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arthian Tales 어션 테일즈 No.3 - Be My IDOL
김보영 외 지음 / 아작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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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자가 ‘모른다‘고 가정하고 글을 쓰는 태도는 곤란하다고 본다. 독자는 작가보다 많이 안다. 단지 집중하지 않을 뿐이다.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 쓰라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고 본다. 그보다는, 당신이 하는 말에 아무 관심이 없으며, 그래서 집중할 마음이 조금도 없는 사람도 귀를 기울이고, 그러다 자기도 모르게 이해하도록 쓰라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 - P19

얼마 전 지브리 스튜디오 프로듀서가 쓴 콘텐츠의 비밀이라는 책에서 재미있는 내용을 읽었다. 저자는 지브리에 입사한 뒤 회사에서 ‘정보량을 조절한다‘라는 말을 계속 듣는다. 정보량이 많으면 사람들이 여러 번 다시 찾는 작품이 되는데, 대신 어려워져서 아이들이 보기 힘든 작품이 되므로 정보량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람이 "그런데 정보량이 뭡니까?"하고 묻자, 다른 프로듀서가 "그림의 정보량이란 선의 수입니다."하고 간명하게 답한다. 말하자면 그림에 선의 수가 많으면 정보량이 많아진다. - P21

인간이 한 번에 기억할 수 있는 정보의 수는 극히 적으며, 수월하게 기억할 수 있는 정도는 1-2개로 보는 편이 좋다. 그렇다면 어려움의 관건은 정보의 내용보다 수라는 가설은 매우 그럴듯하다. - P21

제 글을 쓰면서도, 다른 분들 글 읽는 심사 하면서도 뼈저리게 생각했던 게 있어요. 요즘처럼 아무도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굳이 책을 찾아 읽는 독자들은, 작가보다 몇 수 위예요. 작가로서 제가 알고 있는 걸 독자들은 이미 다 간파하고 있죠. 트릭, 기법, 반전이랍시고 집어넣는 것들, 모두 다, 그래서,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거나, 상상력을 뛰어넘겠다거나, 머리싸움에서 이기겠다는...그런 야심은 좀 버리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런 욕심을 가진 글은 너무 뻔히 의도가 보이기도 하고, 심지어 실현도 불가능해요. 길 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아도 그 분이 저보다 이야기의 트릭을 잘 알고, 백 배 천 배 똑똑해요. 게다가 작가가 글을 아무리 잘 써도 화려한 시각효과,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이길 순 없죠. 그러니 베스트셀러의 꿈도 버리시는 게 현명하겠지요. 그런 시대예요. -황보라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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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즈워스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0
싱클레어 루이스 지음, 이나경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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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은 사람을 사귀면 자랑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확인시키기 위해 자기 업적을 전부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미국인 특유의 열망을 지녔다.

"자동차를 만들었습니다. 레벌레이션이요. 이제 그만두고 세상을 둘러볼 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즈워스라고 합니다." - P64

새로운 것은대체 무엇인가? 그림? 엔진에 관해 지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데 그림에 관해 어눌하게 이야기할 까닭이 있을까? 언어? 할 말이 없는데 3개국어를 할 줄 아는 게 무슨 소용인가? 예절? 팰맬에서 스치던 잘난 귀족이나 공직자가 궁전에 으스대며 들어갈 수 있을지는 몰라도 샘은 궁전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고작 왕이라 불릴 권리를 물려받은 사람보다는 유닛의 앨릭 키넌스(미국의 사업가)가 더 존경스러웠다! - P95

자네, 자네 자신이 미국에서 더 행복한지 유럽에서 더 행복한지 마음을 정하고 거기서 지내게! 나는 유럽 카페에 가서 웨이터들에게 햇볕이 드는 자리를 달라고 사정하는 것보다는 유럽 은행가들이 찾아와 대출해달라고 사정하는 게 더 좋네! - P266

벌 수 있는 돈은 한 푼 빠짐없이 번 사람이 이런 말을 하면 우스울지 모르겠지만... 브렌트, 나는 늘 뭔가 만들고 싶었다. 은행예금 말고도 뭔가 남기고 싶었어. 네가 채권을 팔면 그러지 못할까봐 걱정된다. 채권이 나쁘다는 건 아니야. 그건 알지! 보기 좋은 그림도 찍혀 있고. 하지만 그렇게 빨리 돈을 벌어야 하....

아버지 때보다 사는 데 돈이 훨씬 많이 들어요. 가져야 할 것도 너무 많고요. 제가 어릴 때는 리무진이 있으면 신이나 다름없었지만, 지금은 요트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돈을 벌고 나면 쉬면서 취미도 가질 수 있죠. 유럽을 구경하고 애국심도 고취하고 그런 거요. - P272

샘은 자신을 포함한 컨트리클럽의 남자 대다수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신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술을 너무 많이 마신다는 말도 너무 많이 했다. 잡담에 곁들이는, 즐겁지만 그다지 중요하지 않던 음료였던 술이 금주법 때문에 열광의 대상으로 변했다. 사람들은 술 때문에 초조해졌고, 야한 포스터를 몰래 보는 아이들처럼 술에 매료됐다. - P295

성당 한 곳을 열 번 본 사람은 뭔가 본 것이다. 열 곳의 성당을 한 번씩 본 사람은 별로 본 것이 없다. 그리고 백 곳의 성당에 삼십 분씩 들른 사람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 셈이다. 벽에 400점의 그림을 가득 걸어두면 한 점을 걸어놓은 것보다 사백 배 재미없다. 그리고 웨이터의 이름을 알 정도로 자주 가기 전까지는 그 카페를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여행의 법칙이다. - P332

사실 여행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은 대부분 그 즐거움과 혜택에 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들은 뭘 보려고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서, 친척과의 싸움에서 벗어나려고 하는데, 결국 새로운 친척을 만나 싸우게 된다. 그들은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솔리테르를 하거나 십자말풀이를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그 밖에 지긋지긋한 일을 찾는 것처럼 할 일을 갖기 위해 여행한다. 도즈워스 부부는 이를 알게 됐지만, 세상 사람들 대부분처럼 인정하지 않았다. - P333

샘은 프랜이 누구 못지않은 진열창을 지녔지만, 안쪽 선반에는 별것 없다고 생각했다. - P341

쿠르트는 고개를 저었다. 국제 여행사에서의 경험 덕분에 그는 관광지를 모으지 않는 미국인, 여행을 가장 많은 박물관에 다녀온 사람이 우승하는 토너먼트로 여기지 않는 미국인을 상상하지 못했다. 미국인들이 독일인을 모두 매일 저녁 맥주를 마신다고 생각하듯잉 그는 미국인은 모두 가이드북에 나온 장소를 전부 다녀와 표시한다고 믿었다. - P354

‘뭔가 하겠다‘는 막연한 결심과 ‘뭔가 할 수 있다‘는 믿음은, 근본적으로 술 취한 사람의 맹세와 같을까? - P380

샘은 그녀의 눈이 실은 매정한 것이 아니라 지적이라고 판단했다. - P461

그런데 왜 유럽에서 지내십니까?

아...미국이 두려운 것 같아요. 거기선 불안하거든요. 다들 절 지켜보고 있다가 제가 ‘중요한 일을 하자‘고 하지 않으면 비난하는 느낌이에요. 영화관을 세우거나 아인슈타인을 공부하거나 브리지 게임에서 우승하거나 슈나우저를 교배하거나. 그리고 미국에는 사생활이 없어요. 저는 사생활을 누리는 데 있어서는 사치스러운 여자랍니다. - P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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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인생 열린책들 세계문학 275
카렐 차페크 지음, 송순섭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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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인생의 항로는 크게 보아 두 개의 힘으로 진행되며, 습관과 우연이 그것이다. - P67

절약이란 수동적인 미덕이며 안정된 생활에 대한 희구이자 닥쳐올 미래와 위기와 우연에 대한 두려움이다. - P154

...그러나 잠시 후 그는 다시 나를 부드럽게 바라보았다. 젊음이란 너그러운 것이니까.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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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깊어 시와서 산문선
나쓰메 소세키.다자이 오사무 외 지음, 박성민 옮김 / 시와서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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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여름이 타고 남은 것

여름은 샹들리에, 가을은 등롱. - P19

나는 지금까지 소위 선종의 깨달음이라고 하는 것을 오해하고 있었다. 깨달음이란 어떠한 경우에도 아무렇지 않게 죽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깨달음이란 어떠한 경우에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 있는 것이었다. - P87

인간은 어느 정도의 극한까지는 고통을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상상한 극한의 고통이 나 자신의 몸에 찾아올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한다. - P92

미에키치의 소설에 따르면 문조는 "치요치요"하고 운다고 한다. 그 울음소리가 꽤 마음에 들었던지 미에키치는 "치요치요"하고 몇 번이나 써넣었다. 어쩌면 ‘치요‘라는 여자에게 반한 적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 P109

꽤 오래전 어느 가을밤의 추억이다. 솨아 솨아, 바람이 불고, 별이 모닥불처럼 깜빡이는 밤이었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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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은 단정하게 - 볼티모어 부고 에세이
매리언 위닉 지음, 박성혜 옮김 / 구픽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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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는 혼자서 일곱 아이들을 키우며 풀타임으로 일했다. 친구는 장녀인 동시에 동생들의 두 번째 엄마였다. 어린 시절을 이렇게 보낸 여자들이 훗날 가정을 꾸리지 않는건 어찌 보면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이미 다 겪고 난 일일 테니까. - P37

여든 살이 되면 많은 것들로부터 멀어진다. 힘든 결정들, 어려운 시기, 후회, 이 모든 게 이제는 멀리 떨어져 있다. - P80

‘암과의 짧은 투쟁‘이었다고 부고는 전했다. 예순다섯 살은 너무 젊은 나이였지만 짧은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구나 싶다. - P84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쥐었던 걸 내려놓아야 하는 수많은 순간들로 이루어진다. - P131

그는 무슨 일이든 제시간에 맞추는 법이 별로 없었고, 물려받은 재산이라도 있는 것처럼 돈을 썼고, 글쓰는 속도가 느렸으며, 성적 욕망이 강했다. 또 그는 레스토랑에서 늘 특별한 주문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초콜릿 케이크 한 조각을 다시 전자레인지 앞으로 보내면서 웨이터에게 살짝 녹여 달라고, 조지아 사투리로 말하는 식이었다. 그의 단골 가게들은 그가 오면 바로 얼음물과 얇게 썬 레몬 여덟 조각을 테이블로 가져다줬다. "내가 온 걸 아네요." 그가 설명했다. - P181

그녀는 어딜 가든 그 개를 데리고 다녔다. 마치 볼티모어가 파리인 것처럼 함께 다녔다. 그리고 1년에 몇 달은 진짜 파리에 가 있었다. 아마 파리에서는 식당이나 극장에 개를 데리고 갔을 때 덜 거부당하지 않았을까 싶다. 개와의 동반 입장이 허락되지 않을 때 그녀는 답했다. "알았어요, 젠장!" 그러곤 티켓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집으로 갔다. - P184

록 스타는 두 부류로 나뉜다. 그 사람이랑 같이 자고 싶거나 그 사람처럼 되고 싶거나. - P81

그러나 어쨌든 나는 중요한 지점을 깨달아 가기 시작했다. 예술과 혁명에 관한 거창한 생각들이 얼마나 쉽게 자기 파괴라는 어리석은 로맨스에 물드는지. - P166

세면대 위의 커다란 거울을 들여다보자 어머니가 그곳에 있었다. 부모를 잃은 사람이라면 아마 그 느낌을 알 것이다. 그들의 존재를 물리적으로 느끼는 것, 분리된 실체나 유령이 아니라 내 피부 아래에 일종의 층을 이룬 느낌. 얼굴 근육이든 어깨든 손이든 그 아래에 존재하는 것. 부모를 막 잃고 힘들었던 시절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시간이 흐르면서 얻은 위안과도 같은 것.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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