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 신은 우탄이 - 동물권 이야기 귀를 기울이면
하재영 지음, 전명진 그림 / 우리학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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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수업 점검을 하는데 오늘따라 참가율이 저조했다. 오전이 지나가는데 1교시 과제도 안올린 아이들이 여럿 있었다. 오늘따라 딱딱한 문자를 발포했다. 그제서야 구글 드라이브에 몇몇의 답변이 더 도착하고 과제게시판에 인증샷이 올라왔다. 그런데 웬일인지 안 챙겨줘도 가장 열심히 하던 아이 과제가 도착하지 않았다. 웬일일까 하던 차에 문자가 왔다.
"아침에 키우던 고슴도치가 하늘나라로 가서 마음을 진정하느라고 수업을 못 했어요. 지금 하겠습니다."

짧지만 눈물이 흐르는 듯한 문자였다. 황급히 답장을 보냈다.
"저런....ㅠㅠ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까....ㅠㅠ 우리집도 고슴도치 키운 적 있었어. 아이들이 엄청 울었지. 모르는 사람은 별 일 아니라도 우리한텐 가족이었으니까.... 쉬운 일이 아닌거 알아. 진정하고 천천히 해요. 말뿐이지만 위로를 보냅니다.ㅠ"

그 성실한 아이가 오전내내 수업을 못할만큼 비탄에 빠진 것이 고슴도치라는 미물 때문이었다는 말을 들으면 혀를 차는 어른도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생명을 옆에 두고 밥을 먹이며 그 성장을 지켜보았다면 누구나 저 심정이 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반 아이를 이해할 정도는 된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난 그렇게 생각한다.

그보다 더 애틋하고 마음을 다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이 책의 화자들이다. 이 책은 동화는 아니고 화자들이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이다. 자신과 마음을 나눴던 동물의 이야기를. 어떻게 만났는지, 어떻게 가까워졌는지, 어떻게 함께 지냈는지, 어떻게 보내주었는지도.... 이야기 사이사이에 동물권에 대한 상식이나 우리나라의 실태 등의 정보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페이지도 들어가 있다.

첫번째 화자는 이 책의 작가다. 그는 10여년 전에 친구가 못키우게 된 치와와를 맡으면서 처음으로 반려동물을 알게 됐다.
"피피를 만나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나는 평범한 사람이고 피피는 평범한 개지만 나는 피피에게, 피피는 나에게 하나밖에 없는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였어요."
그리고 그는 두번째 반려동물로 유기견 입양을 선택한다. 안락사 직전의 호동이를 임시보호로 데려왔다가 예쁜 털색이 아니란 이유로 외면당하자 직접 입양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작가는 동물과 더불어 사는 삶에 관심을 가진 작가가 된 것 같다.

우리나라에선 한해 10만 마리 이상의 유기동물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쇼핑하듯 너무 쉽게 구입할 수 있고 쉽게 버릴 수 있는 체제가 문제다. 독일 같은 경우는 반려동물을 데려가는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고 한다. 이런게 좀 필요할 것 같다. 강아지 공장 같은 번식장도 생기지 않도록 하고 말이다.

다음 화자들은 동물권이나 유기동물 구조 등의 단체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이다. 두번째 이야기는 길고양이 하양이의 이야기였다. 힘겹게 살아가던 하양이가 화자의 집 앞에서 숨을 거둔건 유일하게 신뢰가는 사람에게 새끼들을 부탁한 것이었다. 겨우겨우 새끼들을 붙잡아 울며 말하는 화자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하양아, 괜찮아. 네 아이들 모두 데려왔어. 이제 내가 지켜줄게."

캣맘들의 지극한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캣맘들을 비난하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모두 입장이 있을 것이다. 최선의 방법은 뭘까? 지금으로선 TNR(포획-중성화-제자리방사)로 개체수를 조절하며 공존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한다. 그것도 자연스러운 방법은 아니지만, 인간이 너무 불편해도 안되니까.

이어진 이야기들은 학대받고 버려진 동물들을 구조, 입양한 이야기였는데 인간의 잔인함과 이기성에 한숨이 나온다. 이런 사람들이 있고 화자처럼 구하는 사람도 있으니 인간에도 급이 있는 것 맞다. 모든 인간은 동등한지는 몰라도 급은 천 단계는 넘는듯. 나도 밑바닥급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며 살 수 밖에.

개와 고양이 이야기 외에 호랑이 이야기도 나온다.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크레인. 근친교배로 여러 질병과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크레인. 너무 불쌍한 삶을 살다 갔다. 사람이 아니란 이유로 한 생명의 삶을 이렇게 맘대로 괴롭혀도 되는걸까? 그런 의미에서 동물원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경거리가 되기 위해 자신의 종이 가진 본능과 야생성을 모두 죽이고 살아가야 하는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마지막 이야기는 표지그림의 주인공, 오랑우탄 우탄이의 이야기다. 동물쇼로 동물원에 큰 수익을 가져다주던 우탄이는 어느 순간부터 쇼를 거부한다. 인간이 원하는 걸 하지 않는 우탄이의 남은 삶은 비참할 뿐이었다.

동물권, 동물복지 이런 주장은 먹고살기도 힘들었던 예전에는 꺼내기도 우습게 들리는 말이었지만 그렇다고 이게 배부른 이야기도 아니다. 동물들의 야생성과 독립성을 지켜주지 못한 결과로 인간들이 치르는 댓가들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세상만물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찬 사람이 아니어서 이런 이기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공존을 모색하자고. 자연을(동물을 포함한) 최대한 침입하지 않는 것이 인간도 사는 길이라고.

이 책은 고학년부터 중학생까지, 관련주제를 다룰 때 읽히면 활발한 토론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 다 읽는게 물론 좋지만 여의치 않으면 꼭지별로 골라 읽고 이야기 나눌 수도 있겠다. 동물권을 다룬 많은 책들 중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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