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 보이, 에메랄드 걸
이윤 리 지음, 송경아 옮김 / 학고재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고전이 아닌 동시대 작가의 작품으로 이런 글이 가능하단 말인가. 한문장 한문장이 한숨이 나올만큼 아름답고 감각적이며 동시에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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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5-21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일라님이 이러시니 넘 읽고 싶은데 절판에 품절!!! 쿵,,ㅠㅠ

LAYLA 2022-05-23 12:20   좋아요 0 | URL
라로님~~!! 저도 그래서 중고서적으로 구해서 읽었어요. 근데 이 작가가 중국인인데도 글을 영어로 써서 원서로 보셔도 좋을거 같아요. 저는 번역으로 읽지만 원래의 언어가 영어라고는 짐작할 수가 없는게 너무 신기해서 원서를 구해서 봐야겠다 그러고 있었답니다 ㅎㅎㅎ
 
골드 보이, 에메랄드 걸
이윤 리 지음, 송경아 옮김 / 학고재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사람보다 나무를 더 사랑했어. 지금도 그래. 인간보다 더 잔인한 생물은 없어. 샨 교수가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우리는 창문 옆에 나란히 서서 늦은 오후 일과로 바쁜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샨 교수는 길가 버드나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장담해도 좋아. 저 나무들 하나하나가 네 인생에서 일게 될 모든 사람들보다 더 가치 있단다. 사람들에게 진절머리가 나도 여전히 바라볼 나무가 있다는 건 좋은 일 아니니? - P34

그녀는 너무나 냉담해서 삶에 물들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노래에 깃든 슬픔을 실제로 느끼지 못했다면, 어떻게 그토록 잊을 수 없는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 P44

그 남자가 여전히 나를 기억할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 생각이 떠오른 순간 스스로를 비웃었다. 왜 그가 자신의 굴욕을 상기시키는 사람을 생각하겠는가? 과거에 사는 사람들만이 마음속에 옛 사람을 위한 공간을 둔다. 그 남자는 현재만을 음미할만큼 성공했기에 이젠 많은 사람들이 그의 마음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 너무 많을 것이다. - P55

사람은 포기해서는 안 돼요. 운명은 정해진 몫만큼만 허락하지만 운명이 결정하기 전에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싸워야 할 책임이 있어요.

그는 미소 지었으나 거기에는 조소가 담겨 있었다. 내가 어린애같이 보였으리라. 그러나 사실 그 비웃음은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

내게 지워진 몫 이상으로 운명과 싸웠어. 난 플루트 연주자가 아니라 전사여야 했나봐. - P59

나를 돌아본 그녀의 얼굴은 빛 속에서 차가운 대리석처럼 보였다.

"누군가 가슴속에 들어왔다고 인정하는 순간 너는 바보가 되는 거야. 아무것도 갈망하지 않으면 그 무엇도 널 이길 수 없어. 알겠니, 모얀?" - P63

사람들은 이런저런 방식으로 자신을 바보로 만들지, 너도 나도 예외는 아니야. 하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어. 알겠니? - P77

"훌륭한 술 외에 무엇이 사람의 슬픔을 풀어주겠는가?" 이것은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고시 한 구절이다. - P101

내가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불안한 기운이 물결처럼 일었다. 그 노래는 ‘외로운 사람이라는 것이 부끄러워요‘였다.

"사람의 운명은 자기가 가진 것이 아니라 갖지 못한 것으로 결정돼."

그때 샨 교수의 말이 떠올랐다. ‘여우‘라는 로렌스의 소설을 읽어준 다음 유일하게 한 말이었다. - P110

어머니의 옷은 시신과 함께 화장하기로 했고 소설과 고시집은 상자에 넣어 현관에 내놓기로 했다. 아버지는 교육을 받지 못한 그 세대 사람답게 인쇄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존중했다. - P113

사랑이 없어야 사람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샨 교수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나 하고 생각하지만, 샨 교수는 내 침묵을 조용히 칭찬했을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친절은 사랑만큼이나 완강하게 사람을 과거에 묶어둔다. - P122

어머니에게 수건을 주면서 선생은 피시방에서 본 두 소녀와 젊은이 특유의 냉담함에 대해 생각했다. 언젠가, 운이 좋아서 인생이 준비해놓은 모든 실망을 견디고 살아남는다면 그들도 더이상 젊지 않은 몸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 P135

마음 약한 사람들은 증오하는 쪽을 택하지. 그쪽이 덜 고통스럽거든. 안 그러니? - P139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이었다. 여자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무죄를 믿거나 세상 사람들이야 어찌 생각하건 자신들만은 용서할 태세가 되어 있었다. - P217

세상은 마음이 여린 남자를 참고 보아주지 않는다. 말할 수 없는 이유로 외로운 영혼을 굳이 더 들여다보는 수고를 할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 P263

두 번 결혼하고, 두 번 다 첩에게 남편을 잃었지요. 아뇨, 안됐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제가 그걸 보는 방식은 이래요. 나쁜 결혼은 상한 이빨과 같아서 그 때문에 괴로워하느니 뽑아버리는 쪽이 나아요. - P293

"여긴 조용해요. 장담하건대 베이징에서 이렇게 조용한 장소를 찾기는 쉽지 않아요. 난 여기 여주인이 부잣집 첩이 아닌가 해요. 여자는 이 가게로 남자에게 돈을 벌어주고 싶지 않고, 남자는 여자에게 준 선물이라 문을 닫을 수 없는 거죠."


한펭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카운터의 아가씨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여기는 불행한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 같군요."

"여주인은 아름다운 여자예요."

시유가 말했고 한펭은 고개를 끄덕였다. - P350

오래된 이웃과 친구들 눈에는 그녀가 배운망덕하고 야멸차게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오직 자신만 아는 무모한 속도로 삶을 통과하는 마당에, 어떻게 아버지의 시야 속에만 머물 수 있겠는가? 모든 건 그녀가 설명할 수도 없고 애초에 주장할 권리도 없는 사랑 때문인데. - P355

그들은 셋 다 외롭고 슬픈 사람이었고 함께 있다고 해서 덜 슬프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주 조심스럽게 자신들의 외로움을 담을 보금자리를 만들 수 있으리라. - P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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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임솔아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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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는 ‘개가 개를 낳지‘라는 말도 있었다. 그건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은 유전된다는 뜻이어야 했는데, 못난 아버지 밑에서 못난 자식이 난다는 뜻이었다.

-김지연, 공원에서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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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담 - 구니오와 미나에의 문학편지
쓰지 구니오·미즈무라 미나에 지음, 김춘미 옮김 / 현대문학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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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쉽게 사라지는 것이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행복하게 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 P70

에밀리 브론테는 ‘폭풍의 언덕‘이라는 걸작을 썼지만, 그녀 자신은 그것이 걸작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기에는 뭔가 안타깝고도 부조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글을 쓴다는 것의 기본조건인 것입니다. - P82

소설을 쓴다는 것은 아직 형체가 없는 소중한 것에 언어로 형체를 부여하고 언어의 건축물을 세우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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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7 2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너와 막걸리를 마신다면
설재인 지음 / 밝은세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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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사람들이 편협하게 재단하는 이 세상의 이면을 풍부하고 폭 넓게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존재하는 다양한 현상을 납작하게 사이다 서사로 제시해버린다면 그게 문학일지 의문이 남네요. 요즘의 추세에는 맞을지 모르겠지만 작가님의 실력과 필력으로 보아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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