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철학자의 생각법 - 사유의 풍경으로 걸어 들어가다
로제 폴 드루아 지음, 백선희 옮김 / 책세상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걷기를 좋아한다. 확실히 뛰는 것보단 걷기를 좋아해서 운동삼아 집주변의 하천 산책로를 걷기도 한다. 걷다보면 차를 타고 지나갔을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아예 보지 못했던 것들이 시야에 들어오고 이를 감상하는 재미도 크다.

 

아울러 걷는 동안에는 여러가지 생각을 할수도 있다. 의외로 상당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여서 걷다보면 제법 상당한 거리도 쉽고 빠르게 걸을 수 있다. 물론 집중력만큼이나 주의력도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그런 가운데 만나게 된 『걷기, 철학자의 생각법』은 흥미롭다. 책의 표지에 나와있는 자코메티의 작품과 제목이 은근히 잘 어울리는데  프랑스 출신의 로제 폴 드르와는이 책을 통해서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을 서서 걷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인간만의 특권 같은 두 발로 걷기에 주목해 인간이 다른 종들과 다를 수 있었던, 소위 만물의 연장이 된 이유 또한 바로 이 걷기 때문에 가능했다고까지 주장한다. 그러면서 걷는다는 행위는 단순히 이동의 의미가 아니라 생각하는, 그것도 그저 무엇인가를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 사유가 가능한 하나의 방법이라고까지 표현한다.

 

그러면서 실제로 많은 철학자들의 걷기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들은 동서고금의 다양한 인물들인 27명의 사상가이기도 하다.

 

고대의 엠페도클레스부터 시작해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세네카 등이 소개되고 동양의 도보자들에는 붓다, 공자, 샹카라 등이 등장한다. 세 번째 산책의 주인공은 체계적인 도보자들과 자유로운산책자들이 동시에 나오는데 너무나 다른 두 성향을 지닌 도보자들에는 몽테뉴, 데카르트, 루소, 산책하면 딱 떠오를 칸트도 포함된다.

 

마지막 산책자의 주인공들은 현대로 넘어와 소위 신들린 사람들이라 표현되는 마르크스, 소로, 키르케고르 등이 나온다. 마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자유롭게 걸어보라고 했을 때 아이들은 처음 어쩔줄 몰라 하다가 나중에는 너무나 즐겁고 유쾌하게 자신들의 마음대로 이리저리 걷는 장면이 나온다. 또 누군가는 아예 걷지 않기도 하는데 어쩌면 이 책에서 말하는 걷기라는 개념 역시도 획일화되지 않은 사상의 표현을 대변하는 하나의 행동이지 않을까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행위 그 자체도 역설적으로는 무엇인가를 하고자 함을 표현한 강렬한 메시지이기도 할것 같다는 점에서 걷기,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현되는 27인들 고유의 생각법은 철학이 지금까지 존재할 수 있었던, 우리들의 삶과 동떨어지지 않은 채 이어져 올 수 있었던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걷기와 철학잘의 생각법을 연결지어 본 흥미로운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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