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옳다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정혜신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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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는게 나라는 사람에 대한 생각이다.
이 책은 이런 생각들에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 같다.

가장 절박하고 힘이 부치는 순간에사람에게 필요한 건
‘네가 그랬다면 뭔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너는 옳다‘는 자기 존재 자체에 대한 수용이다.
‘너는 옳다‘는 존재에 대한 수용을 건너뛴객관적인 조언이나 도움은산소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은 사람에게요리를 해주는 일처럼 불필요하고 무의미하다. - P59

감정도 그렇다. 슬픔이나 무기력, 외로움 같은 감정도 날씨와 비슷하다. 김정은 병의 증상이 아니라 내 삶이나 존재의 내면을 알려주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우울은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높고단단한 벽 앞에 섰을 때 인간이 느끼는 감정 반응이다. 인간의 삶은죽음이라는 벽, 하루는 24시간뿐이라는 시간의 절대적 한계라는 벽앞에 있다. 인간의 삶은 벽 그 자체다. 그런 점에서 모든 인간은 본질적으로 우울한 존재다
그러므로 우울은 질병이 아닌 삶의 보편적바탕색이다. 병이 아니라 삶 그 자체라는말이다. - P87

존재가 소멸된다는 느낌이 들 때 가장 빠르게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 증명하는 방법이 폭력이다. 폭력은 자기 존재감을 극대화시키는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누군가에게 폭력적 존재가 되는 순간 사람은상대의 극단적인 두려움 속에서 자기 존재감이 폭발적으로 증폭되는 걸 느낀다. - P100

엄밀히 말하면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 맞고 살아온 사람이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내밀한 자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존재 자체에대한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부모에게 맞던 그 아이가 느꼈던 무력감이나 수치심에 대한 이야기가 그의 존재 자체에 더 가까운 이야기다. 가정폭력에 시달린 아이가 느끼는 감정은 자라면서 분노나 무감각 등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도 있다. 그런 감정들을 떠올리고 얘기할수 있다면 그것이 존재 자체에 대한 얘기다. 내 상처의 내용보다 내상처에 대한 내 태도와 느낌이 내 존재의 이야기다. 내 상처가 ‘나‘가아니라 내 상처에 대한 나의 느낌과 태도가 더 ‘나‘라는 말이다.
내 느낌이나 감정은 내 존재로 들어가는 문이다. 느낌을 통해 사람은 진솔한 자기 존재를 만날 수 있다. 느낌을 통해 사람은 자기 존재에 더 밀착할 수 있다. 느낌에 민감해지면 액세서리나 스펙 차원의
‘나‘가 아니라 존재 차원의 ‘나‘를 더 수월하게 만날 수 있다. ‘나‘가 또렷해져야 그 다음부터 비로소 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 P105

사람의 속마음은 무의식적 욕구나 욕망뿐 아니라 살아오며 겪었던 상처와 그 감정들, 미처 떠올리지 못했던 오래된 기억들이 빼곡하게 모여 있는 캄캄한 곳이다. 나의 일상은 쓸고 닦고 아름답게 꾸미느라 환하게 불을 밝혀놓은 곳이지만 속마음에까지 불을 환하게 켜놓고 살진 못한다. 그래서 속마음은 형광등마저 깜빡이는 반지하 방처럼 대체로 캄캄하다.
더구나 속마음은 그걸 보호하는 방어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벽의다른 이름은 방어기제다. 그 벽은 속마음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지만 과도한 방어는 오래된 상처들을 가둔 채 곪게 만들기도 한다. 치유란 속마음을 보호하는 동시에 농이 가득 찬 속마음을 드러내는일이다. 모순되는 그 일을 마법처럼 해내는 것이 공감이다. - P144

가정 폭력이든 직장 상사에게 고통을 받는 친구든 연인이나 부모자식의 첨예한 갈등이든,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상적 고통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우선 그 상황과 관계 속에서 당사자 자신이 느끼는 자기 속마음에 대해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치유란 특정 문제에 대해 외부에서 던져주는 전문적인 코멘트에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안개가 자욱한 고속도로에서 사고로 뒤엉킨 자동차들처럼 상처 입은 자기 마음길을 누군가의 손을 잡고 하나하나 보고 만지고 확인하고 느끼며 분리해 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뒤엉켜 있던 마음결을 안개가 걷힌 후의 풍경 보듯 하나씩 또렷이 보는 일이다.
‘아, 그때 내 마음이 그랬었구나. 그래서 그 사람에게 그런 말이 나왔던 거구나. 내가 그랬구나. 그래서 내가 그런 행동을 했던 거구나‘
그렇게 자신과 자기 상황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을 때까지 묻고공감하고 또 묻고 다시 공감해 주는 일을 반복해 주는 것이 옆에 있는 공감자가 해야 하는 일이다. 자신을 또렷하게 볼 수 있을 때까지곁에 함께 있으면서 주저앉으려 하면 함께 주저앉아 있어주고, 그 과정을 쓸모없는 것으로 여기는 둥 엉뚱하게 해석하면 왜 그런 마음이드는지 다시 묻고 들어주고 또 그 마음을 공감해 주면서 함께 가는사람이 공감자다.
상처와 혼돈 속에 있는 사람에게 길 건너에서 전문적이고 일방적인답을 전해주는 사람은 공감자가 아니다. 공감자가 아니면 전문가도 될수 없다. 그런 방식으로는 상처 입은 사람을 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 마음은 외부에서 이식된 답으로는 절대 정돈되지 않는다. 답은 밖에서 오지 않고 언제나 내 안에서 발견돼야 내게 스미고 적용된다. 자기가 처한 상황의 실체, 자기 마음의 실체를 하나하나 또렷이 보고 느끼면서 자기 상황에 대한 심리적 조망권을 확보해야만 마음이 정돈되기 시작한다. 온몸, 온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 진짜 아는 일이며 그렇게 알아야만 혼돈에서 벗어날 길이 보인다. - P153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한 사람에게 어떻게 공감할 수 있나. 본인에게 그걸 알려주지 않으면 계속 잘못된 길로 가지 않겠는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내 공감을 포갤 곳은 그의 생각과 행동이 아니라 그의 마음, 즉 감정이다. 존재의 느낌이나 감정이 공감 과녁의 마지막 중심점이다. (나는 마음이란 표현을 감정, 느낌이란 단어와 동의어로사용한다. 사람들에게 같은 의미로 더 쉽게 다가가는 표현이라고 느낀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어떠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느낌을 말한다.) - P161

공감은 다정한 시선으로사람 마음을 구석구석, 찬찬히, 환하게 볼 수 있을 때닿을 수 있는 어떤 상태다.
사람의 내면을 한 조각, 한 조각 보다가점차로 그 마음의 전체 모습이 보이면서도달하는 깊은 이해의 단계가 공감이다.
상황을, 그 사람을 더 자세히 알면 알수록상대를 더 이해하게 되고이해하면 할수록 공감은 깊어진다.
그래서 공감은 타고나는 성품이 아니라내 걸음으로 한발 한발 내딛으며 얻게 되는 무엇이다. - P172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그 관계가 기쁨과 즐거움이거나 배움과 성숙, 성찰의 기회일 때다. 그건이 관계의 본질이다. 끊임없는 자기학대와 자기혐오로 채워진 관계에서 배움과 성숙은 불가능하다. 자기 학대와 자기혐오가 커질 수밖에 없는 관계라면 그 관계는 끊어야한다. 주변을 찬찬히 돌아보면 끊어야만 자기를 지킬 수 있는 관계들이 의외로 많다. 관계를 끊으면 그때서야 상대방도 자기를 돌아볼 수있는 최소한의 계기가 만들어진다. 그런 계기로 삼지 못해서 결국 대가를 치르게 되어도 그건 그의 몫이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 P206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은연중에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이 따로 있다고 여긴다. 좋은 감정은 수용하지만 나쁜 감정이라 믿는 것은없애거나 억누르려 한다. 후회나 짜증, 무기력, 불안, 두려움 같은 것은 나쁜 감정, 없애야 하는 감정이고 유쾌하고 잘 웃는 마음, 매사 긍정적이고 좌절하지 않는 마음은 좋은 감정이다. 북돋우고 강화시켜야 마땅하다고 믿는다. 나쁜 감정을 어떻게 해서라도 좋은 감정으로전환시킬 수 있어야 멘탈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사는 건 좋은 일인가. 좋을 때도 있지만아닐 때도 얼마든지 있다. 때론 위험하기도 하다. 긍정적 감정은 자기합리화와 기만이 만들어내는 결과일 때도 있고 자기 성찰의 부재를뜻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성찰이 깊고 스스로에게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면 불안하고 흔들리게 된다. 상황을 더 깊고 입체적으로 보는 과정에서 만나는 불안은 불가피한 것이다. 깊은 성찰은 여러 갈래의 길과 전망을 보여준다.
복잡한 갈래 길들을 바라보며 인정하고 통합하는 과정은 불안을 전제로 진행되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심리적 토대는 더 튼실해진다. 이럴 때의 불안은건강한 불안, 건강한 혼란이다. 입체적 통합을 위한 필수 과정이다. 건강한 불안을 외면하면 이 모든 과정이 생략되고 사라진다. 좋은 감정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듯 부정적인 감정도 항상 부정적인것만은 아니다. 상황마다 다르다. 고정값이 아니므로 개별적 상황마다 다시 성찰해야 알 수 있다.
- P219

자신에 대한 성찰을 건너뛰고 타인의 마음을 공감하는 일로 넘어갈 방법은 없다. 타인에 대한 공감이 자전거의 왼쪽 페달이라면 자기를 살펴보는 일은 동시에 돌아가는 오른쪽 페달이다. 한쪽이 돌아가지 않으면 그 즉시 자전거는 멈추고 넘어진다. 자기에 대한 성찰이멈추는 순간 타인에 대한 공감도 바로 멈춘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자기 성찰의 부재는 공감을 방해하는 허들이 된다. - P231

누구나 한결같이 공감받고 공감하며 살길 원하면서도막상 그렇게 살기 힘든 건공감까지 가는 길목에서 여러 허들을 만나기 때문이다.
그 허들을 잘 넘어야 마침내 공감에 도달할 수 있다.
그토록 원하는 공감받고 공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선허들의 실체를 알아야 한다.
대표적인 허들이 감정에 대한 통념이다. - P258

공감은 내 생각, 내 마음도 있지만 상대의 생각과 마음도 있다는전제하에 시작한다. 상대방이 깊숙이 있는 자기 마음을 꺼내기 전엔그의 생각과 마음을 나는 알 수 없다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 관계의시작이고 공감의 바탕이다.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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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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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혈로 촉발돼버린 딩씨마을 사람들의 욕망과 죽음까지도 돈 벌이로 전락해버린 인간 잔혹사가 펼쳐진다.

사람이 죽는 것이 나무에서 나뭇잎이 떨어진 것과 같았다. 등불이 꺼진 것과 같았다. 무덤을 파고 사람을 묻는 일이 삽을 들어 마을 어귀에 구덩이를 파고 죽은 고양이나 개를 묻는 것만큼이나 순조로웠다. 슬픔도 없었고 울음소리도 없었다. 울음소리와 슬픔은 말라 버린 강과 같아서 소리도 없고 호흡도 없었다. 사람들의 눈물은 맑게 갠 날 허공에 떨어지는 빗방울만큼이나 희박하여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말라 버렸다. 이리하여 별로 대단한 일이 없게 되었다. 우리 삼촌과 링링, 딩샤오유에와 쟈껀바오를 단숨에 다 묻어 버렸다.
전부 묻어 버렸다. - P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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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책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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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는 기족의 죽음으로 인해 죽음 가까이 가지만 엘머를 통해서 죽음을 벗어난 삶을 살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 죽음은 또다른 엘머의 죽음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죽음은 늘 곁에 맴돌고 있다.

앨머 그런드가 권총을 꺼내들고 내 가슴을겨눴을 때 내게는 그것이 혼자서 하는 카드놀이만큼도 두려움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그 권총에 든 탄환들에 내가 단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어떤 생각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세상은 구멍들, 의미 없는 벌어진 틈새들, 정신이 건널 수 없는미세한 균열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만일 우리가 그런 구멍들 중 하나의 건너편에 있다면 우리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자신의 삶으로부터 자신의 죽음으로부터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그날 밤 우연히 내 집 거실에서 그런 구멍들 중 하나와 마주쳤다. 그것은 권총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는데, 나는 그 권총안에 있었으므로 모면을 하느냐 못하느냐에 상관하지 않았다. 나는 더없이 침착하면서도 전혀 제 정신이 아니었고 그순간에 주어지는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 정도의 무관심은 참으로 보기 드문 것이고 또 자신을 버릴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만이 보일 수 있는 것이기에존경을 받을 만하다. 그런 태도는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 P144

그녀를 계속 바라보는 사이 나는 그녀가 정신력으로 결국은 육체를 지배하게 된그런 보기 드문 사람들 중의 하나임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노령도 그런 사람들을 약화시키지는 못한다. 육신을 늙게 할수 있을지는 몰라도 본연의 모습을 바꿀 수는 없다. 그런 사람들은 나이가 더 들면 들수록 더 완벽하고 분명하게 자신을구현한다. - P298

위기의 순간들이 사람들에게서 배가된 생명력을 창출해 낸다. 또는 좀더 간명하게 번역하자면, 사람들은 곤경에 맞닥뜨리기 전까지는 충실한 삶을 살지못한다. - P311

당신은 어딘가에서부터 시작했고 거기에서부터 아무리 멀리 여행을 했다고 생각하더라도 언제나 결국은 그 자리로 돌아갈 거예요. 나는 당신이 나를 구원해 줄 거라고, 내가 당신에게 속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그 사람들 외엔 누구에게도 속해 본 적이 없어요. 꿈을 꾸게 해주어서 고마워요. 데이비드 - P400

역사의 어느 순간에는 모든 것이 하루 만에이울지만 오래 사는 사람은 누구나 살아서 죽는다. 삶을 헤쳐 나가는 동안 우리는 자신의 서너 가지 모습을 뒤에 남기는데 그 하나하나의 모습은 다른 모습과 다르다. 우리는 과거라는 안개 너머로 다른 시대의 우리 초상들을 보듯 그 모습들을 본다. - P407

환상의 책은 이런 저런 일들이 실생활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일어나지 않는 다른 세계로의 탐험 여행이다. 이 소설에서 오스터는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끊임없이 바뀌는 한 남자의 삶과 감정들을 탐구하는데, 작가의그런 의도는 <인간은 하나의 동일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다.끝에서 끝까지 이르는 여러 다른 삶을 살며 그것이 바로 비극의 원인이다>라는 제사(詞)에 단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 P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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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르미날 2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22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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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을 통해 단순한 무리에서 집단으로의 성장이란 말이 가슴에 깊이 남는다.

왜 누구는 찢어지게 가난하고, 누구는 저토록호의호식하며 살아가는가? 어째서 어떤 사람들은 평생 동안 누군가의 발아래에서만 살아가야 하는가? 그 누군가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희망 따위는 품어보지도 못한 채? 에티엔이처음으로 거쳐야 할 단계는 자신의 무지를 깨닫는 것이었다.
《제르미날 1》

"아, 이렇게 비참할 데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이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기 전에는 그래도 어떻게든 먹고살 수는 있었어. 비록 맨땅밖에는 먹지 못했지만, 그래도 우린 함께 있을 수 있었다고...... 그런데 맙소사, 대관절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걸까! 우리가 대체 무슨 나쁜짓을 했길래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는 거지? 식구들을 땅에 묻고, 살아남은 식구들도 땅속으로 들어가는 것 말고는 아무 희망도 없이.....
저들은 마차를 모는 말처럼 우릴 부려먹었어. 이건 너무나 부당한 일이야. 죽도록 일하면서도 채찍질이나 당하는 가축처럼 살아가면서생전 가도 맛난 음식 한번 먹어보지 못하고 부자들의 배만 불려주다가 죽어야 하다니. 희망이 사라지면 더이상 살아갈 낙도 없는 거야.
그래.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었어. 우리에게도 숨을 쉴 권리가 있었다고...... 하지만 이렇게 될 줄 진작 알았더라면! 단지 정당한 것을원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까지 비참해질 수 있는 거냐고!" - P240

사람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복수를 꿈꾸는 검은 군대가 밭고랑에서 서서히 싹을 틔워 다가올 세기의 수확을 위해 자라나고 있었다.
그리하여 머지않아 그 싹이 대지를 뚫고 나올 것이다.

그가 가진 이론은 비록 모호하지만 그는 광부들의 리더가 되고, 카트린을 통해 감정교육을 경험한다. 또한 광부들은 에티엔을 통해 반항과 투쟁을 차례로 배워나가면서 단순한 ‘무리masse‘에서 진정한 하나의 ‘집단collectif‘으로 성장해나간다. 부르주아들 역시 자신들의 안락한 삶을 위협하는 낯선 세상과 직면하면서 불안한 미래를 예감하게된다는 의미에서 그들 역시 한층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 P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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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르미날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21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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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가 백년을 넘게 광부로 일을 해왔지만 어떻게 빵조차 먹기가 힘들까? 무엇이 문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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