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되어 만나리. 1    2014/05/08 04:46추천 1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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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오월의 이른 아침.

명수씨는 커텐 사이로 들어오는 강한 아침 햇살에 눈이 부셔 잠에서 깨어났다.

부시시 일어나 창문을 활짝 열어 본다.새들의 요란한 지저귐 소리와 함께 초록빛 싱그러운 바람이 물밀듯 쏟아져 들어 온다 .몽롱한 잠에서 활짝 깨어나며 가볍고 상쾌한 마음에 훨훨 날 것 같다. 산다는 것의 기쁨, 용기 힘이 솟구치며, 뭔가 행운이 다가오고 있다는 기분좋은 예감.


 

방문이 열리며 아내가 쟁반에 커피와 토스트를 담아 들여 온다. 갓 내린 커피의 향이 좋다.

“ 곧 내려갈려는데 뭐 여기까지 갖고 오시나,하 하!  여하튼 땡큐.”

“ 잘 잤어요? 날씨가 참 좋아요” 아내도 생긋이 웃으며 말한다.방금 샤워를 한 그녀의 맨 얼굴은 발그스럼한 홍조에 윤기나는 검은 머리가 젖은채로 치렁치렁 늘어져 있다.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여자, 그래서 인지 몸매도 흐트러짐 없이 유연하고 얼굴은 동그라며  뺨이 살짝 도드라져 앳돼보이는 모습이다. 그리고 아직도 남편 앞에 수줍은 낯가림이 늘 소녀같은  모습이지만 ,  이제 오십을 훌쩍 넘어가는 연륜 따라  사려깊고 침착한 눈매,  공손한 순종의 부드러움, 아내 너무 사랑스러운 그대.

명수씨는 문득 아내가 필요한 용건이 있을 때, 이런 대화의 시간을 만든다는 생각에 긴장한다.

“ 오늘 아침 상의할 일은 무엇이요?”  아내는 짐짓 커피를 한 모금 머금으며 시간을 끈다.

“ 당신의 한갑 생일이 가깝잖아요? 이번엔 좀 큰 생일 파티를 하고 싶어요.”

“ 아, 한갑잔치라니 ! 그런 노인네 생일 파티는 내게 어울리지 않아” 명수씨는 오늘따라 고혹적인 아내의 얼굴에 깊은 눈빛을 보낸다.

“  난 차라리 당신과 호젓한 여행이 기대되는데.” 그러나 아내는 현실적이고 냉정하다.  “아니예요, 어머님 돌아가시고 우린 5 년 동안 근신하며 지냈어요, 이젠 좀 분위기 바꿔 사람들과의 친교도 생각해 봐요. “  아내의 생각이 무리도 아니다. 아내가 시어머니에게 얼마나 지극하였으며 또한 자손을 못 보여드린 자책으로 얼마나 괴로워 했는지 잘 알고 있다. 참을 만큼 참으며 숨 죽여 산 아내의 긴 세월, 그래, 아내도 자신의 뜻을 펼칠 기회가 필요해.

“ 그래요, 당신에게 일임할테니 알아서 해요. “ 명수씨는 흔쾌히 말하며 얘기를 맺으려 한다. 하지만 아내는 아직 할 말이 있는듯 망설인다.

“ 제가 가게에서 하는 일이 너무 힘들어 메니저를 한 사람 구하려고 해요. 오늘 한 사람을 인터뷰하기로 했는데 당신도 함께 봐 주지 않을래요?”  명수씨는 순간 뜨악한 표정을 짓는다. ‘ 당신 일과 내 일은 서로 다르잖아’ 하는 그의 심중을 간파하는 그의 아내 이 은주는 덧붙여 말한다.

“ 알아요, 당신 마음, 그러나 당신은 사람을 많이 겪으니까, 아마도 적절한 사람을 구별할 수 있다고 생각되서 부탁하는 거얘요.”  

결국 아내에게는 언제나  마음 약한 명수씨

“ 당신 사무실에 몇 시에 가면 돼겠소?’

이들의 타협이 이쯤해서 마감되며 각자, 자신의 하루 일상을 위해 준비한다.

명수씨는 짙은 청색 스트라이프 정장에 서류가방을 들고 BMW를 몰고 로우펌 사무실로 떠나고 아내 이은주씨는 자신의 오랜 사업처 K 클리너를 향하여 토요타 벤을 몰고 출발한다.

이내 그들의 커다란 저택은 새소리만 가득한 고즈녁한 분위기 속에  휩싸인다.


 

약속한 오전 11 시 명수씨는 바쁜 시간을 틈내어 아내가 운영하는 K 크리너에 도착했다.

카운터에서 손님의 옷을 받고 있던 아가씨의 눈인사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서자

넓은 훽토리에는 보일러에서 나오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하고  여러 명의 히스패닉들이 남자의 자켓, 바지, 여자들의 드레스나 불라우스 스커트 등을 분류해 각자 자신의 프레스대 앞에서 칙칙푹푹 뜨거운 스팀을 뿜으며  부지런히  다려내고 있다

웽웽 커다란 클리닝 기계 세 개와 런드리 기계 또 드라이 기계가 돌아가는 앞 쪽에는 이 곳 까지 일곱 개의 세탁소에서 들어온 옷가지들이 산처럼 쌓여있고 그 앞에서 김씨 영감이 땀을 흘리며 짙은 색 옷과 얇은 실크 옷들을 분류하고 있다.

 

' 아 여긴 언제나 뜨거워 숨 막힌다 !'

' 이은주 대단한 여자야.'

올 때마다 한 번 씩 중얼거리는 말을 오늘도 자신도 모르게 또 중얼거리며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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