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종종 잊곤 하는 '파랑새는 내 곁에 있다'는 사실처럼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 가장 중요한 사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에 대한 답이 '세가지 질문'에 담겨 있다. 현자가 왕에게 전해준 교훈은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며 함께 있는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점이다. 파랑새를 찾아 떠났던 틸틸 남매가 결국 자신들의 새장에서 파랑새를 발견한 것처럼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어떤 것들은 모두 우리 자신과 주변에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바보이반'의 3형제는 군인으로서, 상인으로서, 그리고 우둔한 농부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각자의 직분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만 최후의 순간까지 변함없는 풍요를 누린 것은 손에 굳은 살이 박히게 부지런히, 성실히 일한 농부 이반이었다. 권력과 재력에 탐닉해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했거나 다른 이들의 것을 탐하다 좌절에 이른 두 형들에 반해 이반은 자신이 풍족할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항상 베푸는 것을 당연시했고 노동이 주는 삶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인간 사회의 불화는 '불을 놓아두면 끄지 못한다'에 잘 표현돼 있다. 이반과 가브릴로의 반목을 보며 이반의 노쇠한 아비가 '다른 사람의 잘못은 눈앞에 놓고 자기 잘못은 등 뒤에 놓고 있다'고 말한 것은 주인공들의 이기적이고 편협한 행태를 나무라기도 하지만 나 자신에게도 쓰디 쓴 충고로 느껴졌다
'두 노인' 은 순례길을 떠나는 예핌과 예리세이의 엇갈린 여정을 그리고 있다. 인생의 황혼기에 예루살렘으로 성지순례를 떠나는 예핌과 예리세이는 예기치 못한 일로 인해 서로 헤어지게 되고 예핌은 예정대로 예루살렘에 이르지만 예리세이는 중도에 포기하고 다시 마을로 돌아오게 된다. 두 노인의 행보를 통해 신의 뜻은 자신을 찾아 먼 길을 찾아온 예핌보다 '사랑'과 '박애'를 몸소 실천한 예리세이에게 향해 있음을 알게 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담긴 톨스토이의 10개의 단편 가운데 적어도 서너개는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내용이다. 다만 그 글의 제목과 저자를 몰랐을 뿐!
톨스토이의 시대는 종교가 흔들리고 전제국가의 가치관이 위협받던 시기였다. 그의 단편 소설에는 이런 환경에서 톨스토이가 중요하다고 여겼던 미덕을 엿볼 수 있는데 하나님에 대한 믿음, 인류에 대한 박애, 노동의 숭고함 등이 그것이다. 기독교도라면 더욱 더 공감할 법한 내용이 많고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교훈적 어른동화로써 재밌게 유익하게 읽을만한 주제들이다.
이전에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리나>를 읽을 때는 지루함이 없지 않았는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단편들은 간단명료한 진행으로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위의 단편들을 통해 톨스토이의 사상을 알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과거 '이샤야 벌린'과 '슈테판 츠비이크'의 글에서 작가로서의 톨스토이가 아닌 인간 톨스토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더해져 톨스토이라는 인간을 좀 더 이해하게 되지 않았나 조심스레 짐작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