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 검찰 부패를 국민에게 고발하다
이연주 지음, 김미옥 해설 / 포르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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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팟캐를 통해 전직 검찰 출신 이연주 변호사의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책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저자의 육성을 들으면서 꼭 한 번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바람은 곧 이루어졌다.


게다가 촛불혁명 이래 검찰 개혁이 시대의 화두가 된지 어언 두해 째를 넘기고 있는 중이다. 최근 사상 초유의 검찰 수장에 대한 징계가 시작되면서, 해당 사건이 모든 뉴스를 그야말로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검찰 개혁이 반드시 필요한 문제긴 하지만, 이 정도의 파급력을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오늘도 퇴근길에 주진우 라이브를 들면서 한 가지 사안에 대해 참으로 다양한 시민들의 의견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검찰 개혁에 동의하면서도 다만 그 방법론과 절차 그리고 속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는 기분이 들었다.


어느 조직에서나 호루라기 불기(Whistleblowing;내부고발)는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폐쇄적이고 상명하복식의 질서가 우선시되는 조직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부조리한 명령들이 넘실대는 조직의 실상을 깨닫고 저자 이연주 변호사는 1년 만에 조직을 떠났다. 저자의 동기였던 ‘그 사람’은,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조직을 떠나는 대신 조직에 남아 외로운 싸움을 이어간다. 동료나 선후배들에게 수모에 가까운 말을 들으면서도 자신의 신념과 지조를 지킨 그 사람에게 빚진 마음으로 저자는 글쓰기에 나선 것인지도 모르겠다.


갈라파고스라는 외딴 섬에 사는 새들은 모바일 시대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모른 채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자신들만의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해서 섬 밖의 일들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필요도 없고, 알고자 하지도 않는다. 생존을 위한 진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오류에 대한 성찰과 반성은 전혀 없다.


어제 라임옵티머스 사건에 관련해서 업자로부터 술접대를 받은 현직 검사들에 대한 수사 결과가 발표됐다. 검색어에 검사님들을 위한 99만원 짜리 불기소세트가 떠 있기에 무언가 봤더니, 김영란법 저촉을 피하기 위해 세 명 중에 밤 11시까지 넘어 술자리에 있던 한 명만 불구속 기소하고(그것도 형량은 무거운 뇌물죄를 피했다) 나머지는 불기소 처리를 한 것이다. 저자 이연주 변호사는 책에서 버마 전선에서 일본군을 파멸에 몰아넣었던 무다구찌 렌야를 소환한다. 그가 한국 독립에 지대한 공헌을 한 비밀독립군이라는 인터넷에 떠도는 유머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 한 번 검찰이 자기 조직에 대해 어떤 처벌을 하는지 잘 알게 되었다. 전직 대통령에는 포괄뇌물죄를 적용하는 기개를 선보였던 그들이 내부 범죄에 대해서는 케이크 자르는 플라스틱 칼만도 못한 칼을 휘두르고 있다는 사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오늘 당장 공수처 개정법안이 통과될 예정인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라도 공수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부고발자가 바라본 조직에 대한 비판은 신랄하다. 그동안 간간히 언론을 통해 접해온 검찰 내부의 문제는 심각했다. 그런데 내부에 있는 이들은 그런 점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모양이다. 소수의 검사들만이 이래서는 시민의 지지를 못 받는다고 생각하고 올바른 소리를 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2012년 검란 이래, 내부 자정과 개혁을 주장해 왔지만 아직도 그들의 주장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그것조차 어느 검사의 실수로 소나기 피하자는 식의 위장이었다는 게 드러나지 않았던가.


우리 시대의 화두가 검찰 개혁의 핵심은 이연주 변호사의 주장대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서 미래의 검찰은 기소와 공소 유지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준사법조직이 존재하는지 묻고 싶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많이 늦었지만, 검찰 개혁을 위한 더딘 걸음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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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12-10 15: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검찰개혁이 사실 우리의 삶과 얼마나 상관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지금 검찰의 폭주는 군사 쿠테타에 비견된다고, 전 생각합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선출된 권력의 견제와 감시를 무력화하겠다는 그 기개를 다른 말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 넣었고 두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 검찰 아닙니까. 누구든 잡아 넣을 수 있죠. 삼성 이재용과 자신들만 빼고요.
지금 아니면 언제 그런 기회가 올지 모를테니 이번에는 꼭 검찰개혁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더딘 걸음에 속 터지지만 ㅠㅠㅠㅠ 저도 레삭매냐님과 같이 박수를 보냅니다.
리뷰에도 박수를 보내고요! 짝짝 짝짝짝!

레삭매냐 2020-12-10 16:57   좋아요 0 | URL
저의 후진 리뷰보다 댓글이 더 반짝반짝
하는 것 같습니다.

책은 진짜 금세 다 읽고 나서, 무언가
제대로 된 리뷰를 써보겠다고 근 열흘
을 버벅거리다가 쓴 것이... 그렇네요.

왠지 검찰개혁에 나서는 출사표 같은
덧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20-12-10 17:21   좋아요 1 | URL
레삭매냐님 리뷰 읽고 너무 반가워서 저도 모르게 속마음토크 해버렸네요@@
저, 아무데도 안 갑니다^^

서니데이 2020-12-10 20: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샥매냐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따뜻하고 좋은 연말 보내시고,
항상 행복과 행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레삭매냐 2020-12-10 21:31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여느 때처럼 또 읽고 쓰고 그러다
보니 한 해가 다 지나가 버렸네요.

램프의 요정이 결산 하나는 진짜
끝장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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