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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시민 불복종 (합본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41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이종인 옮김, 허버트 웬델 글리슨 사진 / 현대지성 / 2021년 12월
평점 :
월든. 시민 불복종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글이다. 나는 그를 잘 몰랐다. 월든이라는 호수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이지만 세상 끝날 때까지 한번은 읽어봐야 할 책이 이렇게도 많다는 사실을 재차 절감하게 되는 순간이지 싶다.
그는 젊은 나이에 적극적이며 의도적 고립을 선택한 삶을 위해 숲으로 들어갔다. 그가 숲에 머물렀던 시기는 대략 2년(2년 2개월)이 조금 넘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그는 왜 숲으로 들어갔던 것일까.
책은 소로의 철학과 사상과 일상의 모든 것을 담아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다른 수식을 차치하고 오로지 소로 한 사람의 존재로 마주하게 되는 순간마다, 오묘한 생각에 빠졌던 것을 기억한다. 이 사람은 자기만의 강단과 현명함을 지녔으면서도 동시에 어딘지 모르게 엉뚱한 구석이 있어보이더란 말이다. 그는 생각도 많고, 말도 많고, 또 글도 잘 썼던 사람이 아닌가. 거기에 고집스러운 면모까지 있던 사람이 아니던가 말이다.
그의 이미지들을 나열해보자. 우선 그는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또 고독을 기꺼이 즐길 줄 알고, 그 신념으로 홀로 남겨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당당했던 사람이었다. 책은 그가 월든 호수 근처에 오두막을 옮겨와 살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로 시작되고 있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서서히 물들어간다는 생각은 개인적인 생각이기도 하다. 그런데 무엇에 물들어간다는 말인가. 이를테면 이런 것들일까. 이 사람 소로가 생각하는 그만의 자유, 고독, 신념, 용기, 관념들?
그는 말이다. 숲과 호수를 사랑했고, 그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을 아꼈으며, 이 모든 삶의 가치를 발견해가는 일상의 모습들을 소중히 여겼다. 그에게 있어 자연이란, 순간순간 옥죄여오는 삶의 형식과 크고 작은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피난처이자 안식처의 개념이었다.
그의 사상은 어떨까. 그의 철학을 논함에 있어서는 조금 조심스럽다. 여러 가지 방향성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의 의식은 어쩌면 자연 그 자체에 동화되는 인간의 삶에 집중되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도 같다. 더불어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 자신만의 신념에 따른 주체적인 삶을 선택할 필요가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어 보인다. 이 부분은 ‘시민 불복종’에 언급되고 있는 정의와 법 그리고 노예제 폐지와 같은 개념까지 확장해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는 우리가 먼저 사람이 되어야지, 먼저 국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의보다 법률을 더 존중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내가 인정할 수 있는 유일한 의무는 언제 어디서라도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다.”p449
소로는 그 누구보다도 자기 철학과 사상이 투철한 사람이었다. 그 까닭에 많은 이들이 반대했던 그 고립의 길도 과감히 선택한 게 아니었던가. 그렇다고해도 딴은 그가 마냥 까칠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은 또 아니다. 그의 오두막에는 늘 그를 찾는 존재들이 있었다고 책은 이야기한다. 그 존재감 조금 멀리 떨어져 있던 이웃의 주민이기도 했으며, 그의 오두막을 찾아오는 동물들이기도 했다. 때로는 이른 새벽의 부는 바람과 한겨울 월든 호수에서 들려오던, 쩡쩡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였을 법도 하다.
그는 모두에게 열린 마음으로 다가서기를 기꺼이 자처했던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스스로가 멀리 떨어져 있는 삶을 선택했으나, 정신적으로 혹은 학문적으로 그는 모두에게 친근한 이웃이으로 남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숲속에서의 삶은 그가 바라는대로 가장 자연적이면서도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타인의 도움 없이 직접 밭을 갈아 콩을 심어 농사를 짓고, 난방을 위한 목적으로 굴뚝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 호수를 관찰하고 물의 수심을 예측하면서, 그만의 감성과 지성이 서로 교차되어 지나가는 면모를 드러내기도 한다. 그렇게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어느 순간 우리는 그만의 시선이 머무는 월든 호숫가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당연히 책은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삶의 모습과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자신만의 사상과 정치적 입장까지 이 모든 요소가 오로지 이 책 한 권에 들어차 있기에, 읽는 이에 따라 조금은 버거울 수도 있을 것도 같다.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그리고 기다림이다. 그의 사상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게도 역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란 말이다.
책은 모두가 한 번쯤 용기를 가져 볼만한 도전의 가치, 아니 가치의 도전을 보여주는 소로의 담백한 고백서인 동시에 자연으로의 초대장이다. 진득하게 시간을 두고 오래도록 반복해서 읽어볼 책임에는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