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까지만 해도 다음 주에 발송된다고 해서...

결국 기다리지 못하고 가장 가까운 교보문고에 가서 바로드림으로

책을 받아왔다. 정성이다 정성이야.

 

예전에 반디에 가서 로베르트 제탈러의 책을 이렇게 받아온 이래

아마 처음있는 일이지 싶다.

 

책은 역시나 기대를 만족시켜 주었다.

1/3 지점을 돌파했다.

 

주인공 담배 가게 소년 엘우드 커티스가 대학 진학을 앞두고 어처구니 없이

자동차 도둑으로 몰려 니클 아카데미에 끌려갔다.

아직 비극은 시작되지 않았다.

 

이번 주말에 주말에 부지런히 다 읽어야지.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람페두사의 <표범>도 절반 정도 읽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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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20-12-11 2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잊고 있었는데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레삭매냐 2020-12-12 07:34   좋아요 0 | URL
다른 책들도 그렇지만 수상작
같은 경우는 번역을 스피드~업
해서 신속하게 나와 주었으면
하는 고런 바램입니다.

페넬로페 2020-12-11 2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레삭매냐님은 제가 모르는 작가들을
수두룩하게 알고 계시네요^^
기다리지 못하고 나가서 살 만큼
대단한 작가인가 보네요~~
읽어 보겠습니다
언젠가는^^

레삭매냐 2020-12-12 07:35   좋아요 2 | URL
콜슨 화이트헤드 작가의 책은 국내
에 총 3종이 나와 있는데 그 중에
두 권이 퓰리처상을 받을 정도라고
하니 적어도 품질(?)은 보증되지 않
았나 싶습니다. 언젠간 고고씽.

scott 2020-12-11 22: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출판사도 알아줬으면 레삭 매냐님이 얼마나 출간되길 기다렸는지 ,주말에 즐독 하셔요^*^

레삭매냐 2020-12-12 07:36   좋아요 2 | URL
뭔 놈의 사정이 그리 긴지 지난달
말부터 연기 연기... 속이 다 탔네요.
아주 즐겁게 읽고 있답니다 :>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 검찰 부패를 국민에게 고발하다
이연주 지음, 김미옥 해설 / 포르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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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팟캐를 통해 전직 검찰 출신 이연주 변호사의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책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저자의 육성을 들으면서 꼭 한 번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바람은 곧 이루어졌다.


게다가 촛불혁명 이래 검찰 개혁이 시대의 화두가 된지 어언 두해 째를 넘기고 있는 중이다. 최근 사상 초유의 검찰 수장에 대한 징계가 시작되면서, 해당 사건이 모든 뉴스를 그야말로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검찰 개혁이 반드시 필요한 문제긴 하지만, 이 정도의 파급력을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오늘도 퇴근길에 주진우 라이브를 들면서 한 가지 사안에 대해 참으로 다양한 시민들의 의견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검찰 개혁에 동의하면서도 다만 그 방법론과 절차 그리고 속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는 기분이 들었다.


어느 조직에서나 호루라기 불기(Whistleblowing;내부고발)는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폐쇄적이고 상명하복식의 질서가 우선시되는 조직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부조리한 명령들이 넘실대는 조직의 실상을 깨닫고 저자 이연주 변호사는 1년 만에 조직을 떠났다. 저자의 동기였던 ‘그 사람’은,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조직을 떠나는 대신 조직에 남아 외로운 싸움을 이어간다. 동료나 선후배들에게 수모에 가까운 말을 들으면서도 자신의 신념과 지조를 지킨 그 사람에게 빚진 마음으로 저자는 글쓰기에 나선 것인지도 모르겠다.


갈라파고스라는 외딴 섬에 사는 새들은 모바일 시대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모른 채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자신들만의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해서 섬 밖의 일들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필요도 없고, 알고자 하지도 않는다. 생존을 위한 진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오류에 대한 성찰과 반성은 전혀 없다.


어제 라임옵티머스 사건에 관련해서 업자로부터 술접대를 받은 현직 검사들에 대한 수사 결과가 발표됐다. 검색어에 검사님들을 위한 99만원 짜리 불기소세트가 떠 있기에 무언가 봤더니, 김영란법 저촉을 피하기 위해 세 명 중에 밤 11시까지 넘어 술자리에 있던 한 명만 불구속 기소하고(그것도 형량은 무거운 뇌물죄를 피했다) 나머지는 불기소 처리를 한 것이다. 저자 이연주 변호사는 책에서 버마 전선에서 일본군을 파멸에 몰아넣었던 무다구찌 렌야를 소환한다. 그가 한국 독립에 지대한 공헌을 한 비밀독립군이라는 인터넷에 떠도는 유머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 한 번 검찰이 자기 조직에 대해 어떤 처벌을 하는지 잘 알게 되었다. 전직 대통령에는 포괄뇌물죄를 적용하는 기개를 선보였던 그들이 내부 범죄에 대해서는 케이크 자르는 플라스틱 칼만도 못한 칼을 휘두르고 있다는 사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오늘 당장 공수처 개정법안이 통과될 예정인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라도 공수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부고발자가 바라본 조직에 대한 비판은 신랄하다. 그동안 간간히 언론을 통해 접해온 검찰 내부의 문제는 심각했다. 그런데 내부에 있는 이들은 그런 점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모양이다. 소수의 검사들만이 이래서는 시민의 지지를 못 받는다고 생각하고 올바른 소리를 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2012년 검란 이래, 내부 자정과 개혁을 주장해 왔지만 아직도 그들의 주장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그것조차 어느 검사의 실수로 소나기 피하자는 식의 위장이었다는 게 드러나지 않았던가.


우리 시대의 화두가 검찰 개혁의 핵심은 이연주 변호사의 주장대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서 미래의 검찰은 기소와 공소 유지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준사법조직이 존재하는지 묻고 싶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많이 늦었지만, 검찰 개혁을 위한 더딘 걸음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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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12-10 15: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검찰개혁이 사실 우리의 삶과 얼마나 상관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지금 검찰의 폭주는 군사 쿠테타에 비견된다고, 전 생각합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선출된 권력의 견제와 감시를 무력화하겠다는 그 기개를 다른 말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 넣었고 두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 검찰 아닙니까. 누구든 잡아 넣을 수 있죠. 삼성 이재용과 자신들만 빼고요.
지금 아니면 언제 그런 기회가 올지 모를테니 이번에는 꼭 검찰개혁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더딘 걸음에 속 터지지만 ㅠㅠㅠㅠ 저도 레삭매냐님과 같이 박수를 보냅니다.
리뷰에도 박수를 보내고요! 짝짝 짝짝짝!

레삭매냐 2020-12-10 16:57   좋아요 0 | URL
저의 후진 리뷰보다 댓글이 더 반짝반짝
하는 것 같습니다.

책은 진짜 금세 다 읽고 나서, 무언가
제대로 된 리뷰를 써보겠다고 근 열흘
을 버벅거리다가 쓴 것이... 그렇네요.

왠지 검찰개혁에 나서는 출사표 같은
덧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20-12-10 17:21   좋아요 1 | URL
레삭매냐님 리뷰 읽고 너무 반가워서 저도 모르게 속마음토크 해버렸네요@@
저, 아무데도 안 갑니다^^

서니데이 2020-12-10 20: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샥매냐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따뜻하고 좋은 연말 보내시고,
항상 행복과 행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레삭매냐 2020-12-10 21:31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여느 때처럼 또 읽고 쓰고 그러다
보니 한 해가 다 지나가 버렸네요.

램프의 요정이 결산 하나는 진짜
끝장나게 해주세요.
 
충실한 마음 델핀 드 비강의 마음시리즈 1
델핀 드 비강 지음, 윤석헌 옮김 / 레모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2주 전에 대프니 듀 모리에의 책이라고 생각하고 빌린 책들이 바로 델핀 드 비강의 책 <충실한 마음><고마운 마음>이었다. 착각으로 이렇게 책을 읽기도 하는구나 싶은 마음이다. 어떤 책이든 어떠랴, 그저 내 마음의 조금의 양식이라도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그리고 잘못된 만남이긴 하지만, 프랑스 출신 델핀 드 비강이 그리는 가족 서사가 마음에 들기도 했으니까.

 

소설에는 모두 네 명의 화자들이 등장한다. 물론 그들만 등장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소설에서 목소리를 내는 건, 보드카와 럼을 마시는 12살배기 테오 뤼뱅과 그의 친구 마티스 기욤, 마티스의 엄마 세실 그리고 테오와 마티스를 지도하는 엘렌 데스트레 선생님이다.

 

사실 좀 충격이었다. 나도 술을 마시긴 하지만, 그건 대학생이 된 다음의 일이었다. 아니 그 전에도 한 번 마셨었던가. 그런데 이 녀석들은 고작 12살부터 술을, 그것도 맥주 같은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술인 보드카와 럼을 즐긴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까? 그렇게 가족 소설이 시작된다.

 

테오의 어머니는 6년 전에 IT업계 종사자인 테오의 아버지에게 진절머리를 내며 이혼장을 날렸다. 그 후로, 테오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집을 오가는 떠돌이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 그나마 아버지가 제대로 된 직장생활을 할 때는 괜찮았지만, 실직하고 거의 폐인 같은 생활을 시작하면서 테오의 삶도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 술을 사기 위한 자금공급은 마티스가 맡았다. 친구 테오와 무엇이든 함께 하는 마티스는 그렇게 나쁜 아이가 아니었는데 친구 때문에 궤도를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마티스의 엄마 세실의 판단이 맞는 걸까?

 

소설의 화자들은 두 개의 그룹을 나뉘어져 있다. 엘렌과 세실은 어른 측을 그리고 테오와 마티스는 아이들 측이다. 엘렌과 세실 모두 어릴 적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우선 엘렌은 아버지에게 혹독하게 학대를 당한 기억이 있다. 처음 테오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한 것도, 바로 그런 엘렌의 경험에서 오는 촉이 작동한 덕분이었다. 학교 성적이 좋다고 해서, 다른 것들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파악한 것으로 보아 엘렌은 다른 이들보다는 좀 더 좋은 선생님이 아니었을까?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테오가 심각한 문제에 봉착해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체육복을 가져 오지 않았다고, 친구들 앞에서 창피를 준 체육 교사와 일전도 불사하는 엘렌, 그녀는 단순한 오지라퍼였을까. 그건 아니다.

 

, 이제 카메라를 세실에게 돌려 보자. 그녀는 무엇 하나 나무랄 데 없는 남편 빌리암과 근 20년 가까이 결혼생활을 해온 가정주부다. 그녀의 일상은 평온했다. 남편의 비밀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남편이 불륜을 저질렀다거나 하는 사랑과 전쟁급 스토리는 진부하니, 델핀 드 비강 저자는 빌리암을 다른 길로 유도한다. 지난 3년 동안, 그는 블로그를 통해 호모포비아, 유대인 배척, 인종차별 그리고 여성 혐오를 조장하는 글을 써온 Wilmor75라는 필명의 극우 키보드 워리어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세실은 남편이 과연 내가 그동안 알고 지내온 사람인가라는 회의에 사로잡힌다. 놀라운 일이 아닌가.

 

설상가상으로 아들 마티스가 술에 취해 귀가한다. 문제는 그녀의 아버지가 넘치는 감수정을 주체할 수 없었던 구제불능의 알코올중독자였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을 남편에게 말한다면, 바로 빌리암은 그녀의 탓으로 돌릴 것이다. 남편의 일탈을 알게 된 세실은 어느 사교모임에서 남편의 위선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폭발해 버린다. 그 다음부터는 당연히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위기감이 조성된다. , 사교파티를 폭파시키고 돌아온 날 집에서 위스키를 마시고 있던 꼬마들을 발견하는 건 보너스 타임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위대한 톨스토이 선생이 말했듯이, 모든 가정은 저마다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꼭 이렇게 문제가 있는 가정들만 소설이 되어야 하는 걸까라는 질문 말이다. 하긴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을 그런 평범하기 짝이 일는 일상의 권태에 관심을 가질 이들이 얼마나 될까. 아니 어쩌면 다른 가정들은 저렇다, 우리는 그렇지 않으니 얼마나 다행이냐라는 위안으로 일상의 파고를 넘는 건 아닐까.

 

델핀 드 비강 작가는 긴장감 넘치는 결말로 독자를 유도한다. 하지만 고수답게 어떤 방향성을 제시하는 대신, 슬쩍 독자에게 배턴을 넘긴다. 선배 작가 스탕달이 남긴 말처럼 소설은 사회와 시대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델핀 드 비강의 소설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을 반영한다. 하지만 판단은 그 사회를 혹은 소설을 읽는 이들에게 맡긴다. 그래서 나는 작가의 마음 시리즈 다음 편인 <고마운 마음>을 만나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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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12-09 17: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마운 마음>도 좋았습니다. 꼭 읽어보세요... 낚시꾼 올림.

레삭매냐 2020-12-09 17:33   좋아요 2 | URL
파닥... 파닥... 오늘도 낚이여 갑니다.

집에 가서 읽도록 하겠습니다.
대망의 150권 갑니다 -
 
소설을 쓰고 싶다면
제임스 설터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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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터의 팬이다그의 모든 책들을 읽을 것이다무엇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작고해서 하늘의 별이 된 설터의 <소설을 쓰고 싶다면>은 2년 전에 나왔을 때부터 소장각인 그런 책이었다하지만근간을 사서 구간으로 만들어 버리는 우매한 독자는 일단 구매를 유보했다그리고 중고서점에서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소설을 쓰고 싶다면>을 기다렸다불행하게도내가 접근할 수 있는 부근의 중고서점에서는 도대체 설터의 <소설>을 만날 수 없었다그래서 하는 수 없이 2년 만에 도서관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것도 책을 빌린 뒤 반납할 때가 다 되어 읽기 시작했다설터의 책들이 모두 좋은 건 아니다어떻게 항상 작가가 균일한 퀄리티의 책을 발표할 수 있단 말인가그런다면 그건 소설 쓰는 기계지작가로서 사람일 수 없겠지그런 노파심을 한 방에 날려 버릴 정도로 <소설>은 나에게 대만족이었다.

 

일단 설터의 팬이 아니고소설읽기 선수들이 아니라면 <소설>이 재미없는 그런 책일 수도 있으리라하지만 책중독자나 선수들에게 <소설>은 상당히 위험한 책이다일단 시작부터 내가 모르는 미지의 작품들과 작가들이 연달이 튀어 나온다아는 이들은 알 것이다이게 얼마나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아마 대학교 강연 내용을 책으로 만든 것 같은데아직 만나 보지 못한 윌라 캐더를 필두로 해서 이제는 좀 익숙한 이름의 소설쓰는 기계 발자크작가의 고등학교 선배 잭 케루악(이 작가의 책들도 구해 놓고 읽지 못했다), 플로베르모파상 그야말로 한 시대를 풍미한 미지의 작품들과 작가들이 우수수 쏟아진다어떻게 보면 노다지일 수도 있겠지만나같은 책증독자들에게는 정말 위험한다벌써 윌라 캐더와 드라이저의 <시스터 캐리등을 검색창에 타이핑해 본다이거 정말 큰일이다!

 

나에게 읽을 책이 항상 없는 것은 아니지만이러한 대가의 유혹을 정말 이겨낼 자신이 없다이런 걸 책쟁이들의 숙명이라고 하나대가 역시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는단다그렇다책읽기의 본질은 바로 즐거움이다영화는 도저히 책에 비할 바가 없다소설가 지망생들에게 피와 살이 되는 팁들도 부지기수다어디선가소설에 등장하는 사건이나 인물들이 사실과 유사하다면 우연이라는 말은 모두 헛소리라고 점잖게 타인의 글을 인용해서 저격한다고수다운 발상이 아닌가.

 

결국 소설쟁이들은 어디선가 듣고 주운 이야기들에 살을 붙여 있음직한 이야기라고 한다는 거다그런 점에서 전 세대 소설쟁이들이 글을 쓰기 위해 재미진 이야기거리들을 수집하기 위해 그렇게 술판을 들락거렸는 지도 모르겠다마르케스가 그랬다고 했던가소설의 첫 단락 쓰기가 그렇게 힘들다고아니 다시 쓰기는 또 어떤가대가는 다시쓰기가 소설가의 영원히 끝나지 않을 형벌이라고 했다지그런 점에서 데이빗 설로이도 만만치 않은 다시쓰기의 고수가 아니었던가그이는 책이 이미 나온 뒤에도 계속해서 다시 고쳐 쓴다지작가와의 만남에서 내가 물었을 때는 심지어 자신이 무얼 고쳐 썼는지도 몰랐지 아마.

 

독자제현들이여그렇다고 해서 전혀 주눅들 필요는 없다한국 번역서 시장의 좁고 작음(한 마디로 장사가 안된다는 말이렷다!)으로 저자가 높이 평가한 이사크 바벨 같은 작가들의 책들은 아예 구할 수도 없으니아니 번역서가 없는데 어찌 러시아말로 된 원서를 읽는단 말인가라는 표현이 그대를 구원할지어다최근 관심을 갖게 된 토머스 울프의 책도 마찬가지 이유로 국내에서 구할 길이 없다는 점을 짚어 드리고 싶다.


*** *** ***

 

그렇게 절반 정도를 읽고 나서 도서관에 책을 반납했다그리고 다시 빌려서 나머지 절반을 뚝딱 읽었다설터의 위력은 대단했다이 위험한 책을 읽다가 산 책이 몇 권인가우선 시어도어 드라이저의 <시스터 캐리>를 사서 읽기 시작했다그리고 설터가 솔 벨로 최고작으로 꼽은 <비의 왕 헨더슨>와 <허조그그리고 <오기 마치시리즈도 사들였다일단 어떤 작가가 꽂히면 읽는 것보다 사들이는 걸 우선하는 웃기는 독자가 아닌가아마 중고서점에 이 책에 설터가 언급하는 책들이 더 있었다면 다 사들였을 지도 모르겠다그만큼 설터의 <소설을 쓰고 싶다면>은 대단히 위험한 책이다.

 

설터의 소설론을 접하면서 많은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다른 작가는 몰라도 자신은 일상에 대한 자세한 관찰과 기록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했던가뭐 조목조목 밝히며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상관없다오독 또한 독서가 주는 한 가지 즐거움이 아니었던가그가 노트에 기록한 관찰 일지들은 자기 소설의 원천이 아닐까 싶다그렇지쓰지 않은 것들은 모두 사라지는 법이니 말이다글이든 건축이든 요리든재료라는 물질이 필요하기 마련이다소설가들 역시 마찬가지다어떻게 100% 자신만의 창작이 가능하단 말인가그렇다면 좀 더 풍부한 소설을 쓰기 위해서 작가는 보통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해봐야 한다는 결론에 도다할 지도 모르겠다.

 

한 시대를 주름 잡은 작가 솔 벨로와의 교류 그리고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와의 저녁 인터뷰 등일개 아무개라면 할 수 없는 경험을 했던 저자의 에피소들이 현란하게 스쳐 지나간다참 그는 전투기 조종사로 한국전쟁에도 참가한 베테랑이라고 했지그런 점에 포인트 추가! 13년인가 하는 군인으로서의 경험을 뒤로 하고전업작가로 새출발했다는 점 또한 특이한 경력이 아닐 수 없다웨스트포인트 출신 소설가라니당연히 설터는 자신의 그런 체험들을 소설에 써먹은 바 있다부끄러움이 아니라 이런 건 오히려 자랑할 만한 그런 게 아닐지.

 

<아트 오브 픽션>의 인터뷰이는 집요하게 설터 작품 세계를 파고든다아니 그의 모든 작품을 읽은 이만이 가능한 그런 인터뷰가 아니었을까나도 못지않게 설터의 책을 읽어서 그런지 팔로우업이 생각보다 쉬었다아니 어쩌면 설터의 책들을 많이 만나지 않은 사람이 만난다면 또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열혈 설터팬을 자처하지만그가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은 <스포츠와 여가>를 세 번씩이나 읽어 보지는 못했다인터뷰이는 그 책을 세 번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새로운 기분이었다고 했던가노골적인 성애에 대한 묘사로 자신의 단편이 저명한 <뉴요커>에서 거절당했다는 이야기와 묘한 공명을 이루기도 했다. <스포츠와 여가>와 더불어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는 <가벼운 나날>이 출간 당시 혹평에 시달렸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과연 어떤 책들은 시간이 지나야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도 하는구나 싶었다.

 

국내에 설터의 책은 모두 9권이 소개되었다그 중에 두 권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과 <그때 그곳에서>를 읽지 못했다전작읽기에 도전하기 위해 나머지 책들도 마저 읽어야지아직도 출간사 목록에 근간으로 <버닝 데이즈>와 <솔로 페이스>가 있는 걸 보면서 조금 행복했다설터 샘은 이제 고인이 되셨지만여전히 읽을 책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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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2-08 10: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도 설터에 지뢰밭을 밞으셨어요.
저는 고전류 이외에는 현대소설 잘 안ㄺ었던 1人인데 설터 소설 읽고 그이후로 독서관이 바뀌었어요.
이분 세상에 나온책들 기고글 까지 싹다 읽었는데 개인적인 인생은 슬픔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첫번째 부인사이에서 낳은 딸이 샤워중 전기 감전사해서 가슴에 뭍었고 연이어 책과 영화가 상업적으로 실패해서 인생에 반은 생활고에 시달렸어도 글쓰기를 포기 하지 않았어요.

레삭매냐 2020-12-08 10:55   좋아요 1 | URL
오오~! 여기서 설터 팬 분을 만나게 되는군요.

전 지난 7년 동안 모두 7권의 설터 책을
읽었네요. 지뢰가 제대로 터졌습니다...
<all that is> 너무 보고 싶어서 읽지도
못하면서 원서로도 샀었더라는 -

이혼했었다는 썰은 들었는데 고런 슬픈
가정사가 있는 지는 미처 몰랐네요.

아, 영화감독 한다고 나섰다가 망했다는
이야기도 리뷰에 담으려고 했는데 이자
묵었네요.

이뿐호빵 2020-12-08 11: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토마스 울프 저도 최근에 ..
‘지니어스라‘는 영화를 통해 접하고 책을 찾았는데 ...구할 수 없었습니다
중고가 가격이 제법 높은?게 보였지만 선뜻 주문하기는 또 그렇고 ㅎㅎ아쉬움만
그리고
설터의 팬은 아니지만 저도 호기심이 생깁니다ㅋ
덕분에요 ~

레삭매냐 2020-12-08 15:45   좋아요 2 | URL
저는 토마스 울프는 찰스 부카우스키
아저씨가 하도 까서 알게 되었네요
세상에나 :>

그런데 책은 구할 도리가 없더라구요.

미국 사람들도 어렵다고 하는 것 같던
데... 궁금해서 한 번 만나 보고 싶긴
한데 책이 없으니.

설터, 기회가 되면 한 번 읽어보심이.
 
슈톨츠 대산세계문학총서 124
파울 니종 지음, 황승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파울 니종, 처음 들어 보는 작가다. 그런데 왜 내가 이 책을 샀을까? 산 이유도 대단한데 읽은 건 더 대단하다. 아마 이유는 순전히 연말에 책 권수를 채우려는 꼼수에서 발현된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지난여름에 사서 겨울에 읽었다. 해 넘기지 않고 읽은 게 어딘가 위로해 본다. 다행히 어디 구석탱이에 쳐 박히지 않고 눈에 띄는 곳에 있어서 나의 간택을 받았다. 작가는 스위스 출신이라고 하는데, 그 동네에서는 널리 알려진 작가일 진 모르겠지만 우리 동네에서는 무명의 작가다. 언어의 장벽을 뛰어 넘지 못한 한계로 보아야 하나. 독일어권 책들이 우리나라에서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한다는 이유는 니종의 명성이 이방에 널리 알리지 못하는데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제목에 떡하니 등장하는 슈톨츠는, 그렇다 바로 주인공의 이름이다. 슈톨츠는 25세의 가장, 노동자 그리고 대학생이다. 저자의 젊은 시절을 고대로 판박이처럼 빼다 받은 캐릭터라고 하는데 귀차니즘이 마구 발동해서 위키피디아고 뭐고 우리에게는 무명의 작가를 검색해 보는 수고도 패스해 버렸다. 아무래도 연말 즈음에 발생하는 의욕상실 덕분이려나 어쩌려나.

 

룸펜 같이 노동으로 성실하게 벌어먹고 살던 슈톨츠는 돈을 벌어 이탈리아 여행에 나서기도 하고, 어쩌구 하면서 살다가 대학에 진학한다. 살인적인 대한민국 공교육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일 것이다. 물론 서구 사회에서도 대학이라는 코스를 거치고 나면 더 많은 기회를 부여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처럼 내몰려서 대학에 진학하는 게 아니라, 슈톨츠처럼 고흐의 그림을 보고 뻑이 가서 정말로 진지하게 그의 예술 세계와 고독 기타 등등을 연구해 보고 싶다는 발로라면 대환영이 아닐까. 나이가 들어서도 대학문을 넘는 그네들의 모습이 어찌나 부럽던지. 우리는 80살 할아버지가 의대에 간다고 하면, 젊은이들의 기회를 빼앗는다고 난리부터 치지 않은가.

 

역시나 슈톨츠가 진학한 대학은 그에게 여러 가지 기회를 제공해 준다. 독일 출신 목사님네 딸내미를 만나 결혼에도 골인하고, 좋아하는 미술사학도 공부하지 않은가. 무언가 삶의 탄탄대로가 전개되는 그런 느낌이랄까. 그런데 어느 시점에서 슈톨츠는 고독과 침잠의 세계에 메혹되기 시작한다. 출산한 아내를 친정으로 보내고, 저 혼자 뭔 놈의 연구를 하겠다고 시골 농가를 찾아 고흐가 남긴 편지들을 읽기 시작한다. 그리고 저만의 사색에 빠져 용기를 내라”(sursum corda:주르줌 코르다)는 라틴어 문장을 주술처럼 외우며 학문에 용맹정진한다.

 

아내와 어린 아들 그리고 장모의 희생을 바탕으로 우골탑을 쌓던 슈톨츠는 비트마이어 씨네 하숙집을 떠나 잠시 현실세계로 복귀한다. 고흐가 남긴 편지들과 연보와의 씨름을 뒤로 하고, 현실세계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의 경험은 몽상적이라고나 해야 할까. 슈톨츠는 아내와의 재회를 두려워한다. 못 본 사이에 아들은 몰라보게 성장했다. 장인의 사투리까지 이어 받은 그런 모습으로 말이다. 목사인 장인은 논문 저술을 위해 용맹정진하는 사위에게 압박감에 시달리며 행복한 고기잡이에 나선 그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노라고 고백한다. , 그리고 보니 슈톨츠의 연구대상인 고흐도 한 때 영국에서 활동한 실패한 선교사가 아니었던가.

 

알고 보니 두 번의 대전에 참전했던 슈톨츠 장인의 이력도 화려했다. 그는 군목이 아닌 포병장교로 참전해서 베어마흐트의 일원으로 발칸반도를 지나 크레타에까지 갔었다고 한다. 목사관에 거주하는 목사의 특이한 경력이 아닌가. 슈톨츠는 칼크벨레주인 하인리히처럼 전쟁에 참전했던 이들은 모두 그들 나름대로 전쟁에 대한 추억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어쩌면 그게 1960년대 독일 소도시에 사는 독일 사람들의 실상이었는 지도 모르겠다.

 

도망치듯 글라스휘텐호프에 돌아온 슈톨츠는 여전히 논문 저술에 집중하지 못하고 비트마이어 씨네 하숙집에서 돼지 도축하는 걸 구경하며 허송세월한다. 예술가 고흐의 삶을 동경한 나머지, 자신도 본업을 내팽개치고 노동자 농민들의 삶에 천착해 버린 것일까. 연구 활동에 흥미를 잃은 슈톨츠는 고흐의 원본 그림을 다시 보고, 재도약 혹은 새출발을 위해 슈페사르트를 떠나 암스테르담행을 결정한다. 그리고 오만한 산림감독관의 제안에 따라 겨울사냥에 나선다.

 

소설 <슈톨츠>는 개인적으로 볼 때, 업앤다운이 심한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분명 작가의 자전적 모습들을 여실하게 드러내기도 하면서 또 동시에 고흐의 서간집이나 자료들을 첨부해서 서사의 줄기를 흩뜨려 트리기도 한다. 훈련된 독자라면 전부는 아닐지라도 곳곳에서 자신이 원하는 부분들을 취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변명 같지만 내가 그렇게 했으니 말이다. 뒷부분에 달린 긴 후기를 읽을 자신이 없어서 포기했다. 지역 농부 비트마이어 씨와 어울리는 장면에서는 카를로 레비의 자서전 생각이 나기도 했다.

 

예전에 사둔 책들을 하나씩 읽는 건 밀린 숙제를 하는 그런 기분이다. 어떤 이유에서 사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 읽고 나니 속은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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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7 1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0-12-07 21:33   좋아요 1 | URL
올해 시작하고 못 다 읽은
책들만 해도 상당하지 싶습니다.

역시 연말은 그렇게 읽던 책들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이뿐호빵 2020-12-07 23: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시간을 보는 것 같습니다ㅋ
읽다 만 책들 읽어 내느라 저도...
읽으면서 또 생각합니다
책 읽기가 숙제가 되면 안되잖어 ...그러면서 ㅋ

레삭매냐 2020-12-08 10:18   좋아요 1 | URL
그렇긴 한데...

왠지 읽다만 책들을 보면
숙제처럼 읽어야 하나 싶기도
하구요.

저에게는 <그리스인 조르바>
가 그러네요. 누군가는 인생책
이라고 하던데 다양한 판본의
책이 있지만 정작 완독은 못했
다는. 새해에 읽어 볼까나 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