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교사
유디트 타슐러 지음, 홍순란 옮김, 임홍배 감수 / 창심소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국어교사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다. 오래전 어느 강연장에서 누군가 그런 말을 했던가. ‘소설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다. 이미 셰익스피어 시대에 모든 소설의 이야기를 끝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소설은 새로 쓰이고 또 새로 읽히고 있다. 아마도 그의 이야기가 빗나간 모양이다. 아직 끝난 게 아닌가 보다.

모든 장르를 통틀어보더라도 예술이라는 장르는 인간의 삶이 이어지는 동안에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다만 뭐랄까. 외관상으로 보이는 형식이 달라질 뿐이라고 할까.

 


이번 소설 유디트 타슐러의 국어교사는 새로운 형식 혹은 낯선? 형식으로 다가오는 작품이었다. 전통적인? 스토리 전개에 익숙한 나로서는, 작품을 읽으면서 신선함 가운데 조금 산만하다는 생각이 적지 않게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긴한데 이쯤에서 살짝 뒤로 물러나고 싶은 생각도 든다. 그 까닭인즉 새로운 것에 약간의 거부감을 갖게 되면서 그런 어정쩡한 나이가 되어간다는 현실적인 자괴감도 없진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야기에 집중해보자.

 


소설은 여자와 남자의 이야기다. 연애와 사랑. 그리고 배신에 대한 복수심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마지막에 등장하는 작가의 메시지는 화해였다.

인간사는 어디든 다 비슷비슷한가 보다. 청춘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는 세계공통의 스토리다. 그들의 관계가 서로 평등한 관계든, 애증의 관계든, 주종의 관계든 간에 그 안에서 생겨나는 남녀의 이야기는 참 복잡미묘하지 않은가 말이다.

과거의 연인이었던 남자 크사버와 여자 마틸다는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조우 (그들이 의도했던 대로)하게 된다. 각각 작가라는 지위와 선생님이라는 사회적 신분으로 말이다. 다시 만난 이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교환하며 스토리를 이어가는 게임을 시작한다. 마치 교환일기 같은 느낌이랄까.

이들 남녀의 이야기는 상대에게 정작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과거 어디쯤의 후회와 미련이 담겨 있다. 그들에게 있어 의도치 않게 잊혀진 이야기였으며, 의도된 채 감추어진 진실이 녹아 있음을 독자는 알아가게 된다.

 


조금 더 들어가보자. 크사버와 마틸다의 이야기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묘하게 이들의 이야기는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기 시작한다. 크사버가 전해주는 형식의 이야기 전개에서 독자는 크사버의 먼 선대의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리하르트 잔트와 도로시. 리하르트 잔트와 안나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또 마틸다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존재와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순간을 접하게 된다. 그런가하면 두 사람이 왜 애증의 관계 안에 있게 되었는지, 두 사람의 갈등의 시작은 무엇이었는지 서로가 교환해 주고받는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다.

 


각설하고 나는 무엇을 찾아야 했을까? 이 작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요소는 무엇이었을까.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실한 인간관계를 생각하게 되는가도 싶다. 그렇게 사랑의 가치와 삶의 가치를 반추하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의미를 갖는 것 같기도하다. 그 반추의 경험들이 현실에서 마주하게 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된다는 해석이 될 수도 있을 법하지 않은가 말이다.

 


어느 지점에서 이야기들은 오묘하게 오버랩되는 듯,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서로 관통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이를테면 크사버와 마틸다와 관계와 크사버와 데니스의 관계를 보면서 솔직하지 못한 채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남녀의 관계는 상처로 각인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한데.... 다소 씁쓸한 이들의 경험은, 시간이 흘러 서로에 대한 배려와 진심 가득한 관계를 되찾아 가는데 귀한 밑거름이 되는 게 아니었을까.

 


딴 생각이기도 한데 늘어놓으면 이런 것들이다. 만나고 헤어지고, 사랑하다가도 또 미워하고 증오하면서도 용서하는 모습들이 보여주는 모든 관계라는 것은 참 어려운 문제인가 보다. 문득 어린 왕자에게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던 사막여우가 생각나는 건 여담이고 사족이다. 길들인다는 것, 익숙해진다는 것.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