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의 교양 - 한 권으로 세상을 꿰뚫는 현실 인문학 생각뿔 인문학 ‘교양’ 시리즈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엄인정.김형아 옮김 / 생각뿔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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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1749-1832)는 프랑크프루트암마인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법률을 전공했다. 어려서부터 문학적 재능이 탁월해 소설, 시 희곡 등 다양한 장르에서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파우스트>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은 한국에서도 널리 사랑받고 있다. 


<괴테의 교양>은 <파우스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를 중심으로 괴테의 많은 작품에 담긴 명문장을 8개의 주제(자아성찰과 인간, 인간의 감정, 고통과 위로, 의지와 용기, 사랑과 우정, 이별, 인간의 삶, 자연과 신)로 선별하여 소개하고 있는데,  괴테의 문장과 그와 관련된 이미지를 통해 70대의 황혼기에 10대 소녀를 사랑하고 청혼했을만큼 열정적 삶을 살았던 괴테의 생각과 사상을 부분적으로나마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각 페이지는 간단한 제목과 괴테의 문장을 담고 있으며 원어(독일어)를 병행 표기했다. 


<괴테의 교양>에는 200개가 넘는 괴테의 문장이 담겨 있고 괴테의 필력에 대한 감탄과 문장에 담긴 의미를 곰곰히 생각해보도록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위를 바라보며 하늘을 향해 공상하는 자는 바보다! 서서 주위를 잘 둘러보라. 유능한 자에게 세상은 침묵하지 않을지니 어찌 영원의 천상 속에서 헤매는 것인가! 현실에 존재하는 것을 붙잡고 이 지상을 거닐며 하루를 보내라. 유령이 나타타도 제 갈 길을 가면 된다. 그 길에서 기쁨도 고통도 만날 것이나 어느 순간도 만족하지 않으리. 

<파우스트>


- 공상은 순간적 탈출을 제공한다. 슬프거나 답답한 현실이 수용하기 힘들 때 한계가 없는 공상으로 자신을 이끌어 도피하는 것은 일시적 진통효과를 부여한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곳은 공상이 아닌 현재와 현실이다. 우리가 직면한 많은 난관과 고통 또한 결국 겪어 이겨내야 할 무엇들이다. 도피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고 결국 제자리로 돌아와 남겨진 숙제들을 마주해야 하기에 힘들지라도 주어진 상황을 직시하고 나아가야 한다. 


가장 빛나는 날보다 더 눈부셨다. 그렇기에 그녀를 잊지 못함을 나무라지 마라. 크게 꾸짖지 말라. 밖에 나오니 그리움이 더 짙어진다. 

<그것보다 아름다운 최고의 날>


- 괴테는 열정적 삶을 살았다. 문학을 비롯한 다양한 학문에 자신의 열정을 쏟았으며, 사랑에도 그만큼의 열정을 할애했다. 그를 거쳐간 여인들, 샤를로테 폰 슈타인, 미나 헤르츨리프, 크리스티아네 불피우스, 빌레머 부인, 그리고 우를리케 폰 레베초 등은 괴테에게 사랑과 실연을 가르쳤고 그의 뮤즈가 되어 새로운 작품을 써내려가는 동기를 부여했다. 특히 우를리케 폰 레베초에게 사랑을 품었을 당시 괴테는 74세였던 반면 레베초는 19세 소녀였다. 사랑을 고백하고 청혼까지 했으나 그의 사랑은 이뤄지지 않았고 이별 후 돌아오는 마차 안에서 급하게 내려쓴 <마리엔바트의 비가>는 괴테의 대표작 중 하나로 남겨졌다. 


재능이 우리에게 명성과 타인의 애정을 가져다준다면, 성실함과 노력을 더해 돈을 버는 것 또한 당연합니다. 인간은 결코 정신적으로 완전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지요.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 사람에게 살아가는 의미를 부여하고 활력소로 작용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어떤 이는 명예를 추구하며 어떤 이는 세인의 관심을 필요로 한다. 부를 추구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텐데, 보통 부를 좆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인간은 각자의 욕망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그 정도가 이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그런 욕구와 욕망을 비난하고 비판할 필요가 없다. 도스토옙스키가 <죽음의 집의 기록>에서 '돈은 주조된 자유다.'라고 말했듯 인간에게 돈이란 욕망을 추구하는 수단이자 보다 큰 자유와 편의를 획득할 수 있는 권력으로 작용한다.  


인간이 어떻게 해서 그리 만들어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간은 현재의 일을 순순히 인정하고 참아내며 살기보다 자신의 상상력을 지난 불행을 더듬어 내는 데 사용한다는 그 말 말이네. 자네 말대로 인간이 지금 처한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살아간다면, 인간이 겪는 고통의 양은 훨씬 줄어들 걸세. 

<젊은 베르테르의 술픔>


- 누구나 공감하는 바이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내용이다. 잘 나가던 과거, 고통스러웠던 과거, 또는 실수로 뒤범벅된 과거에 사로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순간이 너무도 많다. 자신의 실수든 운명의 장난이든 이미 박제가 되버린 과거를 바꿀 수 없고 과거에 대한 집착이 현재와 미래를 바꿔주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인간은 과거에 집착한다. 특히 자신이 저지른 과오에 사로잡힌다. 과거가 남기는 교훈은 "인생을 이해하려면 과거로 돌아가야 하지만,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쇠렌 키르케고르의 가르침 정도에 머물러야 한다. 




어떤 작가가 굉장한 유명인이고 대가라 할지라도 일반적인 독자가 해당 작가의 작품을 두루 섭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는 핑계와 함께 세상에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들이 너무도 많이 존재하고 새로운 책들이 계속해서 출판된다는 변명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대가의 여러 작품에 담긴 흔적들을 한 권의 책으로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 된다. 그렇게 작가를 대하고 나면 어떤 작품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기는데 <괴테의 교양>을 통해 내게 생긴 호기심은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로 향하고 있다. 


괴테의 문장도 그렇지만, 책을 읽다보면 '저 작가는 어떻게 문자를 저렇게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하는 감탄과 동경을 느낄 때가 있다. 더불어 문학작품에 담긴 글이 철학적 사유를 품고 있음을 알게 되는데 작가가 명작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타고난 재능에 힘입은 바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깊고 깊은 사색에서 탄생한 자신의 가치관을 작품에 담아두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괴테의 교양>은 쉽고 간결하며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랑, 우정, 삶, 자아성찰 등을 괴테의 시선으로 살펴보고, 자신의 생각과 비교해 보는 것도 마음을 풍성하게 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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