 숨기는 노파.패러것은 화면 속에 보이는 그들의 머리와 어깨 너머로 마을 전경과푸른 숲 그리고 하얀 해변으로 몰려와 부딪는 파도를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언제라도 산책 삼아 가게에 가거나 숲으로 소풍을 가거나 바다로헤엄치러 갈 수 있는데 왜 그렇게 언쟁을 벌이며 한방에 틀어박혀 있는 걸까? 그 모든 일들을 다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데 왜 실내에만 머물러 있을까? 왜 패러것처럼 그들을 부르는 파도 소리를 듣지 못하는것일까? 왜 패러것처럼 그 파도 소리에 아름다운 조약돌을 넓게 펼쳐놓은 채 부서지는 깨끗한 바닷물을 상상하지 못하는 걸까?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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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눕는다 - 김사과 장편소설
김사과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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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느끼는 20대의 불안감, 치기, 알수 없는 자기 마음 등, 오히려 뒤로 갈수록 안쓰러운 청춘들을 보듬어 주고 싶었다.

근데, 자꾸 그런 생각이 들어. 그냥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바보같이 살면 좀 안 돼? 꼭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해?
그냥 꿈속에서 살면 좀 안 돼? 어떤 건 그냥 아름답다고 하면 안돼? 아름다운 거 맞잖아? 느껴지잖아? 거짓말이 아니잖아? 그런삶이 정말 그렇게 나쁜 거야? 그렇게 살면, 사람들 말대로 정말비참하게 살다가 고통 속에서 외롭게 죽어가는 거야? 무서워.
다들 그렇게 말하잖아. 무서워. 도대체 왜 하나같이 똑같은 말만하는 거야? 정말 그런 거니까? 하지만 좀 지겹지 않아? 그래. 정말 그렇다고 쳐. 맞다고 쳐. 그렇지만, 삶이 그렇게 단순한 거라면 그건 너무 슬프잖아. 살아남는 게 전부라면. 그렇다면 아름다움은? 아름다움은 어디로 가야 하지? 누가 그것에 대해 말하지?
왜 인간은 아름답다는 말을 갖고 있지?  - P143

모든 것이 끝난 뒤에도 삶은 이어졌다. 그것이 영원히 지속되리라는 걸. 우리는 마침내 깨달아버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로, 더이상 어떤 기쁨도 놀라움도 설렘도 없이,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끝내 우리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로 늙어갈 것이다. 그는 끝내 아무것도 그리지 못할 것이다. 나는 끝내 아무것도 쓰지 못할 것이다. 아무도 우리를 기억하지 못하는 채로 우리는 두 마리의 거북이나 염소처럼 시시하게 늙어갈 것이다. 삶은끝났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남은 것은 그 삶을견딜 수 있을 정도의 뻔뻔함과 얄팍한 위안뿐이었다. 우리는 이제 서로 외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손을 잡아줄 사람은 서로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건 끔찍한 깨달음이었다. 우린 단지 너무 외로워서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잡아줄 손이, 그손을 올려놓을 어깨가 필요했다. 아니 그저 살아 있는 것이 필요했다. 그게 거북이건 염소건 상관없었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더이상 바랄 게 없다고 생각했다.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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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털리 부인의 연인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6
D.H. 로렌스 지음, 이인규 옮김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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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이제 . 자기 본성의 진정한 근본에 이르렀다는 느낌이 들었으며, 본질적으로 아무 부끄러움이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관능적 자아, 부끄럼 없이 벌거벗은 자아가 되었다.
그녀는 어떤 승리감을, 거의 허세를 부리고 싶기까지 한 승리감을 느꼈다.
그랬다! 바로 이거였다! 이게 바로 삶이었다!
이게 바로 자신의 진정한 존재 방식이었다. 위장하거나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궁극적인 부끄러움이 한 남자, 즉 다른 존재와 함께 나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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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옳다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정혜신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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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는게 나라는 사람에 대한 생각이다.
이 책은 이런 생각들에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 같다.

가장 절박하고 힘이 부치는 순간에사람에게 필요한 건
‘네가 그랬다면 뭔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너는 옳다‘는 자기 존재 자체에 대한 수용이다.
‘너는 옳다‘는 존재에 대한 수용을 건너뛴객관적인 조언이나 도움은산소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은 사람에게요리를 해주는 일처럼 불필요하고 무의미하다. - P59

감정도 그렇다. 슬픔이나 무기력, 외로움 같은 감정도 날씨와 비슷하다. 김정은 병의 증상이 아니라 내 삶이나 존재의 내면을 알려주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우울은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높고단단한 벽 앞에 섰을 때 인간이 느끼는 감정 반응이다. 인간의 삶은죽음이라는 벽, 하루는 24시간뿐이라는 시간의 절대적 한계라는 벽앞에 있다. 인간의 삶은 벽 그 자체다. 그런 점에서 모든 인간은 본질적으로 우울한 존재다
그러므로 우울은 질병이 아닌 삶의 보편적바탕색이다. 병이 아니라 삶 그 자체라는말이다. - P87

존재가 소멸된다는 느낌이 들 때 가장 빠르게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 증명하는 방법이 폭력이다. 폭력은 자기 존재감을 극대화시키는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누군가에게 폭력적 존재가 되는 순간 사람은상대의 극단적인 두려움 속에서 자기 존재감이 폭발적으로 증폭되는 걸 느낀다. - P100

엄밀히 말하면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 맞고 살아온 사람이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내밀한 자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존재 자체에대한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부모에게 맞던 그 아이가 느꼈던 무력감이나 수치심에 대한 이야기가 그의 존재 자체에 더 가까운 이야기다. 가정폭력에 시달린 아이가 느끼는 감정은 자라면서 분노나 무감각 등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도 있다. 그런 감정들을 떠올리고 얘기할수 있다면 그것이 존재 자체에 대한 얘기다. 내 상처의 내용보다 내상처에 대한 내 태도와 느낌이 내 존재의 이야기다. 내 상처가 ‘나‘가아니라 내 상처에 대한 나의 느낌과 태도가 더 ‘나‘라는 말이다.
내 느낌이나 감정은 내 존재로 들어가는 문이다. 느낌을 통해 사람은 진솔한 자기 존재를 만날 수 있다. 느낌을 통해 사람은 자기 존재에 더 밀착할 수 있다. 느낌에 민감해지면 액세서리나 스펙 차원의
‘나‘가 아니라 존재 차원의 ‘나‘를 더 수월하게 만날 수 있다. ‘나‘가 또렷해져야 그 다음부터 비로소 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 P105

사람의 속마음은 무의식적 욕구나 욕망뿐 아니라 살아오며 겪었던 상처와 그 감정들, 미처 떠올리지 못했던 오래된 기억들이 빼곡하게 모여 있는 캄캄한 곳이다. 나의 일상은 쓸고 닦고 아름답게 꾸미느라 환하게 불을 밝혀놓은 곳이지만 속마음에까지 불을 환하게 켜놓고 살진 못한다. 그래서 속마음은 형광등마저 깜빡이는 반지하 방처럼 대체로 캄캄하다.
더구나 속마음은 그걸 보호하는 방어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벽의다른 이름은 방어기제다. 그 벽은 속마음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지만 과도한 방어는 오래된 상처들을 가둔 채 곪게 만들기도 한다. 치유란 속마음을 보호하는 동시에 농이 가득 찬 속마음을 드러내는일이다. 모순되는 그 일을 마법처럼 해내는 것이 공감이다. - P144

가정 폭력이든 직장 상사에게 고통을 받는 친구든 연인이나 부모자식의 첨예한 갈등이든,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상적 고통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우선 그 상황과 관계 속에서 당사자 자신이 느끼는 자기 속마음에 대해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치유란 특정 문제에 대해 외부에서 던져주는 전문적인 코멘트에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안개가 자욱한 고속도로에서 사고로 뒤엉킨 자동차들처럼 상처 입은 자기 마음길을 누군가의 손을 잡고 하나하나 보고 만지고 확인하고 느끼며 분리해 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뒤엉켜 있던 마음결을 안개가 걷힌 후의 풍경 보듯 하나씩 또렷이 보는 일이다.
‘아, 그때 내 마음이 그랬었구나. 그래서 그 사람에게 그런 말이 나왔던 거구나. 내가 그랬구나. 그래서 내가 그런 행동을 했던 거구나‘
그렇게 자신과 자기 상황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을 때까지 묻고공감하고 또 묻고 다시 공감해 주는 일을 반복해 주는 것이 옆에 있는 공감자가 해야 하는 일이다. 자신을 또렷하게 볼 수 있을 때까지곁에 함께 있으면서 주저앉으려 하면 함께 주저앉아 있어주고, 그 과정을 쓸모없는 것으로 여기는 둥 엉뚱하게 해석하면 왜 그런 마음이드는지 다시 묻고 들어주고 또 그 마음을 공감해 주면서 함께 가는사람이 공감자다.
상처와 혼돈 속에 있는 사람에게 길 건너에서 전문적이고 일방적인답을 전해주는 사람은 공감자가 아니다. 공감자가 아니면 전문가도 될수 없다. 그런 방식으로는 상처 입은 사람을 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 마음은 외부에서 이식된 답으로는 절대 정돈되지 않는다. 답은 밖에서 오지 않고 언제나 내 안에서 발견돼야 내게 스미고 적용된다. 자기가 처한 상황의 실체, 자기 마음의 실체를 하나하나 또렷이 보고 느끼면서 자기 상황에 대한 심리적 조망권을 확보해야만 마음이 정돈되기 시작한다. 온몸, 온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 진짜 아는 일이며 그렇게 알아야만 혼돈에서 벗어날 길이 보인다. - P153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한 사람에게 어떻게 공감할 수 있나. 본인에게 그걸 알려주지 않으면 계속 잘못된 길로 가지 않겠는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내 공감을 포갤 곳은 그의 생각과 행동이 아니라 그의 마음, 즉 감정이다. 존재의 느낌이나 감정이 공감 과녁의 마지막 중심점이다. (나는 마음이란 표현을 감정, 느낌이란 단어와 동의어로사용한다. 사람들에게 같은 의미로 더 쉽게 다가가는 표현이라고 느낀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어떠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느낌을 말한다.) - P161

공감은 다정한 시선으로사람 마음을 구석구석, 찬찬히, 환하게 볼 수 있을 때닿을 수 있는 어떤 상태다.
사람의 내면을 한 조각, 한 조각 보다가점차로 그 마음의 전체 모습이 보이면서도달하는 깊은 이해의 단계가 공감이다.
상황을, 그 사람을 더 자세히 알면 알수록상대를 더 이해하게 되고이해하면 할수록 공감은 깊어진다.
그래서 공감은 타고나는 성품이 아니라내 걸음으로 한발 한발 내딛으며 얻게 되는 무엇이다. - P172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그 관계가 기쁨과 즐거움이거나 배움과 성숙, 성찰의 기회일 때다. 그건이 관계의 본질이다. 끊임없는 자기학대와 자기혐오로 채워진 관계에서 배움과 성숙은 불가능하다. 자기 학대와 자기혐오가 커질 수밖에 없는 관계라면 그 관계는 끊어야한다. 주변을 찬찬히 돌아보면 끊어야만 자기를 지킬 수 있는 관계들이 의외로 많다. 관계를 끊으면 그때서야 상대방도 자기를 돌아볼 수있는 최소한의 계기가 만들어진다. 그런 계기로 삼지 못해서 결국 대가를 치르게 되어도 그건 그의 몫이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 P206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은연중에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이 따로 있다고 여긴다. 좋은 감정은 수용하지만 나쁜 감정이라 믿는 것은없애거나 억누르려 한다. 후회나 짜증, 무기력, 불안, 두려움 같은 것은 나쁜 감정, 없애야 하는 감정이고 유쾌하고 잘 웃는 마음, 매사 긍정적이고 좌절하지 않는 마음은 좋은 감정이다. 북돋우고 강화시켜야 마땅하다고 믿는다. 나쁜 감정을 어떻게 해서라도 좋은 감정으로전환시킬 수 있어야 멘탈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사는 건 좋은 일인가. 좋을 때도 있지만아닐 때도 얼마든지 있다. 때론 위험하기도 하다. 긍정적 감정은 자기합리화와 기만이 만들어내는 결과일 때도 있고 자기 성찰의 부재를뜻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성찰이 깊고 스스로에게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면 불안하고 흔들리게 된다. 상황을 더 깊고 입체적으로 보는 과정에서 만나는 불안은 불가피한 것이다. 깊은 성찰은 여러 갈래의 길과 전망을 보여준다.
복잡한 갈래 길들을 바라보며 인정하고 통합하는 과정은 불안을 전제로 진행되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심리적 토대는 더 튼실해진다. 이럴 때의 불안은건강한 불안, 건강한 혼란이다. 입체적 통합을 위한 필수 과정이다. 건강한 불안을 외면하면 이 모든 과정이 생략되고 사라진다. 좋은 감정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듯 부정적인 감정도 항상 부정적인것만은 아니다. 상황마다 다르다. 고정값이 아니므로 개별적 상황마다 다시 성찰해야 알 수 있다.
- P219

자신에 대한 성찰을 건너뛰고 타인의 마음을 공감하는 일로 넘어갈 방법은 없다. 타인에 대한 공감이 자전거의 왼쪽 페달이라면 자기를 살펴보는 일은 동시에 돌아가는 오른쪽 페달이다. 한쪽이 돌아가지 않으면 그 즉시 자전거는 멈추고 넘어진다. 자기에 대한 성찰이멈추는 순간 타인에 대한 공감도 바로 멈춘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자기 성찰의 부재는 공감을 방해하는 허들이 된다. - P231

누구나 한결같이 공감받고 공감하며 살길 원하면서도막상 그렇게 살기 힘든 건공감까지 가는 길목에서 여러 허들을 만나기 때문이다.
그 허들을 잘 넘어야 마침내 공감에 도달할 수 있다.
그토록 원하는 공감받고 공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선허들의 실체를 알아야 한다.
대표적인 허들이 감정에 대한 통념이다. - P258

공감은 내 생각, 내 마음도 있지만 상대의 생각과 마음도 있다는전제하에 시작한다. 상대방이 깊숙이 있는 자기 마음을 꺼내기 전엔그의 생각과 마음을 나는 알 수 없다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 관계의시작이고 공감의 바탕이다.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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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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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혈로 촉발돼버린 딩씨마을 사람들의 욕망과 죽음까지도 돈 벌이로 전락해버린 인간 잔혹사가 펼쳐진다.

사람이 죽는 것이 나무에서 나뭇잎이 떨어진 것과 같았다. 등불이 꺼진 것과 같았다. 무덤을 파고 사람을 묻는 일이 삽을 들어 마을 어귀에 구덩이를 파고 죽은 고양이나 개를 묻는 것만큼이나 순조로웠다. 슬픔도 없었고 울음소리도 없었다. 울음소리와 슬픔은 말라 버린 강과 같아서 소리도 없고 호흡도 없었다. 사람들의 눈물은 맑게 갠 날 허공에 떨어지는 빗방울만큼이나 희박하여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말라 버렸다. 이리하여 별로 대단한 일이 없게 되었다. 우리 삼촌과 링링, 딩샤오유에와 쟈껀바오를 단숨에 다 묻어 버렸다.
전부 묻어 버렸다. - P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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