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 - 제1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8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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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매력적인 선전 문구는 이렇다.

' 99 %의 절망, 그리고 1 %의 가장 아름다운 희망'

 

책 첫 장을 펼쳤다.

< 남자는 캄캄한 숲에서 잠을 깼다.밤의 한기를 느끼자 손을 뻗어 옆에서 자는 아이를 더듬었다.

밤은 어둠 이상으로 어두웠고 낮도 하루가 다르게 잿밫이 짙어졌다,차가운 녹내장이 시작되어

이 세상을 침침하게 지워가는 것 같았다. 아이가 귀중한 숨을 한 번 쉴 때마다 그의 손도 가볍게

오르내렸다.>

지구가 핵폭발로 처철한 종말을 고한 후 6 년, 그래도 생존한 남자와 그의 아들인 소년, 그들은

보다 따뜻하리라 여기는 남 쪽을 향하여 춥고 굶주린 여행을 계속한다.

보이는 것은 온통 바람에 날리는 잿 가루, 타버린 나무, 집들, 그 어디에도 생명체는 없다.

아니, 가끔 살아 남은 인간들을 만날 때는 공포에 떨며 숲으로 숨어 든다. 먹을 것이 떨어져

인간 사냥에 눈이 뒤집힌 사람 아닌 악령 들.

소년은 가끔 엄마를 보고 싶어 했다.

< 엄마하고 함께 있었으면 좋겠어요 . 잠시 후에 남자가 말했다.그러니까 죽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니? 네. 그런 말하면 안 돼.

하지만 진심인걸요. 그런 말 하면 안 돼, 나쁜 말이야.

어쩔 수가 없어요. 안다. 하지만 하면 안 돼.

어떻게요?  나도 모르겠다. >

아내는 이미 사람들이 미치광이로 변해 살상과 약탈로 황폐된 절망의 땅에서 생존하기를

포기하고 스스로 죽음이라는 새로운 애인에게로 갔다.

< 사실 여자 말이 옳았다. 할 말이 없었다. 그들은 수많은 밤을 자지도 않고 정신병원 벽에

사슬로 묶인 철학자들처럼 진지하게 자멸에 관하여 찬반 토론을 벌여 왔다.>

황량하고 추운 벌판과 숲 속, 또는 도시,분지들을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며 불타 버린 죽은

나무 등걸로 몸을 녹이고 빈 집이나 헛간에 들어가 말라 쪼그라진 먹을 것을 찾으며

목적도 없이 , 희망이나 계획없이 막연하게 남 쪽 해안가로 이동하는 아버지와 아들.

남자가 아는 것이라곤 아이가 자신의 근거라는 생각만으로.

지구 종말 이후에 태어났고, 문명도 사회도 경험이 없는 소년은 그래도 상상 속의 친구가

있고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착하고 지혜로운 소년, 그 소년은 거리에서 만난 어린 아이,

희미하게 들려오는 개의 짖는 소리, 심지어 그들의 귀중한 옷가지와 음식을 실은 카트를

훔쳐 달아나는 노인에게 조차 깊은 연민으로 도와주고 싶어하고, 마음 아파 한다. 남자는

소년에게 불을 운반하는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 춥고 험한 길에서도 마치 우리 인생에 가끔 꿈처럼 스치는 행운처럼 맑은 물을 발견하여

싫컷 갈증을 풀고, 또 비상 창고를 발견하여 배 불리 먹고 따뜻하게 물을 데워 목욕도 하고.

그러나 그들은 거기 눌러 앉아 살 수 없다, 필요한 것을 챙겨 다시 길로 나선다.

남자의 육신은 병들어 있었다. 처음에는 아이 몰래, 점점 더 심해지며 아이 앞에서도

터져 나오는 기침을 추스르지 못해 피를 쏟기까지 하게 된다.

< 거기 있는 거야? 남자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내가 당신을 마침내 보는 건가? 내 손으로

잡아 비틀 목은 있는건가? 심장은 있어?당신은 영원히 저주 받아야 해.영혼이 있나? 오,

신이여, 남자는 속삭였다. 오 신이여.>

남자는 자신이 오래 버틸 수 없다는 걸 안다.

< 항상 총을 갖고 다녀.좋은 사람들을 찾아야 하지만 모험은 하지마. 절대 하면 안 돼

듣고 있니?  함께 있고 싶어요.  안 돼. 제발.

안 돼 너는 불을 운반해야 돼. 그게 어디 있죠? 어디 있는 지도 몰라요.

왜 몰라 네 안에 있어 늘 거기 있었어. 내 눈에 보이는데. >

그러며 아버지는 죽어 간다. 절망의 끝. 소년은 울고 또 운다.그리고 사흘을 머물다가

다시 길을 나갔다, 그리고 좋은 사람을 만난다. 사람을 안 잡아 먹는 사람. 아이들이

있고 가정이 있는 사람.

< 여자는 소년을 보자 두 팔로 끌어 안았다. 아, 정말 반갑구나.여자는 가끔 신에 관해

말하곤 했다.소년은 신과 말하려 했지만 가장 좋은 건 아버지와 말하는 것이었다.

소년은 실제로 아버지와 말을 했으며 잊지도 않았다.여자는 그것으로 됐다고 했다.

신의 숨이 그의 숨이고 그 숨은 세세토록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이어진다고.>

 

이야기는 생성되어 가는 세계 지도를 문양으로 한 지느러미로  잔 물결을 일으키는

 송어를 상징으로 끝을 맺는다.

문장은 힘차고 간결하며 절대 허무 속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구원의 여정을 보여 준다.

그래서 그 끝에 뾰족하게 내미는 희망의 새 싹.

 

오랜만에 흠뻑 빠져서 마음 깊은 곳을 적시며 읽었다. 다 읽고 나서 다시 장수를 펄렁펄렁

넘기며 또 읽었다. 절망 속에서도 얼마나 아름다운 생성의 힘을 틔우는 사랑인가.

그 사랑을 기억한다면 인류 문명은 결코 멸망하지 않는다는 신념.

현재 풍요롭고 평화스런 이 세상에서 우린 불평할 게 없는 행복된 삶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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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업 2008-09-21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니, 어째서 <로드>의 리뷰가 <완득이>에... 어딘가 실수가 있었나 봅니다.^^;;

소금연못 2008-11-28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HE ROAD < 코맥 메카시 > 지음 --그리고 이 리뷰가 조선에 나왔던데..무슨 오류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