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도전 - 배움이 달라지는 수업 철학
사토 마나부 지음, 손우정 옮김 / 우리교육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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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움의 공동체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책을 김태곤 선생님께 추천받았다. 책을 그다지 빠르게 읽는 편은 아닌데 반나절만에 다 읽었다. 배움의 공동체 철학을 이해하는데 역시 도움되는 책이었다. 공부? 배움? 무엇이 다를까? 배움이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아이들을 만나야 할지 알려주고 있다.

 

 그동안 나는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지금까지 학창시절도 그러했다. 어찌보면 배움보다 공부에 익숙한 사람인 듯 싶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시도하고자 하는 것들은 어색하고 잘 안된다. 내가 경험한만큼 가르친다고 했던가? 그렇다고 자포자기하고 대충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책에서는 많은 고민과 노력이 담겨있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저자의 주장은 첫째, 배움을 중심으로 하는 수업을 창조하라! 둘째, 교사가 서로 수업을 공개하여 전문가로 성장하는 동료성을 형성하라! 셋째, 보호자(학부모)가 교사와 함께 수업을 창조하는 학습참가를 만들어라! 이다.

 

 나에게 던져진 첫번째 고민은 차분히 배움을 촉진하는 수업이었다. 화려한 수업이 아닌 차분히 배움을 촉진하는 수업. 아이들의 듣고 서로 배우는 능력과 문화 조성를 조성하는 것. 아이들의 생각을 듣고 연결하고 되돌리기를 말하고 있다. 나의 모습을 돌아보면 수업과 관련없는 대답은 무시하고 넘어갔다. 아이들이 산발적으로 질문하면 허둥대며 "또 다른 생각은?" 하며 넘어가고 흐름이 끊어지는 수업이 대부분이었다. 배움이 일어나는 수업은 아이들의 대답을 잇고 이어 하나의 스웨터를 짜듯 만들어가는 수업을 말한다. 그런데 정말 쉽지 않다. 수업 상황에서 다양한 사고를 이어가는 것, 정말이지 막막하다.

 

 또하나 고민은 듣는 문제이다. 우리 아이들은 잘 듣지 않는다. 여기서는 배움이 바로 제대로 듣는데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발표하는 사람은 "(일어서며)제가 발표하겠습니다." 듣는 사람은 "짝짝(박수두번치고 발표하는 사람쳐다보기)"이렇게 규칙을 세워 적용해보았다. 하지만, 듣는 자세가 좋아지지는 않았다. 이 책에서는 바로 이렇게 얘기한다. 교사가 먼저 잘 들어야 한다. 망치도 땅 맞은 느낌이었다. 그렇다. 나는 얼마나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수업을 했나 싶었다. 규칙보다 먼저 나부터 잘 들어야 했다.

 

 보스턴 데보라 메이어 교장도 "가르치는 활동의 대부분은 듣는 일이고, 배우는 활동의 대부분은 말하는 일이다." 그리고 "Less is more (적게 배우는 것이 많이 배우는 것)"라고 말하고 있다. 서로 듣고 서로 배우는 일이 민주주의 실천의 출발점인 것은 확실한 듯 싶다.

 

 다음에서 던져주는 문제는 배움의 문제이다. 배움은 대상과 만나고 타자와 만나며 자기 자신과 만나는 경험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를 재구성한다. 대상 세계와의 대화(세계 만들기), 타자와의 대화(동료 만들기), 자기와의 대화(자기 만들기)의 과정이다. 아무리 그럴듯한 내용을 조사하고 발표해도 나와 타자의 대화가 없다면 독백이라고 말한다. 

 

 나도 수업에서 이런 경우가 많았다. 얼마전 환경문제 조사학습시간도 그랬다. 많은 시간을 주고 아이들은 각 모둠별로 환경문제를 조사하고 발표하는 수업이었다. 아이들은 나름 열심히 조사하여 발표를 했지만, 마치 허공에다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듣는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생활과 관련없는 인터넷 자료들을 배껴와 발표한 독백이었다.  

 

 그리고 학부모와 함께 만드는 교육만들기(학습참가), 목표 달성 평가에서 주제 탐구 표현의 단위로 교육과정 재구성을 해야 한다는 문제 등도 새로운 학교를 만드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몇 가지 의문점이 있다.

 

 첫째, 수업목표를 향해 가지 않을때 교사가 자신의 의도에 사로잡히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한다. (68쪽)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 쓰는 시간을 5분 계획했지만 학생이 몰입해 쓰고 있다면 시간을 더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목표로 향해 가지 않아도 각각의 아이들이 어떤 배움이 일어나는지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다. 과연 수업목표를 향해 가지 않는게 맞는걸까 의문이 든다.

 

 둘째,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배움의 문제다. 이 책에는 벗어나고 막히고 정체되면서 더듬 더듬하는 수업전개였기때문에 미쓰히코나 다쓰히코로 상징되는 배움의 드라마가 생겨난 것이다.(141-142쪽) 물론 그렇다. 한 명의 아이도 배움으로 이끄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다른 아이들의 배움을 놓치고 피해보지는 않을지? 그런 고민이 들었다.

 

 지금의 배움을 충실히 하고, 지금을 행복하게 살아가지 않고서는 미래의 배움도 행복도 없다. 배움의 기쁨을 느끼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교사다.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그리고 교과내용을 충실히 알지 않으면 쉽지가 않다. 교과내용을 충실히 공부했다고 생각하고 수업에 들어가도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을 만나며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자주 수업중 나에게 묻는다. "고객님~당황하셨어요?" 이런 당황함이 자주 일어나는 이유는 바로 그런 이유 아닐까?

 혁신학교. 새로운 학교.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교육개혁은 '작은 사건'이 쌓여 이루어진다.

 

 '언제나 입을 다물고 다른 사람의 눈길을 피하고 있는 요시코가 오늘은 바지에 작은 꽃줄기 모양을 수놓아 입고 등교했다.' 이러한 아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사건이 교사에게는 '대단한 혁명' 이상으로 중요한 사건이다.

 

 교실의 작은사건! 그것이 바로 조용한 교육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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