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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어떻게 사회를 바꾸는가 - 모두를 위한 서비스 디자인 씽킹
진 리드카.랜디 살츠만.데이지 아제르 지음, 유엑스리뷰 리서치랩 옮김 / 유엑스리뷰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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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유무형의 것에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사회구성원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사회를 의도된 방향으로 이끄는 일을 하는데, <디자인은 어떻게 사회를 바꾸는가>는 디자인이 실생활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을 제시하고 디자인의 역활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 책의 화두인 디자인 씽킹은 어떤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의 변화를 상징하며 인간 중심적이고 기능 주도적이며 선택적이고 반복적이라는 특징을 띤다. 간단히 그림으로 설명하자면  혁신I에서 혁신II로 가는 변화인 것이다. 

 



디자인 씽킹의 이해를 위해 혁신II를 조금 더 살펴보자면 누구라도 혁신의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성과는 다를지라도)에서 어떤 문제에 직면해 타당성이 있는 다양한 해결방안을 실험적으로 테스트하고 가장 적절한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설명할 수 있다. 아이디어가 나오면 그것이 적절한지 가늠해보고 테스트를 거쳐 적절성 여부를 판가름하고 피드백을 가동시켜 합리적 결론에 이르게 된다. 


디자인 씽킹의 과정에 직면하게 되는 4가지 질문이 있다. "먼저 무엇이 보이는가?"는 현실의 상태를 반영하는 질문이다. 두번째로 "무엇이 떠오르는가?"는 현재상태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것이다. 세번째, "무엇이 끌리는가?"는 다양한 아이디어 가운데 어떤 것을 우선 테스트할 지 결정하는 것을 의미하며 네번째 "무엇이 통하는가?"는 프로토타입으로 테스트를 거치며 어떠한 컨셉트가 가장 효과적인지를 파악하고 개선하면서 아이디어의 가치에 대한 확신이 들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무엇이 보이는가 -> 무엇이 떠오르는가 -> 무엇이 끌리는가 -> 무엇이 통하는가]의 흐름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디자인 씽킹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디자인 씽킹은 소수의 특정인, 즉 전문가에 의한 의견제시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디언 보호 구역의 의료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전자 키오스크의 사용을 구상했던 말리자나 자폐아의 처우 개선을 위한 킹우드를 제안한 자폐자녀를 둔 스테파니 설리의 경우처럼 혁신 여정의 시작은 누구에게서든 나올 수 있다. 


디자인 씽킹이 중요한 이유는 위에 서술한 바와 같이 인간적이고 기능적이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사회환경을 구성하기 위함이다. 디자인을 요하는 상황에 따라 규모가 달라질 수 있겠으나 거의 대부분의 사회활동에 적용가능하며 디자인 씽킹이 원활히 구동한다면 진일보한 환경을 영위하게 된다. 





최근 창업을 준비하다보니 공간 인테리어에서부터 명함 디자인처럼 작은 부분까지 세심한 신경을 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직원들이 활동하기 편한 동선과 고객들의 편의를 고려한 배치 그리고 기업의 로고나 캐치프레이즈, 하다못해 명함의 색깔조차도 임직원과 고객의 감정을 고려해 결정하게 된다. 아주 작다고 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면서도 최적화된 디자인을 찾고자 의견을 제시하고 검토하고 가상으로 실행해서 보완점을 발견해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디자인은 어떻게 사회를 바꾸는가>는 나의 주관적 경험인 소규모 창업을 사회적 규모로 확대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으며 작동원리는 훨씬 복잡하다. 그러나 어떤 디자인이 성공적으로 만들어졌을 때의 파급력은 전사회적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세계적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디자인은 어떻게 사회를 바꾸는가>라는 제목이 주는 인상은 보통 디자인이라 칭해지는 것들인 특정 이미지나 브랜드를 떠올렸다. 그러나 이 책에 담긴 '디자인'이란 말은 인간의 손이 닿는 모든 것들을 지칭한다고 여겨질 정도로 넓은 영역을 아우르고 있다. 단체, 기업, 사회, 국가까지도 디자인의 범주에서 살펴볼 수 있으며 혁신적 변화를 겪으며 한단계 진보하는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의 사회적 문제는 수학 문제를 풀듯 정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인 경우가 많은데 이런 문제를 만나 가장 합목적적이며 합리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디자인 씽킹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겠다. 디자인이 미치는 사회의 진보의 많은 예시와 거기에서 디자인 씽킹의 역활을 알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유용한 책이 되리라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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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 자본주의 시대 - 권력의 새로운 개척지에서 벌어지는 인류의 미래를 위한 투쟁
쇼샤나 주보프 지음, 김보영 옮김, 노동욱 감수 / 문학사상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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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 자본주의" 

1. 인간의 경험을 무료로 추출하여 예측, 판매로 이어지는 숨은 상업적 행위의 원재료로 이용하려는 경제 질서

2. 상품과 서비스 생산이 전 지구적 규모의 새로운 행동수정 아키텍처에 종속되는 기생적 경제 논리

3.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부, 지식, 권력의 집중을 특징으로 하는 자본주의의 악성 돌연변이

4. 감시 경제의 토대를 이루는 틀

5. 19세기 및 20세기에 산업 자본주의가 자연에 가한 위협에 견줄 만한 인간의 본성에 대한 위협

6. 새롭게 등장해 사회를 지배하려 들고 시장 민주주의에 갑작스러운 도전을 제기하는 도구주의 권력의 기원

7. 총제적 확실성에 근거해 새로운 집단적 질서를 부과하려는 움직임

8. 위로부터의 쿠테타에 상응하는 중대한 인권 박탈, 즉 국민주권의 전복



감시 자본주의는 엄청나게 많은 인간의 행동을 공짜 원재료로 삼아 행동 데이터로 만드는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이다. 축적된 광대한 데이터의 일부는 품질 개선 등에 쓰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는 상품으로 활용돼 소비를 포함한 그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감시자본주의는 전례 없던 현상으로 이에 대한 공적 대책도 미흡할 뿐 아니라 감시 자본주의가 불러올 영향에 대한 예측도 불분명하다. 때문에 감시 자본주의의 면면을 탐색해 감시 자본주의의 조건, 작동 원리, 경제적 필요성, 가능한 부정적 결과 등을 파악하함으로써 감시 자본주의가 불러올지도 모를 폐해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있다.

감시 자본주의는 여러 테크놀로지를 이용하지만 테크놀로지 자체가 아니며 감시 자본주의를 작동시킬 플랫폼을 선택하고 알고리즘을 이용하지만 플랫폼이나 알고리즘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감시 자본주의의 본질은 자본의 이익이라는 경제적 필요성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감시 자본주의 시대>는 저자의 오랜 연구를 토대로 새롭게 대두된 감시 자본주의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 감시 자본주의의 토대와 전진 그리고 도구주의 권력으로의 진화를 살펴보고 있다.

우리의 조상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소위 현대성이라 부를 수 있는 가치를 획득했다. 전통적 규범으로부터 벗어나 개인의 삶을 부족이나 씨족의 공동체에 종속되지 않는 개별적인 무엇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최근에는 산업화 시대가 제공한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생존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는 경향이 커졌고 자의식은 더욱 확장되어 대중이라는 무리를 벗어나고자 하는 개인화가 진행되었는데 이런 현상을 '2차 현대성'이라 부를 수 있다. 2차 현대성의 획득은 선험적 사회 규범보다는 개인의 정체성을 보다 중요하게 여기게 했으며 이에 걸맞는 새로운 생활 방식으로의 전환을 불러왔다.

신자유주의가 낳은 각종 불평등한 결과물은 '2차 현대성'의 사람들에게 큰 반감을 샀는데, 자본수익율이 경제성장율을 초과해 세습 자본주의로 가는 사회의 모습은 개인의 능력과 주체성을 높은 가치로 여기는 사람들을 분노케했기 때문이다. 이런 혼란한 와중에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성장은 신자유주의와 디지털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현대성(3차 현대성)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여졌다. 애플을 예로 들자면 개인적인 자율성에 맞는 아이템을 구성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아이폰, 아이팟, 아이튠즈 등이 시판되었고 엄청난 인기를 누리며 새로운 시장을 형성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의 이점을 누리기 위해서는 '인터넷 약관'이라고 하는 관문에 '동의'를 해야했는데 이 동의를 통해 개인이 이용하는 수많은 정보와 접속을 자본가들이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면죄부를 제공하게 됐다. 디지털 공간에서 개인이 행한 접속과 획득한 정보는 공짜가 아니라 자본가들에게 엄청난 수익을 안겨줄 행동 데이터를 얻기 위한 대가가 되었으며 개인의 자주성과 존엄성을 위협할 수 있는 요소가 되었다.  


1998년 레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구글을 창립했을 때 구글이 제시하는 해방적이고 민주적인 정보의 제공에 3차 현대성에 속한 사람들은 흥분하고 지지를 보냈다. 수많은 사람들이 구글을 이용했으며 구글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다양해졌다. 이용자들이 구글에 접속하고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은 (이용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세세하고 광범위한 데이터를 남겼고 이를 통해 이용자의 생각과 감정과 관심을 구성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초창기에는 이 잉여의 데이터의 응용이 긍정적으로 작용해 사용자들이 남긴 흔적(행동잉여, 데이터)은 속도, 정확성, 관련성의 개선, 번역과 같은 부가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사용되어 구글과 이용자가 선순환 구조를 형성했다. 그러나 이런 선순환 행동 가치 재투자 사이클(behavioral value reinvestment cycle)은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구글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방안으로 행동잉여(데이터)를 활용한 표적형 광고를 시행함으로써 막대한 부를 창출해낸다.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감시, 포착, 확장, 구성, 탈취해 사용자의 패턴과 관심을 분석해내고 광고에 활용함으로써 개별 맞춤형으로 구성된 효효율성 높은 광고를 만든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감시 자본주의는 구글을 필두로 급속하게 정보 자본주의는 시장을 장악해 나갔고 구글을 비롯한 감시 자본주의자들은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보다 그들의 행동잉여를 토대로 만들어진 행동 예측을 판매하는 것이 훨씬 수익성이 높다는 점을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수익성을 맛본 감시 자본주의는 공급을 더욱 확장해 더 많은 행동잉여를 획득할 수 있게 됐고 더 정교한 예측과 구체적인 맞춤형 상품으로 부를 늘리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사용자들의 정보(행동잉여)가 강탈 당하고 가공되는 과정은 더욱 견고해졌다. 감시 자본주의 세력은 정부 및 정치인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수탈의 정당성을 부여받았고(적어도 묵인 하에) 자신들을 위협하는 법안이나 세력을 견제함으로써 체제를 유지했으며, 수탈은 정치적.사회적.행정적.기술적인 작전이 뒤엉켜 진행되었다. 수탈의 사이클은 네 단계의 침입(incursion), 습관화(habituation), 각색(adaption), 조준변경(redirection)을 거쳐 형성된다. 구글 서비스를 이용하며 남긴 사용자의 수많은 흔적이 침입 대상이 되며 간혹 침입에 대한 저항에 부딪히기도 한다. 저항이 발생한다 할지라도 저항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리는 습관화 단계를 거치며 조금씩 저항이 약해지는데 이를테면 법적 절차와 소송을 지연함으로써 사람들이 잊거나 불가피한 일로써 받아들이도록 유도했으며 필요한 경우 희생양을 설정해 거대 기업은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지만 유해한 한 인물이 저지른 부도덕한 행위로 몰아갔다. 프라이버시를 침해한 것이 명백하고 저항이 거세게 다가올 때는 문제가 되는 부분만을 각색해 사용함으로써 법망을 피해갔고 다른 수단을 가용해 목표(데이터)를 획득하는 조준변경을 수행했다. 수탈은 저자가 다루고 있는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애플 모두에서 자행되었고 이들 선두주자들 뿐 아니라 후발주자들이 감시 자본주의 시장에 진입함으로써 경쟁은 과열되고 있다. 


감시 자본주의의 경쟁의 심화는 단순히 행동잉여로부터 찬탈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넘어 얼마나 더 정교한 행동 예측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는가에 다다라 양적인 면과 질적인 면을 모두 잡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일부 학자들은 미래 사회에는 인터넷이 사라질 것이라 전망한다. 이것은 인터넷 자체가 없어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인터넷이 일상의 곳곳으로 완전히 스며들어 현재의 PC나 스마트폰이 없이 사용하게 될 것(유비쿼터스 컴퓨팅, ubiquitous computing)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 따라 감시 자본가들도 행동잉여의 추출과 행동예측을 동시에 수행해 사용자의 실생활에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리스 차량이 월부금이 입금되지 않으면 차량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차의 시동이 안걸리게 한다거나 차의 환수를 위해 차가 있는 위치를 알아낼 수 있도록 만들 수 있고 자동차보험사는 운전자의 운전습관을 모니터링해 보험료를 차등 적용시킬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생활의 곳곳에 적용될 수 있는데 이것은 다른 의미로 감시 자본가들이 행동잉여로부터 막대한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영역이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혁신과 기술의 발달에 따라 인간의 주체성을 다소 침해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시대의 숙명이며 불가피하다는 주장은 감시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발언으로써 감시 자본가의 수익을 늘리기 위한 수단이라는 실질적 사실은 감추려고 한다. 


인간의 경험(행동잉여)을 데이터화하는 작업을 랜더링(rendering, 어떤 것을 다른 것으로 바꾸는 인과적 행위 혹은 변화의 대상이 스스로를 그 변화 과정에 넘겨주는 행위)이라고 부를 수 있다. 당사자가 랜더링을 결정하고 그것을 통해 개인의 삶이 더 풍요로워지고 당사자만이 공유 및 활용의 유일한 결정권자가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랜더링은 당사자가 아닌 감시 자본주의에 따른다. 최근 감시 자본가들은 사용자의 행동잉여 뿐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내면의 감정들까지도 랜더링하고 있다. 디지털 비서와 같은 수단으로 개인이 갖는 욕구, 욕망, 감정까지도 수집하고 가공하여 감시 자본을 위한 재료로 쓰이는데, 개인의 온라인 및 오프라인 정보가 예측상품으로 탈바꿈 돼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사용자에게는 보다 개인적인 맞춤형 서비스를 얻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며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서는 보다 많은 사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어필한다.


수차례 언급되는 바이지만 랜더링의 목적은 복리증진이 아닌 감시 자본가의 수익이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지원할 수 있는 아키텍쳐가 제대로 구성된다면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추출 및 랜더링하여 사용자의 행동을 수정하거나 특정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actuation). 엑츄에이션은 조율(어떤 시간과 장소, 상황을 특정 행동을 하도록 설정하는 것), 유도(리스 차량의 월부금 미납 시 차량의 시동이 안걸리도록 하는 것과 같은 특정 행동을 행할 확률을 높이는 것), 그리고 조건화(파블로프의 조건/반응에 스키너가 추가한 강화를 이용해 특정 행동이 반복적으로 실행되게 하는 것)로 실현된다. 엑츄에이션은 개인의 주체성을 침범하는 심히 우려되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감시 자본가들은 교묘한 수단으로 법망을 피하면서 첨단 기술의 편의를 얻고자하는 사용자들을 감시 수익을 위해 방대한 정보를 제공해야하는 처지로 몰아넣는다. 거대 기업이 행하는 이 과정은 개인이 알아차리지조차 못하게 은밀히 진행되거나 저항에 부딪히더라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면서 진행된다.

감시 자본주의 하에서 개인은 행동잉여의 수집, 추출, 가공의 어떤 과정에도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며 결정권조차 부여받지 못한다. 인간 행동에 관한 방대한 지식과 사용은 감시 자본가들과 그들의 하수인들에게 허락되며 인간의 가치는 처음에 만들어진 원재료 공급원으로, 그 다음에는 보장된 성과를 위한 표적으로 전락하게 된다. 인간의 자유 의지는 개인의 미래를 설계하고 실천함으로써 예상되는 미래를 향해 다가서도록 한다. 그러나 감시 자본주의가 인간의 자율성을 침해함으로써 인간에게 주어진 고유의 선택권은 박탈당하고 있는 실정이고 이런 움직임은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더욱 침투적이고 더욱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감시 자본주의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현상으로 과거의 전체주의와 제국주의로 설명할 수 없다. '디지털 전체주의'라는 용어가 포용하기에도 부족하다. 감시 자본주의하에서는 감시 자본이 인간과 인간의 행동을 다른 사람들의 수익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도구주의'라고 칭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주의가 폭력 수단을 통해 작동한 반면 도구주의 권력은 행동수정수단을 통해 작동한다. 전체주의는 정치 프로젝트라면 도구주의는 시장 프로젝트이다. 감시 자본주의를 과거의 이론으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오히려 심리학자 스키너의 행동주의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스키너가 주장한 바에 따르면 인간이 자유 의지라고 부르는 것은 과학에서 우연이라고 부르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우리가 아직 그 원리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명명한 것에 불과하고 만약 인간의 지식이 충분히 깊어지면 인간의 '자유 의지'에 의한 것이라고 믿는 행동은 선행하는 환경적 이력에 영향을 받아 발생한 예측 가능한 것에 불과하다. 스키너의 관점에서 자유란 무지의 다른 이름이었다. 전체주의가 영혼의 개조를 갈망했다면 스키너의 행동주의는 행동의 예측을 갈망했다. 


감시 자본주의의 등장은 도구주의 권력자들에게 스키너의 행동주의를 실현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사람들로부터 획득한 지적 재산을 자신들의 부를 늘리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여기서 상실되는 사람들의 자유는 외면하고 있다. <1984>의 빅 브라더에 대비해 빅 아더(Big Other)라고 부를 수 있는 도구주의 권력은 사회를 집단주의로 몰아가고 개인의 '자연 선택'을 변종과 강화를 이용해 '인위적 선택'으로 변형시킨다. 대상이 감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개인의 자율성을 예측가능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인간에게 성역으로 여겨지는 집은 인간에게 사생활의 영위와 평안과 휴식을 제공하고 은신처로 활용된다. 빅 아더는 이제 집이라는 성역조차도 허무는 침투를 감행하고 있으며 물리적/정보적 프라이버시가 침해되고 있다. 


이제는 에디슨이 자본주의의 무분별한 팽창을 바라보며 포드에게 전한 말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 통제를 벗어나 버린 것이다."을 떠올려야 한다. 에디슨의 우려처럼 자본주의가 치닫는 절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자본주의의 유연성에 기대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자본주의는 사유 재산, 이윤 추구, 성장이라는 골자는 유지했지만 상황에 따라 형태와 규범을 바꾸어 현재까지 이어져왔다. 낯설고 새로운 감시 자본주의를 대함에 있어서도 변화가 요구된다. 이 변화는 개개인의 내면으로부터 시작되어져야 한다. 우리가 향유하는 민주주의와 주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감시 자본주의가 선심쓰듯 내뱉는 유혹의 손길을 단호히 거절할 줄 알아야 하며 이제까지 우리의 중심 가치가 되어온 것들(도덕, 정신, 자유, 주권, 존엄 등)에 대해 되새겨봐야 한다. 






산업 자본주의는 자연을 파괴했고, 감시 자본주의는 인간의 본성인 자유성과 도덕성을 파괴하고 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혹은 우리가 알면서 방임하는 사이, 감시 자본가들은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우리의 자율성에 피해를 입히며 막대한 부를 축적해나가고 있다. 감시 자본주의에 등장하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비롯한 디지털 장치들은 행동잉여의 추출, 랜더링, 엑추에이션, 예측상품 제조라는 공정을 통해 표적이 된 대상에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하는데 쓰이고 있다는 점은 놀라운 사실이다. 실생활에서 내가 행한 모든 발자취들이 원재료의 형태나 가공된 형태로 내가 동의하지 않은 누군가에게 판매/이용되고 있으며 이것이 나의 행동패턴을 수정하도록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은 두렵기도 하다. 


인류의 기술이 진일보 할 때마다 많은 문제가 동반되었다는 점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근현대만 떠올려봐도 산업혁명 시기의 러다이트 운동이나 인터넷의 대중화로 해킹과 익명성의 폐해 등 각종 문제가 대두되었으며 일부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감시 자본주의 시대>에서 다루는  감시 자본주의는 첨단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그것을 악용해 대중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실태를 고발하고 있다.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첨단 기술'의 편의를 누리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의 경계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저자가 주장한 바대로 우리가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감시 자본주의 세력에 맞서야 하며 약간의 편의를 위해 자유 의지의 수탈을 방관해서는 안된다고 하지만 그 범주를 정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시민의 권리를 수호한다는 취지에서 보자면 정부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감시 자본주의 시대>에 적힌 감시 자본가와 정치권력 사이의 유대관계를 생각해 보면 이 또한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된다. 결국 우리가 인간이 가진 고유한 가치라고 여기는 것들과 사생활이라는 안식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감시 자본주의 시스템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경계하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 생각이 필요한 부분이다. 


<감시 자본주의 시대>에 담긴 IT 기업들의 만행은 이 책을 읽기 전에 어렴풋이 짐작했던 사생활 침해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거대 감시 자본가가 취하는 방식을 알고 거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읽어보는 게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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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역사 - 부자의 탄생과 몰락에서 배우는 투자 전략
최종훈 지음 / 피톤치드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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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을 막론하고 부(富)에 대한 동경과 욕심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시대에 따라 부의 관점은 변화했는데 이를테면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욥이 살던 시대에는 수많은 가축의 수가 부를 상징했으며 크라수스가 살던 로마시대에는 부동산이 부를 측정할만한 수단이었다. 잉글랜드를 통째로 집어삼킨 노르망디 윌리엄 공은 정복전쟁을 통해 국가, 영토, 그 안에 포함된 막대한 재산들을 소유함으로써 부를 과시했으며 아프리카의 서쪽에 위치한 말리 왕국의 수장, 만사 무사는 엄청난 황금으로 그 부를 과시했다. 세월이 흘러 19세기에 이르러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부자가 되기 위한 수단이 바뀌었는데 록펠러는 석유로, 포드는 자동차로, 그리고 카네기는 철강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했고 현재까지도 그들의 이름 앞에는 석유왕, 철강왕,  자동차왕 등의 칭호가 붙어있다. 현대의 조만장자들도 등장하는데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 마이크로소프트로 세계적 부를 축적한 빌 게이츠, 애플로 스마트폰의 혁신을 이끈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의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 세계적 물류시장을 구축한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등이다.  



<부자의 역사>의 저자 최종훈은 대학을 졸업한 후 주식관련 분야에 종사하다 20대 후반에 투자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세기를 뛰어넘는 부를 축적한 동서고금의 CEO를 들여다 보며 이들에게 어떤 특성이 있어 부를 쌓고 명성을 떨쳤는지 추적하고 있다. 저자가 생각하는 부자의 공통점으로 독창성, 진실성, 성실성, 계획성, 그리고 개방성의 5가지 요인을 꼽는다. 시대를 막론하고 조만장자의 반열에 오른 거부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위의 5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음을 말한다. 거부로 언급된 위인들은 독창성이 아주 뛰어나 남들이 미처 생각치 못한 부분에 눈을 돌리거나 모두가 알고 있지만 실행하지 못한 부분을 진취적으로 결행하는 모습을 모인다. 



<부자의 역사>라는 책에 등장하는 15인의 조만장자들의 삶을 들여다 봄으로써 당시의 역사를 배우는 데 더해 부자나 선구자들이 품었던 진취적인 생각이 사회적 여건과 맞아 떨어졌을 때 엄청난 시너지를 불러오게 됨을 알게 된다. 특히 근현대 조만장자의 반열에 오른 이들의 삶은 사회적 변화를 냉철히 분석하고 자신들의 계획을 세웠으며 시련이 다가올때조차도 신념을 잃지 않고 정진했다. 



'부자는 하늘이 내린다'는 속담이 있다. 조만장자의 경지에까지 오르고자 한다면 하늘의 도움, 즉 천운이 따라야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조만장자의 위치에 있는 자들의 역사를 살펴보다보면 이들이 가진 재능은 천운으로 비롯됐을지 몰라도 이들의 통찰력과 결단력 그리고 진취적인 행보는 이들 자신의 노력과 의지의 산물이라 보는 것이 더 객관적이라 생각한다. 20세기 후반 3차 산업혁명의 시기에, PC와 인터넷이 상용화/대중화 되었고 이런 사회적 흐름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던 바이다. 많은 사람들이 IT 관련 사업들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그 시장에 발을 디뎠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위명을 떨칠만큼 성공한 사람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인데, 왜 어떤 사람은 성공의 트로피를 들어올렸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러지 못했을까? 그에 대한 힌트가 담긴 책이 바로 <부자의 역사>이다.



역사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부자의 역사>에 담긴 에피소드는 흥미롭고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조만장자들이 갖고 있던 하마르티아(hamartia, 빗나감, 일탈, 결함, 심리적 결점 등)가 어떻게 작용하여 그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그를 성공으로 이끌었는지를 페리페테이아(peripeteia, 운의 역전, 반전 등)와 함께 설명하는데, 주인공은 하마르티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조우하게 된 페리페테이아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누구나 마음 한켠에 하마르티아를 지니고 살아갈 것이다. 대부분 하마르티아는 숨겨야 할 무엇의 위치이거나 없애고 싶은 결점의 위치에 머무를텐데 소위 성공한 사람들은 이 하마르티아조차도 자신들이 발전하는 동기로 이용한다는 생각을 얻게 된다. 페리페테이아는 하마르티아를 마주하고 이겨내는 과정에 등장하는 천운같은 것으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격언과 일치한다. 



일상에 지칠 때면 부자가 되고 싶다거나 부자들이 누리는 삶을 영위하고 싶다는 망상을 하기도 하는데 <부자의 역사>를 읽으며 부자라는 위치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과 노력의 산물이라는 사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얻을 수 있는 자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범인에 불과한 나 자신이 엄청난 부자의 반열에 오르긴 요원하지만 내가 살아가는 삶을 자주 되돌아보고 반성하고 고치고 노력하다보면 적어도 오늘보다 나은 내일, 올 해보다 나은 내년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게는 그것이 '부'이고 희망이며 지금을 살아갈 용기와 지혜가 된다. 



<부자의 역사>는 역사서처럼 서술되었다기 보다 막대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의 삶을 소설처럼 쓴 이야기로 쉽고 재미있게 진행되고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흥미를 느낄 수 있을법한 주제와 인물의 선정, 그리고 곁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또는 재미있는 수업을 해주는 듯한) 저자의 문체가 기억에 남을듯하며 이와 비슷한 형식을 가진 서적들이 많이 발간되기를 희망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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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의 역사 - 인류의 기원에서 인공지능까지
호세 안토니오 마리나 지음, 윤승진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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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를 읽고 저자의 약력을 살피며 <지능의 역사>라는 책에 담긴 내용과 그를 표현한 삽화에 끌려 서평단에 신청하게 됐다. 저자 '호세 안토니오 마리나'는 스페인의 대표적 철학자이자 교육자로 실용철학에 관심이 많아 '교육 동원' 운동을 이끌었고 자녀 교육을 걱정하는 부모들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부모대학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지능의 역사>는 '우스백'이라는 미래에서 온 고도의 지능을 가진 가상의 인물이 '인류의 지능'이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발달해 왔는가를 파헤쳐가는 과정을 소개한다. 우스백의 눈을 빌려 6백만 년 전 유인원에 가까웠던 원시인류가 현재의 문화를 이룩하기까지 겪은 과정을 이야기하고 어떤 동인이 그런 진화를 이끌었는지 추적하고 있다.  


현생 인류, 사피엔스는 20만 년 전에 어떤 계기로 말을 하게 되고 또 수만 년 전에 말을 문자로 표현할 수 있는 사건을 겪었다. 신체 무게의 2%에 불과한 뇌에 혈류의 20%를 공급하는 사피엔스는 상상력이라는 무기를 장착하면서 그것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고 문자로 적어나감에 따라 급격한 성장을 이뤄냈다. 인류가 만든 도구인 언어와 문자는 인류의 지능의 발전을 가속화시켰고 높아진 인류의 지능은 더 정교하고 더 훌륭한 문화를 창출해 냈다. 


본능에 충실한 여느 동물과 달리 사피엔스는 자연이 부여한 본능에 반대되는 성향을 띠지만 공동의 이익에 부합한 다양한 도구를 개발/발전시켰는데 정의, 법규, 도덕, 종교, 과학 등이다. 인류가 만든 이러한 도구들은 인류 사회를 유지하는 근간으로 작동했고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는' 자연의 생리를 벗어나 원초적 본능을 넘어선 과업을 수행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사피엔스가 사는 세상은 현실과 정신세계, 그리고 언어로 이루어진다. 사피엔스는 언어를 통해 상상할 수 있고 상상한 바를 언어로 표현할 수도 있다. 언어가 있기에 현실의 실체는 다른 개체에게 전파될 수 있으며 언어로 얻은 정보는 실체를 보지 못했더라도 정신세계의 상상으로 이미지화할 수 있다. 


사피엔스는 행복을 추구한다. 개체에 따라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가 다를 수 있는데 어떤 개체는 물질적 풍요를, 어떤 개체는 정신적 만족을, 또 다른 개체는 타인으로부터의 존경을 갈망하기도 한다. 어쨌든 행복은 사피엔스들의 지향점이다. 행복를 얻기 위해 행해야하는 행동은 이성과 감정에 따라 유발된다. 사피엔스는 항상 이성적이지도 않지만 완전히 감성적이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성과 감정이 상호작용하여 행동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인간의 뇌는 이중 지능(생성 지능과 관리 지능)을 가지고 있다. 생성 지능은 상상, 꿈, 이야기 등을 만드는 능력을 뜻하며 우리가 머리 속으로 생각해 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관리 지능은 생성 지능이 만들어 낸 것들을 검토하고 검열하여 밖으로 표현될 것들과 그렇지 말아야 할 것들을 구분하는 작업을 시행한다. 생성 지능이 과열되거나 관리 지능이 약화되면 다양한 정신질환을 야기할 수 있는데 강박 장애, 환각, 충동 조절 장애, 자폐증, 조현병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인간의 지능 발전은 생성 지능을 정복하고 재설계하는 과정이며 자기 제어를 확장해 가는 과정이다. 스마트폰으로 비유해 보면 인간의 뇌는 더 많은 어플리케이션을 받아들였고 어플리케이션 역시 발전을 거듭해 관리(운영체계)에 대한 힘을 강화시켰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생성 지능과 관리 지능이 모두 발달해가는 과정을 밟게 됐다. 


인간은 사회를 구성하고 문화를 생성했는데 이것은 인간의 지능 발달을 촉진했다. 학교와 같은 선대의 경험을 학습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었고 개개의 지능이 모여 사회적 지능으로 융합되면서 보다 높은 차원의 지능이 형성되었다. 이 사회적 지능을 문화라 칭할 수 있는데 문화는 인간의 지능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인간의 지능 발달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개인의 지능과 사회적 지능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서로를 발전으로 이끄는 것이다. 


우스백은 인류의 역사를 관찰하며 3개의 축의 시대를 생각해 낸다. '첫 번째 축의 시대'는 대략 1만 년 전 수렵 채집 생활을 하며 유랑하던 인류는 안락한 생활과 더 큰 행복을 추구하며 농경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농경 생활로 발생한 잉여 식량은 재산의 축적, 분업, 상업, 보호의 필요성 등을 야기했고 그에 따라 인류는 집단의 규모를 확장하고 도시를 형성했다. 다수가 모여 형성된 도시는 인간을 생성 지능을 보다 억제하는 방향으로, 관리 지능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유도했다. '두 번째 축의 시대'는 종교적인 축의 시대로 기원전 750년부터 기원후 350년 정도의 시기이다. 첫 번째 축의 시대로부터 사회적 지능의 진보를 얻었다면 두 번째 축의 시대에서 종교는 예술과 함께 인간에게 '심리적 기중기' 역활을 수행했는데 이로써 인간은 더 높은 이상의 존재를 상정하고 추종할 수 있게 됐다. 종교에서 말하는 신의 절대성과 완벽함은 인간의 목표가 되었고 동종끼리의 상호작용을 넘어서 초월적 존재를 추구하게 되었다. 더불어 종교가 제시하는 정의, 동정, 조화 등의 개념은 인간 사회의 보편적 가치로 자리잡아 사회 안정성을 높였다. 우스백이 관찰한 '세 번째 축의 시대'는 르네상스 시대, 즉 이성과 휴머니즘의 시대이다. 종교에 대한, 국가에 대한 복종이 미덕이던 시대를 뒤로 하고 이성과 자유가 강조되는 시대가 도래했고 피조물의 위치에 존재했던 인간은 자신을 창조자의 위치로 격상시켰다.     


우스백은 인류의 발자취를 따라 인간의 지능이 발전해 온 과정을 살펴보면서 인류가 만들었고 인류의 발전을 가속화시켰던 문화를 같이 살폈다. 언어, 문자, 농경, 종교, 이성, 자유 등의 가치가 인간의 지능을 고도화시켰음을 확인했고 앞으로 어떤 변화가 올 것인지에 대한 예견을 더했다. 도래할 혹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네 번째 축의 시대는 '포스트휴머니즘 시대' 또는 '트랜스휴머니즘 시대'로 불리는 초지능의 시대이다. 인공지능이 딥 러닝을 통해 스스로 발전하고 인간의 뇌와 결합하여 상상조차 불가할 막대한 지식을 향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포스트휴머니즘 시대에는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고 신체적/지적 능력의 비약적 향상을 보이지만 우스백은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지 않는다. 


네 번째 축의 시대가 불러올 빈부 격차는 혜택받은 인간과 그렇지 못한 인간을 종(species)으로 구분지을정도로 커질 것이며 지나치게 강조된 개인주의로 사회성은 감소하게 된다. 개인은 풍요와 힘을 얻었지만 개체의 중요성을 상실하는 시대를 마주하게 될 수 있다. 우스백은 현재의 인류가 간과하고 있는 가치(연민, 평등, 정의)의 중요성과 맹신하고 있는 가치(이성, 과학, 실용)의 동반성장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미래에서 온 초지능 우스백은 현대를 살아가는 인류의 가치 평가와 판단에 따라 다가올 미래가 달라질 수 있음을 말하며 인류가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희망한다. 



<지능의 역사>라는 책의 표지에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누른 스페인 인문 베스트셀러'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알다시피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엄청난 호평과 사랑을 받았던 인문학 서적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오만해 보일 수 있는 이 문구가 <지능의 역사>라는 책을 읽은 후 어느 정도 수긍이 된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대중을 위해 쓰여진 훌륭한 책이지만 분량이 많고 담고 있는 정보도 많다. 간단히 말해 아주 쉽진 않다. 반면에 '호세 안토니오 마리나'의 <지능의 역사>는 지능을 매개체로 인류 문명을 돌아보는 책이며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을 할애해 아주 쉽게 표현하고 있다. 그럼에도 뛰어난 개연성을 보인다. <지능의 역사>가 더 대중적이라는 측면에서 표지에 적힌 문구에 동의하게 된다. 


<지능의 역사>는 인간 지능과 인류 문명의 발전 과정을 간결하고 흥미롭게 살펴보기에 아주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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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러티브 경제학 - 경제를 움직이는 입소문의 힘
로버트 J. 실러 지음, 박슬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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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야기는 특정 상황이나 인물들을 통해 전염력을 획득하고 사회전반으로 급속도로 퍼져나가곤 한다. 이야기는 그 진위성과 별개로 커다란 파급력을 띠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경제학의 측면에도 마찬가지로 작동한다. '내러티브 경제학'은 전염성 강한 대중적인 이야기가 대중의 경제적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대중 내러티브의 전염적 확산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효과적으로 적용된다면 경제 사건의 예측과 대비를 도울 수 있다.

'내러티브(narrative)'는 보통 '이야기(story)'와 동의어로 쓰이는데 저자 '로버트 쉴러'가 <내러티브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내러티브는 "특정 사회나 역사적 시기 등을 설명 또는 정당화하는 서술을 할 때 사용되는 이야기나 표현"을 의미한다. 로버트 쉴러는 내러티브 경제학이란 용어를 사용하는데 있어 다음의 두 가지 요소에 집중하고, 이야기가 경제학에 미치는 영향력을 살펴보고 이를 학문적으로 규명하고자 한다.
1. 말로 전해지며 이야기 형식을 띤 아이디어의 전염
2. 전염성 강한 이야기를 새로 창조하거나 이미 존재하는 이야기를 널리 확산시키고자 하는 노력





<내러티브 경제학>은 총 4부로 구성돼 있으며 각각에서 내러티브 경제학의 시작, 토대, 영속성, 그리고 미래를 조명한다.


1부 내러티브 경제학의 시작 

얼마전 비트코인 열풍이 세계를 휩쓸었다.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가 발표한 <비트코인 :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한 전자화폐 시스템>, 이 짧은 논문은 국가와 금융권으로부터의 자유를 표방하며 개인의 자율에 근거한 범세계적 화폐의 타당성과 당위성을 주장했다. 대중은 비트코인에 열광했고 아무런 실체도 없는 비트코인 열풍은 과열되어 비트코인의 가치가 300조가 넘는 규모로 치솟기도 했다.(2021년 현재 비트코인의 시총은 1,000조에 육박한다.) 마치 17세기 네델란드의 튤립 파동을 연상케하는 비트코인 열풍의 내면을 들여다 보면 결국 대중의 내러티브에 힘입은 바가 크다. 입에서 입으로, 인터넷을 통해, SNS를 통해 전파된 비트코인 이슈는 대중의 경제적 결정을 이끌었고 비트코인이라는 가상의 가치에 매혹되게 했다. 


비트코인의 핵심 기술인 '전자서명 알고리즘'은 비트코인이 나오기 수십 년 전에 발표되었지만 당시에는 대중적 호응이나 각광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해 봤을 때, '전자서명 알고리즘'과 비트코인의 차이를 만든 내러티브의 힘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경제 내러티브는 마치 전염병의 패턴과 유사한 성향을 보인다. 전염병이 발생 초기에 급격히 감염자 수를 증가시키다 정점에 이르고 회복기에 접어드는 것처럼 경제 내러티브도 초기에 급속도로 확산되어 대중의 지대한 관심을 얻는 시기를 거쳐 정점에 이르고 점차적으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과정을 보인다. 비트코인의 예에서도 이와 유사한 패턴을 관찰할 수 있다. 


내러티브가 언제 기원했는가를 특정하기 어렵다. 또한 어떤 내러티브는 살아남고 어떤 내러티브는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지만 내러티브가 천 년 이상 존속하고 있으며 특정 내러티브가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감수성을 자극하고 기억에 오래 남는 형태를 취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2부 내러티브 경제학의 토대 

내러티브가 자신이나 타인의 행동에 경제적 이야기를 포함할 때 이것은 경제 내러티브가 된다. 따라서 경제 내러티브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과 의견을 접한 후 취할 수 있는 일련의 행동과 관련이 있다. 내러티브의 발생은 바이러스나 세균에서 변종이 생기는 것처럼 무작위적이지만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추적과 정량화에 어려움이 있지만, 전염성을 지니고, 사람들이 따를 수 있는 대본을 제시하고, 메시지를 반복하고, 인간적 흥미에 힘입어 전파되는 패턴을 지닌다.


대중 내러티브가 바이럴이 되어 경제적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내러티브를 깊이 이해한다면 경제적 사건과의 관련성을 모형화하고 경제 사건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경제 내러티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 기본 명제를 알아야 한다. 

1. 내러티브는 다양한 속도와 규모로 전파된다. 

2. 중요한 경제 내러티브는 적은 양의 대화만으로도 만들어 질 수 있다. 

3. 내러티브 군집은 하나의 내러티브보다 강력하다.

4. 내러티브의 경제적 영향은 시간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5. 진실만으로는 잘못된 내러티브를 막을 수 없다.

6. 경제 내러티브는 반복 기회가 많을수록 전염력이 크다. 

7. 내러티브는 인간적 흥미, 정체성, 애국심 등과의 결합을 통해 번성한다. 


3부 영속적 경제 내러티브

내러티브는 전염병처럼 재발과 변이를 통해 다시 찾아오는 것으로 영구히 사라지지 않는다. 어떤 사건에 의해 재등장한 내러티브는 원래의 모습과 다른 특성을 지니는데 내러티브와 연관된 인물(주로 유명인)이 다르다거나 시각적 이미지 또는 핵심적인 문구가 달라지는 식이다. 내러티브의 재발은 무작위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특정인(마케팅 전문가, 정치인, 소셜미디어 사용자 등)에 의해 부추겨지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 사건은 하나의 내러티브에 의해 좌우되기보다 수많은 내러티브(군집)의 작용이 어우러져 발생하기 때문에 그 실체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 어떤 사건이나 상황에 대해 특정한 내러티브 군집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반대되는 입장의 내러티브 군집을 소멸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도 있고 논란을 증폭시켜 반대쪽 내러티브 군집을 강화시키는 촉매로 작동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공황과 신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대중들은 은행을 신뢰하고 규제 당국의 도덕성을 신뢰하며 은행의 다른 고객들이 한꺼번에 돈을 인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20세기 초기에 벌어진 대공황을 겪으면서 신뢰 내러티브를 앞지르는 두려움과 좌절감을 대변하는 내러티브가 자리잡게 됐다. 이후 경기는 회복되었지만 금융 위기를 비롯한 경제 위기가 도래할 때마다 20세기 초의 대공황 때 만들어졌던 부정적 내러티브는 변이된 모습으로 재등장하게 된다. 대공황 때 각인된 내러티브가 대공황을 겪었던 사람들 뿐 아니라 후대에까지 깊은 트라우마를 남긴 것이다. 


다른 경제 내러티브의 예로 부동산 시장의 호황과 불황을 언급해 볼 수 있다. 부동산으로 거부가 되거나 부동산 가치가 상승해 부유해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대중의 관심을 끈다. 부동산이 부를 창출한다는 내러티브가 확산됨에 따라 부동산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조차 부동산을 관심을 갖고 무리해서 매입하는 행태를 보이게 된다. 경기가 호황일 때는 부동산의 값어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에 '부동산 가치는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며 배신하지 않으리라'는 내러티브는 더욱 더 굳어진다. 그러나 2007-2009년 세계금융위기와 경기침체와 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부동산의 가치는 급락하고 담보대출의 연체가 급증하면서 대출자들은 심각한 경제적 곤란에 놓이게 된다. 부동산 시장의 불황을 겪으면서 발생한 위기와 곤란에 대한 내러티브는 호황기에 부동산을 투자처로 삼았던 인식을 바꾸어(낮추어) 놓았고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한 대화의 빈도를 낮추었다. 



4부 내러티브 경제학의 발전 

내러티브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이라 단정할 수 없지만 과거의 전염병이 변이를 통해 새롭게 발생하듯 내러티브도 새로 유행하는 시기가 오리라 짐작할 수 있다. 과거 일어났던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과거의 내러티브가 다시 부활하는 일이 생길 수 있고 과거의 내러티브의 변이가 새로운 내러티브로 등장할 수도 있다.  


내레티브는 정보기술의 발전과 문화의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전염율과 회복률이 바뀌고 내러티브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지게 된다. 


경제 내러티브는 이제 태동하는 분야로 학문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과학적 방법론을 포용해야 한다. 이제껏 소수의 연구에서 내러티브 경제학을 다루고 있지만, 내러티브가 사람과 사회에 밀접히 연관돼 있고 개인의 경제적 문제를 포함한 많은 결정에 관여하는 만큼 내러티브 경제학에 대한 연구는 지속될 것이며 발전될 것으로 전망(희망)한다.



인간은 무릇 이야기꾼이다. 언제나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에 둘러싸여 살고,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그런 이야기를 통해 본다. 때문에, 자신의 삶조차 그 사람을 이야기하듯이 살아가려 한다. 

- 쟝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 - 



PS) 본문에 언급된 '통섭'이라는 개념이 경제학에도 적용돼야 하고, 인간의 경제 활동에 영향을 끼치는 내러티브를 경제학의 분야로 끌어들여 함께 고려할 때 경제 사건에 대한 분명한 이해가 가능하다는 저자의 견해는 매우 흥미로웠다. 어려운 수식이나 법칙의 나열 없이 내러티브가 경제학과 어떻게 관련돼 있는가에 초점을 맞춘 전개는 나처럼 경제학에 문외한인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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