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희탕의 비밀 함께하는이야기 3
김태호 지음, 정문주 그림 / 마음이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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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장애라는 소재를 '아빠가 어느날 인어가 되었다'는 설정으로 판타지로 표현한 작가의 필력이 놀랍다. 이렇듯 생각이 비범해야 작가가 되는 거겠지?^^ 어느날 욕조 안에서 인어가 되어있는 아빠,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기 힘겨워하는 아빠, 외출을 위해서는 휠체어를 타야하는 아빠.... 이런 내용에서 사고로 장애를 갖게된 분들의 어려움이 절실히 느껴진다.

더구나 화자인 호테는 지금 아빠랑 둘이 살고 있는 한부모가족. 엄마는 이혼 후 새 삶을 열정적으로 찾아나가고 있는 중인 듯한데.... 그런데 그런 엄마에게 도움요청을 해야 하는 부자의 심정, 특히 아빠의 심정이 느껴질 때 마음이 아팠다. 엄마는 멋지고 당당한데, 아빠의 현실은.... 반면 이들을 두고 다시 회사로 달려가는 엄마의 뒷모습은 또 어떤가. 뛰어가는 뒷모습에서 눈물을 참는 앞모습이 보이는 것 같으니, 인생은 참 힘겹구나.

판타지와의 매개 공간으로 '복희탕'이 나온다. 호테는 심부름을 다녀오다 홀연히 나타난 그곳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곳의 시간은 세상의 시간과 다르게 흐르며 4년에 한 번 2월 29일에 열린다고 한다. 2월 29일은 호테의 생일이었다.

어느날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찾아와 '발 연구소'라는 곳으로 아빠를 데려갔다. 그곳은 아빠처럼 인어가 된 사람들끼리 살아가는 곳, 그러니까.... '시설'이었다. 아빠는 엄마랑 상의해 이곳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호테는 슬프고 뭔가 불안한 마음으로 아빠와 이별했다.

집근처에서 호테는 쫒기는 '재동'이라는 인어사람을 구해줬다. 그는 그와 아빠 같은 사람들을 '저인'이라고 한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발 연구소'의 실체에 대해서도. 놀란 호테는 아빠를 다시 데려오려고 하지만, 그건 이미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 호테는 재동의 도움을 받고 '중간계'와 복희탕을 통과하고서야 다시 아빠와의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아빠의 두 번의 반응에 가슴이 먹먹하다. 발 연구소에서 나오지 않겠다고 여기가 이제 내 집이라고 하던 장면, 바다에 들어갔다가 나오지 않던 장면. 이 모두가 자신 때문에 힘들어할 아들을 위해서인 것이니.

그러나 부자는 결국 힘을 합해 닫혀가는 중간계의 문을 통과해 현실로 돌아왔다.
"아빠, 변한 게 있어! 휠체어가 훨씬 가벼워진 것 같아! 아빠가 살이 빠졌거나, 아님 내가 힘이 세진 것 같아. 그치?"
그렇게 사람들은 현실을 받아들일 힘을 갖게 되나보다.

난데없이 인어라니 이게 뭔가 했는데, 이보다 더 적절한 상징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발 연구소를 탈출해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부자의 정과 더불어 삶의 의지를 갖게 되는 과정들이 감동적이고 긴장감도 넘친다. 삶은 마음먹기 나름이라지만 현실의 어려움을 어찌 무시하랴. 그래도 부자의 앞날에 희망이 느껴진다. 세상의 모든 저인들과 그의 가족들을 응원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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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탐정 윅슨 알리에니 바람어린이책 11
루카 도니넬리 지음, 니콜 도날드슨 그림, 이현경 옮김 / 천개의바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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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내 감상력에 한계를 느꼈다. 요기는 웃어야 되는 대목이구나 싶긴 한데 그닥 웃기거나 재미나지가 않았다. 아이구 이 일을 어째.ㅎㅎㅎ

화이트 레이븐에 선정된 화제작이라고 하고 우리나라에 첫 번역된 작가의 작품이라 매우 신선하고 생소한 느낌을 풍긴다. 아, 나는 생소한 거에 바로 호감을 못 갖는구나. 이 작가의 작품이 나오면 더 읽어봐야겠다. 아니면 이 책을 한 번 더 읽거나.^^

탐정 윅슨 알리에니는 너무 평범해서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투명인간인 셈이다. 작가는 이렇게 아무말 대잔치같은 설정을 천연덕스럽게 이어가며 해도해도 논리가 안되는 부분에선 "나도 모른다."고 한다. 그냥 독자를 납득시킬 의지 자체가 없어보인다. 재미만 있으면 되잖아? 하는 투다. 이건 맘에 들었다. 안타까운 점은 내가 재미를 못 느꼈다는 건데....ㅎㅎ 이건 유보하겠다. 첫인상과 그 다음은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이탈리아 작가인데 작품 배경은 영국 런던이고 주요 사건 3가지가 영국인들의 취향, 관습과 관련하여 일어난다. 악당 도둑들이 벌이는 절도 사건이 첫번째는 구름(런던 사람들은 늘 우산을 준비한다), 두번째는 청어(영국인들 식탁엔 청어가 빠지지 않는다), 세번째는 오후 다섯 시(오후 다섯 시는 차를 마시는 시간)다.

런던 사람들에게 절대적인 걸 훔쳐갔기 때문에 난리가 나는데, 실제로 이게 절대적인 건 아니겠지? 영국 사람들의 융통성 없음을 꼬집는 설정인가? 작가의 속은 모르겠다. 하여간 이 세 사건을 해결하는 윅슨 알리에니의 활약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탐정 이야기라고 해서 대단한 추리가 있진 않다. 위에서 말했듯이 아무말 대잔치에 가깝기 때문에 사건 해결도 거의 그런 식이다. 윅슨은 이른바 투명인간이라서 범인들의 모의를 바로 옆에서 들을 수도 있고 범인의 은신처에 자유롭게 들어갈 수도 있다. 그래서 간 쫄아들 일은 없어서 좋네.ㅎㅎ 게다가 훔친 물건(?) 자체가 청어 외에는 비현실적인 것이니 해결방법도 현실적일 순 없는 것.^^

재미를 더하는 조연들도 있다. 날마다 이발소에서 한가닥 남은 머리카락을 가꾸는 프랭크 펠리케 경감. 그는 무능하기 짝이 없고 하는 일이라곤 쥐뿔도 없지만 늘 사건 해결의 공을 독차지한다.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라 해야되나?^^;;; 윅슨이 필요로 하는 모든 물건을 빌려주는 잘트루다 부인, 그리고 경감보다 백만배는 더 똑똑하고 도움이 되는 젤트루데토 드루드렌(얘는 사람이 아니고 쥐다) 등이 나온다. 아 물론 악당들도 나오고.

마지막 사건이 해결된 후 경감은 약간의 골탕을 먹었으니 그것으로 속이 조금 시원해졌고, 윅슨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주목받는 걸 좋아하지 않으니 그저 조용한 휴식을 취하는 모습에 마음이 편해진다. 세상엔 이런 조용한 해결사가 많아야 된다. 매력적인 투명 탐정!^^

마지막장은 다시 윅슨 알리에니의 발소리로 끝나니, to be continued 느낌이다. 다음 권에선 어떤 사건이 펼쳐지려나? 생소함이 극복되었으니 이제 나도 재미있게 읽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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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토의 소원 사탕 그래 책이야 30
오민영 지음, 송효정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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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린듯 따라간 길에 내 눈에만 보이는 마법 가게.... 과자점, 떡가게, 사탕가게 등 종류도 많지만 이제 좀 식상하다. 그 가게들에서는 소원을 들어주는 음식을 팔고, 그걸 먹은 주인공에게 사건이 일어나며 이야기는 펼쳐지지.... 이 책도 그 구성을 그대로 따랐다. 그래도 한가지 내게 차별화된 점으로 다가온 것은 주인공 아이의 심리적 문제였다. 그건 경쟁심과 질투심이다.

누구나 갖고 있을 이 마음. 물론 정도의 차이가 있다. 없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미약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있지만 다스릴 정도 되는 사람, 매우 과한 사람도 있지. 나 또한 어릴적 이 마음으로 고생했던 적이 있었기에 이해한다. 하지만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가장 피곤한 족속 중의 하나가 이런 부류구나 느끼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이런 사람들과의 교류는 거의 생기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인가? 내 주변에 성공한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이.ㅎㅎㅎ

나도 뭔가 달성하는 삶을 살고 싶은 욕구는 있고, 왕성히 달성해가는 사람들을 보며 드는 마음은 부러움인데, 그들의 열정과 근면함은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에 그냥 살짝 한쪽 끈을 놓아버리고 산다. 힘들면 쉬고, 적당히 게으르게.... 그래도 불현듯 '부러움'이 고개를 치켜든다. 이 부러움이 내게는 경쟁심의 또다른 얼굴인 것 같다. 하지만 대체로는 게으름이 부러움을 이긴다. 저런 이들은 타고난 거야. 너무 무리하지 말고 살자. 이정도도 쉬운 건 아니야.... 이렇게 정당화하면서.^^;;;;

이 책의 주인공 유나. 우리반 교실에 있다면 아주 신경쓰이고 이뻐하기 힘들어 살짝 맘고생할 스타일. (내가 그렇다는 거임. 모든 선생님들이 그렇진 않음^^) 지는거 싫어하는 걸 넘어서 윈윈도 용납 못하는 스타일. 오직 나만 이기고 나만 돋보여야 되며 두 손에 떡 들고도 더 집으려 눈을 번뜩이는 스타일. 이 아이에게 전학 온 우등생 예린이는 눈의 가시일 수밖에. 뭐든지 잘하고 배려까지 갖추어 반 친구들의 인정과 인기를 독차지. 저렇게 티꺼울 수가!

그러니 '달토의 소원 사탕' 가게에서 유나는 당연히 '뭐든 1등 사탕'을 골랐다. 수학시험을 100점 맞은것까진 좋았는데 달리기 시합에선 무리하다 예린이를 넘어지게 했고 유나의 1등은 무의미해졌다. 모두가 예린이를 걱정했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소원사탕 가게를 찾은 유나는 '꾀병 엄살 사탕'을 고른다.

이것도 스토리의 법칙 중 하나인가? 소원 사탕은 세 개까지만 살 수 있다. 유나가 세 번째 고른 사탕은 무엇일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유나는 그 사탕을 놓쳐 세 번째 소원은 무위로 돌아가 버렸다. 하지만 가장 소중한 것을 얻게 되었으니.... 예린이의 헛점 매력을 알게 된 것이다. 그 헛점이 자신과 동일하다는 점도.... 둘이 헛점으로 뭉친 그 순간은 교실에 큰 웃음과 행복을 가져다 주었다.

그런 건가? 내가 그럭저럭 행복하게 살고 내 주변에 좋은 이들도 많은 것이 어쩌면 내가 완벽하지 않은 헛점투성이이기 때문인가? 그걸 감사해야 되는 걸까?ㅎㅎ 어쨌든 인간은 홀로 완벽하려는 노력보다는 함께 성장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존재라는 점은 확실하다.

이런 스토리를 읽게 되면 꼭 이런 상상을 하게 된다. 나는 어떤 소원 사탕을 고를까? 소원 세 가지를 잘못 써서 소시지가 코에 붙어버렸다는 이야기처럼 되면 안되니 엄청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부질없는 궁리.^^ 소원사탕 가게의 달토(달나라 토끼)는 유나에게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긴다.
"인간은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난답니다앙. 자신이 가진 힘을 믿으세요옹."

적당히 빈 사람들이 모여 이루는 행복한 세상이면 좋겠다. 스펙을 쌓고 또 쌓아도 써먹지도 못하고 남과 비교만 하는 세상이라면 얼마나 불행한가 말이다. 부모가 그렇게 키우는 아이도 있다는 사실.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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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도감 - 실패했기 때문에 성공한 세계 위인들
오노 마사토 지음, 고향옥 옮김 / 길벗스쿨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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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했기 때문에 성공한 세계 위인들' 이란 부제가 붙어 있어서 실패가 성공의 디딤돌이 된 사례에 촛점을 맞춘 차별화된 전기문일 거라 예상했고, 그렇다면 아이들과 함께 읽거나 수업에 활용하기에도 아주 좋을거라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핀트가 많이 빗나갔다. 그냥 '위인들도 실패를 한다' 정도가 맞을 것 같다.

첫 인물부터 그렇다. 라이트 형제. 실패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기 보다는 성공하고도 실패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공자의 실패는 '이상이 너무 높았다'고 하는데 공자 사후에 그의 이상이 유교라는 사상으로 정립되고 국가의 이념이 되기도 하는데 그걸 실패라고 할 수 있을까? 설득력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

촌스럽다는 혹평을 이겨내고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를 만든 코코 샤넬의 이야기는 이 실패도감의 부제에 잘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샤넬의 옷은 대체 무엇이 그렇게 대단했던 걸까요? 여러분이 그것을 아는 방법은 딱 하나. 어른이 되면 샤넬 매장에 가서 샤넬의 옷을 한 번 입어보는 거예요." 이 부분에선 실소가 나왔다. 난 어른이 된지 한참 지났는데도 샤넬 매장엔 못가봤는데, 가봐야 되나?^^;;;;

이렇게 초반부엔 딴지걸고 싶은 장이 많이 나오더니만, 점차 공감가고 설득력 있는 장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먼저 베토벤 장. 저자는 베토벤의 실패를 '도와 달라고 말하지 못한 것'이라 규정했는데, 그 실패는 그를 고독으로 이끌었고, 순수하고 맹렬한 고독 가운데서 순도 높은 그의 작품들이 탄생했다.
"베토벤처럼 눈 딱 감고 고독 속에 들어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용기 내어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서 홀로 자신과 마주해 보세요."
이 조언이 맘에 든다. 아이들은 이해하기 좀 힘들겠지만....

나쓰메 소세키 장에는 깊이 공감했다. 그는 영어교사를 하다 영국 유학을 갔는데 우울감에 괴로워하다 제대로 과정을 마치지도 못하고 귀국했다. 하지만 이 마음의 고통이 그로 하여금 소설을 쓰게 했다.
"여러분도 마음속의 불안이 커졌다고 느낄 때 다양한 것에 도전해 보면서 자신의 불안을 형태로 만드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표현으로 숨을 쉰다는 말이 있듯이 인간에게는 표현의 욕구가 기본적으로 있다. 자신에게 맞는 표현의 방법을 찾고 그것으로 격려받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어쩌면 교육의 목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잘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염두에는 두고 있다.

노벨의 실패를 '마음이 너무 약했다'로 규정했는데, 나랑 비슷한 점이 있다. (물론 나는 성공자가 아니니 비교불가지만) 남들의 평가와 비난을 의식하고 상처를 무진장 받았다는 점이다. 물론 그 때문에 노벨상이 생겼지만.... 그래도 저자는 이렇게 조언한다.
"남의 기분에 민감해 상처 받기 쉬운 마음과 최선을 다한 뒤에는 신경 쓰지 않는 뻔뻔함. 이 둘은 정반대의 성격 같지만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이 두 성격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세상에 마음 약한 사람이 많아서 문제일까? 뻔뻔한 사람이 많아서 문제일까?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자의 조언대로 나도 좀 뻔뻔해지고 싶다.

불량소년이었던 베이브 루스, 너무 새로워서 인정받기 실패했던 피카소, 계약을 잘못해서 오래 고생했던 디즈니, 너무 많이 실패했지만 결국 성공한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 사장 등등.... 은 실패를 넘어 성공한 사례들이라 이 책의 부제와 잘 어울리는 내용들이었다. 마지막장에 부모님을 넣은 것은 다른 책에서 본 적 없는 신의 한수라고 할까? 부모야말로 얼마나 많은 실패를 하는가? 그게 자식이 막 살아도 되는 이유가 될 순 없다. 다만, 부모 실패의 이유를 '지나치게 사랑한다'라고 했는데 모두가 이런 이유는 아니라는 점....ㅠ

책의 겉모습을 얘기하자면, 3부분으로 나누어 각각 다른 색상의 2도 인쇄를 했는데(인쇄에 대해선 잘 모름. 틀린 말일수도) 그 색들이 다 형광색이라(형광노랑, 형광분홍, 형광연두) 형광색을 싫어하는 내게는 좀 책의 격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보였다. 외국 책을 번역한 것이니 원서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인데... 하여간 그림과 색상 면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취향의 문제라고 본다.

이 책은 전기문이지만 자기계발서 쪽의 느낌도 강하다. 인생의 실패를 기본값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격려하는 힘이 있을 것 같다. 실패의 시점에서 끝나면 그건 그냥 실패인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는 힘이 필요한데, 그때 이 책이 도움이 되지 않을지. 고학년부터 중학생 정도에게 권해줄 만하겠다. 다양한 인물들의 사례가 소개되니(20명) 그중에 자신에게 격려가 되는 사례가 있을 것이다. 그 내용을 함께 나눈다면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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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신은 우탄이 - 동물권 이야기 귀를 기울이면
하재영 지음, 전명진 그림 / 우리학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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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수업 점검을 하는데 오늘따라 참가율이 저조했다. 오전이 지나가는데 1교시 과제도 안올린 아이들이 여럿 있었다. 오늘따라 딱딱한 문자를 발포했다. 그제서야 구글 드라이브에 몇몇의 답변이 더 도착하고 과제게시판에 인증샷이 올라왔다. 그런데 웬일인지 안 챙겨줘도 가장 열심히 하던 아이 과제가 도착하지 않았다. 웬일일까 하던 차에 문자가 왔다.
"아침에 키우던 고슴도치가 하늘나라로 가서 마음을 진정하느라고 수업을 못 했어요. 지금 하겠습니다."

짧지만 눈물이 흐르는 듯한 문자였다. 황급히 답장을 보냈다.
"저런....ㅠㅠ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까....ㅠㅠ 우리집도 고슴도치 키운 적 있었어. 아이들이 엄청 울었지. 모르는 사람은 별 일 아니라도 우리한텐 가족이었으니까.... 쉬운 일이 아닌거 알아. 진정하고 천천히 해요. 말뿐이지만 위로를 보냅니다.ㅠ"

그 성실한 아이가 오전내내 수업을 못할만큼 비탄에 빠진 것이 고슴도치라는 미물 때문이었다는 말을 들으면 혀를 차는 어른도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생명을 옆에 두고 밥을 먹이며 그 성장을 지켜보았다면 누구나 저 심정이 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반 아이를 이해할 정도는 된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난 그렇게 생각한다.

그보다 더 애틋하고 마음을 다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이 책의 화자들이다. 이 책은 동화는 아니고 화자들이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이다. 자신과 마음을 나눴던 동물의 이야기를. 어떻게 만났는지, 어떻게 가까워졌는지, 어떻게 함께 지냈는지, 어떻게 보내주었는지도.... 이야기 사이사이에 동물권에 대한 상식이나 우리나라의 실태 등의 정보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페이지도 들어가 있다.

첫번째 화자는 이 책의 작가다. 그는 10여년 전에 친구가 못키우게 된 치와와를 맡으면서 처음으로 반려동물을 알게 됐다.
"피피를 만나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나는 평범한 사람이고 피피는 평범한 개지만 나는 피피에게, 피피는 나에게 하나밖에 없는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였어요."
그리고 그는 두번째 반려동물로 유기견 입양을 선택한다. 안락사 직전의 호동이를 임시보호로 데려왔다가 예쁜 털색이 아니란 이유로 외면당하자 직접 입양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작가는 동물과 더불어 사는 삶에 관심을 가진 작가가 된 것 같다.

우리나라에선 한해 10만 마리 이상의 유기동물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쇼핑하듯 너무 쉽게 구입할 수 있고 쉽게 버릴 수 있는 체제가 문제다. 독일 같은 경우는 반려동물을 데려가는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고 한다. 이런게 좀 필요할 것 같다. 강아지 공장 같은 번식장도 생기지 않도록 하고 말이다.

다음 화자들은 동물권이나 유기동물 구조 등의 단체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이다. 두번째 이야기는 길고양이 하양이의 이야기였다. 힘겹게 살아가던 하양이가 화자의 집 앞에서 숨을 거둔건 유일하게 신뢰가는 사람에게 새끼들을 부탁한 것이었다. 겨우겨우 새끼들을 붙잡아 울며 말하는 화자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하양아, 괜찮아. 네 아이들 모두 데려왔어. 이제 내가 지켜줄게."

캣맘들의 지극한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캣맘들을 비난하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모두 입장이 있을 것이다. 최선의 방법은 뭘까? 지금으로선 TNR(포획-중성화-제자리방사)로 개체수를 조절하며 공존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한다. 그것도 자연스러운 방법은 아니지만, 인간이 너무 불편해도 안되니까.

이어진 이야기들은 학대받고 버려진 동물들을 구조, 입양한 이야기였는데 인간의 잔인함과 이기성에 한숨이 나온다. 이런 사람들이 있고 화자처럼 구하는 사람도 있으니 인간에도 급이 있는 것 맞다. 모든 인간은 동등한지는 몰라도 급은 천 단계는 넘는듯. 나도 밑바닥급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며 살 수 밖에.

개와 고양이 이야기 외에 호랑이 이야기도 나온다.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크레인. 근친교배로 여러 질병과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크레인. 너무 불쌍한 삶을 살다 갔다. 사람이 아니란 이유로 한 생명의 삶을 이렇게 맘대로 괴롭혀도 되는걸까? 그런 의미에서 동물원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경거리가 되기 위해 자신의 종이 가진 본능과 야생성을 모두 죽이고 살아가야 하는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마지막 이야기는 표지그림의 주인공, 오랑우탄 우탄이의 이야기다. 동물쇼로 동물원에 큰 수익을 가져다주던 우탄이는 어느 순간부터 쇼를 거부한다. 인간이 원하는 걸 하지 않는 우탄이의 남은 삶은 비참할 뿐이었다.

동물권, 동물복지 이런 주장은 먹고살기도 힘들었던 예전에는 꺼내기도 우습게 들리는 말이었지만 그렇다고 이게 배부른 이야기도 아니다. 동물들의 야생성과 독립성을 지켜주지 못한 결과로 인간들이 치르는 댓가들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세상만물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찬 사람이 아니어서 이런 이기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공존을 모색하자고. 자연을(동물을 포함한) 최대한 침입하지 않는 것이 인간도 사는 길이라고.

이 책은 고학년부터 중학생까지, 관련주제를 다룰 때 읽히면 활발한 토론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 다 읽는게 물론 좋지만 여의치 않으면 꼭지별로 골라 읽고 이야기 나눌 수도 있겠다. 동물권을 다룬 많은 책들 중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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