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책 사진을 찍고 메모리만 챙겨서 나왔다.
메모리 안에는 지지난 주말엔가 점심에 나가서 돼지갈비를 뜯고, 배가 불러서 동네 근처를 돌아다니다 찍은 사진들이 담겨 있었다.
항상 하는 생각이지만, 사진은 찍은 다음에 정리를 하던가 아니면 인화를 하던가 해야 하는데 그게 안되는구나 그래. 디카 시절의 비애라고나 할까. 그러다 사진이 다 날라가 버리면... 예전 아날로그 시절에는 필름에 든 모든 사진들을 현상하고 인화해 봐야 알 수가 있었더랬지.
10월에 민들레라니... 게다가 그 위에 앉아 꿀빠는 나비는 또 뭐지?
우리가 아는 자연은 우리의 생각과 다르게 돌아가는 모양이다. 민들레는 봄에 피는 꽃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땅에 떨어진 민들레 씨앗은 자기가 나고 싶을 적에 그렇게 싹을 틔우고 꽃도 피우는가 보다. 근데 왜 우리집 화분에 심은 과꽃과 해바라기 녀석들은 소식이 없는 걸까. 주변 환경은 거친 야외보다 우리집이 더 좋을 텐데... 아닌가.
예전에 커피를 잘 마시지 않았는데... 습관이 무서운 모양이다. 회사에서 점심 먹고 나서 동료들과 수다를 떨기 위해 커피를 한잔씩 하다 보니 또 안 마시면 아쉽다. 뭐 굳이 마시지 않아도 되는데. 이젠 날이 추워서 어디라도 들어가 있어야지 안 그러면 나가서 책읽을 만한 공간도 없다. 코로나 시국이라 더더욱. 야외 벤치나 가능하겠지 아마.
의왕 구석지에 있는 <손커피연구소>. 여기 커피가 당동의 커피 인더스트리와 함께 우리 동네 원탑이라고 생각한다. 블렌딩이 죽인다.
이 녀석은 오뉴월에 핀다는 장미가 아닌가. 민들레는 이 녀석에 비하면 양반인가.
예전에도 11월에 장미가 피어서 ‘철없는 장미’라는 제목의 글을 어딘가에 올렸더랬지. 뭐 그땐 그랬지.
의왕 푸르지오 근처에 새로 생긴 고깃집인가 보다. 닭이랑 돼지랑 같이 파는 듯. 낮시간에 가서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아마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지면 손님들이 오는 그런 곳이 아닐까 싶다. 작명 하나는 끝내주지 않는가 말이다. 이런 간판은 또 내가 그냥 넘어갈 수가 없지 그래.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바로 옆에 있던 역시 새로 생긴 커피집인가 보다. 아마도 부부가 운영하시는 듯. 커피를 잘 하시는지 아니면 동네 마실 플레이스인지 사람들이 제법 많아 보인다. 이 집 커피를 한 번 먹어 보고 싶었으나, 이미 손커피에서 라떼를 주문해서 들고 있어서 미처 마시진 못했다. 언제 또 먹어 보나 그래.
명색이 책쟁이이니 그래도 기승전책으로 마무리해야겠지.
그저 도착해서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에밀 졸라샘의 <집구석들>이다. 제목에 대한 해석은 폴스태프님과 그레이스님이 지난 포스팅에서 잘해 주셨으니 패스.
시대적 배경은 프랑스 제2제정의 정점이었던 1861-63년 사이 그리고 장소는 파리의 어느 (서민) 아파트에 사는 군상들의 이야기인 것 같다. 주인공은 22세의 청년 옥타브 무레 씨. 아 난 근데 왜 창비 특유의 경음 표기가 왜 이렇게 마음에 안 드는지 모르겠다. 그들이 아무리 옥따브니 깡빠르동이니 해도 난 내 마음대로 표기할 것이다. 옥타브 그리고 캉파르동으로 말이다. 사적인 리뷰와 글이니 그 정도는.
너무 졸려서 읽다가 살포시 책을 내려놓고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