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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는 진리를 반박하지 못할 것이다    2014/03/01 12:38추천 3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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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리는 진리를 반박하지 못할 것이다.
진리는 진리와 화합하고 진리에게 호의적으로 호응한다.달리 말하자면
과학을 통해 진리를 찾으려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신의 말은 모든 진리의 원천이므로 진리는 신의 말을 반박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달리 말하자면
과학을 감행하라.그렇다고 해서 신은 두려워할 것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성은 신의 작품에 접근하게 해 주는 열쇠이고 .이성적 사색은 신에 대한 이해다. 그것이 실수, 남용, 신성모독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해서 금지한다면 " 물에 빠져 죽은 사람들이 있다는 구실로 목마른 사람에게 신선하고 좋은 물을 마시지 못하게 하여 그를 갈증으로 죽게 만드는 것"과 같은 것이다." 왜냐하면 물 때문에 숨이 막혀서 초래되는 죽음은 우연성의 결과인 반면 , 갈증으로 초래된 죽음은 본질적이고 필연적인 결과이기 때문이다.>

멋진 글이다. 이미 1126 년에 태어난 이븐 루슈드의 말이다. 이 말은 중세의 암담한, 절대 화합할 수 없는 신학과 과학의 경계를 허문 위대한 논설이었고 이에 따라 신학에서도 과감한 과학과 이성의 영역, 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학설에 까지  다시 각광을 받는다.

오늘 우리 국민들의 학문에의 열성과 그에 따른 학력은 세계 최고위에 이른다. 
그런데 종교에 관한 우리 신앙인들의 의식은 이러한 치열한 역사적 고찰과 철학적 과학적 고찰 없이 끓어대는
냄비적 근성임을 도처에서 본다. 우리 눈 앞에 펼쳐지는 조용기 목사의 실례를 봐서도.

" 분노하지 않는 그대 , 결국에는 짓밟히리라" 
어느 젊은 철학자의 서늘한 경고다.
우리의 나태한 삶, 언젠가  미구에 짓밟힐 것이다.


< 연신의 노래가 답보상태이므로 예전의 저의 글로 스스로 격려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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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ight="315" src="http://www.youtube.com/embed/Ae45kCA3ZzI" frameborder="0" width="420" allowfullscreen="">

< 출처 : youtube >

 

 

Never ending story

나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

 세상이 끝날  때까지 모든 이야기는 계속된다.

비록 천재지변이나 사건 사고또는 지옥같은 나쁜 일이 생긴다 해도  또한 기록되며 역사가된다.

나의 의지나의 신념,  내가 숨 쉬며  살아 있는 나는 나의 이야기를  것이다.

마치 거대한 골리앗의  앞에서도 돌팔매를 날린 용감한 다윗처럼,

나는 나의 운명 앞에 계란 던지기를 계속할 것이다.

시지프스의 헛된 노동에 존경과 응원의 축배를!

 

 

 

그리고  세상에 올바르고 고귀하며 투명한 양심과 이성지성을 선망한다그것을 배우려 노력하며 그것들을 일부라도 나에게로 받아들이며 그들을  마음의 대들보삼아  안에서

 신호에 맟추어 살아가려 한다.

 빨간 빛에는 멈추고 노란 빛에는 돌아가고 파란 불에는 지체없이 나아가고산다는  그토록 상식적이고 단순한 것을.

 마음에 슬픔이나 절망이나 포기라는 극단의 정서가 스며들지 않도록 방수 코팅을 하라.

해독일 뿐인 나쁜 감정은 코팅으로 차단하고 튕겨내 버려라.

--- ( 인생의 비극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달성할 목표가 없는 것이 진정한 인생의 비극이다목표 달성에 실패하는 것은 치욕이 아니다그러나 달성할 목표가 없는 것이 치욕이다그러니 높은 목표를 정하고 자신을 신뢰하며 도전하자어떤 일도 가능하다.) ---

 말은 나탈리 다후아라는 여성의 금언인데 그녀는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고도 2008  올림픽 수영 마라톤 10 KM 경기에서 25  출전 , 16 위로 결승 골인한 강인한 의지와 실천의장한 여인이다.

먹장 구름 밑으로 세찬 비가 내려도  구름위로 찬란한 태양은 여전히 빛나고   속에 낙심과 근심 , 초조함이 있으나 

 위에 별과 같이 빛나는  소망은 영원히 스러질  모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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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되어 만나리. 1    2014/05/08 04:46추천 1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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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오월의 이른 아침.

명수씨는 커텐 사이로 들어오는 강한 아침 햇살에 눈이 부셔 잠에서 깨어났다.

부시시 일어나 창문을 활짝 열어 본다.새들의 요란한 지저귐 소리와 함께 초록빛 싱그러운 바람이 물밀듯 쏟아져 들어 온다 .몽롱한 잠에서 활짝 깨어나며 가볍고 상쾌한 마음에 훨훨 날 것 같다. 산다는 것의 기쁨, 용기 힘이 솟구치며, 뭔가 행운이 다가오고 있다는 기분좋은 예감.


 

방문이 열리며 아내가 쟁반에 커피와 토스트를 담아 들여 온다. 갓 내린 커피의 향이 좋다.

“ 곧 내려갈려는데 뭐 여기까지 갖고 오시나,하 하!  여하튼 땡큐.”

“ 잘 잤어요? 날씨가 참 좋아요” 아내도 생긋이 웃으며 말한다.방금 샤워를 한 그녀의 맨 얼굴은 발그스럼한 홍조에 윤기나는 검은 머리가 젖은채로 치렁치렁 늘어져 있다.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여자, 그래서 인지 몸매도 흐트러짐 없이 유연하고 얼굴은 동그라며  뺨이 살짝 도드라져 앳돼보이는 모습이다. 그리고 아직도 남편 앞에 수줍은 낯가림이 늘 소녀같은  모습이지만 ,  이제 오십을 훌쩍 넘어가는 연륜 따라  사려깊고 침착한 눈매,  공손한 순종의 부드러움, 아내 너무 사랑스러운 그대.

명수씨는 문득 아내가 필요한 용건이 있을 때, 이런 대화의 시간을 만든다는 생각에 긴장한다.

“ 오늘 아침 상의할 일은 무엇이요?”  아내는 짐짓 커피를 한 모금 머금으며 시간을 끈다.

“ 당신의 한갑 생일이 가깝잖아요? 이번엔 좀 큰 생일 파티를 하고 싶어요.”

“ 아, 한갑잔치라니 ! 그런 노인네 생일 파티는 내게 어울리지 않아” 명수씨는 오늘따라 고혹적인 아내의 얼굴에 깊은 눈빛을 보낸다.

“  난 차라리 당신과 호젓한 여행이 기대되는데.” 그러나 아내는 현실적이고 냉정하다.  “아니예요, 어머님 돌아가시고 우린 5 년 동안 근신하며 지냈어요, 이젠 좀 분위기 바꿔 사람들과의 친교도 생각해 봐요. “  아내의 생각이 무리도 아니다. 아내가 시어머니에게 얼마나 지극하였으며 또한 자손을 못 보여드린 자책으로 얼마나 괴로워 했는지 잘 알고 있다. 참을 만큼 참으며 숨 죽여 산 아내의 긴 세월, 그래, 아내도 자신의 뜻을 펼칠 기회가 필요해.

“ 그래요, 당신에게 일임할테니 알아서 해요. “ 명수씨는 흔쾌히 말하며 얘기를 맺으려 한다. 하지만 아내는 아직 할 말이 있는듯 망설인다.

“ 제가 가게에서 하는 일이 너무 힘들어 메니저를 한 사람 구하려고 해요. 오늘 한 사람을 인터뷰하기로 했는데 당신도 함께 봐 주지 않을래요?”  명수씨는 순간 뜨악한 표정을 짓는다. ‘ 당신 일과 내 일은 서로 다르잖아’ 하는 그의 심중을 간파하는 그의 아내 이 은주는 덧붙여 말한다.

“ 알아요, 당신 마음, 그러나 당신은 사람을 많이 겪으니까, 아마도 적절한 사람을 구별할 수 있다고 생각되서 부탁하는 거얘요.”  

결국 아내에게는 언제나  마음 약한 명수씨

“ 당신 사무실에 몇 시에 가면 돼겠소?’

이들의 타협이 이쯤해서 마감되며 각자, 자신의 하루 일상을 위해 준비한다.

명수씨는 짙은 청색 스트라이프 정장에 서류가방을 들고 BMW를 몰고 로우펌 사무실로 떠나고 아내 이은주씨는 자신의 오랜 사업처 K 클리너를 향하여 토요타 벤을 몰고 출발한다.

이내 그들의 커다란 저택은 새소리만 가득한 고즈녁한 분위기 속에  휩싸인다.


 

약속한 오전 11 시 명수씨는 바쁜 시간을 틈내어 아내가 운영하는 K 크리너에 도착했다.

카운터에서 손님의 옷을 받고 있던 아가씨의 눈인사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서자

넓은 훽토리에는 보일러에서 나오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하고  여러 명의 히스패닉들이 남자의 자켓, 바지, 여자들의 드레스나 불라우스 스커트 등을 분류해 각자 자신의 프레스대 앞에서 칙칙푹푹 뜨거운 스팀을 뿜으며  부지런히  다려내고 있다

웽웽 커다란 클리닝 기계 세 개와 런드리 기계 또 드라이 기계가 돌아가는 앞 쪽에는 이 곳 까지 일곱 개의 세탁소에서 들어온 옷가지들이 산처럼 쌓여있고 그 앞에서 김씨 영감이 땀을 흘리며 짙은 색 옷과 얇은 실크 옷들을 분류하고 있다.

 

' 아 여긴 언제나 뜨거워 숨 막힌다 !'

' 이은주 대단한 여자야.'

올 때마다 한 번 씩 중얼거리는 말을 오늘도 자신도 모르게 또 중얼거리며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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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참이나 부족한 글을 써 가면서 저는 - 어이 없게도-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심지어는 이 시리즈를 처음 시작한 올해 1 월 부터 4 월 까지 헛산게 아니다 하며 자부하기도 합니다.
그 만큼 저는 가슴 속에 꼬물거리는 오래된 아기들을 출산 한 듯 , ( 또 엄청 어이 없지만 )
홀가분한 기분입니다.

그리고 이게 다가 아닙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내 생명이 이어지는 동안 
아직도 많이 내 안에서 꼬물거리는 
야릇한 이야기를 끄집어 낼 것 입니다.

내 아이들은 모두 순하고 착하며 
또한 정직하고 의롭습니다.
그들에게 갈등이나 번민은 없습니다.
가치관이나 인생관이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태초의 의로운 신마냥 
현실에 맞닥드릴 용기가 있고
또 역부족일 땐 안개처럼 산화할 각오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혜롭고 교묘한 수많은 작가들에게서
 비꼬인 갈등과 짜깁기와 인륜 막장의 혼동에
충분히 시달리고 통탄하고 분개하여
피곤해 있습니다.

저는 샘물같이 차갑고 맑고,달콤하며 , 풍부한 미네랄로 가득한
생명수 같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지켜보신 소수의 분들,
 
부족한 역량이지만 
성원과 격려로 
제 여린 마음에
용기를 주신 분들께 
진정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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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이 등교하는 길,

외삼촌 병원을 나서면 ㄷ읍을 가로지르는 큰 길이 있다. 그 길을 따라 5 분 쯤 걷다 외돌아

병목안 마을로 들어서는 작은길, 여기엔 차 두 대가 겨우 스칠 정도로 좁다. 포장도 안되어

차라도 한 대 지나가면 온통 흙먼지가 풀썩거리고  분가루처럼 뽀얗게 내려 앉는다.해서 하경은 다시  옆 길 농로 쪽으로 길을 바꾼다.

왼 쪽으로는 콩밭이나 배추밭이 널려있고 바른 쪽엔 작은 농수로 ,시냇물이 졸졸 흐른다.그 너머엔 좁다란 두렁을 낀 드넓은 논들이 있어 하경은 이 곳에 들어서면 우선 콧구멍을 넓히고 입을 벌려 심호흡을 한다. 푸른 논을 휩쓸고 온 푸른 바람, 풀냄새가 가득하다. 그러나 지금은 가을 하고도 끝자락 . 벌판은 이미 밭걷이가 끝나  텅비어 썰렁하다, 길가 남은 풀마저도 하얀 서리로 잔뜩 시들어 있다. 그런데 오늘 하경은  그 풍경들이 눈에도   맘에도  깊이 들어오지 않는다.그녀는 젖은 풀로 인해 축축한 운동화의 발끝을 보며 묵묵히 걷는다.새들도 아직 서두르는 기척없이 사방이  고요하다. 하경은어젯 밤 늦도록 읽은 에밀리 브론테의 < 워더링 하이츠-폭풍의 언덕 > 소설의 충격적인 여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랑은 당연히 달콤하고 아름답고 설레고, 어린 소녀라면 누구나 갖고 싶은 로망이다. 그러나 히스클립과 케서린의 야릇한 관계, 사랑이란 감정으로 벌이는 집착과  질투,그래서 벌어지는 광적인 히스클립의 악행.그래서 그가 사랑하는 케서린을 짓밟고 괴롭히고  또 스스로도 자멸해 나가는 스토리에   하경은 적쟎이 놀란다.

심지어 죽어 장사지낸 케서린의 무덤을 파혜쳐 시체를  꺼내  포옹하는 히스크립의 깊은 슬픔, 어두운 열정.  케서린의 영혼마져 그 광경을 바라보며 한숨짓는 모습은  하경도 연민으로 가슴 저며 한숨지으며 그를 미워할 수 없는 묘한 감동을 느낀다. 배신감과 질투, 복수심으로 갈등하던 그들이 비로소 죽음의 저 너머에서   행복하게 손을 잡고 히스꽃 가득한 워더링 하이츠 초원을 거닐고 있을까., 열정으로 인하여 스스로 산화되는 사랑,  캐서린과 히스클립이 싦과 죽음을 넘나들며며, 끝내는 영혼으로 화합하는 그들의 사랑에 징글징글하면서도 그 끈끈하게 빠져드는  늪 같은 사랑이 이렇게 마음에 긴 여운으로 남다니 .


하경은 생각에 골돌한 채 학교에 당도했다.

짝꿍 영희,  한 쪽 눈을 안대로 가렸다. 다른 한 눈 마져 퉁퉁 부어 한 2 미리 정도 밖에 열려있지 않다. “ 영희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냐?” 늘 명랑하고 솔직한 영희, 오늘은 아무말 없이 얼굴을 책상 위에 박는다. 그리고 또 쿨적인다. 하경은 가만히 영희의 등을 토닥여 준다.


좀 잘 통한다 생각한대로 영희와 반장 김혁제는 사귀고 있었다. 혁제는 영희를 보호하고 영희는 그를 오빠처럼 의지하고, 가끔 만나 어른들처럼 데이트도 하고,- 이 말을 영희한테 직접 듣고 하경은 못마땅하여 눈꼬리가 찢어지도록 영희를 흘겨 봤다. -

그런데 어제, 혁제가 늦도록 붙잡고 집에 보내지를 않았다는거다. 여관업을 하는 영희네는 그 곳을 출입하는 사람들의 생리를 잘 알고 있다.   혁제도 그런 의도를 갖고 있다는 데에 짐작이 가자 영희는 너무 화가 나고 혐오스러워 강력하게 반항했다.

어느 뒷골목 으슥하고 허름한 여관까지 끌려간 영희. 방 안으로  떠밀리는 순간 이건 아니다 싶어  와락 뛰쳐나오며 소리를 질렀다. 곧  그 조그만 공간에 호떡집에 불 난듯 사람들이 몰려나오고 사방에서 질타하고 투덜대는 소란 속에 영희는 밖으로 줄행랑을 쳤단다. 도망쳐 한숨 돌리려는 순간에 곧바로 따라온 혁제가 “ 계집애 건방지고 재수없어 “ 하며 한 방 쳤다는 것이다. 한 방 맞은 것이 하필 눈두덩을 맞아 밤탱이처럼 부어터져 안대를 했단다. 그리고 아픈 것 보다 혁제의 무식하고 불량한 태도가 너무 실망스럽고 분해서 밤새 울었다고,

“ 야 그 자식 깡패라는 것 너도 잘 알고 있었으면서 새삼 무슨 실망?” 하경의 눈이 더욱 째지고 하얗게 흘긴다. “ 하경아, 그 오빠, 나한테 너무 잘 해줘서 그런 사실을 깜빡했어. 나한테만은 천사 같았어” “ 천사 ? 미안하지만 나 웃을께, 우하하하 “ 그러나 영희는 하경의 빈정댐을 고까워하지도 않고 또 눈물을 글썽인다.  “ 난 아버지나 오빠같은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없쟎아 ,  혁제 오빠가 내 든든한 빽이었어. 내게 다정했고 내가 해달라는 건 모두 군말없이 해 주고, 그래서 내가 철없이 너무 의지했었나 봐.” 이제 하경은 더 이상 웃지 않는다. 좀 전에 웃었던게 미안스럽다.  “ 영희야, 네 말 들으니 이해할 만 해. 그래, 그럴 수 있어. 근데 네가 어젯 밤 용감하게 박차고 뛰어나온 건 정말  잘했어. 근데. 왜 맞기만 했니? 너도 한 대 치지” 하경이 다시 도전적으로 눈을 치뜬다.  “ 왜 내가 맞기만 했겠니? 쪼인트 한 대 깟다.쎄게 쳤는지 오빠가 주저앉는 동안에 냅다 뛰어 집에 왔다.” “ 잘 했어 영희야, 영희는 용감해.”


그 날 혁제는 학교에 오지 않았다. 어젯 밤 과음을 했는지, 아님 영희 보기 쪽 팔렸는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안 보니 안심이다. 하경은 이상하게 영희의 보호자라도 된 것 처럼 치떨리고 어떻게 해결할 건가를 심각하게 고민한다. ‘ 이 자식을 어떻게 엿 먹이지?


외시촌 큰 언니는 직장 때문에 서울에 가 있어 언니의 빈 방을 뒤져 본다.. 플리츠 스커트에 화려한 꽃무늬 실크 불라우스를 골라 입고 머리를  스트레이트로 풀어 내린다. 그리고 입술에 연한 색 루즈도 발라 본다. 어떻게 보일까 걱정하며 등신대 거울에 자신을 비추어 본다.갸름한 얼굴에 찰랑찰랑 긴 머리, 호리호리한 몸매, 성숙하고 세련되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만족한다.


그리고 그가 항상 죽치고 있다는 K당구장을 찾아 간다. 정말 낯선 곳이다. 우선 담배냄새가 지독하고 흘금흘금 쳐다보는 낯선 눈길들, 그걸 감당하기 벅차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 카운터 언니에게 김혁제를 찾는다고 말한다.  < 김혁제 >를 되뇌이는 눈이 어느 지점을 바라본다. 그 곳에 그가 있다. 불길하게 창백하고  하얀 얼굴, 찢어진 사나운 눈, 매부리의 코, 어깨는 딱 바라지고 다리는 땅딸막하다.  영희가 좋다는 사람, 아, 난 이해 못해, 하필 저런 놈을--

“ 여긴 웬 일이냐?”  벌써 혁제가 눈 앞에 와 있다. 혁제는 기분 나쁘게 야릇한 웃음을 지으며 하경의 아래 위를 훑어 본다.  “ 오빠 어디 가서 얘기 좀 할까?” 하경은 이미 후회하고 있다. 이 골치 아픈 와중에 내가 왜 드리대고 있느냐 이거다. 그러나 이왕 엎질어진 물, 앞으로 가.


하경에게 다방은 처음이다. 혁제가 앞장 서 들어 온 다방, 그는 익숙하게 턱으로 레지를 불러 차주문을 시킨다. “ 넌 뭘로 할래?” “ 응, 응 아무거나 “ 혁제는 피식 웃으며 “ 카피 둘 “ 한다. 다방 안은 낮으막한 라이트 팝이 흐르고 조용하다. 커피가 날라오고 혁제는  다리를 벌리고 등을 기대  여유부리며 앉는다. 하경도 일단 다리를 꼬아 본다. 짧막한 치마가 더욱 올라가 무릎 위 넓적 다리가 살짜기 들어난다. 하경은  손수건을 꺼내  드러난 다리 위에 살그머니 얹는다. 혁제가 또 씨익 웃는다. 하경은 품위를 지키려는 자신의 노력이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순간 속이 확 뒤집힌다.

“ 난 영희의 친구얘요. 내겐 영희가 소중해요 그래서 얘기 좀 하려구요”  갑자기 튀어나온 영희라는 이름에 혁제는 뜨악한 표정이다.  “ 영희를 사랑하는 거얘요? 아니면 소유하고 싶은 거얘요?” 당돌한 질문이 혁제에겐 대답하기 너무 곤란한듯 하다. 해서 화부터 낸다. “ 야. 너 ㅈ만한 계집애가 뭘 알고 싶은데” “ 영희는 이제 겨우 15 살이야, 네가 책임질 수 있어? 영희를 유린한다면 넌 짐승이야, 그러나 기특하게도 사랑을 한다면 이래선 안 돼지. “ 하경 , 별로 맘에 외워 둔 말도 없건만 이렇게 말이 술술 나올 줄이야. 그리고 두려운 존재 혁제에게 설교조의 반말 까지.

아니나 다를까, 눈 앞이 번쩍하며 뺨을 한 대 맞는다. 눈 앞에 잔뜩 인상을 쓴  혁제 얼굴만 가득하다. “ 영희는 너를 다만 보호자나 오빠처럼 믿었단다. 그런 영희를 넌 짓밟고 싶냐? 영희의 앞 날을 네가 책임져 줄래? “ 이왕 시작한 거 하경은 나오는대로 씹어 뱉는다.빨갛게 부풀어 오르는 뺨을 한 손으로 감싸안으며 하경은 분노에 찬 눈으로 혁제를 쏘아 본다.  다방 안의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다방 안 여왕벌 같은 마담과  레지 아가씨가  당황하며 다가온다. “ 잘 들어 둬라, 히스크립처럼 이기적이고 심술궂고 집착하면 네 인생이 다쳐!” 혁제는 하경의 손을 잡아 끌고 밖으로 나온다.

“ 나 창피해서, 이런 ㅈ만한 계집애들이 나를 우습게 보네, 너 나한테 뒤져 볼래?” 혁제는 주먹을 불끈쥐어 높이 쳐든다. 바깥의 싸늘한 바람이 하경의 얼굴에서 흥분과 열기를 거둔다

그녀는 마음의 평정을 찾아  부드럽고 침착하게 말한다.

“ 오빠, 영희의 인생도 귀중한거야. 우선 그것을 존중해 줄 때, 오빠도 인간 대접을 받는거야.”

혁제는 하경을 역겨운 표정으로 째여보다 그녀를 밀어 제치고  뒤돌아 터덜터덜 가 버린다.

거리에 하경 혼자만 남았을 때, 비로소 그녀는 정신을 차린다. 내가 뭔 짓을 한거지? 내 오지랖, 내가 감당이나 될까. 얻어맞아 화끈대는  뺨을 다시 손으로 살짝 감싼다.맞은건 억울하지 않다. 아마 내 말펀치가 그를 더욱 아프게 깟을테니.


연말이 다가오는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요란하고 각종 상점에는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과 선물용 상품, 그리고 반짝이로 치장한 예쁜 카드들이 눈과 귀를 유혹한다. 기말고사도 끝났겠다, 짝패들은 다시 읍내 번화가로 나와 거리를 어슬렁거린다. 각자 누군가를 머릿 속에 그리며 팬시 상품울 만자작거리고 또는 문방구에 들어가 여러가지로 반짝이는 카드를 고르기도 한다. 대개는 가벼운 학생들의 주머니를 감안한 조악하고 값싼 물건들이지만 어린 소녀들의 부푼 가슴을 들썩이게 하는데는 부족함이 없다. 한참을 쏘다닌 짝패들은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픈데, 시장통 안 만두집의 유혹을 무심히 지나칠 수 없다. 출입구 앞 거리에 커다란 찜가마솥을 놓고 언제나 김을 폴폴 풍기며 만두나 찐방을 푸짐하게 만들어 수북하게 쌓아 놓은 그 집을 참새가 방아간을 그냥 지나갈 수 없듯이  우르르 들어간다.

꼬질꼬질한 테이블이 몇 개 놓인 가게안에선 시큼한 빙초산식초 냄새가 배어 있다. “ 아줌마 빵하구 만두 10 인분 주세요.” 식욕 왕성한 정옥순이 거의 두 배를 주문한다.” 난 일인분만 먹고 일인분 값만 낼꺼야. 소심쟁이 순애, 미리 못 박는다. “ 걱정 마 모자라는 몫은 내가 내 주마” 역시 통 큰 이광순 여유 부린다. 찐빵과 만두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들은 간장에 식초를 타서 와리바시로 콕콕 찍어먹거나, 단무지를 아삭아삭 씹어대며 느려터진 아줌마의 넓은 등짝에 눈총을 쏘아댄다.

“ 우리 이번 크리스마스 올라이트하자. “ 점순이가 눈을 반짝이며 말을 꺼낸다. “ 올라이트가 뭐야?” 서울 촌놈 하경은 어리둥절 한다. “ 남자 여자 아이들 모여 밤새도록 노는거다. “ 뭘 하고 놀지?  어디에서 ? 아직 알고 싶은게 많은 하경을 앞지르며,  순애가 김을 뺀다.” 난 교회 학생회서 밤샘하기로 했어. 새벽에는 새벽송도 나가야 되고.” 이어 영희가 시큰둥하게 말한다. “ 난 싫다 , 우린 아직 어리쟎니? 좀 더 자란 후에 근사하게 놀자” 부정적 반응에  분위기는 급속도로 식어가고 날라온 만두, 빵들만 우걱우걱 먹는다.


모두 뿔뿔이 헤어지고 영희와 둘이서만 집으로 향하는 길, 하경이 영희의 눈치를 보며 슬쩍 묻는다.

“ 혁제 오빠랑 크리스마스  약속 있는거야”  영희는 쓸쓸하게 눈을 내리깔고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리고

“ 혁제 오빠, 다음 주 화요일에 군 입대한대.” 힘없이 말한다. 하경이 화다닥 놀라며 “ 그럼 너넨 이젠 끝난거네 ,  잘 됐네.” 과장되게 톤을 높여 말하며 신중하게 영희를 본다.

“ 몰르지, 지는 군대가서 좀 더 쓸모있는 인간이 되가지고 올테니 나더러 얌전히 기다리랜다.”

하며 영희는 피시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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