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선생님이 한 실험을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 하지만 못할 것이다. 목숨은 한 개 뿐이니까.ㅋㅋㅋ 아직은 더 먹고 살아야 된다고~ 이렇게 위험부담이 큰 일을 벌일 수는 없다. 진짜 동화니까 가능한 이야기.^^이 책의 제목을 볼 때부터 조금 짐작은 했다. 하라면 안하고 하지 말라면 기어이 하는 아이들의 청개구리 심리를 이용하는구나. 나도 작년에 아주 사소하지만 그 청개구리 심리를 경험한 적이 있다. 급식 반찬에 곁들여 나온 고추가 그날따라 아주 맵길래 먹지 말라고 안내했더니 너도나도 먹고는 서로 핡핡대며 즐거워하는 것이었다. 그때 "오호라~ '이 책 절대 읽지 마세요' 라든지 '이 문제 절대 풀지 마세요'라고 하면 되는 것인가~ㅎㅎ"하며 우스갯소리를 했지만 우리는 안다.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는 것을.토미는 성취욕 있고 공부에 관심이 있으며 배우고 발전하는 것을 즐기는 아이다. 토미네 반에는 토미같은 공부벌레가 몇 명 더 있고 로버트 같이 놀기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런데 새학기에 새로 오신 비프리 선생님은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겠다며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라고 하고 독서 등의 학습적인 행위를 하면 화를 내기까지 한다. 독자들은 이때 눈치를 채지만 그래도 그 기간이 너무 길고 심하기에 어 그게 아닌가? 싶기까지 하다.결국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은 없었지만 그동안 아이들의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처음엔 텅빈 자유시간에 수다를 떨거나 게임기를 가져와 놀면서 시간을 보내던 아이들이 그 무의미한 무료함에 못견디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학습능력이 뛰어난 토미와 두 친구들 주도 하에 자발적인 수업을 시도한다. 선생님의 눈을 피하는 위장전술까지 써야 했기에 쉽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꿋꿋하게 그 일들을 해냈다.실제로 아이들은 이런 성향(필요를 인식한 자기주도적 학습이 큰 성과를 보이는)을 가지고 있지만, 똑같은 실험을 했을 때 이와 같은 결과는 어디서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렇다) 일단 아이들이 필요성을 느끼는 지점과 그 시기에 큰 개인차가 있으며 그래서 이것이 이렇게 그들끼리의 만장일치, 일사불란한 학습으로 전환되기는 매우 어렵다. 무엇보다도 담임이 이렇게 오랫동안 수업을 전폐하는 직무유기를 하고 있었을 때 (의도가 있었으며 나중에 보충된다 해도) 그걸 용납할 학부모는 없다. 더구나 이 책의 배경인 미국처럼 통과해야 하는 학력평가가 있다면. 아마 한 달, 아니 일주일도 끌기 어려울 것이다. 교사가 애를 써도 학급이 붕괴되기 쉬운 세상인데, 이렇게 방치했을 때 그 아비규환은? 안전이 염려되는 상황이다. 절대로 이 학급의 아이들처럼 조용히 놀고 조용히 공부하지 않으며 엄청난 진동이 지각 내부에서 발생될 것이고 분출되는 건 시간문제이다.^^어쨌든 기특한 이 학급의 아이들은 위기를 자신들의 힘으로 타개했고, 드디어 시작한 선생님의 수업에서 그동안 품었던 학습동기가 엄청난 동력을 발휘했다. 빠르고 밀도 높은 수업과 엄청난 과제량도 이겨냈다. 결국 모두가 우수한 성적으로 학력평가를 통과했다.미국의 현직교사라는 작가의 대전제 몇가지에 동의한다. 이 실험과 그 결과에는 동의하지 못하지만....1. 학습에는 자발적인 동기가 필요하다.2. 학습동기가 갖추어졌을 때 학습에 큰 탄력을 받는다.3. 이때는 다소 어려운 학습이나 무거운 과제를 제시해도 가능하다.결국 이 책은 나를 더욱 부담스럽게 하고 말았다.^^;;; 작가의 다음 책은 <너무 많이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난 이 책이 100% 맘에 들진 않았지만 다음 책까지 읽어봐야겠다. 작가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고 싶다.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 선생님, 너무 많이 가르치는 선생님.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한가? 혹은 해로운가? 아니면 각자 개성과 장점이 있다는 건가? 적절한 지점이 어딘가 있다는 것인가? 있다면 어디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