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소리
젬마 시르벤트 지음, 루시아 코보 그림, 김정하 옮김 / 분홍고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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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리에 좀 예민한 편이다.
큰소리에 잘 놀라고, 소음에 짜증을 낸다.
이런 내가 선생이 되었으니, 직업선택을 잘못했다고 볼 수 있는데, 대대로 우리반은 어느반 못지않게 시끄럽다는 슬픈 현실.ㅎㅎ
퇴근하고 집에 가면 TV 볼륨부터 줄인다.
"조용히 좀 살자."
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정말 완벽한 침묵을 추구하냐면 그렇진 않다.
일단 출퇴근 때 귀에 이어폰을 꽂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뭐든 그때그때 꽂히는 음악을 듣는다. 젊을 때는 클래식을 들었는데 요즘은 거의 가요지만, 조금씩 다른 것도 듣는다.
귀의 쾌락(?)을 추구한다고 표현해도 될까? 지금은 좀 아득하게 멀어졌지만, 젊을 때 클래식을 듣던 시절에 '가장 감미로운 감각은 청각이구나.'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어디서 어떤 곡을 들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데, 하여간 그런 생각을 했다는 기억은 난다.

이 책은 그런 감미로운 청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그림책이다. 판형이 크면 책장에 꽂기 힘든 경우가 많아 부담스러운데, 그래도 이 책은 판형이 커서 만족스럽다. 그림이 너무 좋아서다.

배경은 바닷가와 숲속, 두군데다. 소피아네 집은 바닷가고, 외갓집이 숲 근처다. 두 배경이 큰 화면 가득 펼쳐질 때 정말 느낌이 좋다. 그리고, 은은하게 느껴진다. 자연의 소리가.

자연의 소리는 소음이 되지 않는다. 그거 참 신기하지 않은가? 소음이 지속되면 사람은 견디기 어렵고 심하면 멘탈이 파괴된다. 층간소음으로 일어나는 불상사가 그걸 말해준다. 그런데 자연의 소리는 하루 종일 지속되어도 괜찮다. 빗소리에 미치고 환장하는 사람은 없다. 바람소리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적당한 볼륨의 자연의 소리는 음악처럼 우리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장면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림에서 들려지는 소리. 신기한 경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첫 배경인 바닷가는 눈앞에 펼쳐진 바다의 일렁임이 리듬으로 느껴지는 듯하다.
숲 속 풍경 속에선 더 다양한 소리들이 들린다. 여기선 각 소리들을 의성어로 표현했고 글씨 크기와 배열에도 변화를 주어서 좀 더 실감나게 느껴지도록 했다. 의성어 수업을 할때 활용을 해도 좋을 것 같다.

밤의 숲은 실제로는 좀 무섭다. 어둠이 삼킨 색과 형태는 빛을 머금었을 때와는 달리 무섭게 느껴진다. 반면 소리는 더욱더 섬세하게 살아난다. 한두 가지가 아닌 다양한 소리들이 귀를 가득 채운다. '숲의 교향악'이라 할까? 본문에서도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비유를 했다. 그리고 색채 면에서도, 분명 채도가 낮은 어두운 녹,청,갈색이 사용되었는데도 무섭지는 않고 따뜻함과 포근함이 느껴진다.

마지막 뒷면지에 QR코드를 따라가면 연주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부모님과 아이가 함께 보다가 음악으로 마무리하는 그림책 독서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아주 좋은 느낌을 선사한 책이었다. 새삼 그림책의 넓은 영역과 힘에 감탄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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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동의 비밀 창비아동문고 310
이현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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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지만 이 책이 단순히 무섭기만 한 책은 아니다. 괴기스러운 공포가 아니라 생활의 공포? 현실적인 무서움이라고 하겠다. 추리동화라고 할 수 있지만 명탐정의 대활약 같은 건 없다. 마을의 다양한 인물들, 과거부터 이어져온 그들의 사연들, 그들이 엮어가는 다양한 사건들. 이들이 모여 긴장감있는 추리장편을 만들어냈다. 프로 이야기꾼 이현 작가님의 작품임을 다시 상기하게 되는 책.

정효가 이사오면서 이 마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서울시 마포구 영미산로. 구 주소로는 연동동. 아파트보다는 주택과 빌라들로 구성되어 토박이들도 많고 이웃과의 교류도 꽤 남아있는 동네다. 5학년 정효는 할머니댁으로 혼자 이사왔다. 아빠는 어릴 때 돌아가시고 엄마랑 단둘이 살던 중 엄마가 해외근무를 나가게 되었는데 정효는 남기를 선택한 것이다. 그동안 교류도 없었던 친할머니와 함께 살기를 선택한 것은 할머니네 3층집이 맘에 들었던 탓도 있다. 아빠 어릴때 지어졌다는 그 집은 1층에 할머니의 미용실이 있고 다양한 입주자들이 함께 산다.

할머니네서의 첫날 밤, 잠이 안 와 나와 본 3층 테라스에서 정효는 사건을 목격한다.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1. 방화 사건. 누군가 한밤중에 화염병을 주차된 자동차 밑에 던져넣어 불이 났다.
2. 진돗개 습격 사건. 이웃집 진돗개가 누군가의 습격을 받아 머리가 피투성이 되도록 부상을 입었다.
3. 정효네 반 단톡방 왕따 사건. 그걸 누군가 담임선생님께 밀고(?)했는데 반 아이들은 그 아이를 배신자라 규정하고 찾아내려 애쓴다.
4. 해외입양되었던 분이 3층집의 새로운 입주민이 되어 희미한 사진 속의 친어머니를 찾는다.
5. 정효 할머니 친구분 실종 사건. 50년 만에 실체를 드러내는.... 아, 옛날이나 지금이나 참혹한 일은 많다. 몰라서 그렇지 옛날엔 더 많았는지도.
6. 자전거 절도 사건. 할머니집 창고에 들어있던, 정효가 기대하던 아빠의 자전거가 사라졌다. 누가 가져간 건가?

이런 모든 사건들이 주변 인물들과 함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며 조금씩 조금씩 실체가 드러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빠가 돌아가시던 날의 이야기까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렇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고 구조를 가져서 남을 괴롭히는 사람도 있고, 추락해가는 자존감에 몸부림치다 거짓말과 범죄로 인생을 망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인간들에게 속절없이 당하는 가엾은 인생도 있다. 이런 측면을 보게 되면 세상은 태어나지 않는게 복인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만 사는 것이 아니기에 세상엔 아직 희망이 있는 것 아닐까. 연동동 사람들, 명탐정도 없고 영웅도 없고, 부끄러운 과거나 현재의 약점도 다 가진 사람들이지만 손내밀고 잡고, 함께 겪어나가는 과정에 무서움이 점점 밀려오다 와락 달려들다 조금씩 밀려나는 느낌이 든다.

정효를 비롯한 학급 친구들, 할머니 3층집에 사는 사람들, 이웃 빌라 주민들 등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설정에도 공을 들인 느낌이 든다. 전형적인 인물도 없지만 과하게 튀는 인물도 없이. 어쩌면 엄마와 떨어져 이 모든 일들을 겪으면서도 멘탈이 나가지 않고 성장해가는 정효가 가장 비현실적인 인물인지도?ㅎㅎ

세상은 공포영화일 뿐 아니라 모든 장르의 총집합이다. 아이들이 이 책을 재미있게 긴박하게 읽으며 온실 속 밖을 좀 내다보는 것도 괜찮겠지. 그리고 적당한 오지랖을 가지면 그 밖도 꽤 살 만하다는 것도.

참 많은 사건과 인물들을 창조하고 빈틈없이 엮으신 작가의 수고에 박수를. 탐정없는 추리동화는 더욱 쓰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모두가 탐정이고 모두가 용의자인 이야기. 추리동화에 한 획을 긋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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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맨 북극곰 그래픽노블 시리즈 2
박서영 지음, 이루리볼로냐워크숍 기획 / 북극곰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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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서점에서 다른 책을 사다가 이 책이 떠서 눌러보고는 바로 충동구매를 해버렸다. 도착한 책을 휘리릭 넘겨 읽고는 당황하고 말았다. 이해가 잘 안되는 것이었다.ㅋㅋㅋㅋㅋㅋㅋ

나이 탓도 있지만, 내가 원래부터 시각 이해력이 좀 떨어진다. 그래서 난 글자없는 책이 좀 그렇다.... 딸래미를 불러앉혀 놓고 "이게 뭐래는 거냐? 그래서, 이게 그렇다는 뜻이야?" 이러면서 두번째 읽으니 좀 알 것 같다. 아니 사실은 아는지 모르는지 잘 모르겠다.^^;;;;;

아이가 길을 가다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빠뜨렸다. 아이는 깨진 액정을 상상하며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폰을 집어든다. 뒤집어본 폰의 액정은?! 다행히도 무사하다. 그런데 이어서 들어간 화장실 거울에서, 아이는 기절초풍할 듯이 놀란다. 깨진 것은 액정이 아니라 자신의 얼굴이었다! 여기에서 제목의 의미를 알것 같다. 스마트맨.

뛰쳐나온 스마트맨은 달린다. 달리다 발길에 뭔가 채인다. 그것은 스마트맨에게 욕지거리와 비명을 쏟아낸다. 스마트맨은 그걸 집어 삼키고 또 달린다. 병원의 자동문에 들어선 스마트맨의 얼굴에서 뭔가가 후두두둑 떨어진다. 스마트맨은 유리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다. 눈코입이 뻥 뚫린 유령 같은 모습이 거기에 있다. 그리고 들리는 소리, 다가오는 소리, 점점 커지는 소리.....

......... 식은땀을 흘리며 깨어난 아이는 그 소리가 스마트폰의 알람 소리인 것을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근데 어째? 소풍 날인데 늦었어!! 우다다다 뛰다보니 그놈이 폰이 주머니에서 또 빠진 거지. 허억.... 이번에도 액정이....??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는 콧노래를 부르며 걸어간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스마트기기에 매여 사는 현대인들에 대한 우려와 경고는 계속 있어왔다. 특히 청소년들과 어린이들에 대한. 그런데 그게 그들에게 먹힐 리가 없다. 아예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으니까. 그런데 이 책은 다르다. 허억, 안돼~~ 엥? 오우, 아하... 하면서 단숨에 끝까지 읽을 것 같다. 딸이 말했다. "엄마, 이 책, 애들은 그냥 읽을거야. 걱정 마. 우리처럼 이게 뭔 뜻이지? 안 따져. 걔네들은 바로 읽어.ㅎㅎ"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스마트맨의 문제가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일까? 아날로그 중의 아날로그이며 신문명에 뒤처진다고 자처하는 나도 스마트폰을 거의 손에서 놓지 않는다. 폰 알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출근길 교통카드를 찍고, 날씨를 보고, 톡으로 지인들과 소통하고, sns로 좀 모르는 사람들과도 소통하고, 정보를 검색하고, 뱅킹도 하고, 쇼핑도 하고, 음악도 듣는다. 자려고 누워서 잠이 바로 안오면 유튜브로 이것저것 보다가 폰을 안고 잠든다. 한 몸이 되는 경지? 바로 스마트맨이라 하겠다.

작가는 굵고 단순한 선에 채색도 거의 하지 않은 그림으로 이 이야기를 이끌어갔다. 처음 접하는 젊은 작가의 상상력과 주제를 형상화하는 표현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책도 샀는데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고 싶네. 영상으로 읽어주면 저작권에 걸리겠지? 그것도 그렇지만 읽어주고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스마트폰 없으면 원격수업도 못하는데. 매일 단톡으로 잔소리하고 앱으로 알림장 보내는데. 수업은 말할 것도 없고.ㅠ

세상이 스마트맨이 되라 강요하는 건지도 모르겠어. 룰루랄라 걸어가는 마지막 장의 아이가 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어. 뛰어놀고, 노래부르고, 둘러앉아 함께 그림책을 보고, 함께 악기를 연주하고, 일단 그런 거라도 빨리 하게 되면 좋겠어. 그이상 생각은 그 다음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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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의 세계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양지연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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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라는 생각이 들 땐 고개를 흔드는 게 좋다.
페북을 쭉 내려보다 보면 사연글들의 미끼제목이 보이는데 무심코 그걸 눌러서 얼마나 기막힌 사연인지 읽어볼 때가 있다. 어제 본 제목은 로또 당첨금 받은 대학생? 뭐 그런 제목이었다. 로또 1등의 말로가 좋은 적이 없다던데 어떤 사연일까 했더니 이 학생은 아주 규모있고 안전하게 쓰고 있어 앞날이 탄탄하고 행복하다는 얘기였다. 받은 당첨금이 20억이 넘었다고 한다. 자동적으로 '만약에'가 시작되었다. 일단 누구누구 얼마씩 주고, 이집 리모델링 하느니 조금 나은 집을 사서 이사가고....ㅋㅋ 이쯤에서 머리를 털어 '만약에'를 쫒아낸다.

'만약에'는 후회스러울 때도 나타난다. 학생때로 돌아간다면.... 시간을 더 알차게 쓸거야. 영어동화책을 통째로 한 권 외운 후에 체계적으로 영어공부를 하면서 더 많은 책을 읽어볼거야. 엄마를 졸라 피아노를 배울거야. 이것도 부질없어 곧 머리를 털어내야 한다.^^

그런데 여기, 요시타케 신스케는 '만약의 세계'를 상상하고 책으로 만들었다. 그는 상상력이 기가 막히게 뛰어날 뿐만 아니라 그 손에 잡히지 않는 상상을 마치 손에 잡힐 듯, 눈 앞에 펼쳐질 듯 형상화해내는 데 천재인 것 같다. '만약의 세계'를 그려낸다니 그걸 이분 말고 누가 또 할 수 있을까.ㅎㅎ

주인공이 자고 있다. 머리맡에 놓인 존재(인형? 장난감? 무엇인진 중요하지 않고 하여간 어떤 존재)를 창문 넘어온 고양이가 물어가버린다. 이제 그 자리는 비었다. 잠에서 깨며 주인공은 뭔가를 감지한다. 돌아본 자리에 그는 없다.

만약 이것을 아껴주던 이와의 이별이라고 한다면 이 장면을 보며 참았던 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많으리라.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그렇지만 작가의 상징에는 수많은 경우의 대입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위의 경우를 상상해 보았다.

"나, 만약의 세계에 가게 됐어.
만약의 세계는
네가 살고 있는
매일의 세계가 아닌
네 마음 속에 있는 또다른 세계야."

"네가 아무리 해도 할 수 없었던 일,
늘 함께 하고 싶었던 사람,
변하지 않았으면 했던 것.
그런 모든 것이
만약의 세계에 모여 있어.
나도 이제 그곳으로 가려고 해."


흑흑 너무 슬프다. 인간은 왜 변하는 것인가. 애틋한 마음을 아무리 붙잡으려 해도 너와 나는 이미 예전의 그들이 아닌 것을. 그 감정은 너무나 소중하지만 이미 과거의 것이 되어버린 것을.

그렇게 소중한 존재는 '만약의 세계'로 가버리고, 홀로 남은 내게 그 존재는 말한다.
"어떤 물건도 어떤 일도
어떤 사람도 어떤 마음도
사라지거나 없어지지는 않아.
매일의 세계에서
만약의 세계로
있는 곳이, 머무는 곳이
바뀔 뿐이야."

"너의 미래가 될 뻔했던 모든 것이
거기에 있어."


그렇게 소중한 것을 '만약의 세계'로 보내버린 주인공은 아주 좁은 '매일의 세계'에 위태롭게 서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아주 희망적인 메세지를 우리에게 준다. 매일의 세계는 다시 커질 거라고. 만약의 세계가 큰 사람일수록 매일의 세계도 커다랗게 만들 수 있다고.

만약의 세계로 보내버린 것들,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가버린 것들. 나의 후회이자 아쉬움이며 부러움이고 회한인 것들. 때론 소중함을 미처 몰라 놓쳐버렸던 것들. 그것들이 이루고 있는 나의 '만약의 세계'.

만약의 세계가 있기에 지금 발을 딛고선 매일의 세계도 있는 거겠지. 그러니 그 둘을 모두 소중히 잘 다루라는 작가의 조언이 마음에 와 닿는다. 물론 "말이 쉽지."에 해당하는 것이라 해도.

나의 '만약의 세계'를 상상해보면 그리 크진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정리해주고 싶은 마음. 버릴 건 버려주고 싶은 마음.ㅎㅎ 아서라, 이미 그곳은 내가 손댈 수 없는 곳이야. 내가 손댈 수 있는 곳은 이곳 매일의 세계 뿐. 그런데 떨어져 있지만 연결되어 있는 두 세계의 그 미묘한 관련성이 알듯말듯하다. 작가의 철학적 상상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다음의 주제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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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그림의 힘
김현경 지음 / 엠앤키즈(M&Kids)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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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미술감상책을 아주 오랜만에 읽었다. 10여 년 전에는 꽤 여러 권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이주헌 님의 <느낌 있는 그림 이야기>가 그 시작이었다. 이주헌 님은 그 책 이후로도 여러권의 어린이 대상의 미술감상책을 쓰셨는데, 그 책들을 읽으며 나는 엉뚱하게도 '뭘 하든지 글을 잘 써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ㅎㅎ 요즘엔 본 적이 없는 거 같아서 검색해보니 요즘은 어른책 위주로 쓰시는 듯.... 이후 장세현 님이나 우리 옛그림 쪽으로는 최석조 님 등의 책들을 흥미있게 봤다. 엊그제 같은데 꽤 지난 일이네.

나는 도서실 활용 수업에 관심이 있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가 꺼리가 있으면 시도해보는 편이다. 미술 감상수업도 그렇게 했었다. 미술관에 데려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도서실에는 위에서 얘기한 저 책들 외에도 탐스러운 책들이 잔뜩 있으니까. 사실 실물을 보는 걸 제외한다면 책보다 좋은 자료가 어디 있을까. 요즘 어린이책들이 얼마나 잘 만들어져 나오는데.

근데 슬프다. 올해는 코로나가 도서실까지 개점휴업 상황을 만들어놔서.... 아이들을 기다리며 먼지만 쌓여가는 책들은.... 아쉽고 아깝다. 2학기엔 괜찮아지겠지 기대하며 2학기 미술 단원을 훑다가 이 책을 샀는데, 샀으니까 읽었는데, 그냥 나만 읽고 끝날수도 있겠다.ㅠㅠ 일단 읽었으니 기록은 해두자.

이 책은 외적인 면에서 그닥 눈을 사로잡는 구성이 아니다. 오히려 10년 전에 봤던 봤던 책들보다 더 오래된 책 같다.^^;;; 표지나 글씨체도 평범하고 줄간격 등도 가독성이 높지 않고 눈에 쏙쏙 들어오는 세련된 편집은 아닌 것 같다. 내가 높이 산 것은 내용의 구성이다. 저자의 필력이라고도 하겠고 신선한 관점, 흥미있는 설명이라고도 하겠다.

저자는 소설가라고 한다. 소설을 잘 안읽는 나는 저자의 이름도 처음 들었고 작품도 읽어본 게 없다. 그런데 흥미롭다. 애니어그램을 소재로 심리실용소설도 쓰셨다고 하고, 유튜버도 하시는 것 같고... 궁금해서 이분의 소설 한 권 읽어봐야 될 것 같다.^^ 새로운 시도에 거부감이 없는 성향(내 짐작)대로 문학인이지만 미술 감상에도 조예가 깊고, 나름대로의 자유로운 감상으로 이 책을 쓰신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이 책의 내용이 자유롭기만 하냐면 그건 절대 아니다. 미술사의 기본적인 내용은 알려주되, 작품의 선정과 감상에는 작가의 주관이 들어갔다고 보면 되겠다.

목차는 종교화, 르네상스, 인물화, 풍경화, 상징주의, 인상주의... 등 종류별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순서가 시대 흐름과도 대략 맞는다. 그런데 수록된 작품들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화가의 가장 유명한 작품을 소개하는 감상책들과는 다르다. 철저히 저자의 눈과 마음에 '꽂힌' 작품들을 소개했고, 내용도 주관적인 감상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저자의 눈을 따라가다보니 나도 그 작품이 좋아지는 일도 생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반만 맞는 것 같다. 감상 전에 해설부터 주입하려는 어른들이 있다면, 저자는 그걸 적극 말리는 쪽이다. 제목 정도만 알면 충분하다고. 그리고 마음에 다가오는 작품을 천천히 깊이 감상한다. 그리고 애정이 생기면 그 화가와 배경 등을 알아보고 공부한다. 이 방법을 강추하는 것은 저자가 그런 방식으로 감상하며 이 분야의 소양을 쌓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사실 '아는 만큼' 쪽이 더 강한 사람인데.... 그런데 아는 게 별로 없다....^^;;;; 저자의 감상법에 동의한다. 이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저자와의 감상 동행이었다. 흥미로웠다.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고 더 알아보고 싶은 화가를 한 명 정하라고 하고 싶다. 그리고 실제로 더 알아보는 거다. 그건 원격수업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활동이다. 그리고 그 화가의 작품 중에서 한 점씩을 골라서 올리고 설명을 해주는 거다.(이미지 다운받거나 캡처해서 업로드하는 정도는 아이들이 거뜬히 잘한다.) 친구들은 댓글을 달고... 좋은 감상수업이 될 수 있겠다. 그런데 이 책을 어떻게 읽힌다지? 난관이 많다. 고민을.....

개학을 앞두니 무슨 책을 읽어도 수업 생각이네. 이런저런 궁리를 할 수 있는 책을 읽어서 보람있었다. 그림을 마음으로 보는 법을 살짝 맛본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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