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입문자를 위한 Wine Book - 대한민국 여성 1호 소믈리에의
엄경자 지음 / 아티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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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를 즐기진 않지만 사회생활의 일환으로 종종 술자리에 참석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음주문화가 달라지는 것을 느끼는데, 어릴 적에는 술을 빨리 많이 마시는 사람이 주목받았다면 요즘은 어떤 술을 마시면서 그 술에 대한 에피소드나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동석한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사람이 더 주목받는 것 같다. 특히 양주와 와인이 그러한데, 마시고 있는 술이 언제 어디서 탄생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는지 그리고 이런 술을 마시면서 어떤 점에 집중하면 해당 술이 가진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지 등을 꿰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동경심을 느끼게 된다. 


음주문화가 알코올을 섭취해 온전한 정신을 잃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술이 가진 미식적 요소들을 향유하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음주량에 상관없이 그 자리를 즐길 수 있으리라는 생각과 술자리에 동석한 사람들이 하는 술에 관한 이야기를 이해하고 싶고 같이 대화를 이어나가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 <와인 입문자를 위한 Wine Book>을 읽게 됐다. 


저자 엄경자는 대한민국 여성으로서는 첫 번째로 소믈리에가 된 인물로 국내의 유수의 호텔에서 소믈리에로 활동했으며 강단에서 와인에 대한 강의를 이어가고 있는 인물이다. 


제목에 명시된 '와인 입문자를 위한'에 걸맞게 <와인 입문자를 위한 Wine Book>은 굉장히 초보적인 지식부터 (주관적으로 느끼기에 '입문자를 위한' 수준을 넘어서는 듯한) 전문 지식에 이르기까지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책을 받아 펼치기 전에는 제목만 보고 이미지 위주의 가벼운 책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책을 받아 읽다보니 와인과 관련된 각종 용어의 정의, 와인의 역사, 와인의 종류, 와인 간의 차이점과 그 원인, 와인을 즐기는 방법, 유명한 와인 산지의 소개 및 해당 와인의 특색 등 굉장히 넓고 깊은 정보를 담고 있다. 와인을 소개하는 책이기 때문에 많은 이미지가 삽입돼 있는데, 한두 개의 이미지가 전체 페이지를 뒤덮는 것이 아니라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한 용도로 작고 정갈하게 배치되어 있다. 


와인은 포도를 발효시켜 만들어지므로 포도의 품종, 지역, 그리고 기후 등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어느 지역의 어떤 품종의 포도로부터 얻어졌고 가공 단계가 어떠했느냐에 따라 와인의 색, 향, 맛 등 와인을 구분짓는 요소들이 결정된다. 전통적으로 와인시장에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와인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하지만 최근에는 아메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지에서 생산된 와인들도 호평을 받고 있다. 같은 나라라 할지라도 토양, 위도, 품종, 작황에 따라 와인이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저자는 프랑스에서만 10곳이 넘는 지역을 소개하고 생산지역에 따른 와인의 특성을 말한다. 와인에 문외한인 나조차도 자주 들어본 보르도, 보르고뉴, 샹파뉴 등을 포함해 이름부터가 낯선 코트 뒤 론, 쥐라와 사브아 등도 소개되고 있다.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칼의 와인이 지역과 품종에 따라 그리고 양조방식에 따라 얼마나 다양하게 생산되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유럽 외의 지역들에서 생산되는 와인들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소개된다. 


와인을 보게됐을 때 가장 먼저 눈이 가는 것이 라벨인데 와인병의 라벨에는 그 와인이 갖는 특정 정보들을이 담겨 있고 국가에 따라 와인의 표기에 반드시 넣어야 하는 항목들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와인 입문자를 위한 Wine Book>은 여러 와인을 소개하면서 각각의 브랜드 라벨을 이미지로 삽입해 와인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라벨을 소개한다. 무심코 지나치거나 그저 '예쁜 문양이다'라고만 여겼던 라벨에는 생산 국가, 빈티지, 품종, 등급, 구제적 원산지 등 와인의 기본이 되는 중요한 정보가 담겨 있다. 



한국에서도 와인을 생산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많은 지역에서 다양한 와인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와인 입문자를 위한 Wine Book>을 통해 알게 됐고, 해외에서는 와인을 포도로 만든 것만을 지칭하는데 반해 국내에서는 포도 뿐 아니라 과실로 만든 술을 와인이라고 표기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익히 아는 오미자, 사과, 머루에서 만든 술도 넓은 범위의 와인에 속한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됐다. 



<와인 입문자를 위한 Wine Book>은 와인을 개봉하는 법, 맛있게 즐기는 법, 보관하는 법을 알려주고 소비자를 위한 노하우를 전달하면서 글을 마무리 하고 있다. 처음부터 비싼 와인을 찾기 보다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와인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며 상업적이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와인부터 시작해 금전적 여유가 됐을 때 소량만 생산되는 고급 와인으로 다가서기를 권한고 있다. 가격은 와인의 가치를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며 개인마다 취향이 다양하므로 자신에 맞는 옷을 찾듯 자신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와인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처음 <와인 입문자를 위한 Wine Book>을 펼친 후 낯선 내용이 태반인지라 공부하는 수험생의 마음으로 읽어 나갔다. 진정한 와인 초보의 입장에서 이 책은 기본 내용과 깊이를 더한 내용을 두루 포함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나중에 내가 와인과 관련된 많은 책들을 더 읽은 후에는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와인 입문자를 위한 Wine Book>은 와인의 전체적인 개념을 잡고 와인의 원산지와 종류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탄탄하게 짜여져 있다. 그러나 (저자도 여러차례 지적하는 바처럼) 결국은 다양한 와인을 자주 음미해봐야 그 특색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추후에 와인을 접하는 자리에서는 와인의 라벨부터 색, 향, 맛 등을 조금 더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제껏 어떤 책을 리뷰할 때 보통 책에 담긴 대략적인 내용을 간추리고 그에 대한 감상을 적곤 했는데 <와인 입문자를 위한 Wine Book>은 그러기가 힘들었다. 전체적 줄거리를 가진 이야기라기보다 방대한 정보의 전달에 치중한 책이기 때문인데 사전을 읽고 줄거리로 요약하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결국 와인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위해서는 반복된 학습이 필요하고 색인을 이용해 부족한 내용을 알아보고 지식을 축적해 나가는 작업과 와인을 즐기는 작업을 병행/반복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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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개정판
김훈 지음 / 푸른숲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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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작가의 소설을 몇 편 읽으며 공통적으로 느낀 바는 일상적인 단어로 만들어내는 문장이 지닌 마술같은 변화이다. 늘상 읽고 듣는 단어들을 조합해 새로운 어떤 것을 만들어내는 재주가 그의 작품 곳곳에 녹아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집중하고 몰입하고 감탄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이번에 읽게 된 <개>는 2005년에 발간된 작품의 개정판이다. 오래 전 읽었다는 기억과 잔향만 남아, 전반적 줄거리조차 희미해져 버린 <개>를 다시금 읽게 됐다. 


<개>는 진돗개 '보리'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람들의 세상이다.  어린 보리, 청년이 된 보리, 그리고 성년이 된 보리가 겪는 경험을 통해 우리는 약간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된다. 주인공 보리는 한 마리의 개로써 긍정적이고 씩씩하게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자신의 코와 수염과 굳은 발로 스스로 터득해 나간다. 보리의 모습은 사람의 기준에 비춰보자면 단순하기 그지 없지만 그의 삶은 작은 것들에도 신비함을 느끼고 어디서든 행복을 발견한다. 개보다 훨씬 지능이 높은 인간의 삶이 온갖 불만과 불행으로 얽매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보리에게도 슬픔이 없진 않다. 맏형을 일찍 떠나보내야 했고 어미와 헤어져야 했으며 다른 형제들과도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그리고 김춘수의 '꽃'의 한 구절처럼 "주인님이 보리! 하고 나를 부를 때, 나는 비로소 이 세상의 수많은 개 가운데 한 마리가 아니라 주인님의 개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하게 만든 주인의 죽음을 마주해야 했다. 보리는 군자(君子)처럼 생각한다. "지나간 날들은 개를 사로잡지 못하고, 개는 닥쳐올 날들의 추위와 배고픔을 근심하지 않는다.


보리는 즐겁다. 자신이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알아가는 것도 즐겁고 주인들의 곁에서 그들과 함께하고 그들을 지키는 것도 즐겁다. 보리에게는 어떤 것도 싫증나지 않고 어떤 시간도 충만하지 않은 때가 없다. 스쳐지나는 바람 한 조각, 땅에서 올라온 희미한 내음, 숲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조차 보리를 기쁘게 할 수 있다. 겨울이면 봄을 기다리고 여름이면 다시 겨울을 기다린다. 겨울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온 세상이 빛과 힘으로 충만한 봄이여서 고대하는 것이며 여름이 싫어서가 아니라 겨울에는 별들을 가까이 볼 수 있어서 고대하는 것이다. 보리에게 삶이란 아름답고 신비로운 여정이다. 풍경도, 계절도, 사람도 아름답다. 그러나 정작 사람은 그들 자신과 세상의 아름다움을 깨닫지 못하고 사는 것 같아 보리를 의아하게 한다. 


보리는 흰순이를 만나 사랑을 배운다. 누가 그것을 사랑이라 일깨워주지 않았기 때문에 당사자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모를 수 있지만 사람의 기준으로 보자면 '사랑'이 맞는 것 같다. 흰순이를 만나는 길에는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악돌이라는 덩치 큰 개를 이겨내야 한다. 악돌이는 심술굳게 다른 개들을 윽박지르고 초라한 행색의 사람을 무시하지만 말끔한 차림의(지위가 높아보이는) 사람에게는 저항하지 않는 얄미운 개다. 보리는 갈등한다. 자신보다 훨씬 크고 강한 상대를 마주해 넘어서야 하는 상황, 보리는 이런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지 고민한다.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보리는 회피하지 않는다.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딜 수 있는 것인지, 그에 대한 해답이 없다면 해답이 없다는 사실만이라도 확인하고 싶어한다. 


보리는 모험을 즐긴다. 도전을 받아들인다. 무섭다고 돌아서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이별이 왔을 때조차 '지나간 날들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단지 '우우, 우우우, 우우우우~' 하고 짖으며 추억을 남길 뿐이다. 





<개>를 통해서도 김훈 작가의 달필을 접하게 된다. 글을 참 잘 쓰신다. 초등학생들도 알만한 단어들을 조합해 몇번씩 되내여 볼만한 문장을 만들어 낸다. 주인이 고깃배를 타고 출항하는 모습에서 '달의 부름을 받아 떠나는' 것으로 표현하는 장면처럼 번뜩이는 재치가 <개>의 곳곳에 묻어있다. 또 어떤 장면에서는 글들이 책에서 나와 스크린에 재생되는 것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눈발이 점점 굵어졌다. 바람이 눈을 휩쓸고 몰아갔다. 흰순이의 모습은 바람 속에서 나타났고, 바람 속으로 사라졌다. 바람이 멈추고 눈발이 곱게 내릴 때, 흰순이는 눈 속에서 희미한 윤곽만 보였고, 바람이 눈을 휩쓸어갈 때 흰순이는 바람이 쓸어가는 눈 속으로 사라졌다가 바람이 잠들면 다시 희미한 윤곽으로 나타났다." (171 페이지) 


<개>는 어른을 위한 동화다. 잔잔하고 서정적이고 교훈적이다. 보리의 가치관은 무척이나 단순해 보이지만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시간 속에서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다. 인생에 정답은 없겠지만 삶의 방향이 '행복 추구'라면 보리를 통해 '내가 너무 복잡하고 각박하게 사느라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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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화학 - 엉뚱하지만 쓸모 많은 생활 밀착형 화학의 세계
조지 자이던 지음, 김민경 옮김 / 시공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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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화학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그로인한 결과는 어떠한가를 추적하기 위해 저자 조지 자이던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 에너지의 하위로부터 출발한다. 식물은 광합성이라 불리우는 과정을 통해 6개의 이산화탄소 분자와 6개의 물 분자를 태양에너지의 도움을 받아 1개의 포도당(저자는 설탕으로 말하기도 한다)과 6개의 산소 분자를 형성한다. 만들어진 포도당은 에너지원으로 쓰이거나 소정의 과정을 거져 녹말과 지방의 형태로 저장되기도 하며 질소 분자를 흡수해 단백질을 합성하기도 한다. 식물이 만든 당류, 지방, 단백질 등은 식물을 섭취하는 동물들에 흡수되어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진화는 개체의 존속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는데 식물의 경우는 동물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독성 화합물을 합성하는 방식을 취했고 동물은 식물의 방어체계를 무너뜨리기 위한 화합물(효소 등)을 만들어내는 방법으로 대응했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음식물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사냥이나 채집으로 얻을 수 있는 모든 음식물이 무해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정한 방법으로(가공으로) 유해한 상태(물질)를 무해한 상태(물질)로 변화시켜 섭취해야 했다. 예를 들자면 안데스 산지의 아이마라 부족은 감자의 독성을 중화시키기 위해 점토를 같이 복용하는 방법을 고안해냈고 감자의 보관 기간을 늘리기 위해 오늘날의 동결 건조법과 유사한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카사바(고구마처렁 덩이뿌리를 탄수화물 공급용으로 먹는 구황작물의 일종)가 가진 시안화물(청산가리)을 제거하기 위해 카사바를 으깨고 체로 거르고 건조시키는 방법을 쓴 것도 독소를 제거하기 위한 가공법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음식물이 유한하고 계절과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남는 음식물을 오래 보관하는 것은 인류의 생존에 큰 도움이 된다. 온갖 미생물이 사체를 공격해 부패시키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고자 건조, 동결, 발효 등의 방법으로 식량의 가용 기간을 증가시켰다. 음식물에서 독소를 없애거나 보관 기간을 늘리는 방법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용됐지만 이런 것들에 화학 작용이 관여한다는 점은 비교적 최근에서야 밝혀졌다.

실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것들이 화학작용을 통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흥미롭다. 담배는 기호식품으로 분류되지만 발암가능성과 다양한 질환과의 연관성이 있다는 이유로 아주 큰 지탄을 받고 있다. 담배는 적어도 5,700개 이상의 성분으로 구성돼 있으며 그 가운데 적어도 수십 가지의 성분이 암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담배의 발암물질이 인체로 들어오면 세포의 DNA와 결합하게 되고 DNA는 손상을 일으킨다.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작업이 이뤄지지만 온전히 수정이 안됐을 때 돌연변이가 발생하게 된다. DNA에 각인된 돌연변이는 세포의 기능에 영향을 주고 특히 세포의 분열과 연관된 부분에 돌연변이가 발생해 증식을 억제하지 못하면 암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증가한다. 흡연자가 폐암에 걸릴 확률은 10-20 퍼센트 정도이며 비흡연자에 비해 약 11배 높은 수치이다. 담배의 성분은 암 뿐 아니라 각종 폐질환과 심혈관질환과의 연관성도 높다. 이런 해악을 낮추기 위해 발암 물질을 적게 한 전자담배가 개발됐는데 전자담배도 일반담배보다 덜할 뿐 비흡연보다는 훨씬 유해하다.

태양에너지는 식물에서 광합성을 가능케하고 인간에게는 비타민 D를 합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태양에너지가 과잉공급되면 피부는 화상을 입거나 피부암을 일으키기도 한다. 담배의 발암물질처럼 태양의 광자가 DNA의 배열에 영향을 주고 이를 올바로 수리하지 못하면 돌연변이를 야기하게 되며 돌연변이의 위치가 DNA의 중요부위에서 발생했다면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외선 차단제는 본디 피부가 햇볕에 타는 것을 방지하게 만들어졌는데 주 성분은 옥시벤존과 산화아연이다. 옥시벤존과 산화아연은 광자가 인체에 닿기 전 흡수해 광자에너지를 열에너지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피부를 보호한다. 자외선 차단제에는 SPF(sun protection factor, 일광화상 차단 지수)가 표기돼 있는데 이는 실험적으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 백인을 일광화상에 이르게 만드는 자외선의 양과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은 백인을 일광화상에 이르게 만드는 자외선의 양을 비교한 것으로 SPF 30 은 해당 자외선 차단제를 발랐을 때 일광화상에 이르는 자외선의 양은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았을 때보다 30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SPF가 높을수록 자외선 차단 효과가 높다고 생각할 수 있다. 

자외선 차단제를 일생동안 사용해도 인체에 해로운 영향이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알 수 없다이다. 자외선 차단제에 함유된 여러 성분들에 대한 FDA의 견해는 "GRASE(Generally Regarded As Safe and Effective)가 아닐 수 있음"이다. 산화아연과 이산화티타늄 2개 성분은 GRASE라고 인정되지만 나머지 성분들에 대한 판단은 보류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외선이 인체에 끼치는 발암작용과 일광화상을 고려하자면 자외선 차단제를 자주 바르는 것이 유용하다고 저자는 판단한다. 


커피와 초가공식품(간단히 말하자면 복잡한 가공과정을 거쳐 탄생한 식품)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지난 세기 중후반 커피는 각종 암과 질병과 연관된 유해식품으로 인식되었다. 언론과 의학계는 커피의 유해성에 대한 보고를 지속적으로 쏟아냈고 커피로 인해 심장병, 폐암, 고관절 골절, 고혈압 등이 위험이 증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견도 적지 않았는데 새로운 보고들은 커피가 심혈관 질환이나 암의 발생 비율을 낮춘다는 정반대되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까지도 이런 유해함과 유익함과 관련된 결과가 반복되는 상황에 남겨져 있다. 초가공식품도 커피와 비슷한 형편에 놓여있는데 초가공식품을 구성하는 온갖 성분들 각각에 대한 연구는 요원하고 특정 성분에 대한 파편적 지식이 언급될 뿐 실질적으로 치토스 같은 초가공식품이 인체에 유해한지 유익한지 혹은 상관이 없는지 등에 대한 결론은 도출되지 않은 상태이다. 적어도 현재까지의 과학적인 관점에서는 우리가 적당량의 커피나 초가공식품을 섭취하는 것은 문제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 의학자, 영양학자 등이 수많은 연구를 발표했는데 왜 이것들은 일치하지 않는 결론에 도달해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을 알아보는 것은 우리가 어떤 연구의 결론을 접할 때 비판적 시각을 견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할 수 있다. 연구 결과가 중구난방으로 발표되거나 같은 주제에 대한 상반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다음의 이유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 연구자가 부도덕한 경우이다. 자신의 명성을 위해서나 필요에 의해 거짓된 실험결과를 제시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두 번째, 결과를 다루는 수학적 실수에 기인한 문제이다. 학술 논문 가운데는 기초적인 사칙연산조차 잘못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로인해 도출된 결론이 전혀 엉뚱하게 제시되곤 한다. 

세 번째, 절차상의 오류. 이것은 연구 과정에서 변수의 위치가 뒤바뀐다거나 연구집단을 정할 때의 오류 등에 의해 발생하고 결론의 값어치를 무의미하게 만들게 된다.

네 번째, 우연이라는 변수. 어떤 일에 대한 원인으로 제시된 것이 실제적 인과관계에 따른 것이 아닌 우연에 의해 작동한 것일 수 있다. 우연의 함정을 거르기 위해 연구에서는 p값(p-value)이 0.05 이하인 것을 통계적으로 유의하다고 평가하고 p값이 낮을수록 더욱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다섯 번째, p-value의 오용 또는 해킹, 연구에는 수많은 변수들이 상존한다. 특히 영양학적 연구의 경우 더욱 많은 변수를 가지는데 연구자는 이 수많은 변수 가운데 자신들에게 필요한 결과만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즉 A부터 Z까지의 변수 가운데 p-value가 유의하다고 판명된 A 변수에 의한 결과만을 선택해 발표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p-value는 절대적인 신뢰를 선사하지 않으며 상당히 객관적으로 설계하고 진행된 것처럼 보이는 연구조차도 맹신할 수 없게 된다. 

여섯 번째, 교란된 연관성이 연구 결과를 그릇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예를 들어 폐암에 관련된 연구를 하면서 흡연하면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을 보고 폐암과 커피가 관련되어 있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고 정작 폐암과 연관된 인자는 흡연인데 마치 커피가 폐암과 관련된 것처럼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일곱 번째, 연구 설계의 한계이다. 식품과 질환의 인관관계를 밝히는 연구는 대부분 관찰 연구로 제한된다. 연구에 따른 자본이 제한적이라는 문제점도 있지만 그보다는 연구 윤리적 측면에서 무작위 통제 실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을 진행할 수 없다.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밝히고자 한 그룹은 금연을 시키고 한 그룹은 흡연을 하도록 짜여진 연구 설계는 윤리적 측면에서 극렬한 비난을 맞딱뜨려야 할 것이다. 

이처럼 연구가 가진 각종 한계로 인해 우리가 접하는 많은 영양학적 이론들은 절대적 가치를 띠기 어렵고 분명한 인과관계로 설명하기도 어렵다. 때문에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들을 조합해 표층적인 인관관계를 추정하게 되고 비교위험도(relative risk)로 나타낸다. 


인간의 수명은 유전적 요인 뿐 아니라 다양한 생활습관과 관련돼 있다. 흡연, 음주, 초가공식품, 비만, 성별 등 광범위한 영역이 모두 수명과 관련돼 있는데 만약 최고로 모범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과 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했을 때 기대 수명이 어느 정도 차이가 날 지 궁금할 수 있다. 골초 흡연에 운동은 전혀 하지 않고 하루 30그램의 알코올 섭취하며 가장 덜 건강한 식단으로 살아가는 BMI 35 이상의 비만한 사람은 아주 모범적인 사람(비흡연, 주당 3.5시간 이상의 격렬한 운동, 아주 낮은 알코올 섭취, 가장 건강한 식단, BMI 23~25)에 비해 기대 수명이 20년 정도 낮다. 아주 모범적인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의 기대수명이 94세라면 아주 불량한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의 기대수명은 74세이다. 이것이 얼마나 크게 다가오는가는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위에 언급한 각각의 변수에 따른 기대수명 차이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위협의 정도와 대응 의지도 개인에게 맡겨질 부분이다.





<오늘의 화학>은 화학과 실생활과 접목시킴으로써 과학이 지닌 차가운 느낌(지적 완성, 난해함, 일상과의 거리감 등)을 완화시켜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에너지의 원천인 식물의 광합성으로부터 초가공식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재미있게 다루고 있다. 위 리뷰에서 간략하게 언급된 사항들, 이를테면 담배, 썬크림, 커피 등이 어떤 화학작용으로 인체에 영향을 끼치는지를 상당히 구체적이며 논리적으로 설명해준다. 일상적인 것들의 내부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화학작용의 종류와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쉽게!!


<오늘의 화학>은 어렵고 깊이 있는 책이라기 보다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과학 상식을 전달하고 있다. 일상 생활의 과학적 해석과 더불어 과학적 연구가 갖고 있는 한계를 덧붙여 설명함으로써 어떤 연구 결과를 대할 때 어떤 점들을 유의해서 봐야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재미로 그리고 상식을 넓히기 위해 읽기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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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징 브레인 - 생생한 뇌로 100세까지 살아가기
티머시 R. 제닝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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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쇠퇴도 암울한 미래지만 인간에 대한 가장 섬뜩한 전망은 정신이 빠져나간 육체다.

- 토머스 제퍼슨, 존 애덤스에게 보낸 편지(1816년 8월 1일) -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뇌의 역량이 감소하고 있음을 체감하곤 한다. 내가 기억하는 것들에 대한 믿음이 줄고 '내가 생각하는 것이 과연 객관적 사실인가'라는 의문도 증가한다. 가장 총명했을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생기고 앞으로 나의 뇌가 지금보다 더 쇠퇴해가는 모습을 떠올리면 다소 씁쓸해진다. 시간을 잡을 수도, 노화를 막을 수도 없지만, 뇌가 세월에 침식당하는 속도를 제어할 수 있다면 나이든다는 것에, 노년이 된다는 것에 대한 반감이나 걱정이 덜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에이징 브레인>을 읽게 됐다. 


저자 티머시 R 제닝스는 미국의 정신과 및 신경과 의사이자 신경약리학자이다. 환자를 진료하고 많은 강연을 하며 축적된 지식과 가족이 알츠하이머병으로 고생한 경험을 토대로 '뇌 기능'을 강화시키고 오래토록 유지하기 위한 방법들을 소개하고자 <에이징 브레인>을 집필하게 됐다고 한다. 




암은 육체를  잠식하지만 치매는 정신을 잠식한다. 인류의 수명이 연장되어 노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진행하는 현대 사회에서 치매의 위험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 세기 전(1900년대) 인류의 최대사인은 감염성 질환이었으나 현대의 주된 사망은 심혈관질환, 암, 뇌졸중, 만성 페질환, 알츠하이머병 등이다. 과학과 의학의 발전으로 인간의 수명은 연장됐지만 삶의 질을 고려해보자면 오래 사는 것 자체를 축복이라고 하기 어렵다. 삶이란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노화란 무엇인가?

노화의 사전전 정의는 '사람이 생존하거나 사물이 존재하는 기간'에 초점을 맞추지만 <에이징 브레인>이 다루는 노화는 '삶의 햇수와 더불어 늙어가면서 활력과 기능이 서서히 감퇴하는 현상을 총칭'한다. 시간은 만인에 공평하게 적용되지만 노화의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유전적 요인, 개인의 성향, 교육이나 통찰의수준 등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노화의 정도는 차이를 보인다.


인간의 뇌는 체중의 1~2 % 정도의 무게를 차지하지만 전체 에너지의 20 % 가량을 소비하는 이채로운 기관이다. 신체의 많은 장기의 궁극적 목표는 뇌 기능의 유지와 보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뇌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육체적 건강이 필수적이고 뇌의 유연성을 적극 활용해 뇌를 자극하는 빈도를 높여줌으로써 뇌기능을 강화시키는 훈련이 필요하다. 근육처럼 뇌기능도 용불용의 법칙을 따르는 것이다.


노화처럼 뇌도 선천적, 후천적 영향을 받는다. 뇌의 발달은 유전적 요인으로부터 인생 전반의 육체적 정신적 활동에 영향을 받는다. 태아의 뇌는 가변성을 지니고 있어 흡연, 알코올, 영양 상태, 오염물질에의 노출, 사랑받고 자유로운 환경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유전자는 물리적(예, 방사선), 화학적(예, 탄 음식 섭취), 생물학적(예, 바이러스) 요인에 의해 변이를 일으켜 이전과 다른 기능을 발현시키기도 하는데 대부분의 변이는 개체의 항상성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유전자란 고정된 결과물이라기보다 지속적인 변화를 거치는 유기체이므로 위에 언급한 상황들에 의해 변화할 수 있으며 이렇게 형성된 유전자는 후대로 이어져 세대를 뛰어넘는 변화를 초래한다.


노화는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지만 그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노화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는 당분 섭취를 줄이고 비만을 경계해야 하며(스트레스, 만성 염증, 수면 부족, 유전자 변형 식품을 피하는 방법으로) 술/담배 같은 유해식품을 멀리해야 한다. 악기를 연주하거나 글을 쓰거나 퍼즐을 푸는 등의 정신활동은 신경세포의 생성 및 신경세포 간의 연접부를 증가시켜 뇌 회로를 복잡하게 만들고 뇌 기능의 효율을 증대시킨다. 건강한 수면이 신체 건강과 업무 수행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점은 많은 연구결과가 뒷받침해주고 있다. 성인기준 하루 7~8 시간의 수면시간이 적절한데 단순히 시간을 충족시키는 것이 아닌 수면의 4단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건강한 수면이 중요하다. 잦은 수면제 복용은 수면의 질을 낮추고 기억력과 인지력을 저하시키므로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흔히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 말한다. 비만과 수면장애도 스트레스와 연관돼 있으며 스트레스로 인해 노화가 촉진된다. 인간에게는 일과 휴식의 분배가 필수적이고 일부러라도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는 시간을 배정해 스스로를 쉬게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 스트레스는 소음을 비롯한 도시환경으로부터도 촉발될 수 있기에 도심을 벗어나 자연을 접하는 기회를 자주 가짐으로써 해소할 수 있다. 인간의 의지와 신념도 뇌 건강과 관련돼 있다. 주체성을 가지고 이성에 기반한 건강한 신념을 가진 이들은 자연법과 조화를 이루고 뇌 건강을 촉진시키게 된다.


치매를 예방하고 뇌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효과적인(검증된) 방법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오메가 3 지방산(EPA와 DHA)은 뇌의 건강에 필수적이며 이런 지방을 고농도로 보유한 사람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낮아진다. 

2. 은행잎 추출물은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한다고 밝혀지진 않았지만 인지력과 기억력을 향상시킨다고 여겨진다. 

3. 비타민 D가 적정할 혈중농도를 유지하지 않으면 조기 사망과 치매의 위험이 증가한다. 

4. 커큐민(강황)의 항염증 효과는 알츠하이머병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5. 호두를 하루 한 줌씩 섭취하는 것은 알츠하이머병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 

6. 녹차와 커피 등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가 뇌의 인지력과 기억력을 향상시킨다. 

7. 석류 주스는 항염증 인자가 풍부하고 뇌의 베타아밀로이드 축적을 억제하여 알츠하이머병의 발병률을 낮춘다. 

8. 비타민 C와 E는 항산화제로서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을 낮춘다. 

9. 보조식품으로 N아세틸 시스테임(NAC)를 복용하면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이 낮아진다. 

10. 비타민 B12와 엽산은 필수 비타민이며 결핍되었을 때 치매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보충해주는 것이 좋다. 

11. 호르몬 대체요법을 폐경 후 5년 이내에 시작하게 되면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이 낮아진다. 

.....




<에이징 브레인>은 뇌의 기능을 유지하여 알츠하이머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여러가지 수단을 알려주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과 기전에 대한 설명과 함께 실생활을 개선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린다. 각 챕터의 말미에 '실천사항'을 넣어 뇌건강을 영위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조언하고 있다. 


뇌건강을 위한 비책(?)이란 신체를 단련하는 운동처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데 생활 습관과 식습관의 개선 그리고 정신활동의 추구를 요구한다. 유해환경으로부터의 탈피와 해가 될 수 있는 기호 물품(술, 담배, 특정 식품 등)으로부터 거리를 두라고 조언하고 비만과 스트레스를 경계하라고 말한다. 이런 점들은 비단 알츠하이머병의 예방 뿐 아니라 건강한 신체를 얻기 위한 방법이기도 한데 실천하기가 쉽지만은 않으리라 생각한다. 


세상에 공짜가 없는 것처럼 '건강한 뇌'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노력과 자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저자가 제시하는 많은 방법들 가운데 쉽게 개선할 수 있는 부분들부터 실행에 옮겨보도록 해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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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미국사 - 미국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
폴 S. 보이어 지음, 김종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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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1492년) 이후 꿈을 좆거나 종교적 자유를 찾아 신대륙으로 이주한 유럽인들에 의해 건설된 미국이라는 나라는 후발주자의 위치였지만 건국(혹은 독립) 후 1세기 가량이 경과했을 무렵 이미 강대국으로 성장했고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초강대국으로 우뚝 섰다. 제 2차 세계대전의 종식 후 소련과 함께 냉전시대를 이끌었고 현재는 중국의 급부상으로 세계 최강국이라는 지위를 위협받고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미국의 국제적 위상은 건재하다. 


세계를 주도하는 위치에 있고 한국과도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의 미국이기에 이 나라의 역사를 알아보는 것은 흥미와 교훈을 줄 것으로 생각해 <세상에서 가장 짧은 미국사>를 읽게 됐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미국사>는 총 9개의 장(chapter)으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장에는 인류의 조상이 아메리카 대륙에 닿은 1만 5천 년 전부터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발견과 유럽인들의 이주를 짧게 담고 있으며 마지막 9번 째 장에는 1968년부터 2011년에 걸친 시기의 미국이 마주한 문제점과 그에 대한 대응책을 서술하고 있다. 




초창기 미국은 독립전쟁(1775 - 1783)을 거치며 미연방으로 결속되기 전까지 유럽의 이주민들에 의해 구성된 느슨한 연합체였다. 17-18세기 미국의 동부 해안가에 정착한 유럽인들은 정치적/경제적 이유로 서부로 진출해 나갔으며 그 과정에 토착민(인디언)과의 마찰이 발생했고 가끔은 우호적으로, 대부분은 무력을 사용해 그들을 제압했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식민지 쟁탈전(1756 - 1763)에서 영국이 승리함으로써 영국은 신대륙 동부의 대부분을 장악하게 되었다. 전쟁으로 인한 손실을 식민지로부터 만회하려했던 영국은 설탕세법이나 인지세법과 같은 법령을 제정해 미대륙에 과도한 부담을 안긴다. 이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다 1773년 '보스턴 차사건'이 발생했으며 이내 미국 독립 전쟁으로 이어진다. 식민지의 12개 주가 연합해 영국에 대항해 승리했고 1783년 파리조약으로 미국의 독립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된다. 


독립 전쟁에서 연합군을 이끌었던 조지 워싱턴이 미국의 초대 대통령으로 취입하고 비슷한 시기 미국 연방법을 제정해 미연방이라는 이름 아래 여러 주(state)를 하나로 결속시킨다. 미국의 동부 해안가로부터 시작된 미국은 프랑스로부터 루지애나 주를 구매하고 스페인으로부터 플로리다 주를 할양받음으로써 영토를 서쪽으로 넓혀갔고 멕시코와의 전쟁을 통해 남서부 지역의 영토를 획득함으로써 현재의 미국과 유사한 국경을 손에 넣게 된다. 


미 연방은 독립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결속이 다져지긴 했지만 미 북부와 남부는 경제적으로 이념적으로 다소 차이를 갖고 있었다. 북부가 주로 농업과 목축 등에 의존했다면 남부는 목화와 담배에 의존하고 있었고 북부는 진보적 성향이었다면 남부는 보수적 성향이 강했다. 미국이 독립하며 주도적으로 연방을 이끌었던 북부는 자연권 사상을 표방하며 노예제에 대한 회의감을 표했지만 미 연방의 유지를 위해 (노예제를 지지하는) 남부의 눈치를 살펴야 했기 때문에 노예제는 유지되고 있었다. 19세기 영국을 비롯한 유럽과 미국에서 노예제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노예제를 둘러싼 북부와 남부의 갈등은 심화되다가 1861년 남부주들이 남부 연합을 결성해 북부 연합으로부터 탈퇴하면서 독립 전쟁이 터진다. 4년에 걸친 치열한 전쟁에서 북부 연합이 승리함으로써 노예제가 폐지된다. 


내전이 끝난 19세기 후반의 미국은 산업화에 박차를 가해 20세기 초가 되자 유럽의 산업 강국에 버금가는 성공을 거둔다. 산업화는 물질적 번영을 선사했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자면 빈부 격차, 천민 자본주의, 인종 주의, 남녀 차별 등의 수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었다. 이에 대하여 자성과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고 정치인들도 여기에 관심을 쏟게 됐다. 노동자와 소외 계층에 대한 배려를 수반한 정책들이 펼쳐졌고 규제 되지 않는 기업들에 대한 감시와 처벌도 강화되었다. 


1914년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미국은 중립을 표방했다. 여러 국가의, 여러 인종으로 구성된 미국이 중립을 주장하는 것은 정당해 보였다. 그러나 1915년 독일의 잠수정이 미국인이 다수 탑승한 여객선을 침몰시킨 데 대해 미국이 항의하자 독일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아 1917년 미국이 참전하게 된다. 연합국의 승리로 막을 내린 제 1차 세계대전에 대한 해결을 위해 1919년 베르사유 강화회의에 참석한 윌슨(당시 미국 대통령)은 전범국에 대한 과도한 배상을 요구에 실망하고 소련의 공산주의에 위기의식을 갖게 된다. 이 때 처음으로 윌슨에 의해 상설 국제기구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제 1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린 후 미국 경기는 잠시 호황을 누렸다. 1920년대 자동차, 라디오, 가정용 전자제품들이 끊임없이 생산되었고 건설도 호황을 맞았다. 그러나 1920년대 말 소비가 줄고 생산품은 남아 도는 상태가 이어졌고 1931년 전세계에 찾아온 디플레이션으로 대공황이 발생했다.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루즈벨트에 의해 뉴딜 정책이 시행됐고 공공 부문에서 각종 사업이 진행되면서 대공황은 점진적으로 회복되었다. 뉴딜 정책으로 어느정도 회복된 미국의 경기는 제 2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완연한 회복을 보인다. 미국은 대공황을 극복하고 호황을 누렸으며 여성과 아프리카계 흑인들의 사회참여 기회도 확대되었다. 독일과 일본은 완전히 파괴되었고 유럽과 소련은 막대한 피해를 입은 반면 본토에 영향을 받지 않은 미국은 세계 초강대국의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전후 동맹국이었던 영국, 미국, 소련은 흩어졌고 소련은 공산주의 진영의 확산에 힘썼다. 미국이 소련의 공산주의의 팽창을 저지하고자 맞서면서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시작됐고 이 두 강대국은 군비경쟁에 돌입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냉전의 결과로써 한국전쟁으로 발발한다. 한국 전쟁이 1953년 종결된 후에도 미국과 소련의 대립은 해소되지 않았고 1962년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세움으로서 절정에 이른다. 핵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 소련과 미국은 한 발씩 물러나는데 동의한다. 미국은 쿠바를 침략하지 않겠다고 서약하고 소련은 쿠바에서 미사일을 철수한다.

미국은 전후 엄청난 경기 호황을 누렸지만 빈부격차, 인종 차별, 이민자 문제 등은 심화되었다.

남북전쟁 후 명목상으로는 노예제가 폐지됐지만 사회 곳곳에, 특히 남부주들에서는 인종차별이 공공연하게 행해졌고 이에 대한 저항이 거세진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차별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으며 마틴 루서 킹 주니어가 전국적으로 흑인 인권 운동을 이끌었고 1957년과 1964년 민권법이 제정되었다.

1960년대 냉전의 폐혜는 베트남에서 드러났다.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북베트남에 의한 베트남 통일이 '도미노 효과'를 불러오리라 두려워 한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 본격적으로 참전했다. 예상과 달리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우세를 점하지 못한 채 전쟁은 장기화됐고 미군은 수십 만 명의 사상자를 냈다. 반전시위가 미 전역에서 진행됐고 그동안 억눌렸던 억압을 쏟아내듯 인종차별과 빈부격차 등에 대한 시위도 잇따랐다. 정치적 인종적 소요가 한창이던 혼란기에 젊은이들은 기존 사회의 테두리를 벗어나 록 음악에 심취하고 마리화나를 피우며 머리를 기르고 환각제를 복용하는 등 반문화(counterculture)에 빠지기도 한다.


1970년대에 들어 미군이 베트남에서 철수하면서 반전시위도 잠잠해졌으나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지면서 이듬해 닉슨 대통령이 사임했다. 1973년 벌어진 제 4차 아랍-이스라엘 전쟁에서 미국은 이스라엘 측에 섰고 아랍은 미국으로 석유수출을 금지하면서 석유파동이 발생했다.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실업률은 급등했는데 이는 1980년대 초반이 되어서야 회복될 수 있었다. 1989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1991년 소련이 붕괴되면서 반 세기를 거쳐온 냉전이 급격히 종식된다. 그러나 2001년 알케에다에 의한 9.11 테러로 미국 본토가 침략받는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테러와의 전쟁이 선포되고 미국과 이슬람 세력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 2008년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해 세상을 놀라게 한다. 같은 해 금융위기의 발생은 미국의 경기를 악화시켰고 경기 회복은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21세기 들어 중국이 보여준 급성장은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핵무기, 환경 문제, 기근과 기아, 질병 문제 등 국제적 공조가 필요한 사안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활의 확대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저자 '폴 S 보이어'는 미국사를 훑어보면서 <세상에서 가장 짧은 미국사>의 말미에 미국이라는 나라가 걸어온 길을 몇 개의 문장으로 표현한다. 미국의 탄생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도전에 직면했다. 지난 몇 세기 동안 미국이 도전 앞에서 보여준 정치적 회복능력과 창조적 대응 능력은 미국을 세계적 강대국으로 이끌었다. 부침이 있었지만 미국은 자유와 평등을 확대시켰고 공익을 촉진시켰다. 이것은 시민의 정치 투쟁과 행동주의에 힘입은 바가 크다. 미국이 가진 성격과 미국이 이룩한 성과로 미루어보아 미국이 일시적 패권에 그치기보다 더욱 오래 국가의 위대함을 떨칠 것으로 전망한다.


근현대 세계사와 맥락을 같이하는 미국의 역사는 짧은 시기에 대단한 성취를 이루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미국사>에 수록된 많은 이슈들을 얕게나마 알아봄으로써 미국사를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고 미국이라는 나라를 조금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미국이 현재 안고 있는 문제들 즉, 인종 차별, 빈부 격차, 이민자 문제, 국론 분열 등은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며 한국도 겪고 있거나 겪게 될 문제라 보여진다. 이런 문제들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야 할 지는 한국과 미국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이며 현명한 대처로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은 서로에게  값진 교훈이 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미국사>는 미국을 이해하는 데, 미국사의 핵심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되며 이 책을 통해 보다 넓은 미국사 혹은 세계사를 공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여긴다. 짧은 시간에 축약된 미국사의 주요 사건들을 살펴보기에 알맞은 책이라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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