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마트맨 ㅣ 북극곰 그래픽노블 시리즈 2
박서영 지음, 이루리볼로냐워크숍 기획 / 북극곰 / 2020년 8월
평점 :
인터넷서점에서 다른 책을 사다가 이 책이 떠서 눌러보고는 바로 충동구매를 해버렸다. 도착한 책을 휘리릭 넘겨 읽고는 당황하고 말았다. 이해가 잘 안되는 것이었다.ㅋㅋㅋㅋㅋㅋㅋ
나이 탓도 있지만, 내가 원래부터 시각 이해력이 좀 떨어진다. 그래서 난 글자없는 책이 좀 그렇다.... 딸래미를 불러앉혀 놓고 "이게 뭐래는 거냐? 그래서, 이게 그렇다는 뜻이야?" 이러면서 두번째 읽으니 좀 알 것 같다. 아니 사실은 아는지 모르는지 잘 모르겠다.^^;;;;;
아이가 길을 가다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빠뜨렸다. 아이는 깨진 액정을 상상하며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폰을 집어든다. 뒤집어본 폰의 액정은?! 다행히도 무사하다. 그런데 이어서 들어간 화장실 거울에서, 아이는 기절초풍할 듯이 놀란다. 깨진 것은 액정이 아니라 자신의 얼굴이었다! 여기에서 제목의 의미를 알것 같다. 스마트맨.
뛰쳐나온 스마트맨은 달린다. 달리다 발길에 뭔가 채인다. 그것은 스마트맨에게 욕지거리와 비명을 쏟아낸다. 스마트맨은 그걸 집어 삼키고 또 달린다. 병원의 자동문에 들어선 스마트맨의 얼굴에서 뭔가가 후두두둑 떨어진다. 스마트맨은 유리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다. 눈코입이 뻥 뚫린 유령 같은 모습이 거기에 있다. 그리고 들리는 소리, 다가오는 소리, 점점 커지는 소리.....
......... 식은땀을 흘리며 깨어난 아이는 그 소리가 스마트폰의 알람 소리인 것을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근데 어째? 소풍 날인데 늦었어!! 우다다다 뛰다보니 그놈이 폰이 주머니에서 또 빠진 거지. 허억.... 이번에도 액정이....??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는 콧노래를 부르며 걸어간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스마트기기에 매여 사는 현대인들에 대한 우려와 경고는 계속 있어왔다. 특히 청소년들과 어린이들에 대한. 그런데 그게 그들에게 먹힐 리가 없다. 아예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으니까. 그런데 이 책은 다르다. 허억, 안돼~~ 엥? 오우, 아하... 하면서 단숨에 끝까지 읽을 것 같다. 딸이 말했다. "엄마, 이 책, 애들은 그냥 읽을거야. 걱정 마. 우리처럼 이게 뭔 뜻이지? 안 따져. 걔네들은 바로 읽어.ㅎㅎ"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스마트맨의 문제가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일까? 아날로그 중의 아날로그이며 신문명에 뒤처진다고 자처하는 나도 스마트폰을 거의 손에서 놓지 않는다. 폰 알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출근길 교통카드를 찍고, 날씨를 보고, 톡으로 지인들과 소통하고, sns로 좀 모르는 사람들과도 소통하고, 정보를 검색하고, 뱅킹도 하고, 쇼핑도 하고, 음악도 듣는다. 자려고 누워서 잠이 바로 안오면 유튜브로 이것저것 보다가 폰을 안고 잠든다. 한 몸이 되는 경지? 바로 스마트맨이라 하겠다.
작가는 굵고 단순한 선에 채색도 거의 하지 않은 그림으로 이 이야기를 이끌어갔다. 처음 접하는 젊은 작가의 상상력과 주제를 형상화하는 표현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책도 샀는데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고 싶네. 영상으로 읽어주면 저작권에 걸리겠지? 그것도 그렇지만 읽어주고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스마트폰 없으면 원격수업도 못하는데. 매일 단톡으로 잔소리하고 앱으로 알림장 보내는데. 수업은 말할 것도 없고.ㅠ
세상이 스마트맨이 되라 강요하는 건지도 모르겠어. 룰루랄라 걸어가는 마지막 장의 아이가 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어. 뛰어놀고, 노래부르고, 둘러앉아 함께 그림책을 보고, 함께 악기를 연주하고, 일단 그런 거라도 빨리 하게 되면 좋겠어. 그이상 생각은 그 다음에.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