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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왕 토리즈의 고민상담소 1 - 발명여행의 시작 ㅣ 발명왕 토리즈의 고민상담소 1
신정호 지음, 박희진 그림, 한윤희 구성 / 와우팩토리 / 2020년 6월
평점 :
발명교육이 중요시되던 때가 있었다. 10여 년 전에 근무하던 학교는 ‘발명교육 시범학교’를 운영하기도 했고, 학교 내에 교육청 산하의 발명교실이 있어서 인근의 지원 학생들이 찾아와 수업을 받기도 했다. 발명교실은 전혀 내 소관이 아니었으므로 그 장점이나 성과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런데 발명교육 시범학교는.... 그건 진짜 소모적인 일이었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았겠지만 발명 쪽에 특별히 관심도 조예도 없는 나에게는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방해하는, 발명의 ‘발’자만 들어도 발작이 날 것 같은 과유불급의 과정이었다.
다행히 이런 특정 제목을 붙인 교육이 학교 전체의 교육과정을 좌지우지하는 모순은 많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이제 발명교육은 실과 교과서에도 들어와 있고, 교육청, 학교에 따라 발명품 경진대회 같은 자율 참여 행사로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10여 년 전에도 그랬지만 발명교육에 대한 내 생각은 그렇다. 뭔가 발명‘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매사에 유연한 사고, 창의적인 해결 태도가 중요한 것이라고. ‘품’에 한정짓지 않으면 발명은 상당히 광범위해서 우리의 일상과 훨씬 가까워진다. 그래서 이것은 어떤 이름 붙여진 교육으로 밀어붙일 게 아니라 전체 교육에 스며들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도 그런 시각에 기반한 것 아닐까 짐작한다. 책 내용은 발명기법들을 소개하고 각 기법에 다른 발상 연습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발명품 제작을 앞둔 학생들의 워크북으로도 아주 적당하겠는데, 꼭 그런 실용적인 목적이 아니어도 재미있게 읽으면서 창의적 사고력을 키우는 책이 될 수도 있겠다.
일단 만화 형식이라 접근성이 매우 높고, 판형도 크고 글씨도 크고 구성이 넉넉해서 보기에 부담이 없다. 그러면서도 만화가 놓치기 쉬운 내용적인 밀도도 상당히 붙잡고 있다고 생각된다. 고민제시-발명기법소개-기법에 따른 사례소개가 나온 다음에는 직접 해볼 수 있는 페이지들이 나온다. 스티커를 붙여가면서 앞의 내용들을 되새기는 정리 노트, 같은 원리로 새로운 사례를 찾아보는 탐색 노트,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상상노트. 이렇게 단계적 구성으로 되어 있다. 아이가 이 책을 좋아한다면 빌려주기보다는 사주는 것이 좋겠다. 마음껏 쓰고, 그리고 갖고 노는 책이 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발명기법이라 하니 10여년 전에 아이들과 살펴보았던 더하기 기법, 빼기 기법, 합치기 기법 등등이 오랜만에 떠올랐는데 이 책에서는 이름이 좀 달랐다. 1권에는 쪼개기, 뽑아내기, 부분을 다르게 하기, 비대칭 만들기 이렇게 4개의 기법이 나온다. 서문을 읽어보니 ‘트리즈’라는 방법론이라고 한다. 잘 모르고 있던 내용이다. 나도 새로운 것을 살펴보게 되어서 보람있었다. 조금 더 깊게 내용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10여 년 전, 발명발명 하던 때에 이 책이 있었다면 좋았겠지?^^ 발명이든 창의적 사고든 무겁지 않게 자연스럽게 스스로 관심을 갖도록 제시하는 것이 가르치는 사람들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을 읽다보니 발명은 세상 모든 분야에 있고 꼭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 뿐 아니라 방식을 바꾸는 것, 새로운 발상, 아이디어 이 모든 게 일종의 발명이 아닐까 한다. 어쩌면 나도 살아오면서 몇 번의 발명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걸 기억을 못한다는 게 문제...ㅎㅎ) 이 책이 널리 읽히고 후속편도 풍성히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