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책세상 세계문학 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정회성 옮김 / 책세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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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학, 특히 고전이 한국인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오고 널리 읽히는 것과 달리, 일본 문학에 대한 한국인의 일반적 정서는 '약간의 거리감'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근현대사의 아픔으로 인해 한국인의 마음 한 켠에 일본에 대한 배타적인 마음이 웅크리고 있는 탓도 있겠으며 이웃나라임에도 국민정서가 크게 다르다는 인식도 작용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돌이켜보면 내 글읽기도 고전을 비롯한 중국 문학은 적잖이 읽은 듯 하지만 일본 문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든다. 비교적 최근이라 할 수 있는 수 년 전에 <대망>을 읽은 정도와 작년인지 올 초인지 가물거리지만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작품 몇 선을 접한 정도가 떠오를 따름이다. 이 작품들은 그것들이 갖고 있는 유명세 만큼이나 내게 신선하게 다가와 '재밌다'는 느낌을 듬뿍 선사해 주었고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생각과 행동을 좀 더 이해해보고 싶어 <국화와 칼>이라는 고전을 찾게 되는 계기를 주기도 했다. 




이번에 소개하게 된 <인간 실격>은 한 때 천재 작가로 칭송받았으나 불운한 삶으로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한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이다. 

주인공 요조는 풍족한 가정환경에서 나고 자랐지만 어렸을 때부터 '인간 무리'에서의 정체성을 찾기 어려워한다. 부모님에게서도, 형제에게서도, 그 외의 주변사람들로부터 '함께 살아간다' 혹은 '같이 한다'는 느낌을 얻지 못하고 단지 그들과 섞이기 위해 자신이 내면에 품은 이질감과 의문을 숨긴 채 '어릿광대'처럼 행동한다. 다행히 총명한 머리와 능숙한 연기로 많은 이들에게 '조금 특별한 아이' 정도로 인식되며 무리에 섞여 지내지만 요조에게 인간이란 여전히 낯설고 어렵고 두려운 존재로 남아 있다. 


진학을 위해 고향을 떠나 도시로 나온 요조, 그가 접한 도시의 풍경과 사람들도 낯설긴 마찬가지였으며 잠시나마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해소시켜주는 것이라곤 술과 담배, 여자, 그리고 당시 유행하던 좌익사상(공산주의)정도였다. 그러나 요조가 느끼는 해방감은 찰나에 불과했고 술에서 깨면, 좌익사상에 대한 회의감이 찾아올 때면 여지없이 자신이 다른 인간과 다르며 스스로는 인간으로서 부적격하다는 자괴감이 밀려왔다. 찻집의 원숙한 여인이나 약국의 순수한 소녀를 만나며 자신이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기도 하지만 그 또한 일시적일 뿐이었다. 


한량인 친구 호리키와의 방탕한 생활이 요조를 현실로부터 조금 떨어뜨려 놓았지만 그가 가진 본질적인 다름이 다시금 요조를 인간 무리에서 괴로움에 시달리게 했다. 그는 생을 마감하는 것이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인간 무리를 위한 최선책이라 생각하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생을 마감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고 동반자살을 시도했던 여인만 죽고 자신은 살아남게 되자 본래의 고뇌에 죄책감과 주변의 따가운 눈총이 더해졌다. 


요조는 인간 세상 어디에서도 자신의 설 자리를 찾지 못한다. 현실도피를 위한 일탈을 더해갈수록 그의 몸이 망가져 갈 뿐 어떤 사람과 어떤 일에서도 '요조'라는 인간의 적격성을 발견하지 못한다. 술에 찌들어 지낸 시간은 결국 그에게 결핵을 안겨줬고 결핵을 치료하기 위해 약을 복용하는 과정에서 몰핀에 중독된다. 이를 안 가족들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되면서 늘 그랬듯 인간 무리에 적합하지 못한 자신을 재발견한다. 


요조는 생각했다. 인간이 보여주는 모순된 행위와 그에 대한 불이해, 거기서 오는 인간에 대한 두려움, 그럼에도 그런 무리들과 어울어져 살아야 한다는 생존의 욕구, 이 모든 것들이 어렵고 어려운 것이지만....결국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깨달음. 요조는 지난 모든 고통의 시간과 현재의 고뇌도 지나가리라는 믿음을 얻게 됐다. 




<인간 실격>은 20세기 중반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한 이 작품은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남달랐던 주인공이 뭇 인간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들을 떠나 홀로 존재할 수 없음에 자신을 감추고 보통의 인간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자신의 다름을 재확인할 뿐인 삶에서 요조는 외로움, 슬픔, 두려움, 고통, 그리고 무기력함을 느낄 뿐이다. 


현대 사회에서도 일반인들과 다름은 보통 곱지 않은 시선을 받게 되는데, 전체주의에 물들어 있고 남들의 시선을 지극히 신경쓰는 당시의 일본에서 요조라는 인물의 삶은 감옥과도 같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본문에서 요조가 '감옥에 가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실제 그의 삶이 감옥보다도 외롭고 두려웠음을 드러내고 있다. 


<인간 실격>에서 '다자이 오사무'가 요조라는 주인공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자신의 고독과 고통은 일본인의 정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일본인의 정서를 이해하기 위한 책(이를테면 국화와 칼)을 접한 후 읽게 된다면 더욱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인간 실격>은 다소 어두운 분위기로 전개되지만 이를 읽으면서 재미와 깊은 여운을 느낄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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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지혜 수업 - 78가지 사례로 배우는 행복과 성공을 위한 연금술
무천강 지음, 정은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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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손에 쥐게 된 <하버드 지혜 수업>, 평소 자기계발서에 관심이 없었지만 눈 앞에 있고 손에 쥐어보니 편안하게 들어오는데다, 짤막한 에피소드로 구성된 전개가 부담없이 다가와 출퇴근 버스 안에서 조금씩 읽게 됐다. 막상 읽다 보니 금새 다 읽게 됐는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와 적절한 에피소드의 조합이 흥미를 자극한 듯 하다. 


<하버드 지혜 수업>은 10개의 파트로 구성돼 있고 각각의 파트는 7-9 개의 소주제를 포함하고 있다. 우리가 삶을 풍요롭게 살아가는 데 있어 주안점을 둬야 할 포인트는 무엇인지 언급하고, 어떤 상황에 직면했을 때 현명한 대처를 보여준 사람들의 성공 사례를 들어 우리의 정신과 행동의 변화가 불러 오게 될 긍정적 측면을 비추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삶을 행복 추구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어떤 점이 가장 중요한가를 돌아보게 된다. 사람에 따라 행복을 충족시켜 주는 기준이 다르기에 어느 하나로 단정할 수 없겠지만 행복의 가장 근간이 되는 것은 '자신의 마음가짐'이라는 데에 깊이 공감하게 됐고, 궁극적으로 행복을 얻기 위해(다른 말로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마음과 행동의 변화가 필요함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 


총 78개의 소주제 각각을 읽어 봐도 모두가 동의할만한 좋은 이야기들이다. 소주제에 맞는 일화를 시작으로 해당 일화에 대한 저자의 견해(설명)가 이어지고 각 소주제의 말미에는 Harvard Wisdom Class라는 항목에 명사들의 말을 넣어 소주제를 완성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마음을 잡고 행동을 수정하는 것으로 사람과 환경에 대한 인식을 달리할 수 있고 '내'가 받아들이는 불행의 씨앗들이 행복이 밑거름으로 인식될 수 있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책이라 생각된다.


<하바드 지혜 수업>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마음과 언행을 보완해 보다 높은 경지의 세계에 다다르는 것도 좋을테고 각 소주제에 담긴 에피소드를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책이라 생각한다. 자기계발은 독립적으로 시행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책에서 받은 영감이 동기가 되어 스스로의 변화를 독려할 수 있을 것이다. 주제도, 내용도 우리에게 친숙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어 편한 마음으로 읽기에 좋은 책인 것 같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다양한 책을 읽는 삶을 원하지만, 정작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을 돌아보면 비슷한 장르의 책이 나열돼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역사, 철학, 과학, 그리고 고전이 전체의 90% 이상인 걸 봤을 때 내가 알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 관심을 끄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 있는 것 같다. 오래 전에는 자기계발서도 종종 읽곤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류의 책들에서 멀어진 기분이다. 특별히 그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되돌아보면 '모든 것이 내 마음에서 비롯되는구나'라는 울림을 접한 후부터 자기계발서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나 관계를 형성하고 발전시키듯 책과의 인연이란 것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어쩌다 내 손에 쥐어진 책을 읽게 되었을 때 그 책에 담긴 글귀에서, 저자의 사상에서, 글 자체가 주는 지식에서 새로운 지혜를 얻게 되는 것 같다. 난 모든 책이 훌륭한 스승이라는 데 동의한다. 올바른 가르침을 주기도 하고 간혹 뭇사람들을 미혹하는 허설을 담기도 하지만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감별해야 할 일이 많아지는 것일 뿐... 책을 통해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무엇을 배워야 하고 무엇을 배척해야 하는지 등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가르침이라 생각한다. 


자기계발서에는 좋은 이야기가 가득하다.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어떻게 하면 만족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 장밋빛 전망을 제시해 준다. 그 덕에 우리는 자기계발서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공감을 얻기도 한다. <하버드 지혜 수업>에 담긴 많은 일화도 성공적인 삶을 얻기 위해서는 마음과 행동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78개의 주제, 이 주제들에서 독자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사람에 따라 크게 다르겠지만 1가지라도 제대로 챙긴다면 분명 삶은 더 풍요로워 질 것으로 전망한다. 


비단 인생의 가르침을 얻기 위한 것 뿐 아니라 다양한 에피소드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기 때문에 편한 마음으로 읽길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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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세계사 - 9개 테마로 읽는 인류 문명의 역사
표학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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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읽다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건과 얼마나 많은 인물이 얽혀 있는지 가늠하게 된다. 인간의 수명을 넉넉히 일 백 년이라 가정하더라도 보통의 사람이 직접 경험한 역사란 전체로 보았을 때 편린에 불과할 것이기에 인간 문명의 발자취를 되짚어보기에 역사를 다룬 서적은 항상 최고의 스승이라 생각한다. 


특정 국가, 민족, 혹은 제국의 역사라 할지라도 깊이 있게 알고자 하면 전공자가 아닌 이상, 마주해야 하는 방대한 양에 질려 어느새 역사가 지루하고 고루한 학문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때문에 역사서를 읽더라도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몇몇 사건이나 인물에 치중하게 되는 경향이 있어 세계사의 전체적 맥락을 이해하기 보다는 특정 지역의 특정 인물에 의한 특정 사건의 나열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런 현상이 나쁘거나 부족하다고 여기진 않으며 오히려 역사에 대한 흥미를 이어나가고 이후 깊이 있는 역사 공부를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여긴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세계사>라는 책은 다양한 주제를 제시하고 그 주제에 맞는 에피소드를 추려 소개하고 있는데, 어떤 지역이나 시대에 국한되지 않는 폭넓은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총 9개의 장에 걸쳐 신화, 종교, 종교와 정치, 선동의 정치, 세기의 전쟁, 이슬람, 일본사, 실패한 이상주의자, 여성 지도자, 대도시를 소개하고 있다. 


각 장은 다섯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는데 예를 들면 "선동의 정치"에는 프랑스 혁명에서 선동이 어떻게 작동했고 민중을 혁명의 장으로 인도하기 위해 사용된 거짓(선동)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보여준다. 특히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온갖 음해적 소문은 프랑스인의 분노를 촉발했고 혁명에 당위성을 부여했다는 식이다. 미국 독립전쟁에 관한 에피소드에서는 '보스턴 차 사건'을 유발한 독립파(미국의 독립을 원하는 자들)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수의 온건파(영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자들)를 선동하여 독립전쟁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과정을 소개한다. 20세기 가장 큰 사건이라고 칭할 수 있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 가운데 '제 2차 세계대전'에서 전범국으로 낙인 찍힌 독일, 그 나라를 전란의 아수라장으로 이끈 히틀러와 괴벨스는 어떤 방법을 동원해 대중을 선동하고 세뇌시켰는지를 들여다 보는데 이런 선동 방식이 현대 사회에까지 잔존해 있는 것을 느끼게 되면 소름이 끼치기도 한다. 


가깝지만 먼 나라라 할 수 있는 '일본', 동아시아사의 수장은 중국이 되겠지만 일본의 역사 또한 인접국인 한국의 입장에서 한번쯤 읽어봄직 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정체성'이란 장에서는 일본의 탄생에서부터 막부 시대의 혼란 그리고 일본 열도를 통일하는 기반을 다진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그를 이어 대권을 거머쥔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근대에 접어들어 메이지 유신을 통한 발빠른 근대화를 이뤄내며 급성장을 했고 결국 제국주의로 변모해 수많은 침략전쟁을 일으키게 된다. 결국 미국에 패해 쇠락했지만 고도의 경제성장으로 선진국으로 발돋음한다. 저자는 일본의 초고속 경제성장은 일본이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에 끼친 해악에 대한 역사 청산을 덮는 도구로 활용되었음을 주지시키고 있다. 


재미있게 읽을만한 에피소드들이 많은 장은 이 책의 첫 번째 장인 '신화 이야기'와 마지막 장인 '대도시'라고 생각한다. 그리스 신화, 중국 신화, 북유럽 신화, 티베트 신화, 아메리카 신화는 각 지역의 사상과 문화의 중추적 역활을 해왔고 현재까지도 사회 곳곳에 그 흔적을 드러내고 있다. 현대인들에게도 신화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의 진위 여부 보다는 신화에 담긴 문화를 이해하고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을 앎으로써 지식의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도시에 소개된 곳은 콘스탄티노플, 장안, 앙코르툼, 테노치티틀란, 게르마니아 인데 이들 도시가 시대의(적어도 해당 대륙의) 대표성을 띠기도 하지만 도시의 흥망성쇠가 역사적 사건과 결부돼 있음을 소개하고자 함이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세계사의 대도시에 당연히 있으리라 짐작할 수 있는 바빌론, 로마, 아테네 등이 빠진 것은 해당 도시가 이미 많은 곳에서 소개되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하다 할 수 있는 주요도시를 소개한 저자의 배려로 받아들여졌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세계사>는 시대와 지역을 고루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세계사라는 큰 맥락에서 보면 분명 주안점을 둬야 하는 부분이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저자 표학렬은 다양한 사건과 인물을 고루 소개함으로써 더 깊은 역사로 다가설 수 있는 징검다리 역활을 하고자 했거나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사건과 인물을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고자 하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각 장과 그에 속한 에피소드가 분량이 많지 않아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이 가진 큰 장점이다. 지면 상의 이유로라도 개개의 사건과 인물을 깊이 있게 파고들지는 못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을 잡아줌으로써 독자가 사건의 핵심에 다가설 수 있도록 돕는다. 지엽적인 것들은 차치하고 역사의 중심에 섰던 사건과 인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가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름들이 자주 등장하고 이로 인해 독서의 피로감이 매우 낮아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접하는 역사라는 것은 인간이 만든 셀 수 없이 많은 일 가운데 기억할만한 굵직한 사건의 나열이라고 생각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과거를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가 현대로써 존재하는 이유를 알고자 한다면, 다가올 미래에 대한 섣부른 대응이라도 해보고자 한다면 역사를 아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역사는 반복되고 사람 또한 같은 실수를 저지르곤 하는데 선현들이 만들어 놓은 역사라는 가르침으로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 질 것이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세계사>에 대한 리뷰를 마무리하며 이 책을 한 줄로 말하자면.....

"흥미로운 사건과 인물을 등장시켜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 이라 평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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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의 아름다움 - 원자폭탄에서 비트코인까지 세상을 바꾼 절대 공식
양자학파 지음, 김지혜 옮김, 강미경 감수 / 미디어숲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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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의 아름다움>이란 제목처럼 수학사(史)에 큰 획을 그은 공식의 탄생과 그 배경을 소개하고 있다. 단순히 '수를 센다'는 개념에서 나아가 자연의 섭리를 대변하는 아름다운 공식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논하는데, 시대를 앞서간 천재 수학자들의 업적이 나열되고 있다. 


숫자의 개념이 등장해 '1+1=2'와 같이 간단한 연산에 사용되던 것이 어느덧 사칙연산으로 확장되고 '피타고라스의 정리'와 같은 우리가 익히 아는 기본 공식으로 진화하게 됐다. 수학자들을 350여 년 동안 괴롭했던 페르마의 정리가 등장하는가 하면 우주의 질서를 논하는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이 제시되기도 했다. 또한 인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공식으로 일컬어지는 '오일러 공식'이 만들어지고 '갈루아 이론'이나 '리만 가설'이 나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세기의 천재로 일컬어지는 아인슈타인의 '질량 에너지 방정식'과 양자역학의 선구자로 꼽히는 슈뢰딩거의 방정식 등은 세상의 이치가(일부일지라도) 수학으로 설명될 수 있음을 거듭 증명한다. 현대에 들어 수학계와 물리학계과 주목하고 있는 대통일 이론은 '양-밀스 이론'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우주에 존재하는 4개의 힘을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날이 다가오리라 고대하고 있다. 


수학은, 수학 자체가 가진 견고함 뿐 아니라 철두철미한 연역에서 비롯된 '공식'이 완성됨으로써 세상을 설명하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잡게 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 우리가 보지 못하는 미지의 세상마저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개안(開眼)은 수학의 빛으로부터 나온 것이며 난해한 풀이(증명) 과정을 거쳐 마지막 줄에 새겨진 '공식'은 참으로 아름답다 말할 수 있다. 특히 피타고라스의 정리, 오일러의 공식,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질량과 에너지의 관계를 설명한 공식은 그 간결함과 소박함에서 경이롭기까지 하다. 


수학을 하나의 언어로 보고 공식을 인간의 문명을 관통하는 문장으로 여긴다면 우리가 문학작품에서 느끼는 감동과 감탄을 수학 공식에서도 느낄 수 있게 된다.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수학적 증명을 따라가거나 스스로 증명해내지 못하는 영역일지라도 수학 공식이 지닌 의미를 읽다 보면 우주와 자연의 질서가 수학으로 귀결된다는 점에 감동하게 된다. 






<공식의 아름다움>을 읽으며 공식의 탄생과 함께 그 공식을 유도한 수학자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는데 페르마의 괴팍함이나 피타고라스의 편협함,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불편한 관계 등은 그들이 일궈낸 찬란한 성과만큼이나 사람들의 흥미를 끌게 되는 것 같다. 


'공식'이라는 어떤 형태의 질서를 발견하는 일은 인류가 수학이라는 학문이 가진 견고함을 천재 수학자의 손을 빌어 더 커다란 영역으로 확장해 가는 길에서 조우하게 되는 사건이라고 생각하며, 일반인이 '위대한 공식'이 가진 참뜻을 온전히 깨닫거나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수학적이 아닌 인문학적 감성에서 '공식'이 내포하는 질서를 이해하려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의미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대학 입시가 끝나면 수학의 유관 분야를 전공하지 않는 사람들은 수학이 우리네 삶과 연관이 없다고 치부하곤 하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수학은 논리적 사고의 형성과 그것을 바탕으로 자리잡게 되는 '가치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평생을 따라다니는 학문이라 여긴다. 간단한 방정식을 풀이하는 과정조차 수학적 공리로부터 출발해 연역적으로 추론해가는 과정을 거치고서야 비로소 답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수학이 가진 탄탄한 논리는 비단 숫자가 아닌 언어로 표현된 모든 것에 적용될 수 있다. 


내가 지금보다 한참 어렸을 때 철학을 바라보는 입장은 '뜬구름 잡는 소리', 혹은 '말장난'에 불과했지만 독서를 하고 철학자들의 사고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철학자들이 던진 간단한 문장에 담긴 논리의 깊이에 감탄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됐고 이는 수학을 접할 때 곤두세웠던 논리적 사고와 다름 없는 사고를 통해 깨닫게 되는 과정이었다. 


수학은 단순히 연산과 그 활용이 아니라 만물의 질서를 찾아가는 학문이다. 그리고 '공식'에는 그 질서가 함축되어 있다. <공식의 아름다움>을 읽으며 접하게 되는 위대한 공식을 증명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 공식이 담고 있는 질서를 문자로나마 이해해보려 노력하는 시간은 훌륭한 철학서를 읽는 것과 진배 없는 마음의 양식을 제공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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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상상 - 고등과학원 수학부 김상현 교수의
김상현 지음 / EBS BOOKS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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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인간 영혼의 가장 아름답고 강력한 창조물이다." 



숫자로 이야기하는 세상, 수학


우리가 아주 쉽게 접하는 수많은 숫자들은 어떻게 분류되고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그 기원까지 건너가 보는 것은 요원하고 불분명한 과업이 되겠지만, 숫자가 정의되고 숫자가 분류되고 공식이 되어 의미를 띠고 그것이 또 다음 세대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과정을 알아보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임에 분명하다. 


나는 중년의 아저씨로, 수험생으로서의 수학은 졸업한 지 한참이 지났지만 여전히 수학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다. 철학이 인간의 사고를 촉진시켰다면 수학은 인간의 문명을 이끌었다고 여기기에, 수학이 지닌 매력에 끌림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중고등 수학의 범주 내에서) 공식을 이해하고 공식을 증명하고자 노력하고 공식을 대입해서 새로운 문제에 도전하는 모습의 수학은 내게 버거운 일이 되었다. 차라리 수학이 가진 멋짐을 감상하고 수학이 가진 신비와 재미를 글로써 이해하고자 노력할 따름이다. 그런 점에서 <수학은 상상>이라는 책은 잔잔한 클래식을 연주하듯 수학, 그 안에 담긴 숫자가 가진 신비로운 세상을 찬찬히 설명하고 있어 눈으로 따라가기만 해도 즐거움을 선사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수학은 상상>은 숫자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당연히 안다고 생각하는 '숫자'지만 막상 '숫자란 무엇일까'를 정의하는 것은 녹녹지 않은 일이다. 숫자를 단순히 세어 나가는 것으로 정의할 있을까? 숫자를 범위로 구분할 수 있을까? 자연수는, 정수는, 유리수는, 무리수는, 그리고 실수는 숫자라는 틀에서 어떤 범위에 존재하는 것인지, 실수와 자연수 모두 무한대로 존재하는데 어떤 무한대가 다른 무한대보다 크다고 정의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 등을 끌어낸다. 그리고 그에 대한 수학자들의 답을 제시하는데 어떤 항목에서는 '저런 것까지 증명으로 밝혀내야 하나' 싶은 직관적인 부분조차도 수학자들은 증명의 대상이 된다는 것에 놀라움을 느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2 + 2 = 5 라는 등식이 틀렸음을 안다. 적어도 틀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학자들은 위 명제가 공리로부터 출발해 논리적 증명을 거쳐 틀렸음이 검증된 후에야 비로소 그것이 틀렸다고 여긴다. 그렇다면 완벽한 논리를 추구하는 '수학은 모순이 없는 학문인 것인가'를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수학자 괴델에 따르면 '수학이 모순이 없음을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증명했다. 수학이 모순이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귀류법(어떤 명제가 거짓이라고 가정한 후 모순을 이끌어 냄으로써 그 가정이 거짓임을 증명하는 것)을 사용하면 '수학은 모순이 없다'는 가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것을 증명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기원전 6세기 크레타의 철학자였던 '에피메니데스의 역설'과 상통하는데, 에피메니데스가 "모든 크레타 사람은 거짓말쟁이다."라고 말했다면 이 명제의 참과 거짓을 밝힐 수가 없게 된다. 


수학이 다루는 확률은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것이 빈도(동전던지기 처럼 수많은 시행을 거쳤을 때 사건이 일어날 확률)에 의한 확률이든, 베이지언 확률(시간과 정보에 따라 바뀌는 어떤 사건이 발생할 것이라는 믿음의 정도)이든 누구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고 최종적인 선택은 그 개인이 가지고 있는 근거와 믿음에 의존하게 된다. 즉, 확률이 높다고 여겨지는 쪽으로 치우치게 된다. 사고의 위험이 있음에도 비행기를 타거나, 손실의 위험이 있음에도 주식에 투자하거나 하는 등의 행위는 위험 요소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낮거나 손실에 대한 위험보다 이득을 볼 확률이 높다고 판단될 때 이루어지게 된다. 얼마 전 방영된 'DP'라는 드라마에서도 언급된 '몬티홀 문제'는 확률에 근거한 판단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이득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가 얼마나 확률에 무지한지도 드러내 보인다(확률의 대가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이 문제를 틀렸다고 한다). 


기하학도 수학에서 파생되는 분야이다. 기원전 3세기의 유클리드로부터 시작됐다고 평가되는 기하학은 데카르트의 좌표와 뉴턴/라이프니츠의 미적분학, 펠릭스 클라인의 대칭성, 가우스와 리만의 공간의 휨, 그리고 카르탕과 휘트니의 부드러운 공간의 성질에 대한 연구를 거치며 현대에 이르고 있다. 수학에서 기하학은 '도형과 다면체의 대칭성'을 중요한 문제로 삼아 연구하고 있다. 점, 선, 면의 대칭성이 일반 도형의 범주로부터 확장되어 전자기장을 설명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고 차원을 설명하는데 쓰이기도 한다.


수학은 현재도 발전 중이지만 연구범위가 광대한 만큼 앞으로 밝혀져야 할 것이 태산처럼 쌓인 분야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이름을 떨친 위대한 수학자들은 산업개발자(industry builder,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연구할 분야를 개척한 수학자)와 문제풀이자(problem solver,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문제를 풀어낸 수학자)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지식의 영역을 우주와 공간의 질서까지 확장하고 있는 인간의 연구에 수학이라는 중심 학문은 앞으로도 핵심적 역활을 수행할 것이다. 




<수학은 상상>은 수학이 다루는 영역과 수학의 발전사 및 핵심 수학자를 소개하고 있다. 수학에서 중요시하는 공식보다는 사건과 인물 위주로 전개하기 때문에 역사서를 읽듯 찬찬히 읽어나갈 수 있다. 최근 2-3천 년 동안 인간이 이룬 놀라운 문명의 성취는 분명 수학의 발전과 그 궤를 같이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수학을 업으로 삼는 전문가가 아닐지라도 <수학은 상상>이란 책에 담긴 수학이 걸어온 발자취를 훑어보는 것은 좋은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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