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강아지 육아 일기 샘터어린이문고 56
신현경 지음, 박솔 그림 / 샘터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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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아 병에 걸린 잡스 씨' 라는 책을 읽고 작가 자신의 이야기구나 라고 생각했다. 이 책에서 동화작가 잡스 씨는 다른 이들과의 소통 없이 거의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는데, 어느날 집 앞에 버려진 강아지 두 마리를 얼떨결에 떠맡게 된다. 어디까지가 자전적 이야긴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작가가 애견인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이번에는 아예 강아지 육아일기라는 책을 쓰셨네!

다올이 할머니네 보리가 새끼를 네 마리나 낳았다. 새끼강아지들은 너무 앙증맞고 귀엽다. 두 마리는 분양되고 콩이와 마루 두 마리가 남았다. 다올이는 달라고 조르지만 부모님이나 할머니 모두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개를 키운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다올이는 육아일기를 쓴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강아지들을 데려올 수 있었다. 다올이 아기 때 엄마가 쓰시던 육아일기. 강아지를 키우는 것도 그에 버금가는 수고와 사랑이 필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림일기처럼 반 이상의 지면을 차지하는 그림과 짧은 글로 이루어진 구성이라 읽기 쉽고 편하다. 하지만 강아지 키우기의 만만찮음은 짧은 글 중에서도 잘 드러난다. 배변훈련의 어려움, 이 날 무렵의 물어뜯기, 아무거나 씹어 먹기를 비롯한 각종 말썽들, 산책시키기, 사회성 기르기 등 성견이 되기 전 주인이 겪어야 하는 여러가지 어려움들이 잘 나타나 있다.

"애 하나 더 키운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주변에서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딸이 덜컥 데려온 푸들 잡종 강아지를 난데없이 키우게 된 게 2년 전이다. 키워보니 실로 만만치 않은 노력과 시간과 돈이 든다. 그러나 절대 인간의 아이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적어도 속이 썩어들어가는 맘고생은 안 하니까.ㅎㅎ 오히려 개로부터 친밀함과 위안을 받을 때가 훨씬 더 많다. 개를 데리고 오고 몇 달 되지 않아 아버님이 혼자되셨는데, 이녀석이 없었다면 아버님 혼자서 긴긴날 허전함과 외로움을 어찌 견디셨을까. 개 입장에서도 빈 집에서 혼자 하염없이 사람을 기다릴 일이 거의 없으니 서로 참 잘 만난 사이다. 이녀석 때문에 웃을 일이 생기고 대화거리가 생긴다.

하지만 (아직 겪지 못했지만) 가장 큰 어려움은 강아지 때보다도 노령견이 되었을 때다. 그에 대해서는 다올이 고모가 데려다 키우는 두리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점잖게 생긴 슈나우저 할아버지. 유기견을 데려와 잠깐 키웠을 뿐이지만 이별의 슬픔은 진하게 다가왔다. 이런 슬픔까지도 감수하며 시작해야 하는것이 바로 반려견을 들이는 일이다.

강아지들의 귀여움을 살린 그림작가의 그림체도 참 좋고 모든 에피소드들이 정겹고 재미있다. 나처럼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그 과정을 돌아보며 공감하고 웃기에 좋고, 이제 키우려는 사람들은 참고하기에 좋다. 아이의 등쌀에 키울까 말까 하시는 분들은 아이와 함께 꼭 한 번 읽어보시기 권한다. 자신들의 가능선을 파악하고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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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19-05-18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강아지를 키우게 한 게 아니고 일기까지 쓰게 했군요 쉽지 않을 듯합니다 어느 정도 강아지를 가르치기도 해야 한다니... 본래 그런 건가요 그걸 가르쳤을 때 강아지가 사람 말을 잘 들으면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겠습니다 거의 아이 기르기와 다르지 않네요 아이 기르기보다는 조금 낫겠지만...


희선

기진맥진 2019-05-20 14:34   좋아요 0 | URL
사람아이만큼 노심초사하진 않지만 그래도 생명을 키운다는 건 막중한 것 같아요. 첵에서는 그 책임감을 육아일기라는 소재로 표현한 것 같구요. 동물을 키우는 느낌도 시대가 지나며 달라지네요. 어릴때는 마당에서 묶어놓고 기르는 걸 당연하게 여겼는데 지금은 집안에서 가족처럼 지내니 말이에요.^^
 
옛이야기 공부법
김환희 지음 / 창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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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나온걸 보자마자 수서 목록에 담고 책이 오자마자 집어왔지만.... 한달음에 읽지는 못했다. 김환희, 신동흔 두 분의 책을 읽으면 옛이야기라는 것이 너무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이어서 더 알고 싶은 욕구가 무럭무럭 솟구치지만.... 난 그냥 그런 분들의 연구와 사색 끝에 나온 글들을 가끔 읽는 데서 만족해야겠다. 이 책은 옛이야기 연구자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책인데 저자가 알려주신 알토란 같은 자료의 바다를 헤엄칠 열심까지는 생기지 않으니... 더 알고 싶다는 말은 헛말이었어.....^^;;;; 더구나 비교문학의 관점에서 보려면 외국어실력이 필수인 바, 털썩..... 왜 나는 젊은 시절을 허송세월했을까...ㅋ

연휴를 정리하는 마지막날, 반납 못한 책들을 정리하듯이 이 책을 읽었다. 연구자들을 위한 안내서 격인 1부의 2장(자료 찾는 법), 3장(도표 만들기)은 꼼꼼히 못읽고 넘어갔다. 4장(유형과 모티프) 부터는 관심있던 부분이라 흥미있게 읽었다.

2부에서는 저자가 깊이 연구해 온 <구렁덩덩 신선비>와 <바리공주>를 중심으로 세계 여러나라의 유사 설화들과의 비교를 통해 세계적인 보편성과 한국적인 특수성을 찾아보는 탐구의 과정을 보여준다. 배우면 배울수록 모르는 것이 더욱 늘어난다고 하던가, 저자의 글에서 내가 느낀 것은 뭔가 단정적인 '확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자로서 무책임해 보이지만 어쩌면 이것이 책임있는 태도인지도 모른다. 확실치 않은 것을 단정하는 것이야말로 무책임한 것이니까.

과연 옛이야기의 연구에서 '확실한 것'이란 나올 수 있을까. 귀에걸면 귀걸이 코에걸면 코걸이 아니야...?라는 생각을 평소에도 하곤 했었는데, 저자의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옛이야기를 공부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 책은 연구적 의미가 크면서도 매우 사적인 고백이 담기기도 했다. 저자가 인생의 문제들을, 특히 고질적인 내면의 문제들을 극복하는데 옛이야기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알 수 있었다. 그에게 옛이야기는 학자로서 연구대상이면서 동시에 인생의 근본 물음과 답을 찾는 서사이기도 했다. 그렇게 일생을 다해 한 우물을 판 그에게도 그 깊이를 다 알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이쯤되면 심술궂은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본다. 그 깊이가 말이야~ 사실은 안 깊은 것일수도 있잖아~ 이미 그 깊이를 지나쳐서 더 파고 있는 것일수도 있잖아~

ㅎㅎㅎ 그 깊이는 인간의 깊이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인간이란 무엇이냐. 무슨무슨무슨 원소로 이루어진 유기체에 불과하냐. 육체를 넘어선 세계를 지닌 깊이를 알 수 없는 정신적, 영적 존재이냐. 그 생각에 따라서 옛이야기에 대한 생각도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옛이야기 연구의 끝에 뭐가 나올지는 모른다. '정확한 것은 확인할 바가 없으며 뭐라고 한마디로 말할 수 없음' 이게 결론일수도. 하지만 인생도 한치 앞을 모르며 걸어가는 것이듯 옛이야기 연구도 그 과정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존에 나온 연구만 해도 사실 옛이야기를 보는 눈과 그 재미를 대중에게까지 알려주는데 큰 기여를 했으니까. 그 기초가 되는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놓은 임석재 님 같은 분은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

몇년 전 모교에서 이루어진 아동문학 직무연수에 김환희 교수 강의가 들어있길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신청했는데 막상 가보니 강사가 대체되어 있어 분통이 터졌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니 더더욱 아쉽다. 저자의 강의를 육성으로 들을 기회가 꼭 있기를 바란다. 내가 찾아 연구하진 않을 것 같지만 저자가 연구해놓은 이야기는 좀 더 듣고 싶다. 이 책을 시간을 충분히 들여 꼼꼼하게 읽지 못했는데, 자세히 들으면 더 큰 흥미와 감동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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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는 못 살아! 저학년은 책이 좋아 6
홍민정 지음, 정경아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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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마다 선호,비선호하는 타입과 그 이유가 다르겠지만 나는 지고는 못 살아! 이런 부류의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과한 승부욕을 보이는 사람은 보기만 해도 피곤하다. 학급의 아이들도 그렇다. 좀 덜 재밌더라도 승부욕이 없는 아이들이 좋다. 재미는 내게 부차적 문제고, 평화는 생존의 문제다.ㅎㅎ

그래서 나랑은 보드게임이든 고스돕이든 뭘 해도 재미가 없다. 적당히 흥분해주어야 분위기가 사는데 난 지는 것도 이기는 것도 그닥 좋지 않다. 모두가 나 같다면 게임은 완전히 김샐 것이다. 그러니 지고는 못살아! 타입도 적당히 있어야겠지. 문제는 그게 너무 심하면 과정이 힘들고 뒤끝도 안좋다는 것이다. 이 책의 훈이 같은 아이. 나랑 상극인 아이다.

훈이는 무슨 게임을 하든 지고는 끝낼 수 없는 아이다. 지난밤 형한테 보드게임 진게 분해서 아침 댓바람부터 형을 깨워 기어이 한 판을 더 하는 아이. 지면 참지 못하고 화를 내거나 분풀이를 하는 아이. 이기는 것만 중요해서 넘사벽과는 아예 붙어보지도 않는 아이. 그래서 친구들도 싫어하는 아이.

훈이네 학교에 특이한 교장선생님이 새로 오셨다. 취임인사로 달인 수준의 줄넘기 실력을 보여주신 교장샘은 전교생 줄넘기 대회를 개최하셨다. 줄넘기에 자신있는 훈이는 기뻐했지만 그 방식에는 불만을 제기했다. 4인1조 모둠원 모두가 한 종목씩 출전하여 총점으로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우려했던 대로 '짚신'이라는 별명을 가진 우섭이랑 같은 모둠이 되자 훈이는 열폭한다.

'혼자 하면 1등인데' 라고 불만을 쏟아내며 혼자만 연습을 하던 훈이에게 우섭이가 주춤주춤 다가와 줄넘기를 가르쳐 달라고 한다. 멈칫하던 훈이는 얼떨결에 이것저것 가르쳐주게 됐고 우섭이는 맹연습을 하며 조금씩 실력이 늘어간다. 대회날, 우섭이는 최고기록을 세우며 자신의 역할을 다했지만 오히려 훈이가 만점을 못받아 모둠은 2등을 하게 됐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미 과정을 즐기고 격려할 줄 아는 아이들이 되어 있었다. 해피엔딩.

나처럼 경쟁상황 자체를 회피하는 것과 처음의 훈이처럼 으르렁거리며 이기려 드는 것 모두 극단이며 바람직하지 않다. 많은 초등 교실에 '게임의 고수 6단계' 표가 붙어 있는데 1단계:무기력, 2단계:승부욕 까지는 게임의 하수에 해당된다. 규칙준수, 승패를 넘어선 즐김, 배려, 창조로 가면서 고수의 경지에 들어서는 것인데 하수를 넘어서는 단계에서 이 책을 읽어주면 좋을 것 같다.^^

사실 이 책에 나온 상황은 최상의 설정이다. 현실에 나타나는 여러가지 걸림돌들은 이런 해피엔딩을 날려버리기 일쑤다. 일단 교장선생님의 이런 게임방식은 정확히 분배된 책임량을 개인에게 할당하는 방식이어서 위험할 수 있다. 긴장해서 실패하는 사람이 책 속에선 훈이였지만 실제로 이 위험성은 우섭이 쪽이 훨씬 크다. 본성 불변의 법칙이라는 말처럼 가장 변하기 어려운 것은 인간이어서 단시간에 이런 변화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도 완전히 불가능한 설정은 아니다. 실제로도 훈훈한 변화는 종종 일어나곤 한다. 그게 없다면 교실은 살 맛 안 나는 곳이겠지.^^

발전의 동력이 되는 적당한 승부욕. 어디서나 그렇듯이 '적당한'보다 어려운 말은 없다. 이 안전지대 속에 있을 때 내 교사로서의 일상은 천국이었다. 그러나 천국 속에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슬픈 운명인 터, 으르렁 지옥을 화기애애 천국으로 만드는 것도 교사의 역량일테지. 아 부담스럽구나.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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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이 수업이 되려면 - 생각을 이끌어내는 토론 수업 안내서
경기도토론교육연구회 지음 / 교육과실천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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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수업에 (조금) 관심이 있다. 교과서에 찬반토론(디베이트)이 들어오고 토론대회도 생기고 관련 도서들도 나오고 하던 때부터였던 것 같다. 절차를 익혀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논제를 정해 토론을 시키면 백이면 백 아이들의 반응이 좋았다. 중독성이 있다고 해야 하나, 더 하자는 반응들이 많았고 보통 진도 때문에 아쉽지만 넘어가곤 했다. 그러면서 내 마음엔 뭔가 깔끔치 못한 것이 남았다. 아이들이 이러한 토론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아이들이 이것을 좋아할까.

전자에 대한 답을 하자면 찬반토론에는 스포츠의 느낌이 있다. 경쟁적이고 승부가 달려있기 때문에 그렇다. 후자에 대한 답으로 넘어가면, 그렇기 때문에 승부욕이 강한 아이들이 좋아한다. 거기에다 논박에 능한 말빨이 있으면 그 존재감과 성취감은 배가된다. 이런 아이들은 보통 원하는 것을 거침없이 표현하기 마련이니 교사는 이 활동을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느끼게 되지 않았을까...? 내가 느낀 찜찜함은 그런 것이었다. 또 담당자로서 독서토론을 준비해야 할 때, 책에서 찬반논제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 내게는 아주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아니 이 좋은 책에서, 할 말이 얼마나 많은데 왜 꼭 찬성 반대로 이야기를 해야 되나?

인간의 생각은 비슷하게 마련인지, 디베이트의 유행이 확 일어났다 사그러들면서 학교마다 있던 토론대회도 많이 축소되고 교과서에서도 비중이 줄어드는 등 많은 변화가 보였다. 그리고 다양한 방식의 토론이 모색되기 시작했다. 이런 것들을 접하며 나는 마음이 편해졌다. '토론은 논리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확장되고 깊어지는 것이 아닐까' 라는 평소의 생각에 긍정적 답변을 얻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찬반토론이 가치 없거나 논증의 필요성이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펼쳐야 할 상황은 살아가면서 많기 때문이다. 단 그 과정도 획일적 방식보다는 다양한 상황에서 익혔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그러기 위해선 배워야 할 것이 더 많다. 이 책에는 그 배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중고등 수업사례만 들어있어 적용하기 힘든 것도 있었지만 참고할 내용도 꽤 있었다. 일단 이 책의 1장에서 토론수업을 말하기가 아닌 '생각하기' 수업으로 규정한 것에 동의하며, '생각'이 활발하게 일어나기 위해 교사가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에 관심을 갖고 읽어나갔다.

이 책에 소개된 토론 중에서 나의 성향과 평소 생각에 가장 잘 맞는 것은 6장 에르디아 토론이다. '진지한 대화'라는 뜻을 가진 이 토론은 소통과 공감에 초점을 맞춘다. 쓰면서 하는 토론이라는 점에서 나처럼 발언권을 적극적으로 얻지 않는 사람들에게 마음이 편하고 부담이 적다. 토론에서 끝내지 않고 성찰을 중시하는 면도 마음에 든다. 내용을 읽어보니 내가 평상시에 사용하던 방법과 가장 유사했다. 교사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야 하지만 아무래도 자신이 선호하는 방식을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되기 마련인가보다.

마지막 7장에 소개된 그림책 토론은 중등의 사례로는 다소 의외였는데 그림책의 독자가 성인들까지 확장된 것을 생각해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짧은 텍스트라 빨리 읽을 수 있으면서도 함축적이고 글과 그림의 이중 서사구조로 해석의 다양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림책은 놓칠 수 없는 토론의 소재다. 수업사례로는 <내 탓이 아니야>가 소개되어 있다. 학교폭력에 대해 각각의 입장에서 깊이 들여다보는 수업으로 중학생들에게 아주 의미있는 시간이었겠다. 이 수업에서 나온 역할맡기와 인터뷰(핫시팅), 피라미드 토론 등은 초등 수업에서도 매우 자주 사용되는 방법이다. 감정카드를 활용한 '등장인물 감정 읽기 게임'이 내게는 무척 신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무조건 토론으로 돌입하기보다는 이렇게 공감활동을 통해 생각을 여는 단계를 거치는 것이 좋다.

이 책은 장마다 토론방식 소개+수업사례로 구성되어 있는데 다양한 교과(국어나 사회가 아닌 수학,과학 심지어 음악 등의 예체능까지)에서 토론수업을 시도하시는 중등 선생님들의 사례를 살펴볼 수 있었다. 강의와 필기가 전부였던 나의 학창시절에 이런 수업을 접했다면 혁명적이라 느꼈을 것 같다. 토론이 잘 이루어지기 위한 세심한 수업설계, 교사의 관찰과 개입과 문제해결이 신속히 이루어져야 하는 실제 수업, 과정평가와 사후처리 등 무엇하나 만만치 않아보이는데 애써 하고 계시는 선생님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학교는 19세기와 달라진 게 없다고 비난하는 이들도 많지만 꾸준히 변화는 있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나는 전망한다.

다양한 토론방식과 가능성에 대해서 확인하게 된 고마운 책이지만 중등의 사례라 구체적으로 감이 오지 않는 부분도 있어서 그부분은 약간 아쉬웠다. 같은 구성으로 초등 선생님들이 쓴 책도 나오면 더욱 큰 도움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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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 선생님 독깨비 (책콩 어린이) 56
셰인 페이슬리 지음, 전지숙 옮김 / 책과콩나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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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선생님이 한 실험을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 하지만 못할 것이다. 목숨은 한 개 뿐이니까.ㅋㅋㅋ 아직은 더 먹고 살아야 된다고~ 이렇게 위험부담이 큰 일을 벌일 수는 없다. 진짜 동화니까 가능한 이야기.^^

이 책의 제목을 볼 때부터 조금 짐작은 했다. 하라면 안하고 하지 말라면 기어이 하는 아이들의 청개구리 심리를 이용하는구나. 나도 작년에 아주 사소하지만 그 청개구리 심리를 경험한 적이 있다. 급식 반찬에 곁들여 나온 고추가 그날따라 아주 맵길래 먹지 말라고 안내했더니 너도나도 먹고는 서로 핡핡대며 즐거워하는 것이었다. 그때 "오호라~ '이 책 절대 읽지 마세요' 라든지 '이 문제 절대 풀지 마세요'라고 하면 되는 것인가~ㅎㅎ"하며 우스갯소리를 했지만 우리는 안다.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는 것을.

토미는 성취욕 있고 공부에 관심이 있으며 배우고 발전하는 것을 즐기는 아이다. 토미네 반에는 토미같은 공부벌레가 몇 명 더 있고 로버트 같이 놀기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런데 새학기에 새로 오신 비프리 선생님은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겠다며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라고 하고 독서 등의 학습적인 행위를 하면 화를 내기까지 한다. 독자들은 이때 눈치를 채지만 그래도 그 기간이 너무 길고 심하기에 어 그게 아닌가? 싶기까지 하다.

결국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은 없었지만 그동안 아이들의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처음엔 텅빈 자유시간에 수다를 떨거나 게임기를 가져와 놀면서 시간을 보내던 아이들이 그 무의미한 무료함에 못견디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학습능력이 뛰어난 토미와 두 친구들 주도 하에 자발적인 수업을 시도한다. 선생님의 눈을 피하는 위장전술까지 써야 했기에 쉽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꿋꿋하게 그 일들을 해냈다.

실제로 아이들은 이런 성향(필요를 인식한 자기주도적 학습이 큰 성과를 보이는)을 가지고 있지만, 똑같은 실험을 했을 때 이와 같은 결과는 어디서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렇다) 일단 아이들이 필요성을 느끼는 지점과 그 시기에 큰 개인차가 있으며 그래서 이것이 이렇게 그들끼리의 만장일치, 일사불란한 학습으로 전환되기는 매우 어렵다. 무엇보다도 담임이 이렇게 오랫동안 수업을 전폐하는 직무유기를 하고 있었을 때 (의도가 있었으며 나중에 보충된다 해도) 그걸 용납할 학부모는 없다. 더구나 이 책의 배경인 미국처럼 통과해야 하는 학력평가가 있다면. 아마 한 달, 아니 일주일도 끌기 어려울 것이다. 교사가 애를 써도 학급이 붕괴되기 쉬운 세상인데, 이렇게 방치했을 때 그 아비규환은? 안전이 염려되는 상황이다. 절대로 이 학급의 아이들처럼 조용히 놀고 조용히 공부하지 않으며 엄청난 진동이 지각 내부에서 발생될 것이고 분출되는 건 시간문제이다.^^

어쨌든 기특한 이 학급의 아이들은 위기를 자신들의 힘으로 타개했고, 드디어 시작한 선생님의 수업에서 그동안 품었던 학습동기가 엄청난 동력을 발휘했다. 빠르고 밀도 높은 수업과 엄청난 과제량도 이겨냈다. 결국 모두가 우수한 성적으로 학력평가를 통과했다.

미국의 현직교사라는 작가의 대전제 몇가지에 동의한다. 이 실험과 그 결과에는 동의하지 못하지만....
1. 학습에는 자발적인 동기가 필요하다.
2. 학습동기가 갖추어졌을 때 학습에 큰 탄력을 받는다.
3. 이때는 다소 어려운 학습이나 무거운 과제를 제시해도 가능하다.

결국 이 책은 나를 더욱 부담스럽게 하고 말았다.^^;;; 작가의 다음 책은 <너무 많이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난 이 책이 100% 맘에 들진 않았지만 다음 책까지 읽어봐야겠다. 작가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고 싶다.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 선생님, 너무 많이 가르치는 선생님.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한가? 혹은 해로운가? 아니면 각자 개성과 장점이 있다는 건가? 적절한 지점이 어딘가 있다는 것인가? 있다면 어디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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