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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탐정 윅슨 알리에니 ㅣ 바람어린이책 11
루카 도니넬리 지음, 니콜 도날드슨 그림, 이현경 옮김 / 천개의바람 / 2020년 6월
평점 :
이 책을 읽으면서 내 감상력에 한계를 느꼈다. 요기는 웃어야 되는 대목이구나 싶긴 한데 그닥 웃기거나 재미나지가 않았다. 아이구 이 일을 어째.ㅎㅎㅎ
화이트 레이븐에 선정된 화제작이라고 하고 우리나라에 첫 번역된 작가의 작품이라 매우 신선하고 생소한 느낌을 풍긴다. 아, 나는 생소한 거에 바로 호감을 못 갖는구나. 이 작가의 작품이 나오면 더 읽어봐야겠다. 아니면 이 책을 한 번 더 읽거나.^^
탐정 윅슨 알리에니는 너무 평범해서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투명인간인 셈이다. 작가는 이렇게 아무말 대잔치같은 설정을 천연덕스럽게 이어가며 해도해도 논리가 안되는 부분에선 "나도 모른다."고 한다. 그냥 독자를 납득시킬 의지 자체가 없어보인다. 재미만 있으면 되잖아? 하는 투다. 이건 맘에 들었다. 안타까운 점은 내가 재미를 못 느꼈다는 건데....ㅎㅎ 이건 유보하겠다. 첫인상과 그 다음은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이탈리아 작가인데 작품 배경은 영국 런던이고 주요 사건 3가지가 영국인들의 취향, 관습과 관련하여 일어난다. 악당 도둑들이 벌이는 절도 사건이 첫번째는 구름(런던 사람들은 늘 우산을 준비한다), 두번째는 청어(영국인들 식탁엔 청어가 빠지지 않는다), 세번째는 오후 다섯 시(오후 다섯 시는 차를 마시는 시간)다.
런던 사람들에게 절대적인 걸 훔쳐갔기 때문에 난리가 나는데, 실제로 이게 절대적인 건 아니겠지? 영국 사람들의 융통성 없음을 꼬집는 설정인가? 작가의 속은 모르겠다. 하여간 이 세 사건을 해결하는 윅슨 알리에니의 활약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탐정 이야기라고 해서 대단한 추리가 있진 않다. 위에서 말했듯이 아무말 대잔치에 가깝기 때문에 사건 해결도 거의 그런 식이다. 윅슨은 이른바 투명인간이라서 범인들의 모의를 바로 옆에서 들을 수도 있고 범인의 은신처에 자유롭게 들어갈 수도 있다. 그래서 간 쫄아들 일은 없어서 좋네.ㅎㅎ 게다가 훔친 물건(?) 자체가 청어 외에는 비현실적인 것이니 해결방법도 현실적일 순 없는 것.^^
재미를 더하는 조연들도 있다. 날마다 이발소에서 한가닥 남은 머리카락을 가꾸는 프랭크 펠리케 경감. 그는 무능하기 짝이 없고 하는 일이라곤 쥐뿔도 없지만 늘 사건 해결의 공을 독차지한다.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라 해야되나?^^;;; 윅슨이 필요로 하는 모든 물건을 빌려주는 잘트루다 부인, 그리고 경감보다 백만배는 더 똑똑하고 도움이 되는 젤트루데토 드루드렌(얘는 사람이 아니고 쥐다) 등이 나온다. 아 물론 악당들도 나오고.
마지막 사건이 해결된 후 경감은 약간의 골탕을 먹었으니 그것으로 속이 조금 시원해졌고, 윅슨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주목받는 걸 좋아하지 않으니 그저 조용한 휴식을 취하는 모습에 마음이 편해진다. 세상엔 이런 조용한 해결사가 많아야 된다. 매력적인 투명 탐정!^^
마지막장은 다시 윅슨 알리에니의 발소리로 끝나니, to be continued 느낌이다. 다음 권에선 어떤 사건이 펼쳐지려나? 생소함이 극복되었으니 이제 나도 재미있게 읽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