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수업 (리커버 특별판)
도러시아 브랜디 지음, 강미경 옮김 / 공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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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으로 14,000원 짜리 책이면 하드웨어가 이런 수준이면 안되지 않나요? 9800원이라면 이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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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 시절 소설Q
금희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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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가 작가가 시간을 들인 노력으로 더 나아질 수 있는 건 '문장'이라는 말을 했을 때,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중에 그의 초기작과 최근작을 비교하며 뜻을 이해하게 되었는데, 초기작은 문장이 너무 감성적이거나 관념적이라 독자 입장에선 읽다보면 덜그덕거리는 부분이 있고 최근작은 내용이 어떻든지 문장이 쉽고 간단하고 명료해서, 그리고 그 흐름이 유려해서 별다른 노력없이 스르륵 빠져들게 된다. 문장이 아름답고 심오한 뜻을 담는것과는 다른 차원의 퀄리티인건데, 어떻게 보면 이게 이루어져야 독자가 몰입을 할 수 있는거니 무척 중요한 자질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금희 작가의 작품을 처음으로 읽으며 바로 그 문장의 힘을 느꼈다. 요즘 한국 작가들도 잘 쓴다지만, 조선족 작가가 격변하는 중국을 살며 써낸 글이라 그런지 문장이 개인의 내면과 사회의 변동 두 축을 오가며 능수능란하게 펼쳐지고 도도하게 흐르는 기개가 있달까. 이는 중국작가들이 가진 개성인거 같기도 한데(사회상이 소설의 주제로 편입되는) 금희 작가는 조선족 작가로서 한글로 글을 쓰다 보니 마치 옛 한글소설을 읽는 듯한 글맛.입맛이 살아있는 문장들이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좋았다. 조선족들이 이렇게 한국말을 잘 쓴단 말인가? 그리고 여러가지 어려움으로 한국책은 거의 보지 못하고 1930년대 등 옛 한국문학만 읽었다 하는데 어찌 이렇게 완성도 있는 소설을 써낼 수 있는 것인가 경이로움까지 들었다. 경단편이라 단편인듯 중편인듯 경계가 모호한 소설인데 그 분량 내에서 주제의식과 디테일을 모두 잡아내고 있고 요즘의 한국문학이 가진 문학성이란게 무엇일까, 아쉬움을 느끼는 독자라면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조선족 문학이라는 영역, 요즘의 어린 세대는 조선족이라도 한국말을 못하기에 이제 조선족 문학은 사라질 것이며 그렇기에 금희 작가 역시 지면을 얻기 어려워도 그냥 쓴다는 후일담들.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들이 한국에서 보다 사랑을 받고 작가에게도 보다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길. 한국문화가 힘을 얻은 만큼 이런 주변부에 대해서도 더 신경을 쓰고 지원하는 책임감도 늘어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선 한 명의 독자로서 이 책을 응원하고 주변에 많이 권하고, 금희 작가의 후속작도 기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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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 시절 소설Q
금희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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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안 일이지만 내가 여러가지 생각으로 혼란해 있는 동안 정숙과 희철 사이의 문제도 점점 커져갔다. 나아지지 않는 친정집의 형편, 치료비가 없어 방치하는 동안 점점 악화디어가는 남동생의 사정, 그 모든 것에 대한 부담감과 조급함, 게다가 오직 사랑밖에 모르는 너무도 단순한 남자친구. 정숙은 그들 사이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려는 데 다다랐고 희철은 일이 그렇게 될 때까지 아무런 변화의 조짐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항상 그게 문제지. 상대방은 순간순간 흔들리고 생각이 변하는데, 그동안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남자라는 족속은 시작이 바로 결과라고 유추하는, 현실에 대해 총체적으로 방심하는 한심한 군체였다. 희철이 그랬고 무군이 그랬다. - P155

회사 마당의 밤하늘에는 연 며칠 동안 전에 없이 달무리가 졌다. 나는 아침마다 부스스 수탉 꽁지처럼 일어서는 무군의 더부룩한 머리카락을 생경하게 바라보았다. 국을 떠먹을 때마다 내는 후루룩 소리와 약간 엎어질 듯이 앞으로 기운 걸음걸이를 관찰했다. 자세히 보면 볼수록 더욱 낯설고 이상했다. 왜 전에는 몰랐지? 무군이 저렇게 말을 하고 저렇게 웃었단 말인가. 나는 그런 느낌들이 곧 사랑이 떠나가는 전조인 줄 알지 못했다. 어떤 의미에서 사랑은 음식에 가해진 ‘알맞게 뜨거운 열기‘였다. 사랑이 떠나면서 가지고 간 그 열기는 음식을 냉랭하게, 더이상은 맛없는 요리로 만들어버렸다. - P160

무군은 그날 온종일 토라져 있었다. 분을 내고 설득을 하다가 포기했는지 오후부터는 혼자 맥없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나는 당장에 필요한 옷가지와 생활용품만 챙겼다. 내가 여기저기 물건들을 뒤져내는 동안 무군이 만든 탁자, 옷걸이, 작은 걸상, 그리고 둘이 월급을 합쳐서 산 소파, 옷장 같은 것들이 갑자기 소곤소곤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무군이 너를 위해 만든 걸상이잖아, 너랑 무군이랑 매일 붙어앉아 있던 소파잖아... 그것들도 다시는 나를 보지 못하리라는 눈치를 챈 듯했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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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싯 몸 단편선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3
서머싯 몸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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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장소에 대한 설명과 방에 대한 짧은 묘사, 시골 지역에 대한 인상은 뛰어났다. 물질적인 것들의 영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과 부드러움이 엿보였다. - P63

그 시절의 남자들에게는 요즘 세상에서 영영 자취를 감춘 열정과 야성이 있었다. 지금의 우리에게는 그들의 무모한 행위나 영웅들의 극적인 삶을 펼칠 능력이 없었다. - P249

나는 똑같게화장한 얼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여자들이 분과 볼연지, 립스틱으로 표정을 흐트러뜨리고 개성을 가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 P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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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팅 픽션 - 당신이 사랑한 작가들은 모두 이 책으로 소설 쓰기를 배웠다
재닛 버로웨이 지음, 문지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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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생적인 이야기꾼들은 여전히 우리 주위에 있고, 그들 중 몇몇은 크게 부자가 되었다. 일부는 베스트셀러 작가 리스트에 있고, 더 많은 이들은 텔레비전과 영화판에 있으며, 일부는 만화책과 비디오 게임 분야에 있다. 하지만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은 플롯을 만들어내는 욕망이나 기술과는 거의 관련이 없기 쉽다. 반대로, 당신은 예민한 관찰자이기 때문에 글을 쓰고 싶어 한다. 당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에 대한 대답을 갖고 있지 않다. 당신은 대부분의, 그리고 동시대 최고의 작가들과 세상의 불의, 부조리,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을 공유하며, 당신 자신의 항의, 웃음, 지지를 기록하고 싶다.

- P228

러나 독자들은 여전히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궁금해한다. 그리고 작가인 당신이 궁금하게 만들지 않는 한, 그들은 페이지를 넘기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당신은 플롯을 마스터해야만 한다. 작가가 보여주는 세계의 비전이 아무리 심오하거나 빛난다 해도, 읽지 않는 사람에게 그걸 저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 P228

당신이 뭐라 말하든, 지옥이야말로 이야기와 어울리는 곳이다. 눈을 뗄 수 없는 이야기를 원한다면 당신의 주인공을 지옥에 빠뜨려라. 지옥의 매커니즘은 서사의 매커니즘과 아주 잘 맞아떨어진다. 반면 천국의 즐거움은 그렇지 못하다. 천국에는 이야기가 없다. 그곳은 이야기가 다 끝난 다음에 일어나는 일만 다룬다. - P232

플롯에는 강력한 욕망과 함께 그 욕망의 추구 과정에서 나타나는 커다란 위험이 공존한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이런 형태는 모든 플롯에 적용된다. 이를 3D라고 불러도 좋다. Drama는 desire 더하기 danger 이다. 재능 있는 젊은 작가들의 흔한 결점 중 하나는 본질적으로 수동적인 주인공을 창조하는 것이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작가인 당신은 인간의 본성과 행동을 관찰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관찰하고 생각하고 고통받는 인물과 자기 자신을 쉽게 동일시한다. 하지만이러한 인물의 수동성은 지면으로 전달되며, 그렇게 되면 이야기 역시 수동적이 된다. - P234

내 인물이 투쟁에서 패배하여 얻는 것은 무엇인가, 혹은 승리하여 잃는 것은 무엇인가? - P239

인간의 의지는 충돌한다. 인간에겐 소속이 필요하다. 인간의 행동을 논할 때 심리학자들은 탑(tower)과 망(network)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위로 올라가려는 욕망과 공동체에 들어가려는 욕망. 남을 이기려는 욕망과 타인에게 속하려는 욕망. 이 두 가지 힘이 소설을 움직인다. - P244

만약 어떤 단편이 빡빡하고, 날카롭고, 효율적이고, 잘 짜여 있고, 강렬하다면, 그것은 좋은 이야기다. 길이가 짧다는 단편 소설 형식의 핵심 특성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장편은 여기에 더해 포괄적이고, 방대하고, 파노라마적이다. 장편은 경제성이나 효율성이 아니라 시야, 범위, 넓이, 펼쳐짐에서 강점을 지닌다. 길이가 긴 형식의 미덕이다. 하나의 장편소설은 많은 내면을 다룰 수도 있고, 오랜 세월이나 세대를 아우를 수도 있으며, 전 세계를 여행할 수도 있다. 메인 플롯 외에 하나 혹은 그 이상의 서브 플롯을 다룰 수도 있다. 많은 인물들이 변화할 수도 있고, 다양하고 수많은 영향과 결과들이 독자의 최종적인 이해를 형성히낟. 쓸데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조차 용인될 수 있으며, 그 이야기들이 결과적으로 독자의 이해를 돕는 한 작품의 균형을 파괴하지 않을 것이다. - P262

안톤 체호프는 "재능이란 오래 참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창의적인 과정이 모두 창의적이지는 않으며 마음속에 찾아온 첫 영감을 훡씬 뛰어넘는 일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고치고, 비판하고, 보충하고, 발전시키는 모든 종류의 퇴고는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최선으 ㄹ이끌어내는 일이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지만, 작가만이 고쳐 쓸 수 있다." -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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