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도감 - 실패했기 때문에 성공한 세계 위인들
오노 마사토 지음, 고향옥 옮김 / 길벗스쿨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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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했기 때문에 성공한 세계 위인들' 이란 부제가 붙어 있어서 실패가 성공의 디딤돌이 된 사례에 촛점을 맞춘 차별화된 전기문일 거라 예상했고, 그렇다면 아이들과 함께 읽거나 수업에 활용하기에도 아주 좋을거라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핀트가 많이 빗나갔다. 그냥 '위인들도 실패를 한다' 정도가 맞을 것 같다.

첫 인물부터 그렇다. 라이트 형제. 실패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기 보다는 성공하고도 실패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공자의 실패는 '이상이 너무 높았다'고 하는데 공자 사후에 그의 이상이 유교라는 사상으로 정립되고 국가의 이념이 되기도 하는데 그걸 실패라고 할 수 있을까? 설득력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

촌스럽다는 혹평을 이겨내고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를 만든 코코 샤넬의 이야기는 이 실패도감의 부제에 잘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샤넬의 옷은 대체 무엇이 그렇게 대단했던 걸까요? 여러분이 그것을 아는 방법은 딱 하나. 어른이 되면 샤넬 매장에 가서 샤넬의 옷을 한 번 입어보는 거예요." 이 부분에선 실소가 나왔다. 난 어른이 된지 한참 지났는데도 샤넬 매장엔 못가봤는데, 가봐야 되나?^^;;;;

이렇게 초반부엔 딴지걸고 싶은 장이 많이 나오더니만, 점차 공감가고 설득력 있는 장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먼저 베토벤 장. 저자는 베토벤의 실패를 '도와 달라고 말하지 못한 것'이라 규정했는데, 그 실패는 그를 고독으로 이끌었고, 순수하고 맹렬한 고독 가운데서 순도 높은 그의 작품들이 탄생했다.
"베토벤처럼 눈 딱 감고 고독 속에 들어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용기 내어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서 홀로 자신과 마주해 보세요."
이 조언이 맘에 든다. 아이들은 이해하기 좀 힘들겠지만....

나쓰메 소세키 장에는 깊이 공감했다. 그는 영어교사를 하다 영국 유학을 갔는데 우울감에 괴로워하다 제대로 과정을 마치지도 못하고 귀국했다. 하지만 이 마음의 고통이 그로 하여금 소설을 쓰게 했다.
"여러분도 마음속의 불안이 커졌다고 느낄 때 다양한 것에 도전해 보면서 자신의 불안을 형태로 만드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표현으로 숨을 쉰다는 말이 있듯이 인간에게는 표현의 욕구가 기본적으로 있다. 자신에게 맞는 표현의 방법을 찾고 그것으로 격려받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어쩌면 교육의 목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잘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염두에는 두고 있다.

노벨의 실패를 '마음이 너무 약했다'로 규정했는데, 나랑 비슷한 점이 있다. (물론 나는 성공자가 아니니 비교불가지만) 남들의 평가와 비난을 의식하고 상처를 무진장 받았다는 점이다. 물론 그 때문에 노벨상이 생겼지만.... 그래도 저자는 이렇게 조언한다.
"남의 기분에 민감해 상처 받기 쉬운 마음과 최선을 다한 뒤에는 신경 쓰지 않는 뻔뻔함. 이 둘은 정반대의 성격 같지만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이 두 성격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세상에 마음 약한 사람이 많아서 문제일까? 뻔뻔한 사람이 많아서 문제일까?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자의 조언대로 나도 좀 뻔뻔해지고 싶다.

불량소년이었던 베이브 루스, 너무 새로워서 인정받기 실패했던 피카소, 계약을 잘못해서 오래 고생했던 디즈니, 너무 많이 실패했지만 결국 성공한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 사장 등등.... 은 실패를 넘어 성공한 사례들이라 이 책의 부제와 잘 어울리는 내용들이었다. 마지막장에 부모님을 넣은 것은 다른 책에서 본 적 없는 신의 한수라고 할까? 부모야말로 얼마나 많은 실패를 하는가? 그게 자식이 막 살아도 되는 이유가 될 순 없다. 다만, 부모 실패의 이유를 '지나치게 사랑한다'라고 했는데 모두가 이런 이유는 아니라는 점....ㅠ

책의 겉모습을 얘기하자면, 3부분으로 나누어 각각 다른 색상의 2도 인쇄를 했는데(인쇄에 대해선 잘 모름. 틀린 말일수도) 그 색들이 다 형광색이라(형광노랑, 형광분홍, 형광연두) 형광색을 싫어하는 내게는 좀 책의 격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보였다. 외국 책을 번역한 것이니 원서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인데... 하여간 그림과 색상 면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취향의 문제라고 본다.

이 책은 전기문이지만 자기계발서 쪽의 느낌도 강하다. 인생의 실패를 기본값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격려하는 힘이 있을 것 같다. 실패의 시점에서 끝나면 그건 그냥 실패인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는 힘이 필요한데, 그때 이 책이 도움이 되지 않을지. 고학년부터 중학생 정도에게 권해줄 만하겠다. 다양한 인물들의 사례가 소개되니(20명) 그중에 자신에게 격려가 되는 사례가 있을 것이다. 그 내용을 함께 나눈다면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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