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즈워스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0
싱클레어 루이스 지음, 이나경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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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은 사람을 사귀면 자랑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확인시키기 위해 자기 업적을 전부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미국인 특유의 열망을 지녔다.

"자동차를 만들었습니다. 레벌레이션이요. 이제 그만두고 세상을 둘러볼 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즈워스라고 합니다." - P64

새로운 것은대체 무엇인가? 그림? 엔진에 관해 지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데 그림에 관해 어눌하게 이야기할 까닭이 있을까? 언어? 할 말이 없는데 3개국어를 할 줄 아는 게 무슨 소용인가? 예절? 팰맬에서 스치던 잘난 귀족이나 공직자가 궁전에 으스대며 들어갈 수 있을지는 몰라도 샘은 궁전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고작 왕이라 불릴 권리를 물려받은 사람보다는 유닛의 앨릭 키넌스(미국의 사업가)가 더 존경스러웠다! - P95

자네, 자네 자신이 미국에서 더 행복한지 유럽에서 더 행복한지 마음을 정하고 거기서 지내게! 나는 유럽 카페에 가서 웨이터들에게 햇볕이 드는 자리를 달라고 사정하는 것보다는 유럽 은행가들이 찾아와 대출해달라고 사정하는 게 더 좋네! - P266

벌 수 있는 돈은 한 푼 빠짐없이 번 사람이 이런 말을 하면 우스울지 모르겠지만... 브렌트, 나는 늘 뭔가 만들고 싶었다. 은행예금 말고도 뭔가 남기고 싶었어. 네가 채권을 팔면 그러지 못할까봐 걱정된다. 채권이 나쁘다는 건 아니야. 그건 알지! 보기 좋은 그림도 찍혀 있고. 하지만 그렇게 빨리 돈을 벌어야 하....

아버지 때보다 사는 데 돈이 훨씬 많이 들어요. 가져야 할 것도 너무 많고요. 제가 어릴 때는 리무진이 있으면 신이나 다름없었지만, 지금은 요트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돈을 벌고 나면 쉬면서 취미도 가질 수 있죠. 유럽을 구경하고 애국심도 고취하고 그런 거요. - P272

샘은 자신을 포함한 컨트리클럽의 남자 대다수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신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술을 너무 많이 마신다는 말도 너무 많이 했다. 잡담에 곁들이는, 즐겁지만 그다지 중요하지 않던 음료였던 술이 금주법 때문에 열광의 대상으로 변했다. 사람들은 술 때문에 초조해졌고, 야한 포스터를 몰래 보는 아이들처럼 술에 매료됐다. - P295

성당 한 곳을 열 번 본 사람은 뭔가 본 것이다. 열 곳의 성당을 한 번씩 본 사람은 별로 본 것이 없다. 그리고 백 곳의 성당에 삼십 분씩 들른 사람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 셈이다. 벽에 400점의 그림을 가득 걸어두면 한 점을 걸어놓은 것보다 사백 배 재미없다. 그리고 웨이터의 이름을 알 정도로 자주 가기 전까지는 그 카페를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여행의 법칙이다. - P332

사실 여행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은 대부분 그 즐거움과 혜택에 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들은 뭘 보려고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서, 친척과의 싸움에서 벗어나려고 하는데, 결국 새로운 친척을 만나 싸우게 된다. 그들은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솔리테르를 하거나 십자말풀이를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그 밖에 지긋지긋한 일을 찾는 것처럼 할 일을 갖기 위해 여행한다. 도즈워스 부부는 이를 알게 됐지만, 세상 사람들 대부분처럼 인정하지 않았다. - P333

샘은 프랜이 누구 못지않은 진열창을 지녔지만, 안쪽 선반에는 별것 없다고 생각했다. - P341

쿠르트는 고개를 저었다. 국제 여행사에서의 경험 덕분에 그는 관광지를 모으지 않는 미국인, 여행을 가장 많은 박물관에 다녀온 사람이 우승하는 토너먼트로 여기지 않는 미국인을 상상하지 못했다. 미국인들이 독일인을 모두 매일 저녁 맥주를 마신다고 생각하듯잉 그는 미국인은 모두 가이드북에 나온 장소를 전부 다녀와 표시한다고 믿었다. - P354

‘뭔가 하겠다‘는 막연한 결심과 ‘뭔가 할 수 있다‘는 믿음은, 근본적으로 술 취한 사람의 맹세와 같을까? - P380

샘은 그녀의 눈이 실은 매정한 것이 아니라 지적이라고 판단했다. - P461

그런데 왜 유럽에서 지내십니까?

아...미국이 두려운 것 같아요. 거기선 불안하거든요. 다들 절 지켜보고 있다가 제가 ‘중요한 일을 하자‘고 하지 않으면 비난하는 느낌이에요. 영화관을 세우거나 아인슈타인을 공부하거나 브리지 게임에서 우승하거나 슈나우저를 교배하거나. 그리고 미국에는 사생활이 없어요. 저는 사생활을 누리는 데 있어서는 사치스러운 여자랍니다. - P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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