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변호사 홍랑
정명섭 지음 / 머메이드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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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봐도 여자 같은데 남자처럼 갓을 쓰고 있는 모습에서 남장 여자일 이유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던 작품이다. 보통 이럴 경우 자신의 신분을 속여야 하기 때문일텐데 이것이 조선 변호사와 무슨 상관일까 싶었고 이어서 드는 생각이란 조선시대에도 변호사가 있었던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조선왕조실록을 근거로 보면 오늘날 격의 변호사라는 직업으로서 외지부(外知部)라는게 있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법이 통할 것 같지 않은 조선시대에도 나름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은 고을 현감이 재판장 역할을 했던 것을 보면 억울한 이를 대신해 변호해 줄 이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 작품은 그런 부분에 바탕을 두고 실제 사건에 상상력을 가미해 써내려 간 작품으로 주인공 홍랑이 외지부로 활약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홍랑의 집안은 증조할아버지 대부터 시작해 무려 백 년 간 왜통사 자리를 지켜 온 가문이지만 딸인 홍랑 이외에 자식이 없어(특히 아들이 없다) 왜통사를 이을 자리가 없는 가운데 어머니는 데릴사위라도 들이려고 하지만 홍랑은 결혼 자체에 부정적이다. 

보통의 경우 양자를 들이거나 첩을 들이기도 하지만 부부의 금슬이 좋은지 첩은 아버지가 고사하고 양자의 경우 자칫 아버지가 죽고 난 후 왜통사 자리와 가문의 재산만 챙긴 채 홍랑 모녀는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홍랑의 집안에 풍파가 들이닥치는데 그것은 바로 그녀의 아버지가 억울한 죽임을 당한 것이다. 이후 그녀는 남장을 하고 자신이 가진 지식으로 억울한 상황에 놓인 힘 없는 이들을 돕는 외지부로 활약하게 되는데 놀라운 것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건들이 대부분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이라는 점이다. 특히 사건뿐만 아니라 그 사건의 송사 절차 등도 유사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롭다. 

조선시대에도 법전에 따라 이런 절차와 과정을 거쳐 송사가 진행되었다는 점인데 사실 지금의 우리나라도 3심 제도라든가 무죄추정의원칙, 그리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는 경우 국선 변호사를 이용할 수 있다는 등의 장치가 있는데 작품 속에서는 외지부라는 역할로 홍랑이 해내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여성이 직업을 가질 수 없고 제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 있어도 외부 활동은 커녕 그 능력을 보이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남장을 한 채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고자 애쓰는 홍랑의 모습은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로 비춰지며 불의와 불공정에 맞서서 정의와 진실을 찾고자 애쓰는 모습과 억울한 사람이 없고자 하는 부분은 시대를 막론하고 지금과 많이 닮았고 그래서 그 결말이 기대되어 몰입해 읽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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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도시 인문학 수업 - 이름만 알던 세계 도시에 숨어 있는 특별한 이야기
신정아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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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3분 도시 인문학 수업』에도 딱 어울리는 것 같다. 세계 40개의 도시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이 책은 일단 도시 리스트는 낯설지 않다. 실제로 세계적인 여행지인 경우도 많아서 사람들에게 인기도 많은 도시라 아마도 왠만큼은 다 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면 평소 누군가는 궁금했을지도 모를 그 도시와 관련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도시의 유명세를 떠나 상식과 재미 모두를 잡을 수 있기에 읽어 봄직한 책일 것이다. 
책의 두께나 제목에 쓰여진 3분이라는 키워드를 생각하면 40개라는 적지 않은 도시 각각에 대해 그렇게 많은 지면을 할애할 수 없겠다는 싶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도시의 영어 이름, 국가(대륙), 면적과 인구, 언어, 기후, 대표적인 관광지와 관련 키워드를 먼저 정리해두어서 본격적인 내용을 읽기 전 가장 기본적인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이후 해당 도시와 관련한 핫한 이슈라든가 아니면 흥미로운 주제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도시 이야기를 써내려가는데 짧지만 그 주제에 대해서만큼은 제대로 알고 넘어갈 수 있어서 좋다. 

그 내용이 역사, 문화, 사회, 정치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확실히 독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인문학 수업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게 읽힌다는 점도 꽤나 의미있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현직 중등교사라고 하시는데 실제 우리가 학교 수업에서 이런 식의 내용만으로 수업을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내 준다면 학생들이 수업의 숨통이 트일것 같다는 생각은 들고 좀더 흥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보면 다소 엉뚱할지도 모르는 궁금증과 호기심에서 출발하는 이야기지만 그에 대한 풀이는 충분히 인문학 의미가 있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유익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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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행복론 - 세계 3대 행복론으로 꼽히는 알랭의 시대를 초월한 지혜 arte(아르테) 에쎄 시리즈 4
알랭 지음, 김정은 옮김 / arte(아르테)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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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러셀, 톨스토이가 주장과 함께 세계 3대 행복론으로 손꼽힐 정도라고 하는 알랭이 말하고자 하는 행복이란 과연 이야기일까?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들은 모두가 행복하고자 애쓴다. 비록 그 행복의 실체에 대해서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이라고 한다면 정신적인 부분을 말하는 것일테다.

그렇다는 의미에서 이 책은 진정한 의미의 행복, 그 행복을 얻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말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포괄적인 의미에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삶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알랭은 프랑스 사람으로 20세기를 대표하는 철학자인 동시에 비평가라고 하는데 인문학 장르가 아닌 에세이로서 행복에 대해, 그것도 우리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그 감정이 아닌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관련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 꽤나 신선하다. 확실히 기존의 행복론에 대한 접근법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알랭이 주목하고 있는 것이 바로 삶의 태도와 의지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이 두 가지에 달렸다는 것인데 단순히 행복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는 행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며 보다 강력한 의지를 통해서 행복을 외부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과 의지, 삶의 태도 변화를 통해서 나의 행복은 내가 만들어간다는 생각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확실히 좀더 주체적인 행복 획득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외부의 조건에 맞춘 행복은 행복해지더라도 오래도록 지속될 수 없고 또다른 이유로 쉽게 파괴될 수 있는 반면, 긍정적인 자세와 실행을 통해 근원적인 행복을 위한 변화를 추구하여 얻어낸 행복이야말로 오래도록 지속되는 진짜 행복이라는 것이 알랭의 주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그 과정에서 나 혼자만 행복해진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으며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는지,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충분히 행복과 즐거움,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관계를 쌓아갈 때 최종적으로 얻게 될 행복 역시 진정하고 오래도록 지속될 행복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은 다시 한번 인간이 사회적 동물로서 내 주변인들과의 관계가 주는 행복의 영향이 지대함을 깨닫게 하는 것 같아 행복론에 대해 새로운 듯한 주장이나 어떻게 보면 상당히 현실적인 주장을 만나볼 수 있었던 책이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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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멍 : 가만히 바라볼수록 좋은 것들
국립중앙박물관 유물 큐레이션 「아침 행복이 똑똑」 필진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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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 100가지의 매력과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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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멍 : 가만히 바라볼수록 좋은 것들
국립중앙박물관 유물 큐레이션 「아침 행복이 똑똑」 필진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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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어느 나라나 그렇겠지만 국보로 보존하고 특별히 관리하는 유물의 경우에는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유일한 것으로 그 시대에 만들어진, 파손되면 복구는 할 수 있겠지만 이전과는 절대 똑같을 수 없는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국가가 나서 특별히 관리되는 유물들, 우리나라의 값진 보물들인 유물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 바로 『유물멍』 이다. 흥미롭게도 이 책의 저자는 국립중앙박물관 뉴스레터 [아침 행복이 똑똑] 필진이라고하는데 이런 뉴스레터가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비교적 최근 새단장을 한 국립중앙박물관이 그렇게 좋다는데, 특히나 국립중앙박물관의 굿즈가 연일 화제라 박물관을 직접 방문해보고픈 마음이 간절해지는 가운데 그 뉴스레터를 집필하는 분들이 쓴 '가만히 바라볼수록 좋은 것들'이라는 부제의 이 책은 우리의 귀한 보물이기도 한 다양한 유물의 모습을 한 페이지에 가득 담아내면서 그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 책이다. 

책 속에는 총 100가지의 유물이야기가 담겨져 있는데 이것은 큐레이터와 관람객이 쓴 일명 '최애' 유물 이야기라고 하니 더욱 기대된다. 
구독자가 무려 10만이 넘는다고 하니 나도 한번 구독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읽어본 책은 백지에 유물을 정중앙에 배치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평면이지만 뭔가 입체감도 느껴지는 분위기이며 동시에 깔끔하고 선명한 이미지라 현장에서 보는 감동과는 또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역사책이나 미술책에서 본 적이 있는 유물들도 있고 그렇진 않지만 낯설지 않거나 이름은 몰랐던 유물들도 있으며 볼거리도 다양해서 더욱 가치가 있는 책이다. 

우리의 귀한 유물이 어디 이뿐일까 싶지만 적어도 이 유물들이야말로 관람객은 물론 전문가라 할 수 있는 큐레이터가 함께 선정한 유물인만큼 함께 감상하며 우리 문화유산의 이야기를 만나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비록 종이지만 이렇게 귀한 유물들을 감상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도자기 종류의 유물을 바라보는 시간이 더욱 좋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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