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짐승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5
에밀 졸라 지음, 이철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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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생각을 극단으로 몰아가는 연료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계속하게 되는 책이다.
인간과 짐승을 구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인간심리를 깊이 파헤쳐 들어간 에밀졸라의 책 중 최고인거 같다.

기관차가 도중에 산산조각내버린 희생자들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있단 말인가! 기관차는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로 인해 뿌려진 피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미래를 향해 전진하고 있지 않은가? 운전자도 없이, 어둠 속 한가운데로, 마치 살육의 현상 한복판에 풀어놓은 눈멀고귀먹은 한 마리 짐승처럼, 기관차는 이미 피곤에 절고 술에 취해 혼곤한 상태에서 악을 쓰며 노래를 부르는 병사들을 싣고, 그 총알받이들을 싣고, 달리고 또 달렸다. - P571

이 일곱 건의 죽음-죽임 중에서 졸라가 ‘인간 짐승‘의 원형과 관련지어 작품 내내 집요하게 탐구하는 것은 바로 자크가 세브린을 상대로저지르는 살해다. 루보나 그랑모랭이나 미자르의 경우도 인간의 야수성을 보여주기에 조금도 모자람이 없지만 그것들은 모두 성적 욕망이든 물질적 욕망이든, 질투든 원한이든 비교적 뚜렷한 살인의 동기를지니고 있어 오히려 살인의 원초적인 모습을 가린다. 『인간 짐승』은 범인을 추적하는 소설도 아니며 범죄를 낳는 세상을 분석하는 소설도 아니다. 졸라가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심리적이거나 사회적인 외적 동기가 아니라 그러한 동기 이전에 도사리고 있는 죽음-죽임의 본능, 다시말해 이성이나 도덕관념으로 통제할 수도 없고 영문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오로지 "대물림된 폭력" "피와 신경의 충동", "옛날 옛적 서로투쟁했던 기억의 잔존".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감과 강해졌다는 기쁨"
때문에 저지르는 살해 행위, 곧 "살인의 숙명성"이다. - P586

자크의 본능적인 살인 충동이 여성 혐오의 모습으로 표출되는 것도계몽의 기획이 말끔하게 없애지 못한 세기말 인간의 두려움, ‘인간 짐승‘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859년 출판된 『종의 기원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다윈의 진화론은 인간의 기원에 짐승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지만, 동시에 인간이 진화를 통해 그 짐승의 단계에서 영원히 벗어났다는 점을 일깨워주었다. 이성은그렇게 진화의 기원을 애써 지우고 진화의 결과를 그 기원의 자리에놓고자 했다. 그러나 자크가 자기 안에 느껴지는 미친 짐승을 떨쳐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아나도 그 짐승을 달고 뛰는 꼴에 지나지 않았듯이, 이성이 야만성을 잠재우려고 하면 할수록 야만성은 더욱 힘차게고개를 쳐든다.
- P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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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모모 2023-10-26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밀졸라 소설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읽어야 해서 계속 뒤로 밀리고 있어요. 대단한 작가! 읽어야 할 소설~ 인간 짐승! 글귀 나누어 주셔서 감사해요~

몽이엉덩이 2023-10-26 1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속의 기차처럼 쭉쭉 읽을 수 있는 책이예요. 도전해보심이... ㅋ

물감 2023-10-26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밀 졸라 책중 최고라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겨우 세 권 읽었지만요ㅎㅎ

몽이엉덩이 2023-10-26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유 많이 읽으셨네요.
에밀졸라만의 매력이 있는 책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