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러시아 원전 번역) - 톨스토이 단편선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8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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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톨스토이의 대표적 단편을 모은 책으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로 시작해 '대자(代子)'까지 10편의 작품을 소개한다각 작품은 쉽고 간결하게 쓰여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교훈을 담고 있어 마치 '어른을 위한 동화'로 읽혀졌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는 가난한 구두장이 부부, 거만한 부자, 그리고 자비로운 여인을 통해 사람의 마음에 무엇이 있는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사람이 무엇으로 살아가는지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사랑이 있는 곳에 신도 있다'에 담긴 성경의 구절은 이 소설의 주제를 대변하고 있는데 나를 비롯한 현대인들이 간과하는 보편적 원칙을 상기시켜 준다.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너희는 나를 불러 주여, 주여 하면서도 어찌하여 내가 말하는 것을 행하지 아니하느냐?"


끝없는 인간의 욕심은 화를 부른다는 사실을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의 주인공 바흠에게서 배울 수 있다. '사람에게는 얼마의 땅이 필요한가'는 (이제껏 저자와 제목을 몰랐을 뿐)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들어봤을 이야기이기 때문에 아주 친숙하게 다가왔다.


'촛불'에는 악덕이 쌓이고 쌓여 자신을 죽음으로까지 내몬 관리인의 이야기를 담겨 있는데 내용 중 소작농들이 이야기하는 참새 이야기는 교훈적이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


...그냥 참새처럼 입으로만 떠들지. '뭉쳐야 돼, 뭉쳐야 돼.' 그렇게 철석같이 약속해놓고 정작 일이 닥치니까 꽁무니 빼는 꼴이라니. '배신하면 안돼, 배신하면 안돼, 다 같이 뭉쳐서 맞서야 돼!'라고 떠들다가 막상 매가 나타나니까 숲으로 달아나버리는 참새 떼랑뭐가 달라. 그러니까 매는 한 마리만 노렸다가 잡아채 가는 거지, 그러고 나면 참새들이 다시 나와 짹짹거리지. 그리고 한 마리가 없어진 걸 알고는 떠들어대. '누가 없어졌지? 바니카구나! 그놈은 그런 꼴을 당해도 돼. 그럴 만 해.' 자네들이 꼭 그 꼴이야....


사람들이 종종 잊곤 하는 '파랑새는 내 곁에 있다'는 사실처럼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 가장 중요한 사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에 대한 답이 '세가지 질문'에 담겨 있다. 현자가 왕에게 전해준 교훈은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며 함께 있는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점이다. 파랑새를 찾아 떠났던 틸틸 남매가 결국 자신들의 새장에서 파랑새를 발견한 것처럼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어떤 것들은 모두 우리 자신과 주변에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바보이반'의 3형제는 군인으로서, 상인으로서, 그리고 우둔한 농부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각자의 직분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만 최후의 순간까지 변함없는 풍요를 누린 것은 손에 굳은 살이 박히게 부지런히, 성실히 일한 농부 이반이었다. 권력과 재력에 탐닉해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했거나 다른 이들의 것을 탐하다 좌절에 이른 두 형들에 반해 이반은 자신이 풍족할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항상 베푸는 것을 당연시했고 노동이 주는 삶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인간 사회의 불화는 '불을 놓아두면 끄지 못한다'에 잘 표현돼 있다. 이반과 가브릴로의 반목을 보며 이반의 노쇠한 아비가 '다른 사람의 잘못은 눈앞에 놓고 자기 잘못은 등 뒤에 놓고 있다'고 말한 것은 주인공들의 이기적이고 편협한 행태를 나무라기도 하지만 나 자신에게도 쓰디 쓴 충고로 느껴졌다


'두 노인' 은 순례길을 떠나는 예핌과 예리세이의 엇갈린 여정을 그리고 있다. 인생의 황혼기에 예루살렘으로 성지순례를 떠나는 예핌과 예리세이는 예기치 못한 일로 인해 서로 헤어지게 되고 예핌은 예정대로 예루살렘에 이르지만 예리세이는 중도에 포기하고 다시 마을로 돌아오게 된다. 두 노인의 행보를 통해 신의 뜻은 자신을 찾아 먼 길을 찾아온 예핌보다 '사랑'과 '박애'를 몸소 실천한 예리세이에게 향해 있음을 알게 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담긴 톨스토이의 10개의 단편 가운데 적어도 서너개는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내용이다. 다만 그 글의 제목과 저자를 몰랐을 뿐!

톨스토이의 시대는 종교가 흔들리고 전제국가의 가치관이 위협받던 시기였다. 그의 단편 소설에는 이런 환경에서 톨스토이가 중요하다고 여겼던 미덕을 엿볼 수 있는데 하나님에 대한 믿음, 인류에 대한 박애, 노동의 숭고함 등이 그것이다. 기독교도라면 더욱 더 공감할 법한 내용이 많고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교훈적 어른동화로써 재밌게 유익하게 읽을만한 주제들이다.


이전에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리나>를 읽을 때는 지루함이 없지 않았는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단편들은 간단명료한 진행으로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위의 단편들을 통해 톨스토이의 사상을 알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과거 '이샤야 벌린'과 '슈테판 츠비이크'의 글에서 작가로서의 톨스토이가 아닌 인간 톨스토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더해져 톨스토이라는 인간을 좀 더 이해하게 되지 않았나 조심스레 짐작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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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모든 사람을 위한, 그리고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책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이진우 옮김 / 휴머니스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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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모든 사람을 위한, 그리고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가진 위명에 이끌려 오래 전부터 여러 차례 읽고자 시도했지만 번번이 완독하지 못한 채 '읽기도 어렵고 이해하기도 어렵다'는 기억만 남겼었다. 니체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이하 <차라투스트라>)에 미련이 남아 니체를 읽기 위한 사전준비로써 다양한 니체 입문서를 접하면서, 니체가 남긴 언어들이 갖는 의미와 니체의 사상에 대해 조금씩 이해를 더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차라투스트라>는 여전히 어려웠고 여전히 버거웠다. 니체와 차라투스트라에 대한 욕구는 '다른 책'이라는 도피처를 택해 한동안 거리를 두게 됐다. 


니체와 <차라투스트라>를 잊고 지내다 작년 겨울에 두 권의 책을 접하면서 다시 <차라투스트라>를 읽고자 하는 동기를 얻었다. '베르너 슈텍마이어'의 <니체 입문>과 '이진우'의 <인생에 한번은 차라투스트라>는 <차라투스트라>에 담긴 니체의 의도와 사상적 핵심에 대해 보다 쉽고 간결하게 설명해주고 있었기에, 나처럼 철학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조차 니체의 생각에 발을 담궈보도록 권유하는 힘이 있었다. 그리고 <차라투스트라>를 어떤 자세로 읽어 나가야 할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이전에 여러 차례 <차라투스트라>를 시도하며 겪었던 가장 어려웠던 점은 글의 연속성을 찾기가 어렵고 문장에 담긴 의미를 내가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가'를 모르기에 문장은 겉돌고 낱개로 부서졌다. <차라투스트라>에 담긴 문학적 요소가 위태로운 연속성을 제공해 주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5백 페이지가 넘는 책을 집중해 읽기 힘들었고 1부와 2부 언저리에서 책을 덮기 일쑤였다. 그런 경험이 몇차례 반복되면서 <차라투스트라>는 점점 더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고 다른 철학서들을 더 접한 후에야 재시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정도를 품을 따름이었다.


이런 상태에 놓여있던 내가 <차라투스트라>에 대한 재도전에 적극적으로 임하게 되고 <차라투스트라>를 완독할 수 있었던 것은 <인생에 한번은 차라투스트라>나 <니체 입문>을 통해 얻은 몇가지 영감을 기준으로 책을 읽어나갔기 때문이다. 주관적 경험이지만 <차라투스트라>를 읽는 것조차 버거운 '나'와 같은 사람들이 조금은 편하게 <차라투스트라>를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내가 <차라투스트라>를 읽는 동안 지속적으로 염두에 뒀던 생각들을 적어보려 한다. 


일단 유명한 몇몇 단어들(초인, 권력에의 의지, 영원회귀, 마지막 인간, 우월한 인간 등)이 갖는 의의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니체가 추구하는 초인이라는 존재가 어떤 것인지, 초인이 되기 위해 인간은 어떤 과정을 겪거나 수행해야 하는지, 영원회귀는 어떻게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실존에 의미를 부여하는지, 마지막 인간과 우월한 인간의 차이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간단하게라도 스스로에게 대답할 수 있는 정도의 사전 지식을 가져야 한다. 용어에 대한 이해는 무엇보다 책을 수월하게 읽을 수 있게 해주고 집중력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위에 언급한 용어들의 의미는 니체와 <차라투스트라>를 다루는 대부분의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인데, 개인적으로는 이준우의 <인생에 한번은 차라투스트라>를 추천하고 싶다. 


주인공 차라투스트라의 행동과 사고를 바라보는 관점이 중요하다. 차라투스트라는 기존의 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폐기하고 다시 창조하는 자로 간주될 수 있다. 차라투스트라는 우리가 삶에서 당연히 받아들였던 것들에 대한 회의적 사고를 지지한다. 도덕과 종교, 선과 악, 운명과 숙명, 진리와 이성, 이성과 자유 등 이미 진실이나 진리로 굳어져 버린 모든 것들을 되돌아보고 재평가해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본다. 현실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든, 선을 베푸는 사람이든, 스스로 행복하다고 여기는 사람이든, 차라투스트라의 시선에서 이들은 모두 천민이요, 짐승에 가까운 인간들이다. 정신적인 부분을 비롯해 주어진 것들에 만족하고 순응하며 지내는 모든 것들은 비난받아 마땅한 대상이 된다. 차라투스트라는 주체적으로 생각/사유하고 현재를 경멸하고 더 나은 경지에 이르고자 끊임없이 노력/투쟁하는 자를 높게 평가한다. 


차라투스트라에게 고독과 고통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더 전진하기 위한 필수재다. 차라투스트라는 인간을 극복돼야 할 존재로 바라봤고, 보다 나은 존재(보다 나은 세상)가 되고자 하는 굳은 의지로 현재를 경멸하고 반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철저한 고독에서 비롯된 뿌리 깊은 사유를 통해 가능하고 고통을 동반하는 과정이다. 차라투스트라가 겪는 고통은 새로운 것을 잉태하는 생성의 고통이기에 희열을 동반한다. 




이제껏 몇 번이나 <차라투스트라>를 시도했는지 모르겠다. 이제서야 <차라투스트라>를 완독하고 안에 담긴 일부를 얻은 기분을 느끼게 됐지만 <차라투스트라>를 덮자 마자 다시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차라투스트라>를 아주 천천히, 하루 1장 가량의 분량을 소화하며 읽어나가면 이번에 발견하지 못한 더 많은 의미를 헤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긴다. <차라투스트라>를 읽으며 <차라투스트라> 이전의 니체의 저작을 조금 더 접해보고 싶다. 


니체도 어렵고 <차라투스트라>도 어렵다는 점에 심히 공감한다. 그러나 약간의 사전준비를 거친다면 꽤 흥미롭고 꽤 의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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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오디세이 : 유니버스 - 우주.물질 그리고 시공간 과학오디세이
안중호 지음 / Mid(엠아이디)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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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호의 <과학 오디세이 유니버스>는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한 과학자의 지적 여행'이란 부제하에 쓰여진 두 권의 과학 오디세이 가운데 하나이다.  저자 안중호는 <과학 오디세이 유니버스>에서 우주와 물질 그리고 시공간을 다루어 현재까지 밝혀진 거시세계와 미시세계 그리고 공간과 시간에 대한 의미를 고찰하고 있다. 


저자는 현재까지 밝혀진 지식/이론들을 (독자들의 편의를 고려해) 쉽고 간략하게 추려 이야기하는데, 아래 리뷰에서 책에 담긴 방대한 지식 가운데 일부를 간추려 적고 <과학 오디세이 유니버스>를 읽으며 내가 느낀 바를 말해보고 싶다. 




'우주'는 얼마나 큰 공간일까? 쉽게 가늠이 되지 않아 일반인들은 무한하게 크다고 짐작할 따름이다. 과학자들은 우주의 크기를 구체적인 크기로 제시하는데, 빅뱅 이후 138억 년이 흐르는 동안 우주의 크기는 관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너비가 930억 광년에 이르게 됐다. 우주가 연령에 비해 훨씬 큰 이유는 우주를 형성하는 공간이 급속도로 팽창한다는 가설로 설명되고 있다. 관측되지 않은 우주는 930억 광년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학자에 따라서는 우리가 추정하는 우주의 크기의 수백 배에서 10^23배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우주에는 1300억 개 이상의 은하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관측되지 않는 왜소은하를 포함한다면 최소 몇 배 이상의 은하가 존재할 것이다. 각 은하는 수천 만 개에서 수십 조 개의 별을 가지므로 인간의 관측 범위 내에 최소 10^22에서 10^24 개의 별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는 약 46억 년 전 생성되었으며 원시 태양이 만들어지고 천만 년 가량 경과했을 때 기체형 행성(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생기고 일억 년 가량이 경과했을 때 암석형 행성(수성, 금성, 지구, 화성)이 생겼다. 달은 태양계가 생성된 후 수천만 년이 흘렀을 때 테이아(Theia)라는 화성 크기의 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서 발생한 막대한 양의 암석과 파편이 모여 만들어졌다는 이론이 가장 지지받고 있다. 


태양계는 8개의 행성과 그 위성 그리고 해왕성 밖의 공간으로 구성되는데 태양으로부터 30AU(astronomical unit, 약 1억 5천만 km)가량 떨어진 해왕성의 바깥에는 해왕성 밖 물질(TNO, trans neptunian objects)이라 불리는 소형 천체들이 카이퍼대에서 태양을 공전하고 있다.  카이퍼대의 밖에는 산란분포대가 있으며 그보다 더 나아가면 오르트 구름대를 만나게 되는데 오르트 구름대는 태양으로부터 2,000AU에서 50,000AU까지 떨어져 있다. 이를 비유적으로 표현해보면 지구가 샤프심 굵기의 절반(0.2mm)라면 해왕성은 약 78미터 떨어져 있으며 오르트 구름대의 바깥 경계는 10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다.


태양계를 품고 있는 은하는 어떠할까! 우리은하(미리내, milky way)는 옆으로 길게 뻣은 나선형 은하로 중앙의 팽대부와 원반부로 이뤄져 있다. 팽대부는 약 1만 광년의 크기이고 원반부를 포함한 우리은하의 직경은 대략 10만 광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팽대부의 두께가 천 광년 정도인 것을 생각해보면 전체적 모양은 아주 납작한 원반형태가 된다. 태양계는 우리은하의 네 개의 나선팔 가운데 오리온 팔에 위치하고 있으며 은하 중심으로부터의 거리는 약 2만 8천 광년이다. 태양을 비롯한 은하의 모든 별들은 은하중심을 공전하는데 태양의 경우 시속 80만 킬로미터의 속도로 공전하며 주기는 대략 2억 5천만 년이다. 태양계의 연령을 감안하면 18번 공전을 마친 셈이다.


우리은하와 같은 은하가 수천 억 개가 존재하는 우주라는 공간은 규모를 숫자로 표현할 수 있을 뿐 크기를 상상하는 것조차 불가할 정도로 광대하다. 

.......


'물질'은 어떻게 이루어 진 것일까? 고대 그리스의 데모크리토스는 더 이상 자를 수 없는 입자로써 원자를 제안했고 18세기 존 돌턴에 의해 현대적 의미의 원자가 정의되었다. 과학적 기술이 진보함에 따라 원자에 대한 구체적 실험과 증명이 잇따랐고 원자가 전자와 원자핵으로 구성되고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돼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양성자와 중성자를 관찰하다 보니 이들을 구성하는 입자인 쿼크를 발견하게 됐다. 


물질의 기본 요소인 원자는 소우주라 칭할만하다. 광대한 우주에 별이 있는 공간은 극히 미미한 것처럼 원자 또한 대부분의 공간이 비어있는 구조를 띤다. 원자를 이루는 핵과 전자의 관계를 수적 개념으로 표현해 보자면 원자의 크기는 대략 1조 분의 1 cm이며, 원자핵이 지름 1 mm 크기라면 전자는 대략 6 km의 공전궤도를 돌고 있는 셈이다.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돼 있고 양성자와 중성자는 쿼크로 이뤄져 있다. 쿼크는 전자와 함께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입자이며 6가지 종류(위, 아래, 야릇한, 맵시, 바닥, 꼭대기)가 있고 각 쿼크는 색전하에 따라 3종류(빨강, 녹색, 파랑)로 구분한다. 

<쿼트와 경입자(렙톤)의 종류와 분류>



양자역학은 이런 소립자들 간의 역학관계를 다루는 학문인데 20세기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코펜하겐 해석에서 하이젠베르크가 주장한 '불확정성의 원리'는 고전역학의 기조를 뒤흔드는 이론으로 여겨져 아인슈타인과 같은 당대의 학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이 '쉬레딩거의 고양이'나 '아인슈타인의 EPR역설' 등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현재 과학계는 '불확정성의 원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관찰자의 관측 활동이 사건의 결과를 변화시킨다는 점이 언뜻 납득하기 어렵지만 많은 학자들의 실험 데이터는 '납득하기 힘든 사실'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위그너는 인간의 의식이 양자역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


시공간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시공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에 의해 유지되는데, 이 4종류의 힘을 설명하는 이론이 일반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다. 거시세계는 일반상대성이론으로, 미시세계는 양자역학으로 따로 설명하기 때문에 이는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대통합이론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불러일으킨다. 때문에 학자들은 두 이론을 아우르는 통합이론을 찾아 정진하고 있고 양자역학의 측면에서 중력(일반상대성이론)에 접근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 연구 분야를 양자중력이라고 한다.


현재까지 가장 각광받는 양자중력 이론은 끈 이론이며 또 다른 후보로 고리양자중력이 있다. 끈 이론은 M-이론과 초끈 이론으로 구분할 수 있다. 끈 이론의 핵심 원리는 물질의 기본 요소를 입자가 아닌 두께가 없는 끈(끈처럼 생긴 어떤 것)으로 보는 것이다. 끈은 끊임없이 진동하고 이를 조금 떨어져 바라보면 전자와 쿼크 같은 입자로 보이고 끈의 진동의 세기에 따라 질량, 스핀, 전하 등의 물리량이 달라진다. 끈 이론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많지만 끈 이론이 가진 장점(복잡한 입자로 설명되는 표준모델에 비해 간단, 끈의 진동 패턴 중 하나가 중력자의 특성과 일치, 물질의 존재 이유를 우주의 기원과 연관지어 설명 등)들로 인해 유수의 학자들이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끈 이론을 수학적으로 검증하거나 실험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현재로선 요원하지만 어떤 계기로 이론이 검증 가능하게 된다면 우아하고 조화로운 '모든 것의 이론'이 될 여지는 충분하다.

.......




<과학 오디세이 유니버스>를 읽으면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자주 떠올렸다. 지식이 미흡한 학생들에게 하나부터 찬찬히 설명해 주는 듯한 문체는 내가 <코스모스>를 읽으며 칼 세이건의 강의를 따라갔던 그 느낌을 다시 느끼게 해주었다. 우주, 물질, 시공간 어느것 하나 이해하기 쉬운 게 없지만 안중호 교수님의 말을 읽다 보면 어느새 몰입하게 되고 어느새 어려운 주제에 대해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리뷰에 적은 내용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조금은 이해한 듯한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인간의 지적 호기심이 닿았을 뿐 진리를 찾지 못한 분야는 너무도 많다. 거시세계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우주만해도 근현대의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어쩌면 내 생이 다하는 순간이 오기 전에 획기적인 이론이 등장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런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우주라는 신비는 여전히 고고하게 남아있으리라 생각한다. 물질도 마찬가지리라. 원자를 발견하고 핵과 전자를 알아내고 양성자와 중성자를 구분하고 쿼크로 나아갔지만 궁극의 구성요소는 요원하기만 하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우주, 물질, 시공간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하등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인류가 쌓아가는 지적 산물의 흔적을 겉보기나마 따라가 보는 것을 의미없는 일로 치부할 수는 없다. 과학은 지속적으로 발전해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거나 발명할 것이라 믿는다. 보통의 삶을 영위하는 보통의 시민으로서 인류의 진보를 이끈 과학적 산물의 큰 줄기만이라도 좇고 싶은 욕심이 가시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과학 서적은 꾸준히 읽어나갈 것이다.


* <과학오디세이 유니버스>에 적힌 내용은 방대하고 어느 것 하나 중요치 않아 보이는 것이 없어  리뷰로 요악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이 리뷰는 책을 읽은 후 생각나는 몇몇 부분을 글로 옮긴 것에 불과하고 <과학오디세이 유니버스>라는 책에 담긴 450여 페이지 알찬 내용을 요약한 것이 아님을 말씀드리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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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의 이동 - 모빌리티 혁명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존 로산트.스티븐 베이커 지음, 이진원 옮김 / 소소의책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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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혁명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바퀴의 이동>은 21세기를 거니는 우리가 맞이하게 될 모빌리티의 변화를 제시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기라 칭해지는 21세기의 과학기술은 인류가 그동안 영위했던 모빌리티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다.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 자동차 그리고 3D 프린터 기술을 사용한 자동차 등은 현재 지구를 뒤덮고 있는 자동차라는 도구의 전환을 예고한다. 


모빌리티의 발전을 위해 수많은 스타트업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으며 그 가운데 일부는 이미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예를 들어 칭거의 '다이버전트 3D'는 3D 프린팅을 이용해 자동차의 부품을 생산하고 이렇게 생산된 부품을 로봇을 활용해 조립해내고 있다. 프론메이어의 '아키모토'는 2륜차와 4륜차 사이의 공백의 크다는 점을 파고들어 경량의 3륜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 칭거의 다이버전트 3D와 프론메이어의 아키모토와 같은 회사의 대두는 기존의 자동차 생산체계가 가진 문제점(화석연료의 과용, 높은 생산비 및 유지비, 비효율적인 공간 활용 등)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과 인공지능은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점진적으로 발전해 왔으며 근래에는 일반인들의 삶에도 깊이 관여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도시를 장악한 아스팔트와 그 위에 정체된 자동자들로 인해 숨막히는 답답함을 견뎌내야 하는 시민들을 구원할 수 있는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도로 정보와 교통 상황을 활용해 차량 흐름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만약 인공지능이 교통 상황을 통제할 수 있고 자율주행 자동차가 거리를 활보하게 된다면 도시의 교통 체증은 과거의 유물로 남을 것이며 시민들에게 도로 위에서 낭비되는 시간과 에너지를 돌려줄 수 있다. 더불어 화석 연료의 과도한 사용이 불러일으키는 환경 오염 또한 줄 것으로 예상된다. 


헨리 포드가 1908년 모델 T를 생산해 대중에 소개한 이후로 한 세기동안 4륜차는 모빌리티의 중심이 되었다. 당시 최적의 운송수단으로 여겨지던 말(horse)은 자동차가 등장한 후에도 약 10여 년 동안 더 번성하다 점차 쇠퇴하였다. 자동차가 말을 대체할 혁신적 수단으로 등장했을 때 말에 대한 수요가 사라지는데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처럼 현재의 자동차에 대한 수요도 10년 이상 지속될 것이며 점진적으로 전기차와 자율주행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까지 자동차는 소유의 개념이었기 때문에 자동차를 구매하고 유지하는데 막대한 자원을 소모했고 하루 1ㅡ2시간 가랑을 이용하는데 그쳤지만 네트워크와 자율주행의 발전은 자동차라는 수단을 공유의 개념으로 옮겨와 필요한 순간에만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구입비, 수리비, 주차비, 세금금, 보험료 등 자동차로 인한 지출이 크게 줄어들고 짧은 시간에 그치던 자동차 이용시간이 크게 증가해 자동차 1대 당 이용율을 비약적으로 높일 것이다. 위와 같은 개념의 변화는 자동차와 관련된 대부분의 이익을 가져가던 제조업체의 위상(예: 도요타. 폭스바겐)이 어느정도 꺾이고 자동차를 서비스하는 업체의 영역(예: 우버)과 이익이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모빌리티 혁명은 지상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미 2010년 미국항공우주국은 1인용 전기비행기 퍼핀(Puffin, 밝은색 부리를 가진 북쪽 바다오리)을 선보인 바 있다. 퍼핀을 개발한 무어는 멀지 않은 시기에 도시 상공을 하루에 수백만 차례씩 비행하는 '역동적인 스카이라인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항공운송 비용은 자동차 여행 수준으로 급락할 것으로 예측한다. 에어택시의 활성화는 효율성이란 측면에서 지상 운송수단보다 큰 장점을 갖지만(목표지점을 향해 최단거리로 이동하기 때문에 절약되는 시간과 에너지 뿐 아니라 하나의 인프라가 추가되면서 발생되는 높은 효율,  즉 50번째 정거장 뒤에 1개의 정거장을 더 설치하면 지하철이나 자동차의 경우 확장된 1개의 교통망을 갖는 것이지만 항공은 기존의 50개 정류장과 교통할 수 있는 50개 노선을 추가로 얻는다) 배터리와 인공지능에서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남아있고 완전 자율주행 전까지 필요한 조종사의 수급 등도 난제이다.


지상과 하늘에 이어 지하도 새로운 모빌리티를 위한 공간으로 제안되고 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는 지하 터널을 만들어 고속전철과 전기차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지하를 계발하는 것은 하늘을 이용한 이동수단이 갖는 위험성(작은 물건이 낙하하더라도 지상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등)을 배제할 수 있다. 머스크는 지하도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자율주행 전기차가 지정된 지점(역, 정류장)에서 벽 없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나온 후 소비자가 원하는 장소(집, 약속장소 등)까지 이동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칭거, 프론메이어, 무어, 머스크 등 모빌리티의 혁신을 꿈꾸고 실행하는 자들의 낙관적인 전망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선결과제를 안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 새로운 지도를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 그리고 각종 규제 등이다. 인공지능이 급성장하고 있음은 명백하지만 인공지능에 입력된 자율주행 능력은 예기치 못한 변수의 등장에 무력화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주행하는 도로에 낙석이 떨어져 있을 때 보통 운전자라면 낙석을 피해 잠시 중앙차선을 넘거나 불법유턴으로 상황을 피해갈 수 있을테지만 규범을 준수하라는 절대명령을 받은 인공지능은 이같은 상황에서 대처능력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 

자율주행을 위한 지도는 고식적인 방식을 탈피해야 한다. 도로의 수많은 정보를 취합하고 저장했다가 필요한 상황에 즉각적으로 내보내야 하는데 현재는 주요정보만 운전자에게 제시하는 네비게이션 수준인 것을 극도로 정밀한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광대한 데이터의 저장이 가능해야 하고 신속한 끌어오기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저장장치와 5G 이상의 네트워크 시스템이 촘촘히 깔려있어야 한다.

<바퀴의 이동>에서 저자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지만 각국이 가진 규제를 완화하는 것 또한 모빌리티 혁명이 치뤄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이는 사회적 동의와 함께 법적 개정이 필요한 과정으로 어쩌면 위에 언급한 기술적 발달보다 더 힘든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모빌리티 혁명은 일반인들이 크게 체감하기 어려울지라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우리는 한 세기 만에 새로운 혁명의 도입부에 서 있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고 어떤 정도의 모빌리티 혁명이 진행될 것이라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분명한 것은 20세기 말부터 이뤄진 통신혁명이 불과 20여 년 만에 혁신적 변화를 도모한 것처럼 모빌리티 혁명 또한 가까운 미래에 우리의 삶을 크게 변화시켜 줄 것이다. 




<바퀴의 이동>을 통해 살펴본 모빌리티 혁명은 간헐적으로 뉴스와 미디어에서 접했던 혁신에 대한 구체적 진행 상황을 알려주고 있다. 1980년대 내가 나고 자란 시골 마을에는 전화가 없는 가정이 흔했다. 동네에 전화라고는 마을 이장님 댁에만 있었기 때문에 외부에서 전화가 오면 이장님이 메시지를 전달해 주시거나 직접 통화를 원하는 경우에는 몇 분 뒤에 다시 전화달라고 한 후 해당 가정에 방문해야 했고 이장님과 같이 이장님 댁에 가서 전화가 다시 오길 기다려 통화를 하곤 했다. 이게 불과 40년 전의 시골의 일상이었고 50년 전에는 도시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짐작한다. 


1990년대에 이르러 삐삐와 시티폰이라는 일시적 도구가 지나갔고 이 후 핸드폰이 대중화되었다. 불과 20년이 더 흐르자 당시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스마트폰이라는 도구가 등장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기술은 보통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빨리 발전하고 있음은 명확해 보인다. 앞으로 20여 년의 시간이 흘렀을 때 사회전반과 사람들의 삶은 현재와는 분명 큰 차이를 보일 것이고 모빌리티 또한 마찬가지 진화를 겪을 것이다. <바퀴의 이동>에 적힌 (내용은 아직은 요원해 보이는) SF 영화 소재와 같은 일들이 상용화 될 수 있을테고 사람들은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시점이 올 것이다. 


<바퀴의 이동>에 소개된 많은 스타트업들 가운데 승자가 현재의 애플이나 아마존과 같은 위상으로 자리잡고 그들이 제안하고 있는 혁신적 변화가 우리의 일상이 되는 시점이 오기를 기대하고 바래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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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교양 - 한 권으로 세상을 꿰뚫는 현실 인문학 생각뿔 인문학 ‘교양’ 시리즈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엄인정.김형아 옮김 / 생각뿔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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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1749-1832)는 프랑크프루트암마인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법률을 전공했다. 어려서부터 문학적 재능이 탁월해 소설, 시 희곡 등 다양한 장르에서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파우스트>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은 한국에서도 널리 사랑받고 있다. 


<괴테의 교양>은 <파우스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를 중심으로 괴테의 많은 작품에 담긴 명문장을 8개의 주제(자아성찰과 인간, 인간의 감정, 고통과 위로, 의지와 용기, 사랑과 우정, 이별, 인간의 삶, 자연과 신)로 선별하여 소개하고 있는데,  괴테의 문장과 그와 관련된 이미지를 통해 70대의 황혼기에 10대 소녀를 사랑하고 청혼했을만큼 열정적 삶을 살았던 괴테의 생각과 사상을 부분적으로나마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각 페이지는 간단한 제목과 괴테의 문장을 담고 있으며 원어(독일어)를 병행 표기했다. 


<괴테의 교양>에는 200개가 넘는 괴테의 문장이 담겨 있고 괴테의 필력에 대한 감탄과 문장에 담긴 의미를 곰곰히 생각해보도록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위를 바라보며 하늘을 향해 공상하는 자는 바보다! 서서 주위를 잘 둘러보라. 유능한 자에게 세상은 침묵하지 않을지니 어찌 영원의 천상 속에서 헤매는 것인가! 현실에 존재하는 것을 붙잡고 이 지상을 거닐며 하루를 보내라. 유령이 나타타도 제 갈 길을 가면 된다. 그 길에서 기쁨도 고통도 만날 것이나 어느 순간도 만족하지 않으리. 

<파우스트>


- 공상은 순간적 탈출을 제공한다. 슬프거나 답답한 현실이 수용하기 힘들 때 한계가 없는 공상으로 자신을 이끌어 도피하는 것은 일시적 진통효과를 부여한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곳은 공상이 아닌 현재와 현실이다. 우리가 직면한 많은 난관과 고통 또한 결국 겪어 이겨내야 할 무엇들이다. 도피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고 결국 제자리로 돌아와 남겨진 숙제들을 마주해야 하기에 힘들지라도 주어진 상황을 직시하고 나아가야 한다. 


가장 빛나는 날보다 더 눈부셨다. 그렇기에 그녀를 잊지 못함을 나무라지 마라. 크게 꾸짖지 말라. 밖에 나오니 그리움이 더 짙어진다. 

<그것보다 아름다운 최고의 날>


- 괴테는 열정적 삶을 살았다. 문학을 비롯한 다양한 학문에 자신의 열정을 쏟았으며, 사랑에도 그만큼의 열정을 할애했다. 그를 거쳐간 여인들, 샤를로테 폰 슈타인, 미나 헤르츨리프, 크리스티아네 불피우스, 빌레머 부인, 그리고 우를리케 폰 레베초 등은 괴테에게 사랑과 실연을 가르쳤고 그의 뮤즈가 되어 새로운 작품을 써내려가는 동기를 부여했다. 특히 우를리케 폰 레베초에게 사랑을 품었을 당시 괴테는 74세였던 반면 레베초는 19세 소녀였다. 사랑을 고백하고 청혼까지 했으나 그의 사랑은 이뤄지지 않았고 이별 후 돌아오는 마차 안에서 급하게 내려쓴 <마리엔바트의 비가>는 괴테의 대표작 중 하나로 남겨졌다. 


재능이 우리에게 명성과 타인의 애정을 가져다준다면, 성실함과 노력을 더해 돈을 버는 것 또한 당연합니다. 인간은 결코 정신적으로 완전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지요.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 사람에게 살아가는 의미를 부여하고 활력소로 작용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어떤 이는 명예를 추구하며 어떤 이는 세인의 관심을 필요로 한다. 부를 추구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텐데, 보통 부를 좆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인간은 각자의 욕망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그 정도가 이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그런 욕구와 욕망을 비난하고 비판할 필요가 없다. 도스토옙스키가 <죽음의 집의 기록>에서 '돈은 주조된 자유다.'라고 말했듯 인간에게 돈이란 욕망을 추구하는 수단이자 보다 큰 자유와 편의를 획득할 수 있는 권력으로 작용한다.  


인간이 어떻게 해서 그리 만들어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간은 현재의 일을 순순히 인정하고 참아내며 살기보다 자신의 상상력을 지난 불행을 더듬어 내는 데 사용한다는 그 말 말이네. 자네 말대로 인간이 지금 처한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살아간다면, 인간이 겪는 고통의 양은 훨씬 줄어들 걸세. 

<젊은 베르테르의 술픔>


- 누구나 공감하는 바이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내용이다. 잘 나가던 과거, 고통스러웠던 과거, 또는 실수로 뒤범벅된 과거에 사로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순간이 너무도 많다. 자신의 실수든 운명의 장난이든 이미 박제가 되버린 과거를 바꿀 수 없고 과거에 대한 집착이 현재와 미래를 바꿔주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인간은 과거에 집착한다. 특히 자신이 저지른 과오에 사로잡힌다. 과거가 남기는 교훈은 "인생을 이해하려면 과거로 돌아가야 하지만,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쇠렌 키르케고르의 가르침 정도에 머물러야 한다. 




어떤 작가가 굉장한 유명인이고 대가라 할지라도 일반적인 독자가 해당 작가의 작품을 두루 섭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는 핑계와 함께 세상에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들이 너무도 많이 존재하고 새로운 책들이 계속해서 출판된다는 변명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대가의 여러 작품에 담긴 흔적들을 한 권의 책으로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 된다. 그렇게 작가를 대하고 나면 어떤 작품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기는데 <괴테의 교양>을 통해 내게 생긴 호기심은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로 향하고 있다. 


괴테의 문장도 그렇지만, 책을 읽다보면 '저 작가는 어떻게 문자를 저렇게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하는 감탄과 동경을 느낄 때가 있다. 더불어 문학작품에 담긴 글이 철학적 사유를 품고 있음을 알게 되는데 작가가 명작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타고난 재능에 힘입은 바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깊고 깊은 사색에서 탄생한 자신의 가치관을 작품에 담아두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괴테의 교양>은 쉽고 간결하며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랑, 우정, 삶, 자아성찰 등을 괴테의 시선으로 살펴보고, 자신의 생각과 비교해 보는 것도 마음을 풍성하게 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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